김) 전통적인 미디어에서 생산자는 제한적이었습니다. 레거시 미디어에서 제작자는 전문적인 영역으로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었습니다. 그에 반해 1인 미디어는 인터넷상의 정보로서 비교적 엄격한 방송법 대신 정보통신망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콘텐츠의 내용이나 표현 방식이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진입장벽이 낮아진 1인 미디어 시대는, 편견과 선입견이 사회적으로 강화되고,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정보가 마치 사실인 것인냥 그대로 전달되어 허위정보 및 불법 정보가 확산되고, 혐오와 차별의 온상이 되는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미디어는 특히 사회의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하여 논의하거나 논쟁을 주도하는 공간을 제시하는 ‘공론장’의 기능을 수행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미디어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사회적 약자들이 사회의 모든 정치적·문화적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공론장의 의무를 지닙니다. 그럼 지금부터 미디어 인권감수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소수자의 차별로서의 ‘혐오 표현’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된 5.18관련자들에 대한 모욕적 발언이 등장하면서부터입니다. 이 사이트에서 민주화운동세력, 여성, 호남, 이주자 등 사회적 소수자를 대상으로 혐오 표현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들은 혐오/ 비하의 놀이화로 혐오가 온라인에 그치지 않고 일상의 혐오로 확산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맘충’, ‘급식충’, ‘틀딱충’, ‘김치녀’, ‘홍어’ 등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혐오의 말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극도로 혐오한다는 뜻의 ‘극혐한다’는 표현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쓰는 말이 됐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개인방송 등 1인 미디어를 통해 혐오 표현이 생성되고, 이것이 다시 뉴스 댓글 등으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물론 '재미있다'고 혐오 표현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여성을 대상화하는 포르노그라피적이고 성차별적인 문화의 공유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혐오와 차별에 대한 낮은 인식도 문제입니다. 재미로, 장난으로 시작한 혐오, 차별의 표현들은 점차 정치적 행동으로까지 나아가는 양상입니다. 혐오의 대상은 여성, 장애인, 사건사고의 유가족, 성소수자, 노인, 외국인 노동자, 탈북민 등 다양한 층위를 망라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언론과 1인미디어 유튜버들은 개인적 이해관계와 소수자 집단이 충돌하는 것처럼 구도를 만들어, 혐오하지 않으면 개인적인 불이익을 볼 것처럼 몰고 갑니다. ‘나는 혐오, 차별주의자가 아니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이해관계 또는 안전에 대한 불안감에 혐오에 동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발언이 대표적인 혐오와 차별의 '표현’인데요. 싫어하는 생각은 '혐오'지만 그것을 공표하면 '혐오 표현'이 된다는 점,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이제 혐오와 혐오 표현의 용어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혐오(hate)란 특정한 속성을 가진 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관념이나 편견을 말하고, 혐오 표현이란 ‘성별, 장애, 종교, 나이, 출신 지역, 인종,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어떤 개인·집단에게’ ‘모욕, 비하, 멸시, 위협 또는 차별·폭력을 선전하거나 선동함으로써’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는 효과를 갖는 표현’을 말합니다. 표현의 형태는 말과 글뿐만 아니라, 몸짓, 기호, 복장, 그림, 상징물, 퍼포먼스 등 다양합니다. 혐오 표현의 유형은 모욕형 혐오 표현과 선동형 혐오 표현으로 구분되며, 이 두가지 유형의 기반이 부정적 고정관념과 편견이고, 또한 혐오 표현으로 인해 부정적 고정관념과 편견이 강화됩니다.
김) 혐오 표현이란 표적이 되는 집단에 관한 부정적 관념이나 편견을 담고 있는 모든 표현으로서 그 집단에 낙인을 찍어 사회적으로 배제하는 목적을 지닙니다. 자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첫째, 혐오 표현에 노출된 소수자 개인 또는 집단이 정신적 고통을 당한다는 것입니다. 혐오 표현의 피해를 본 소수자들이 사회의 낙인과 편견으로 인해 자살 충동, 우울, 스트레스 장애 등 실로 다양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둘째, 혐오 표현은 누구나 평등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야 할 공존의 조건을 파괴합니다. 소수자들을 한 사회에서 배제하고 직접적인 해악을 피하기 위한 지속적 긴장감을 준다는 점으로 볼 때 우리 사회의 ‘공공선’을 붕괴시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각 구성원들은 자신의 속성이 무엇이든 적대, 배제, 차별, 폭력을 당하지 않고 여러 구성원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혐오 표현은 그 자체로 차별이며 실제적인 폭력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혐오 표현은 확산성과 전염성이 있기 때문에 ‘선동’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되어 사회에 뿌리박히고 혐오조직의 결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증오선동은 혐오 표현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간주된다는 점에서 그 해악이 가장 크다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혐오 표현이 각종 언론과 미디어에서 그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혐오 표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킬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 예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혐오 표현 반대 미디어 실천 선언(2020년) 국가인권위와 미디어종사자 (한국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한국아나운서연합회, 한국방송작가협회, 인플루언서경제산업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와 함께 ‘혐오 표현 반대 미디어 실천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제작자로서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을 참고하시어 제작자로서의 윤리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아나) 제작자의 필수조건, 제작윤리의 모든 것! 이번 시간에는 ‘미디어 감수성’에 대한 내용을 김현옥 언론인권센터 본부장님과 장현은기자님과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아나) 요즘 미디어에서, 언론에서 혐오 표현이 점점 많아지고 있죠. 우리의 인식에 많은 영향을 주는 미디어와 언론의 혐오 표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이나 취향을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부작용으로 1인 미디어뿐만 아니라 신문, 방송 또한 인권침해, 왜곡보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디어가 제공하는 모든 정보는 그 정보가 상업적이든 비상업적이든 수용자의 인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보의 선별과정은 엄격해야만 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미디어 제작자의 윤리가 중요한 시점인 것이죠.
아나) 네, 그렇습니다. 우리 제작자분들의 제작윤리 함양을 위하여, 올바른 콘텐츠를 시청할 우리 시청자, 구독자 여러분들을 위하여 자세한 내용을 본부장님과 기자님과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아나) 확실히 이전보다 우리 사회에 혐오 표현이 정말 많이 보입니다. 그 이유, 무엇일까요?
김) 혐오 표현이 빈곤, 불평등, 실업 등 사회경제적 위기와 결부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경제가 어렵고 불평등이 심화되면 사람들은 허탈감, 시기, 우울감, 공격성향 등을 갖게 되고, 진짜 문제의 원인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엉뚱하게도 소수자 집단에게 책임을 돌리고 그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입니다. 또는 우리 사회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서 유입된 존재의 탓으로 돌립니다.
아나) 네, 어찌보면 이러한 현상이 점차 악순환될 것 같아요. 혐오 표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지만, 그 예를 한 번 들어주시겠어요?
기자) 예를 들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혐오를 ‘일자리 문제’와 연결시킨다거나 5·18 유공자의 공무원시험 가산점에 대해 “공부해 봐야 소용없다”고 선동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를 언론에서, 유튜브에서 혐오를 더욱 부추기죠.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검증되지 않는 과학이나 팩트라는 이름으로 혐오를 정당화합니다.
아나) 나도 모르게 이러한 혐오가 내 인식에 스며드는 것이네요.
김) 네, 외국인 노동자, 난민, 유학생, 결혼이주민이 우리의 오랜 이웃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 혐오 문화는 피해자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은 물론 괴롭힘과 차별을 정당합니다. 나아가 무차별적인 증오범죄를 만들어낼 위험도 있습니다.
아나) 네, 이러한 혐오 표현이 정말 많은 피해자에게 상처를 준다는 점, 우리 제작자분들께서 기억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나) 본부장님께서 언론과 미디어에 보이는 혐오 표현이 상당하다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렇다면 그 영향력이 얼마나 클까요?
김) 네, 국가인권위원회의 ‘혐오 표현 경험과 인식조사’(2019)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9.1%는 언론이 혐오 표현을 조장하는 부정적 역할을 한다고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언론이 혐오를 줄인다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는 답변은 11.3%에 그쳤고요.
김) 때문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혐오 표현 중 언론을 통해 나타나는 혐오 표현은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언론이 갖는 공적인 지위와 사람들에게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 때문입니다.
아나) 네, 그렇습니다. 언론과 미디어가 가지는 막대한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는 자료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제작자분들께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김) 미디어가 하는 표현은 우리의 환경을 구성하게 됩니다. 미디어가 표현하는 환경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고, 미디어가 표현하는 것이 누적되면 마치 그것이 진실이 되는 경우가 있죠. 그렇기 때문에 언론인들의 인권 감수성은 높아야 하고 이를 위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합니다.
아나) 네, ‘인권 감수성’, 그리고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그런데 제작자분들 입장에서는 “사회적 현상을 보도하는 것인데, 그럼 대체 뭘 하라는거냐”라는 입장도 있을거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 네, 물론 어려우실텐데요. 사례를 들어서 한 번 살펴보도록 하죠. 먼저, 언론의 소수자 혐오보도 사례인데요. 국가인권위 인권보도 준칙 성적 소수자 인권 보도준칙에서 “ 1. 언론은 성적 소수자에 대해 호기심이나 배척의 시선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2. 언론은 성적 소수자를 특정 질환이나 사회병리 현상과 연결짓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기자) 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보도 사례는 상당합니다.
기자) 특정 종류가 굳이 제목에 언급된다거나 게이 테러라는 제목의 칼럼이 등장한다던가 이런 예시들이 있을 수 있는데요.
기자) ‘이태원 게이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갔다’ 보도의 경우 방역과 무관한 성적지향에 ‘낙인’으로 볼 수 있고 불필요한 정보로 성소수자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 보도사례입니다.
아나) 어떻게 보면 필요한 정보인 듯하지만, 결국 혐오를 조장한다는 것이네요.
김) 네 사실 성소수자의 내용은 굳이 필요한 내용은 아닌데 말이죠. 난민 혐오 보도 사례도 들 수 있겠죠.
기자) 예멘 난민 사태 당시 한국사회를 휩쓸었던 난민 혐오 열풍의 이면에는 무분별한 언론보도로 인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한 언론이 있습니다.
당시 수천 명의 시민들이 “난민을 당장 추방하라”며 촛불을 들었고 예멘 난민 반대 청와대 청원이 7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었죠.
아나) 그렇군요. 성소수자, 난민 이외에도 다양한 혐오보도 사례가 있을 것 같아요.
기자) 네, 대표적인 것이 여성 혐오 보도사례 2016년 5월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이후, 극단적인 여성 혐오 표현이 사회문제로 떠올랐고, 이외에도..
기자) 신호 대기 중인 김여사를 만났습니다. 신형 쏘나타 사전에 ‘김여사’는 없다 이런 김여사라는 특정 혐오 표현이 들어간 제목이라든가 고소녀들, 여교사, 이런 식의 특정 00녀라는 이름을 붙인 혐오 표현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김) 국가인권위 인권보도준칙에 따르면 성평등 보도에 있어 “언론은 성별과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성차별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보도 내용이 그렇지 못한 실정인 것이죠.
아나) 네, 저도 많이 들어보고 보았던 보도들이어서 그런지 그 중요성이 더욱 실감이 납니다. 또.. 감염병과 관련된 혐오보도도 있다고 하던데요?
김)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코로나와 관련해 넘쳐나는 정보를 인포데믹(infodemic), 즉 ‘정보 감염증’으로 설명하며, 이 때문에 사람들이 믿을 수 있는 정보나 필요한 지침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단체가 2014년 제정한 재난보도준칙은 질병재난 등의 상황에서 “확인되지 않거나 불확실한 정보는 보도를 자제함으로써 유언비어의 발생이나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기자) 네, 하지만 여러 감염병과 관련된 보도에서 일부 언론의 혐오보도는 언론이 공포심과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기자) 대림동 차이나타운 관한 르포 기사라든가 '우한 폐렴'이 혐오라면 '대구 코로나'는 더 큰 혐오다, 지금 중요한 건 위생이다 라는 칼럼 등에서는 특정 지역 자체를 감염병과 연관지어 생각하게 하고, 비위생적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더욱 퍼트려서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나) 감염병과 관련된 보도가 오히려 국민들의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군요. 그렇다면 이러한 보도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 네, 2015년 WHO는 과학자, 국가, 미디어 등에 새 전염병 명명 모범사례를 제시하고 이에 따를 것을 권고했고요. 지리적 위치, 사람의 이름, 동물이나 음식의 종류, 문화·인구·직업, 과도한 두려움을 유발하는 용어 등을 질병 명칭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기자) 네, 하지만 예를 들어 2020년 코로나19 보도 당시 ‘’일부 언론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우한 지역에서 발생한 폐렴 바이러스를 ‘2019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명명했음에도 ‘우한 폐렴’을 고집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기자) 청와대가 우한폐렴이란 병명을 모두 바꿨다, 네티즌이 왜 중국에 저자세로 나가냐는 입장을 냈다라던가 이 와중에 중국 감싸기냐 라는 식의 제목으로써 우한 폐렴을 고집하는 입장을 그대로 실어 준 것이 예시라고 할 수 있죠.
아나) 그렇군요. 결국 이러한 보도가 중국에 대한 감정을 악화시키는 보도인 것이네요.
기자) 네, 사실상 중국인 혐오 조장을 일으키는 언론 보도는 반중 정서의 확산의 계기가 되기도 했구요. 대중의 중국인 혐오 감정을 자극한 결정적 사례는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 명을 넘었다'는 내용의 보도입니다.
김) 그래서 따옴표 저널리즘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아나) 아, 따옴표 저널리즘이요?
김) 언론의 '받아쓰기, 따옴표 인용 보도는 혐오와 차별에 대한 암묵적 동의""입니다. 자극적인 문구의 제목과 선정적 기사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서 보도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죠.
아나) 네, 따옴표 저널리즘의 문제도 대표적인 사례가 있을까요?
기자) S여대에 합격했던 트랜스젠더 여성 ㄱ씨 관련 보도가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몇몇 언론들은 차별과 혐오를 드러내는 “중성화”나 “내시”와 같은 비하 표현을 그대로 인용하고, 보편적 인권의 문제를 찬반을 둘러싼 세력 다툼의 문제로 프레이밍했습니다. 특히 정치인 혐오발언을 퍼나르는 언론보도형태는 언론이 사회적 합의를 위한 공론장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보다는 혐오를 부추기고 조장하는 모습입니다. 유명 정치인의 주장을 ‘혐오 발언’이라는 지적 없이 ‘따옴표’로 전함으로써 사실상 발화자와 같은 행위를 하거나 위력만 키워주는 사례는 일상적입니다.
아나) 네, 표현의 자유가, 사회적 약자를 조롱하고 희화화하는 자유는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나) 유튜브,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 TV에서 혐오와 차별은 이미 위험수위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어떤가요 본부장님.
김) 이동성(mobility)의 특성을 갖고 있는 소셜 미디어의 등장으로 혐오 표현은 실시간으로 더 빨리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확산되었는데요. 로버트 킨슬은 유튜브를 ‘시간을 지배하는 압도적인 플랫폼’이라 이야기했을 정도입니다. 한 달 글로벌 유튜브 이용자 수는 19억 명에 달하고, 1분마다 500시간 분량의 영상이 올라오는 유튜브는 말 그대로 무한 경쟁의 장인 것이죠. 이중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을 콘텐츠가 되는 것은 쉽지 않은데요. 이럴 때 사람들의 귀와 눈을 솔깃하게 하는 콘텐츠는 바로 ‘혐오 코드’다. 대중들로 하여금 혐오와 분노를 유발하는 방식은 짧은 시간 관심을 끄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죠. 자극적이고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일수록 더 많은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나) 아, 혐오코드가 인터넷방송의 인기에 영향을 준다는 말씀인데요. 꽤 심각한 문제 아닙니까?
김) 네, 유튜브나 아프리카 TV등 인터넷 방송 플랫폼이 조회 수에 따라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에서 설상 제작자가 도덕적, 윤리적 비난을 받는다 하더라도 혐오 콘텐츠만큼 대중의 관심을 유인할 수 있는 콘텐츠는 없다는 것이죠.
기자) 맞습니다. 한국방송학보(2019.5)에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혐오발언은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연구에 따르면 여성 혐오 발언이 등장할 때 후원 수익 금액은 107% 증가했다고 합니다. 또 창작자의 발언 맥락에 사용된 여성 혐오 발언이 높은 공격성을 보일 때가 낮은 경우에 비해 더 많은 후원 수익이 발생했고, 아울러 여성 혐오 발언 맥락이 등장할 때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평균 댓글 수와 ‘좋아요’ 수가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나) 여성으로서, 정말 화가 날 수밖에 없는 통계자료입니다. 여성뿐만 아니라 다른 사례도 많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김) 일부 유튜버, 인터넷 방송 BJ들은 선정적인 콘텐츠를 인터넷에 올려 조회수와 수익을 올리죠. 이를 위해 성소수자나 장애인을 조롱하는 혐오 콘텐츠를 만들고, 특히, 꼴페미∙한남충과 같은 아주 선정적이고 극단적인 혐오표현을 통해서 젠더갈등을 조장한다는 것이죠.
김) 그야말로 이제는 혐오가 노골적 비즈니스로 전환되고 있다는 하나의 사례라고 보입니다. 혐오 비즈니스는 ‘가짜뉴스’ 문제와도 결부되어 있는데요.
아나) 가짜뉴스, 어떻게 연관이 있는걸까요?
김) 위안부 피해자 모욕 및 역사 왜곡을 벌이는 국내 유튜버들도 늘어나는 것입니다.
기자) 네, 각종 유튜브 채널과 극우 웹사이트 등에서는 채널에 위안부 피해자를 창녀라 칭하는 등 모욕적 내용의 영상들을 게재했는데, 그 혐오의 수준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김) 네 이러한 역사 부정 표현은 단순한 역사적 사실의 부정이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 집단에 대한 차별을 선동하는 ‘혐오 표현’의 일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용상으로는 혐오 표현이지만, 그것이 표출되는 형태가 역사를 부정하는 형태로 나타날 뿐이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부정하는 맥락에는 호남 지역 차별문제가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나) 정치적인 가짜뉴스와도 관련되어 있는 혐오 표현. 우리 제작자분들이 더욱더 명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또..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표현도 상당하지 않습니까?
기자) 한 유튜브 채널은 민식 군이 희생된 교통사고에 대한 허위사실을 말하면서 민식이법과 유가족을 비난했고, 어떤 채널에서는 민식이법은 사고 내면 무조건 처벌하는 ‘악법이다’라면서 공포를 선동합니다. 이들 유튜버들은 민식이법과 관련한 극단적인 상황을 설정해 민식이법에 대한 근거 없는 공포를 조장하고 있는거죠.
아나) 네, 이렇게 가짜뉴스가 많아지면서 혐오 표현이 더욱 더 증폭되는 것 같습니다.
아나) 분명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이러한 혐오미디어는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떨까요?
김) 2018년 여성가족부가 제작한 ‘혐오 표현을 멈춰주세요’ 캠페인 영상에 출연한 학생들에게 ‘혐오 표현을 어떻게 알고 있냐?’는 질문에 온라인 뉴스나 카페·커뮤니티서 우리 학생들이 주로 접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아나) 그렇군요. 저도 이런 유튜브나 인터넷, 개인방송 영상 속에서 굉장히 심각한 욕설도 들은 적이 있어요.
기자) 학생들은 다양한 대상에 대한 혐오 표현을 유튜브에서 접하고 있는데요. 담배를 피우거나 여성 게스트를 불러 노출이나 특정 포즈를 요구하는 장면도 손쉽게 발견할 수 있고요. 문제는 이러한 콘텐츠들이 모두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콘텐츠들이라는 것입니다.
아나) 그러면 이러한 문제에 대한 가이드나 지침은 없는 건가요?
김) 유튜브 지침에 따르면 ‘성적인 주제, 아동 시청자 층에게 적합하지 않은 외설적이거나 음란한 내용’ 등의 영상은 유튜브 게시를 금지하고 있는데, 하지만 실제로는 명시된 정책과 달리 영상에 대한 연령 제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인 셈입니다. 이들 콘텐츠는 오히려 자극적인 썸네일과 '19금', '야함주의', '후방주의' 등의 단어를 삽입해 유튜브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같은 콘텐츠들이 연령 인증 절차 없이 유튜브에서 누구나 볼 수 있게 되어있다는 점입니다. 검색어를 넣고 몇 번 클릭만 하면 선정적인 콘텐츠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죠.
아나) 한 어른으로서 조금 걱정이 됩니다. 분명히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이 1인 크리에이터를 따라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김) 네, 저는 이것이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초등학생들이 인터넷 영상을 보고, 유튜버를 보고 유튜버들이 한 행위들을 따라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엽기 게임이라던가, 이런 것들도 너무 자연스럽고 일상에서 장난, 놀이화 하고 있다는 것이죠. 사실,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 1위가 크리에이터라고 나와 있습니다. 초등학생들에게 크리에이터는 정말 돈버는, 멋진 그야말로 그들이 되고 싶은 롤모델인 것이죠. 예를 들어서, ‘엄마 엉덩이 때리기’, ‘엄마 몰카’… 이런 검색어를 치면 수많은 제목들의 이와 관련된 영상들이 유튜브에서 노출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당시 학부모들은 그야말로 충격이었습니다. 심각한 사생활 침해지만 많은 엄마들은 피해 사실조차 모르는 게 대부분입니다. 초등학생들이 아프리카BJ나 유튜버들의 자극적인 영상에, 그것을 보고 따라하고, 또 하나의 문제는 이 초등학생들이 그 영상보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더 자극적이고 더 선정적인 콘텐츠를 그들 스스로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죠.
아나) 이런 방송들은 성범죄를 양산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맞습니다. 한 유튜브 채널에서는 교복을 입은 10대 여성 출연자들에게 성인 남성의 벗은 몸을 보고 만지게 하는 내용의 영상이 올라와서 논란이 됐습니다. 그 외에도 국민청원 게시판엔 ‘유튜버들이 성매매, 불법업소 ‘썰’을 풀며 수익을 창출하는 걸 막아달라’는 국민 청원이 올라왔는데, 화류계 술집, 2차 업소 등 불법적인 일을 하며 생긴 일을 이야기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한 유튜버들을 조사해달라는 내용입니다. 청원인은 해당 영상들이 “10대들이 보기에 적합하지 않다”며 “이제 막 커가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저지를 부탁드린다”고 적었습니다. 이런 영상 중 다수가 연령 제한조차 걸려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아나)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습니다. 우리 1인 콘텐츠에 대한 법적 제도도 더 강화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나) 그럼 지금까지 살펴본 이 ‘혐오 표현’의 해악은 무엇인가요?
김) 혐오 표현이란 표적이 되는 집단에 관한 부정적 관념이나 편견을 담고 있는 모든 표현으로서 그 집단에 낙인을 찍어 사회적으로 배제하는 목적을 지닙니다. 미디어가 혐오 표현을 조장하고 소수자를 사회에서 실질적으로 배제하고, 사람들을 차별과 배제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게 만든다면 이것은 헌법적 가치인 ‘인간 존엄’, ‘평등’, ‘차별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연대성’ 등을 훼손하는 것입니다.
아나) 맞습니다. 이러한 혐오 표현을 조정하는 미디어와 언론의 각성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제작자로서, 언론인으로서 누구보다 책임감 있게 제작윤리를 지켜나가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좋은 말씀 주신 김현옥 본부장님과 기자님 감사합니다.
01. 이 강좌에 대해서
재미에만 집중되고 있는 콘텐츠 제작환경 속에서 콘텐츠의 제작자가 알아야 할 윤리 정보와 제작 과정에의 적용방법을 이해하고 적용해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02. 강사 소개
김현옥 (미디어인권교육 본부장)
03. 강사 이력
現 (사) 언론인권센터 미디어인권교육 본부장 前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 자문 특별위원회 위원 前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전문위원회 위원 前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미디어교육 팀장
우리가 가꾸는 건강한 정보문화(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