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많은 게임이 존재하며 다양한 분류법이 있습니다. 이 시간에는 게임을 나누는 가장 큰 갈래 중 하나인 인디 게임과 상업용 게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상업용 게임의 대표적인 방향성은 흔히 AAA(Triple-A Game)게임이라고 불리우는, 대형 게임사가 대량의 자본을 투자하여 만드는 게임을 뜻합니다. 대부분 막대한 홍보를 수반하고 있으며 고퀄리티의 게임을 제작한 뒤 높은 판매량을 기대합니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일부 독점작을 제외하면 대부분 멀티 플랫폼으로 제작되는 편입니다. 반면 인디 게임이란 무엇일까요? 문화, 예술 분야에서 사용되는 인디(Indie)라는 단어는 ‘독립적, 의존적이지 않은’ 의미를 가진 ‘Independent’의 줄임말입니다. 이를 게임에 적용하면 외부 자본에 의지하지 않고 소규모로 개발자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외부 자본에 의지하지 않더라도 대규모의 인원이 개발을 진행한다면 이건 인디 게임일까요? 혹은 1인 개발이라 할지라도 특정 게임을 그대로 따라서 만든다면 이 게임을 인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인디 게임은 상업적인 게임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요소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상업적인 게임의 기준 역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하기에 인디 게임은 동전의 양면처럼 항상 주류 시장과 맞물려서 생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방치형, 힐링 게임은 한 때 인디 게임에서 주로 다루던 주제와 장르였지만 급속도로 많은 게임이 개발되고 시장이 커지면서 어느덧 상업적인 게임의 한 축이 되었고 점점 그 특색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소규모, 자본의 독립, 특정 장르와 주제는 대부분의 인디 게임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라곤 할 수 있지만 이것 자체가 인디 게임의 정의라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에 좀 더 본질적인 요소로 판단해야 합니다. 세계적인 인디 게임 중 하나인 저니(Journey)를 개발한 제노바 첸은 한 인터뷰에서 인디 게임에 관해 이렇게 이야기 하였습니다. ‘다른 사람 게임을 따라 하는 것이 인디일까? 그렇지 않다. 그건 그냥 연습이다. 유니크하고, 진정 독립되어 있고, 리스크를 지고 가는 게 인디‘이다. 그리고 ‘인디는 해적선 같아야 한다’라고도 비유했습니다. 바다에는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누구의 명령을 따르는 것도, 약속된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를 감내하고서라도 보물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것처럼 말이죠. 이처럼 ‘인디’게임이라는 것은 큰 고민 없이 쉽게 남발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니며, 세부적인 정의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반드시 꾸준한 성찰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이 드러나야 한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오래전부터 업계 주변 분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누는 화제 중 하나는 과연 기획자에게 코딩 능력이 필요한가? 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답을 하자면 ‘코딩 능력이 없어도 게임 기획은 가능하다. 다만 코딩 능력은 필요하다’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직접 코딩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래밍적 지식을 통해 게임이 어떻게 개발되고 작동하는지에 대한 논리적인 이해와 2D/3D 아트 리소스의 개념, 작업 방식을 뜻합니다. 이는 다른 분야로 치환해도 동일합니다. 만약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에서 엔진 구동방식과 제작 공정을 잘 모르는 기획자가 안전하고 좋은 차를 기획할 수 있을까요? 게임 기획자는 단순히 문서만 작성해서는 안 되고 게임 제작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필수입니다. 최근에는 유니티, 언리얼 블루프린트, 스크래치 등을 활용하면 충분히 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기획안의 프로토 타입을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흔히 게임 기획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으로는 창의성, 통찰력, 직관성 등을 이야기하며 이 능력들이 매우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좀 더 높은 단계의 기획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코딩 능력. 즉, 게임의 전반적인 개발과정에 대한 논리적인 이해가 필수이며 이는 코딩 능력에 대한 학습으로 충분히 습득 가능합니다. 여러분께 소개해드릴 실시간 게임은 실시간 액션 RPG인 이스 오리진입니다. 이스 오리진은 이스 시리즈 중 하나로 일본의 팔콤에서 제작한 액션 RPG입니다. 1987년 첫 게임 발매 후 꾸준히 출시되고 있는 장수 시리즈인데요. 모험가 아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게임이지만 그 중 오늘 소개할 이스 오리진은 이스 왕국의 과거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유일하게 아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액션 RPG라는 장르는 RPG게임에 액션성이 가미된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되는데요. 이스 오리진은 선형적인 스토리를 따라가는 액션 RPG입니다. 매우 높은 탑의 1층에서 시작해서 최상층까지 올라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플레이 공간은 탑 내부라는 공간으로 한정되어 있지만 층을 올라갈 때마다 사막, 용암 등 완전히 다른 배경 콘셉드를 가지고 있기에 어느 순간 탑 내부라는 사실을 잊기도 합니다. 다만 많은 RPG에서 나오는 마을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플레어블 캐릭터는 총 3명이 있는데, 처음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는 두 명이며 그 두 명을 모두 클리어할 시 숨겨진 세 번째 캐릭터가 등장하게 되고 그 캐릭터로 클리어해야만 이스 오리진의 진엔딩을 볼 수가 있습니다. 게임의 구성은 크게 각층의 일반 구간과 보스 구간으로 구성된 공간을 클리어해 나가는 구조입니다. 일반 구간에서는 몬스터와 전투를 통해 레벨업을 할 수 있으며 캐릭터 스킬과 아이템을 통해 다양한 기믹을 풀어나가는 퍼즐 요소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스오리진은 계단식 밸런스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계단식 밸런스란 유저의 성장이 일정하지 않고, 계단식으로 되어있는 것을 뜻하는데요. 캐릭터의 사망 횟수와 연결 지어서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스오리진의 일반구간은 새로운 스킬이나 아이템을 습득하며 짧은 단위의 노력과 성취감을 안겨줍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유저의 사망 횟수는 낮은 편입니다. 다만 보스구간으로 진입하면 보스의 패턴을 파악하기까지 많은 재시도가 필요하며 유저는 성취감을 얻기 위해 긴 단위의 노력을 투입하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유저는 실력에 대한 정체기를 느끼게 되지만 재시도를 할수록 조금씩 클리어에 가까워지는 희망과 보스를 클리어했을 때 발생하는 큰 성취감은 이 게임의 핵심적인 재미이자 계단식 밸런스의 묘미입니다. 이스 오리진의 특징을 꼽아보자면 먼저 이스 시리즈, 아니 이 게임을 개발한 팔콤의 게임에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인데요. 바로 음악입니다. 지금처럼 게임 음악에 크게 공을 들이지 않았던 90년대에도 팔콤은 배경음악에 신경을 많이 썼고, 그 수준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수준이란 단순히 음악적 퀄리티뿐만 아니라 게임 내 분위기와 상황에 맞는 적절한 BGM으로 인해 게임의 몰입감을 크게 높였다는 점에서 매우 훌륭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유저들 사이에서는 팔콤을 ‘음반 회사를 가장한 게임 회사’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그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스 오리진도 팔콤의 여타 게임과 마찬가지로 게임의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BGM으로 인해 전투의 몰입감을 크게 높여주고 있습니다. 다음은 이 게임을 소개시켜 드리는 가장 큰 이유인 레벨 디자인입니다. 앞서 설명했든 이스 오리진은 일반 구간과 보스 구간을 반복하며 탑을 올라가는 형태의 게임인데요. 이 일반 구간과 보스 구간의 컨셉이 명확하고 설계가 잘 되어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 자세히 설명 드리기 전에 먼저 레벨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간단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레벨 디자인이란 게임에서 유저가 플레이하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작업’을 뜻합니다. 이는 단순히 맵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공간에 존재하는 캐릭터, 콘텐츠, 밸런싱을 포함한 게임을 즐기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요소를 의미하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수치적인 요소도 어느 정도 포함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의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고 논하는데 있어 가장 최전방의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 그럼 다시 이스 오리진으로 돌아와서 먼저 이 게임의 일반 구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스 오리진의 조작은 크게 이동, 점프, 스킬로 구성되어 있는데 일반 구간에서는 스킬을 활용하여 오브젝트 파괴 후 숨겨진 길을 발견하거나 점프 체공 시간을 늘려 먼 거리를 뛰어넘거나 하는 등의 액션을 취할 수 있습니다. 전투도 진행하기는 하지만 난이도가 높지 않으며 탑 내부를 탐색한다는 느낌에 중심이 맞춰져 있습니다. 실제 스토리 또한 탐색한다는 것이고요. 유저는 이 구간에서 자연스럽게 조작이 익숙해지고 다양한 스킬을 상황에 맞춰 빠르게 사용하는 법을 습득하게 됩니다. 그리고 보스 구간으로 입장하게 되죠. 자 그럼 처음에는 어떻게 될까요? 물론 가장 쉬움 난이도를 선택한다면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유저는 보스와 전투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하게 됩니다. 바로 이게 이 게임의 핵심입니다. 일반 구간에서는 탐색의 컨셉을 살려 넓은 맵을 구석구석 살펴보며 퍼즐 요소 등 다양한 기믹을 해결하는 재미를 주다가 보스전에 돌입하게 되면 지금까지 배운 모든 지식과 컨트롤을 활용해 헤쳐 나가는 게임입니다. 보스전은 한 번에 클리어하기는 힘들지만 반복하면 할수록 보스의 일정한 패턴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리하여 유저는 점차 그 보스에게 익숙해지고 처음 30초만에 사망하던 게 점점 더 시간이 길어지면서 어느새 클리어하게 되는 자신을 보게 되는 거죠. 여기서 다시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언제가 가장 맛있을까요? 흔히 시장이 반찬이라고 하죠. 맞습니다. 같은 음식이라도 배가 고플 때 먹는 음식이 가장 맛있습니다. 이스의 보스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식을 그냥 떠먹여 주는 것이 아니라 유저를 극한의 상황까지 몰아가면서 통과하기 힘든 고된 훈련을 시키지만 통과 후 먹는 식사의 성취감처럼 정말 배가 고플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을 흔히 계단식 설계라고 하는데요. 쉽게 말해 게임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할 때쯤 게임의 난이도를 크게 한 단계씩 올려서 유저로 하여금 도전 요소를 자극한 후 그 벽을 넘게 되면 느끼는 성취감을 토대로 새로운 자극과 동기부여를 통해 게임을 지속적으로 플레이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여기어 이 자극이라는 것은 보스의 패턴을 뜻하는데요. 우리의 일상 생활에 생각해 봅시다. 민감했던 자국도 익숙해지면 점점 덜해 지듯이 이 게임의 보스전도 처음에는 무방비 상태로 공격을 받고 사망하지만 반복적인 전투를 통해 그 패턴을 파악하다 보면 점점 예측된 위험요소를 피하게 되면서 자극은 줄어들고, 내가 더 높이 있다는 우월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자극이 줄어든 상태가 지속되면 좋은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자극이 줄어들고 익숙해지면 일시적으로는 편하고 성취감이 들지만 그 상태가 지속되면 게임에 흥미를 잃고 그만두게 됩니다. 그럼 이때 이스 오리진에서는 새로운 보스가 나타나서 새로운 패턴을 선보이는 거죠. 자 이해 되시나요? 정리해보겠습니다. 이스 오리진은 일반 구간에서의 탐색과 보스전의 새로운 패턴을 통한 계단식 설계를 이용하여 유저를 이 게임의 엔딩까지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앞으로 기획하는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레벨 디자인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는 공간과 보이지 않는 수치로 구성되어 있고, 그 안에서 ‘익숙함과 새로운 자극’ 이 두 가지를 균형있게 배치하여 끊임없이 전달해 줘야 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익숙함을 원하지만 정작 그 익숙함이 지속되면 지루해지기 마련이거든요. 항상 그 점을 명심하고 레벨 디자인을 한다면 여러분이 생각하는 재미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01. 이 강좌에 대해서
게임에서의 장르란 게임의 방향을 결정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장르에 대해 여러 사례를 통해 알아보고, 기획이 잘 된 게임 사례를 분석하여 구체적인 노하우를 전달합니다.
02. 강사 소개
최성웅 (게임인재원 전임교수)
03. 강사 이력
-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인재원 전임교수 - 도어노브 인터렉티브 PD - NHN 엔터테인먼트 기획
연계과정
턴방식 게임의 이해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 장르별 대표 사례로 보는 게임 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