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턴제 전략 게임인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3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그전에 히어로즈 시리즈에 대해 살펴보겠는데요. 히어로즈 시리즈는 뉴 월드 컴퓨팅에서 만든 턴제 전략 게임으로서 1995년 출시 후 현재 7까지 출시되었지만 개발사의 구도와 변경으로 인해 더 이상의 속편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흔히 히어로즈 시리즈는 문명 시리즈, FM시리즈와 더불어 세계 3대 악마의 게임이라고 불리는데요. 그만큼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엄청난 몰입감을 준다는 의미에서 붙은 별명입니다. 일반적으로 3와5를 가장 명작으로 꼽는데 오늘은 3를 기준으로 설명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자 먼저 턴제 게임이란 무엇일까요? 턴제 게임이란 정해진 규칙을 통해 나와 상대방의 행동을 번갈아 가면서 진행하는 게임입니다. 대칭되는 개념은 앞서 설명드린 실시간 방식의 액션 RPG인 이스 오리진을 들 수 있습니다. 좀 더 익숙한 구기 종목을 예로 들면 축구는 공의 소유에 따라 공수가 달라질 수 있고 정해진 차례가 없기 때문에 실시간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야구는 쓰리아웃이라는 규율을 통해 공수가 전환되니 넓은 의미에서 턴제 게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3 (히어로즈 3)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히어로즈 3는 총 9개의 세력이 존재하고 각 세력마다 소속된 영웅과 생산 가능한 유닛이 다릅니다. 기본적인 게임의 목표는 자신의 거점을 모두 잃지 않으면서 적의 모든 거점을 점령하게 되면 승리하는 방식인데요. 이를 위해서는 맵 내에서 자원을 획득하고, 영웅을 성장시켜야 합니다. 게임의 목표와 진행 방식은 흡사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전략시뮬레이션 혹은 LOL과 어느 정도 비슷한 점이 있는데요. 다만 실시간이 아닌 턴제이기 때문에 앞의 두 게임처럼 순간적인 판단력이 아닌 시간에 관계없이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차분하게 전황을 파악하는 점이 중요한 게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게임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유닛을 생산하거나 영웅을 고용할 수 있는 거점, 자원을 획득하거나 다양한 이벤트를 볼 수 있는 맵, 그리고 적과 조우했을 때 벌어지는 전투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처음 시작하면 거점이 하나 주어지는데, 거점 내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자원이 필요합니다. 그 자원은 맵을 돌아다니며 획득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턴제 전투를 진행하며 게임의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자 이제부터 히어로즈 시리즈의 특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히어로즈 3는 각 세력별로 차별화된 유닛 구성이 아주 매력적인 게임입니다. 또한 한 턴이 하루라는 개념을 이용한 자원 획득 방식과 맵 내의 다양한 오브젝트들은 게임의 긴장감을 높여주는 요소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직업의 영웅과 마법을 활용한 전투 등 이 게임은 워낙 많은 요소가 뒤섞여 있어 입문자에게는 접근성이 높은 편이지만 익숙해지게 된다면 내가 정말 판타지 세계를 탐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높은 몰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게임의 핵심인 턴 방식으로 진행되는 전투는 나와 적의 전황을 파악하고 한 수 한 수 실행함으로써 시간은 오래 걸릴 수 있지만 누적된 선택에 대한 결과가 승리로 끝났을 때 느끼는 쾌감이 상당히 큰 편입니다. 이 게임의 전투는 기본적으로는 유닛의 질과 양이 제일 중요하지만 마법이라는 요소가 들어감으로써 적은 병력으로도 최대한 적을 괴롭히거나 압도할 수 있으며, 이동 거리와 턴 순서를 계산하여 더욱 치밀한 전략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동 전투라는 기능이 존재하지만 수동 전투와 결과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되도록 지양하는 편입니다. 자 그럼 이 게임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기획 요소는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요소 중 바로 밸런스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밸런스란 각 세력의 강함이 균등하다는 뜻이 아니라 게임 내 플레이의 흐름이 아주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의 밸런스 디자인입니다. 자 그럼 밸런스 디자인이란 무엇일까요? 레벨 디자인이 게임의 공간을 디자인하고 그 안에 적용되는 일부 수치까지 아우르는 분야인데요. 이는 어느 정도 밸런스 디자인과 교집합을 이루고 있습니다. 다만 밸런스 디자인은 레벨 디자인에서 다루지 않는 수치적인 부분 즉, 게임의 전반적인 재화 구조, 플레이 타임, 콘텐츠별 난이도 구성 등 좀 더 넓은 의미를 다루고 있고, 직접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게임의 중요한 골격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간을 예로 들면 밸런스 디자인은 인간의 뼈대를 뜻하고, 레벨 디자인과 콘텐츠 디자인은 그 인간을 이루는 체형, 그리고 그걸 꾸며주는 옷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 간혹 몸이 뻐근할 때 아.. 3번 경추가 삐끗한 거 같네. 라는 분은 거의 안 계시죠? 보통은 아 목이 뻐근하네 라고 말하겠죠. 이와 같이 밸런스 디자인은 게임에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문제가 생기면 크게 터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또 한 가지 예를 들면 축구에서의 수비수와 같습니다. 수비수는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잘 해도 공격수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하는 편인데요. 그러다 한두 번 실수하면 실점에 빌미가 되고 정말 많은 질책을 받게 됩니다.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밸런스 디자인은 잘 돼도 크게 눈에 띄지 않는 편이지만 조금만 어긋나면 금방 부정적인 피드백이 오기 때문에, 밸런스가 정말 훌륭하다는 게임보다는 ‘이 게임은 재미는 있는데 밸런스가 부족하다‘ 라는 얘기가 자주 나올 수 있는 거죠. 그럼 다시 히어로즈 3로 돌아와서 이 게임이 왜 악마의 게임 중 하나라고 불리는지 분석을 해보겠습니다. 세상에는 아주 재미있는 게임이 많습니다. 그 중 히어로즈 시리즈, FM시리즈, 문명 시리즈. 이 세 가지를 왜 특히나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긴다는 악마의 게임이라고 높이 평가할까요? 일단 이 세 가지 게임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눈치 채셨나요? 바로 실시간 게임이 아니라는 거죠.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게임을 멈추고 생각할 수 있고 그 시간이 길어져도
게임의 불이익이 전혀 없습니다. 이걸 게임의 플레이 흐름도로 나열해 봤을 때 LOL, 오버워치 철권 같은 실시간 기반의 게임은 한 경기가 끝났을 때 일정한 성취감을 획득하면서 게임의 몰입감에 변화가 생깁니다. 즉 게임 몰입감의 최대치는 높을 수 있지만 감정이 순간적으로 식는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그 간격 사이에서 몰입에서 벗어나는 환경이 주어진다는 거죠. 하지만 히어로즈 3는 유저에게 실시간 게임에 비해 최대치 자극은 높지 않지만 끊임없이 게임 내 플레이 동기부여를 선사합니다. 턴제 게임이라 언제든 세이브하고 게임을 중단할 수 있을 거 같지만, 세력을 키우다보면 시야 밖에서 적이 등장하고, 그 적을 물리치다보면 자원이 모자르고, 자원을 더 획득하기 위해 탐험을 하다보면 새로운 세력과 조우하게 되고. 그런식으로 아주 얇고 길게 게임 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요소들이 층층히 겹쳐있으며 매우 큰 성취감, 즉 예를 들어 캠페인 모드 엔딩, 맵 클리어를 얻기 전까지는 끊기가 찝찝한 상태를 유지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빠른 컨트롤을 요하지 않고 한 게임의 플레이 타임이 길기 때문에 덜 지친다는 점도 존재하죠. 이처럼 히어로즈 3를 포함한 세계 3대 악마의 게임이라 불리는 게임들은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게임이 재미로서 최고다. 라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중간에 빠져나오기 애매해서 계속 하다보면 어느 순간 시간이 한참 지나있는 그런 몰입감. 그게 바로 히어로즈 3의 특징입니다. 이 게임을 타임머신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그만큼 생각지도 못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는 반증이죠. 앞서 말씀드린 히어로즈 3의 밸런싱 디자인은 이런 방향성을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크게 튀지 않지만 유저에게 지속적으로 자극과 호기심을 전달하여 게임 내에 여러 개의 목표를 제시 한 후 각각의 완료 시기를 교차시켜놔서 끊임없이 게임이 이어지게 합니다.
그 부분에 대한 밸런싱 디자인이 잘 설계된 게임은 유저로 하여금 게임을 멈추는 시기를 놓치고 지속적으로 본인도 모르게 즐기게 만들어주죠. 자 그럼 히어로즈 3에서 어떤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파악해 봅시다. 영웅의 고용과 성장 자원 획득과 소비 탐험과 전투 예측 가능한 AI 랜덤에 기반한 마법/스킬 획득 대략 이정도 요소가 히어로즈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인데요. 이 중에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하는 것은 예측 가능한 AI입니다. 흔히 AI를 기획할 때 인간처럼 똑똑하고 예상할 수 없도록 하면 잘된 기획이라고 오해할 수 있는데, 게임 내 잘 설계된 AI는 상대에게 우월감을 심어줄 수 있는 AI입니다. 우월감을 심어줄 수 있는 AI란 무엇이냐? 바로 유저로 하여금 본인 스스로가 똑똑하다고 느껴질 만큼 미세한 차이로 져주는 AI입니다. 너무 쉽게 져주면 유저는 한두 번은 재미있을지 모르지만 점점 흥미를 잃게 되고, 너무 똑똑해서 벽이 느껴질 정도라면 유저는 좌절감에 게임을 그만두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AI를 설계할 때는 예측 가능한 범위를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약간의 우월감을 느끼며 게임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히어로즈 3는 총 5개의 난이도를 제공하여 AI와 자원의 차이로 유저가 스스로 적당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해놨습니다. 그러므로 유저는 자신의 수준에 맞게 적당한 도전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난이도를 선택할 수가 있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히어로즈 3는 턴제 전략게임으로써 유저에게 지속적인 몰입감을 선사하는 밸런싱 디자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지속적인 몰입감이란 무엇인가? 바로 아주 작은 목표와 달성조건을 게임 내에 자연스럽게 교차하여 그 타이밍이 겹치지 않게 함으로써 게임을 그만두고 나올 타이밍을 쉽게 잡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또한 AI는 예측 가능한 범주로 설계하여, 유저로 하여금 상대적으로 우월감을 느끼고 게임에 더 몰입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앞으로 밸런싱 디자인을 할 때 가장 유의하셔야 되는 것은 밸런싱 디자인은 수치를 기반으로 하는 작업이지만 절대 수학을 잘 한다고 밸런싱 디자인을 잘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아주 기본적인 수치 지식만 있다면 인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세상에는 완벽한 밸런스가 존재하지 않으며 밸런스는 항상 조정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01. 이 강좌에 대해서
게임에서의 장르란 게임의 방향을 결정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장르에 대해 여러 사례를 통해 알아보고, 기획이 잘 된 게임 사례를 분석하여 구체적인 노하우를 전달합니다.
02. 강사 소개
최성웅 (게임인재원 전임교수)
03. 강사 이력
-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인재원 전임교수 - 도어노브 인터렉티브 PD - NHN 엔터테인먼트 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