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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만화, 좋은 콘텐츠 위탁 : 이유경 / 담당 : 박은정 2018-11-07

재밌는 만화, 좋은 콘텐츠

인기 작가와 편집자가 들려준 만화, 만화가 그리고 삶의 이야기



이번에는 만화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24일 오후, 인재캠퍼스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고 창의인재 동반사업 플랫폼기관 미디어네이티브가 주관해 열린 특강에는 만화가 이현세, 최규석 작가와 재담미디어의 황남용 대표가 참석해 만화와 만화가, 콘텐츠와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홍릉에 위치한 인재캠퍼스 인근은 단풍으로 물든 숲의 정취로 완연한 가을을 분위기였다. 만화 같은 풍경 속에 특강을 듣기 위해 건물로 들어서는 청년들의 표정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특강에 대한 기대감은 연사로 나선 만화가들의 명성 덕분이었다. ‘창의적 웹툰의 시작’을 주제로 먼저 강연에 나선 이는 바로 드라마 <송곳>의 웹툰 원작자이자 <습지생태보고서> 등 작품으로 유명한 만화가 최규석 작가. 다음 연사는 대표작 <공포의 외인구단>, <아마게돈>, <천국의 신화> 뿐만 아니라 ‘까치’ 하면 떠오르는 원로 만화가 이현세 작가로, ‘만화가 만든 작가의 세상이야기’에 대해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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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쟁한 연사의 등장에 앞서 ‘웹툰산업 성장모멘텀으로서의 에이전시 전략’에 대해 강연할 연사가 한 명 더 있었다. 바로 만화 기획자이자 편집자로서 그동안 수많은 작품을 다뤄 온 재담미디어의 황남용 대표. 


“세상의 모든 미를 아냅니다”


웹툰 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넘어 영상, 글로벌 사업 등으로 국내의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해외에 수출하고 있는 재담미디어에 대한 소개로 그는 강연을 시작했다. 현재 내수시장만으로는 만화 산업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며, 확장성이 높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위해 작가들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콘텐츠 사업에서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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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는 원작을 기획하고 이를 웹툰, 영상으로 제작하는 과정을 설명하며, 재담미디어에서 작업 중인 작품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 편은 현대사를 다룬 시대물로 영상, 웹툰화를 동시 기획중인 작품이었고, 또 다른 한 편은 한국형 슈퍼 히어로물을 꿈꾸며 글로벌 기획 및 제작 과정에 있는 작품이었다.



“방탄소년단.

최근의 가장 핫한 문화 아이콘이자

유례없는 한류 콘텐츠를 파생시킨 그들의 저력에서 알 수 있듯이

만화 산업 또한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황남용 대표는 강연 내내 방탄소년단을 자주 언급했다. <슬램덩크>, <드래곤볼> 등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만화를 보유한 이웃나라 일본처럼, 우리도 머지않은 미래에 그러한 만화 콘텐츠들을 보유할 수 있을 거라고 그는 자신했다.


뒤이어 등장한 최규석 작가는 강의 원고를 손에 꼭 쥔 채 무대에 올랐다. 독자들이 일단 작품을 끝까지는 읽어줘야 만화가가 연재할 수 있는 게 아니겠냐며 스토리와 플롯의 중요성을 서두부터 강조했다. 청중에게 이야기를 끝까지 전달해야 할 강연 또한 정해진 시간 내에 준비한 내용을 빼놓지 않으려는 진정성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어젯밤 급히 준비한 내용들이라며 너털웃음을 짓는 그의 솔직함은 우리 주위 이웃들의 삶을 친숙하게 담아낸 그의 작품 세계와도 닮아 있었다.


최규석 작가는 사람들이 만화를 끝까지 읽고 재미를 느끼게 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품의 디테일과 신선함을 꼽았다. 여기서 디테일이란 독자들이 만화를 읽기 전에는 모르고 있던 부분을 뜻하며, 신선함이란 예측을 벗어나는 방향성이라고 그는 명확하게 정의했다. 이를 가능케 하는 만화가의 취재 활동에 대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 그는 강연을 이어 나갔다.



“작품의 핍진성을 위해 만화가에게 취재는 필수입니다.”



개연성과는 조금 다른 의미의 ‘핍진성’(문학 등의 작품에서 텍스트에 대해 신뢰할 만하고 개연성이 있다고 독자에게 납득시키는 정도)을 좋은 작품의 조건으로 들며 그는 자신이 다뤘던 현실 기반의 작품들 중에서도 특히 <송곳>의 예를 소개했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회 문제를 조명함으로써 최규석 작가의 대표작이 된 웹툰인 만큼, 그는 작품을 준비하며 자칫 관성적(습관적)으로 흐를 수 있는 부분을 취재를 통한 디테일로 채우는 데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취재 활동을 하면서도 분명히 빈익빈 부익부는 존재하죠.

윤태호 작가처럼 소위 ‘대작가’가 취재하면 사람들의 반응도 좋고,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 사실 만화가에게 인터뷰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예요.“



인터뷰 대상으로부터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한 비결을 설명하던 최규석 작가의 농담에 강연장은 웃음으로 뒤덮이기도 했다. 


그는 취재를 통해 작가가 얻고자 하는 정보와 인터뷰이가 말하고자 하는 정보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고도 말했다. 이에 만화가는 때로는 알고도 모르는 척, 때로는 자료 수집을 통해 사전 조사를 해 놓은 뒤 인터뷰에 임해야 작품에 쓰일 디테일을 수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준비해 온 원고에 살을 붙여 빠짐없이 말하느라 그의 강연은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기고야 말았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냐’며 너털웃음을 짓던 최규석 작가, 과연 이 시대의 ‘이야기꾼’다운 솔직한 그의 모습에 끝까지 집중하지 않을 청중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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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차례로 드디어 이현세 작가가 마이크를 잡았다. 현재 세종대학교에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는 교수답게 그는 시작부터 높은 연단에서 내려와 청중 가까이에서 20여 분 내내 강연을 진행했다.



“만화는 곧 연금술입니다.”



40여 년 한 길을 걸어온 원로 만화가의 만화에 대한 정의였다. 오래 전 연금술이 비록 엉터리였을지언정 그로 인해 화학이 발전할 수 있었듯, ‘별 거 아닌 이야기’를 시각적 이미지로 바꿔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만화야말로 연금술이 아니겠냐는 그의 말에 청중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현세 교수는 지치지 않고 지금껏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던 비결로 끊임없는 호기심을 들었다. 자신에게 만화란 ‘밥’과 같았다며, 푸짐하게 먹고 나서 몇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배가 고프듯 만화와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기에 계속해서 작품 활동에 몰입할 수 있었다는 말이었다.


<까치>, <아마게돈>, <천국의 신화> 등의 성공적인 콘텐츠를 만든 창작자로서의 비결을 얘기하던 원로 만화가의 이야기는 마침내 인생 전반에 대한 교훈으로 이어졌다.



 “인생은 철저히 자기 자신을 믿고 가야 합니다.

운명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며,

그에 따른 책임도 내가 지는 것이지요.”



그는 청중에게 ‘그리스 로마 신화’의 내용이 무엇이겠냐며 위와 같이 말했다. 신과 달리 인간은 저마다의 운명이 정해져 있지만, 살아가는 과정에서의 선택과 책임은 오로지 스스로의 몫이라는 게 신화의 핵심이자 인생의 교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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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이현세. 자신의 65년 인생을 돌아봤을 때 성공에는 운과 재능이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는 분명한 어조로 덧붙였다. 교수를 하며 학생과 몇 마디를 나누다 보면 그의 태도를 통해 과연 만화가로서 재능을 꽃피울 수 있을지 어느 정도 보인다고. 운과 재능도 분명히 그것을 담을 만한 그릇이 필요하고, 또 담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그는 청중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하면서 열정적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마지막 순서는 사회자와 세 명의 연사 모두가 무대에 앉아 자유롭게 대담을 나누는 ‘오픈 토크’ 시간이었다. 각자의 강의 내용을 토대로 미디어네이티브 멘토인 한창완 세종대 교수가 질문을 보태고 해당 연사가 이에 답하거나 다른 이가 말을 이어받는 식의 토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문답 내용 중의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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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규석 작가는 작품에서 주로 사회 문제를 다루는데, 상업성을 고려하면 이러한 선택이 고민되지는 않았나.

A. 제가 데뷔했을 당시에는 어차피 만화 시장 전체가 어려웠어요. 뭘 하든 돈을 보고 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실 고민할 필요가 없었어요.(일동 웃음)


Q. 황남용 대표는 그동안 많은 만화가들을 만났을 텐데, 그들 중에서 딱 봐도 성공할 것 같다 싶은 이들의 특징으로는 무엇이 있었나.

A. 일단 마감을 잘 지키고 성실한 분들이 아무래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며 성공작도 낼 수 있던 것 같고요, 그밖에 만화가에게 필요한 재능이라면 ‘센스’가 아닐까 싶네요. 실제로 그림 실력이나 스토리가 부족하면 기획 단계에서 보완하기도 하는데, 이렇게라도 독자들에게 작품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건 그 작가에게 그만큼 만화적인 재능, 즉 센스가 있다는 거거든요.


Q. 그렇다면 이현세 작가님이 보시기에 ‘이 사람이 잘 될 것 같다’ 싶은 건 어떤 경우일까요.

A.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학생들이나 후배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 정도 느낌이 오거든요. 특히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건 ‘자기 확신’이 아닌가 싶습니다. 좋은 만화, 좋은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명확한 만화가들은 금방 알 수 있어요. 물론 그런 이들 중에서도 여전히 대표작을 못 낸 사람도 있지만 역시 강연 중에 말씀드렸던 대로 선택과 책임은 작가 스스로가 지는 것이겠지요.



오픈특강을 마무리하며 사회자 한창완 교수는 창의인재 동반사업의 멘티들에게 연말까지 주어진 과제를 잘 마무리 하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이현세, 최규석 작가와 황남용 대표가 전한 이야기들을 통해 자기 확신을 키우는 일이야말로 콘텐츠 제작자로 성공할 수 있는 비결임을 이날 특강의 모든 참석자들은 마음에 새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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