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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강규원 감독 인터뷰 Hit. 5954 2015-12-28

KBS 강규원 촬영감독님 인터뷰

 

사람들에게 와 닿는 영상을 만드는 곳. 그 최전방에는 ‘촬영감독’이 있다.
영상물을 기획하고, 일차적인 영상 소스를 촬영하고, 완성품을 고민하면서 편집하고, 조금 더 좋은 영상을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을 거듭하는 사람들. 그러나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PD에 비해서는 직업적인 인지도가 조금 낮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촬영감독을 꿈꾸는 사람들 역시 현장 작업 환경과 구체적인 직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가 많지 않아 고민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KBS 강규원 촬영감독은 컬쳐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PD와 촬영감독의 차이점, 생생한 작업 현장 분위기, 그리고 취업준비생을 위한 팁까지 긴 시간 동안 자세하게 설명했다.

 

 

Q1 감독님 안녕하세요.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감독님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KBS 촬영감독 강규원입니다. 공채 24기로 97년 1월 1일 입사했으니, 이 일을 시작한 지 어느새 이십 년이 되어가네요. 주로 다큐멘터리나 드라마를 많이 작업했고요. 지금은 콘텐츠창의센터의 비주얼슈퍼바이저로 재직 중이고, 주로 UHD 제작 전환 사업을 맡고 있어요. 또한, KBS 촬영감독협회장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Q2 감독님이 하시는 일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A.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방송국’ 하면 흔히 ‘PD’를 떠올리고는 합니다. PD와는 어떤 점이 다를까요? 촬영감독과 PD는 어떤 관계인가요?
피디는 제작자예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자본을 들여 상품을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죠. 상품이 잘 제작될 수 있도록 중간중간 정리를 하기도 하고요. 사실 옛날에는, PD가 기획과 연출을 모두 담당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라졌는데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사람은 ‘프로듀서’라고 부르고요. 영상을 연출하는 사람들, 즉 스태프들과 함께 촬영하고 편집하는 사람들은 ‘디렉터’라고 부르죠. 물론 이런 분류는 한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특징이에요.
프로듀서와 디렉터를 통칭해서 ‘PD’라고 한다면. 촬영감독은 이들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사람이에요. 영상미학적으로 더 ‘예쁜’ 화면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모든 장면을 미학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하고자 집착하는 사람들이 바로 촬영감독이죠. 저희는 작품의 의도에 맞는 메시지를 미장센 안에서 표현하고자 하는데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소품을 배치하고, 배경을 만들고, 인물의 동선을 정하고, 조명과 의상 등을 결정하죠. 구체적인 ‘비주얼’을 만드는 사람이 촬영 감독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Q3 촬영감독을 꿈꾸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저는 어릴 때부터 사진이나 영상 같은 이미지를 좋아했어요. 고등학생 때는 영화를 엄청나게 많이 봤는데, 어떤 영화든 도입부 3분 정도를 보면 그 영화의 완성도가 보일 정도였죠. 이십 년 전에, ‘영상을 만드는 곳’은 사실상 방송사밖에 없었어요. 자연스럽게 방송사에 관심을 두게 됐죠.
국내 방송사는 카메라감독과 촬영감독이 나누어져 있어요. 카메라감독은 주로 실내촬영을 담당하는데요. 카메라 위치가 정해져 있어서, 효율적으로 촬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그보다 조금 더 활동적인 역할을 해보고 싶었어요. 적극적인 카메라 무빙과 앵글을 시도해보고 싶었고, 어떤 장비를 쓸지 결정하고, 어떤 컬러를 만들지, 그리고 후 작업에서는 명암 대비를 어떻게 적용할지, 이런 고민을 해보고 싶었죠. 말하자면 영상의 큰 틀을 짜고 싶었던 건데요. 그러다 보니,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촬영의 폭이 조금 더 넓은 촬영감독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Q4 감독님께서는 드라마와 단편영화, 그리고 다큐멘터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제작하셨습니다.
 -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는 제작환경이 어떻게 다른가요?
A. 드라마는 피드백이 바로 오는 작품이에요. 시청률 변동의 폭이 워낙 크다 보니, 소위 ‘잘 나가는 드라마’를 담당하면 회사 내에서 스타가 되기도 합니다. 대신 드라마는 짜여있는 프레임 안에서 일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죠. 일단 작가가 쓴 드라마 대본이 있고, 다음 화의 무사방송을 위해서는 촬영 시간이 정해져 있기도 하니까요.
바쁘게 작업하는 것은 다큐멘터리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그래도 ‘계획되지 않은 것들을 내가 구체화한다’는 희열이 있죠. 선택의 폭도 넓고, 융통성도 있고, 자신의 창의성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작업환경이에요. 그래서 다큐멘터리를 작업할 때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새로운 시도를 계속 도전해야 합니다.
회사에서는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를 주기적으로 순환시키려고 해요. 드라마를 한 작품 담당하면, 다음번에는 다큐멘터리에 들어가는 식으로요. 물론,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장르를 맡게 되면 당장은 좀 힘들겠죠.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모든 장르를 섭렵하다 보면 나만의 노하우가 생기고, 그러면 어떤 장르든 그 노하우를 적용할 수가 있어요. 좋은 일이죠.

 

 -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감독님께서는 그중에서 다큐멘터리를 주로 제작하셨는데요. 다큐멘터리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A. 다큐멘터리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문화 그리고 다양한 자연환경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죠. 물론 놀러 가는 것은 아닙니다. (웃음) 세계를 누빈다고 해도, 일하러 가는 것과 놀러 가는 것은 엄연히 다르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일하는 외국에서 일하는 그 순간을 즐기는 노하우가 생겼어요..

 

 -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 그리고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A. 유명한 필름페스티벌에서 상 받았을 때? 사실 내가 만든 작품이 남에게 인정받을 때가 사실 제일 보람 있어요. (웃음) 반면에 가장 힘들었을 때는, 유언장을 쓰고 촬영하러 갔을 때가 있었거든요. 남미의 콜롬비아라는 나라였는데, 반군의 세력이 센 곳이에요. 마약 판매상도 지천으로 널려있고, 납치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죠. 저는 그때 <세계는 지금> 프로그램을 위한 영상을 만들러 콜롬비아에 갔는데, 때마침 국제 기사가 났더라고요. 현직 검사가 납치됐다고요. 우리가 다큐멘터리 취재하러 콜롬비아에 왔다고 하니깐 콜롬비아 현지 경찰, 대사관, 군인들이 하나같이 우리를 말렸어요. 하지만 우리는 방송을 펑크낼 수 없다는 생각에, 취재를 강행하기로 했죠. 그대신 짐도, 인력도 최소화했어요. 작은 카메라 하나, 현지 운전기사와 통역, PD 그리고 저, 이렇게 네 명이 함께 움직였죠. 취재를 가는 차 안에서 카메라를 이용해서 셀프카메라로 유언을 촬영하고, 수첩에 그때 상황을 기록하고 했는데. 지금은 다 지난 일이니깐 이렇게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정말 그때의 심정이란, 어휴. 아마 그 상황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거예요. (웃음) 차를 타고 가는 두 시간 내내, 운전기사 말고는 셋 다 한마디도 못 했어요. 반군에게 잡히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다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도 해보고 그랬죠.

 

 - 감독님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감독님께서 연출을 담당하신 작품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습니다. 연출에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저는 개인적으로, 촬영과 연출, 두 가지를 모두 다 겪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장에서 최대한 많은 작업에 관여해야, 다른 작업을 제대로 수행할 수가 있거든요. 현장에 나가보지 않으면, 영상을 보는 시선이 아무래도 무척이나 좁아져요. 영상을 잘 아는 PD와 작업한다는 것, 현장 상황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영상을 편집한다는 것, 이건 그렇지 않은 경우와 정말 큰 차이가 있어요.

 

 -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 장면이 조금 연출되거나, 또는 조금의 설정이 있다면 주제의식이 더 잘 전달될 것 같은 상황이 있었다면요. 그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A. ‘연출’은 영상 제작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무한정 기다려도, 그 자체가 연출인 거예요. 설정에 대한 연출은 꼭 필요한 거죠.
물론, 윤리적인 문제는 예외입니다. 천연기념물을 학대하면서 다큐멘터리를 찍을 수는 없는 거에요. 하지만 아쿠아리움에 있는 천연기념물을 제가 관찰할 수도 있고, 또는 야생동물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해 땅굴을 팔 수도 있는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원래 자연에 없는 땅굴을 만드는 자체가 연출인데, 영국 BBC의 다큐멘터리에서 그런 일은 정말 흔하거든요. 결국 ‘연출’의 기준은 조금 모호하다고 할 수 있죠. 사실 ‘픽션/논픽션’, 또는 ‘팩트/논팩트’에 대한 논쟁은 항상 뜨거운데요. 이걸 잘 정리하는 사람이야말로, 좋은 연출가라고 할 수 있겠죠?

 

 

Q5 방송업계 전반적으로 봤을 때 촬영 부분의 경우, 현재는 공채로 뽑는 인원보다 외주업체, 또는 프리랜서가 많은 실정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글쎄요, 저는 과거와 비교하면, 취업의 문턱이 오히려 더 넓어졌다고 봐요. 사실 방송사에서 뽑는 인원은 정해져 있어요. 늘 적죠. 그런데 지금은 홈쇼핑, 케이블, 종편, 프로덕션…… 채용하는 회사의 스펙트럼이 훨씬 넓어졌어요. 물론, 다양한 장르와 채널 영향력을 원한다면 지상파를 선호할 수는 있지만요.
만약 여러분이 딱 하나, 촬영 감독으로서의 직업을 원한다면, 그 길을 위해 사진부터 시작했다면, 제가 조언을 해 드릴 것은 많지 않아요. 그런 분들은 앞으로 본인이 뭐가 될지 알고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이제 문제는 애매하게 시작한 사람들인데, 대다수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는 것이 문제죠. 시야를 넓혀보세요. 방송국에도 다양한 루트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또한 방송사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에서도 영상산업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영상을 공부하는 팀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영상을 기획하고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를 위해서는 물론, 체계적이고 제대로 된 인력 양성이 필요하죠. 물론 이런 능력을 갖췄다면 처우도 잘 해줘야 하고요. 그러려면 일단 영상 산업 구조 자체가 커져야 해요.
사실 지금 KBS를 위해 6수 한 사람도 있거든요. 요즘 들어오는 친구들은 다 30대 이상이더라고. 그러면 그 신입사원들이 30대가 되기까지 뭘 했을까요? 4~5년 이상 경력을 쌓고 많이 공부한 거죠. 대학교를 갓 졸업하고 오는 친구들이랑은 아무래도 다를 수밖에 없어요. 이미 현장 시스템을 알고 오거든요. 기회가 오면 적극적으로 뛰어들어보세요. 데이터매니저, 또는 오디오맨을 하다가 입사한 친구들도 있어요. 그런 친구들은 영상을 공부하면서, 동시에 현장감을 쌓기 위해 다른 아르바이트를 병행한 거죠.

 

 - 촬영 기술이나 편집 프로그램은 어느 수준까지 배우는 것이 입사에 유리할까요?
A. 6mm를 쓰든, DSLR을 쓰든, 사실 장비는 상관없어요. 편집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영상을 만드는 장비보다는, 영상 안에 내가 담는 내용이 중요한 거죠. 내가 담는 내용에 알맞은 장비와 툴을 쓰세요.

 

 - 포트폴리오는 어떤 주제로, 어떤 방식으로 촬영하고 연출하는 것이 효과적일까요?
A. 잡다하게 이것저것 만들 필요 없어요. 그대신 3분짜리, 1분짜리 영상을 만들더라도 내 이름을 걸고 당당하게 극장에 걸 수 있는 ‘작품’을 만드세요. 양보다 질이라는 생각으로요. 20페이지 이력서보다, 영상 30개보다, 그게 더 중요합니다. 처음과 끝이 명확한 영상을 만드세요. 배경음악도 넣고, 자막도 넣고, 그렇게 만든 영상을 DVD로 굽고, 라벨도 만들고, 커버도 만들면서 하나의 완성품을 만드는 거에요. 이런 식으로 완제품 하나를 만들어보면 터득하는 것이 많을 거에요. 요약하자면, 결국 목표는 내 레이블이 깔린 DVD를 하나 만드는 거죠.

 

 - 끝으로, 현재 촬영 분야를 위해 정진하는 청년들에게 응원 한 마디 부탁드려요.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A. 다 잘 될 거에요, 정말 잘 될 겁니다.


질문을 이어가다 보니 어느새 예상했던 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강규원 감독은 개의치 않고 모든 질문에 성의껏 답했다. 본인의 개인적인 경험, 현직자가 아니면 속속들이 알 수 없는 근무 환경, 그리고 현재의 취업난을 바라보는 본인의 견해에 이르기까지, 무척이나 솔직한 답변이었다. 카메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 인터뷰가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한국콘텐츠진흥원 취창업지원실 서포터즈기자단 최한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