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여러분들과 함께 ‘만화 웹툰 콘티 작법’에 대해 알아볼 서재일입니다.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신속하게 정보를 얻고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는데요. 그러면서 죽어가던 만화시장을 살리고 새로운 형태의 만화로서 가능성을 제시한 웹툰 또한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마우스로 모니터의 스크롤 바를 내리거나 손가락 터치로 화면을 이동하는 방식으로 만화를 보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익숙하게 되었죠. 그래서 이제는 웹툰을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웹툰 특유의 특징을 살릴 수 있는 콘티가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출판만화의 콘티와 웹툰의 콘티를 완전히 다른 것으로 구분해서 생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웹툰과 출판만화를 보는 방식은 분명히 다르지만 칸을 기본으로 연출하는 그 원리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만화연출의 개념에 대해서 알아보고, 콘티의 종류에 따른 그 차이점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만화연출은 시나리오 단계의 연출과 콘티 단계의 연출로 구분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데요. 먼저 시나리오 단계의 연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만화에서 시나리오는 구상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소설 형식으로 써나가는 방식과 영화 시나리오 형식으로 정리해나가는 방식 두 가지가 있습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특별한 형식 없이 순서대로 서술해나가는 소설 형식을 좀 더 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만화연출에 좀 더 적합한 방식은 영화 시나리오 형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시나리오는 장면의 구분, 카메라의 워크, 등장인물의 대사, 음향효과 등 영상화를 목적으로 한 연출에 관한 내용이 구체적인 형식에 맞춰 정리된 글을 말하는데요. 이런 형식으로 쓴 만화의 시나리오는, 그 글의 목적이 영상이 아닌 분할된 그림으로 이루어진 만화의 콘티 또는 완성된 원고라 생각하면 됩니다.
예전의 만화 작업공정에서는 이 시나리오 단계 없이 작가의 머리 속에 존재하는 대략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바로 콘티작업이 이루어졌었죠. 하지만 웹툰이 원천 콘텐츠로서 각광받고 있는 요즘은 작품의 완성도를 생각하고 영화나 드라마 등 좀 더 짜임새 있는 구성을 요구하는 2차 저작물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시나리오 단계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콘티 단계의 연출이란 쉽게 말해 말해서 시나리오, 즉 글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그림을 비롯한 만화의 화면구성요소들을 활용하여 연출하는 것이죠. 그럼 여기서 화면구성요소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이는 칸의 크기나 모양, 카메라의 앵글, 구도, 인물과 배경 또 말풍선, 효과음까지 우리가 만화를 볼 때 눈에 들어오는 시각적인 모든 정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요.
칸의 크기를 크게 할 것인지 작게 할 것인지, 대상을 가까이 보여줄 것인지 멀리 보여줄 것인지, 인물과 배경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또 상황에 적합한 빛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효과음을 크게 할 것인지 작게 할 것인지 등 여러 가지 화면구성요소에 변화를 주면서 작가가 원하는 연출을 하는 것이 콘티 단계입니다.
결국 만화연출이란 작가가 독자에게 자신의 만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내용이라고 해도 어떤 작가가 어떻게 연출했는지에 따라 의도한 바가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것인지, 의도했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지가 달라지는 것이죠. 또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완성된 콘티가 최종적으로 만화로 완성되는 재미를 가늠해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의도대로 전달이 되지 않고 있다면, 얼마든지 연출을 수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콘티 단계가 연출의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고도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죠.
콘티는 형태에 따라 크게 글 콘티, 출판만화 형식 콘티, 웹툰 형식 콘티 이렇게 세 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는데요. 첫 번째로 글 콘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만화 작업은 작가 혼자서 스토리와 그림작업 모두 진행하기도 하지만 스토리 작가와 그림 작가가 팀을 이루어 진행하기도 하는데요. 글 콘티란 이렇게 스토리 작가와 그림 작가가 협업 시, 스토리 작가가 칸을 나누고 그 안에 그림으로 연출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 메모를 해놓은 형태로 그림 작가에게 전달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림 작가는 글 콘티를 바탕으로 스토리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나름의 해석을 통해 그림작업을 진행하는 것이죠. 이러한 작업 방식에서는 스토리 작가와 그림 작가의 의사소통과 의견조율이 아주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출판만화 형식의 콘티는 전통적인 페이지 만화 형태의 콘티를 말하는 것입니다. 웹툰이 등장하기 전 출판을 목적으로 한 모든 만화가 이 콘티형태를 거쳐서 완성되었죠. 규격화된 원고지의 출판을 고려한 사각 틀에 맞춰 칸의 모양과 크기를 조절해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어떤 작가는 마치 퍼즐조각을 맞추는 기분이 든다고도 하는데요. 물론 페이지의 정해진 사각 틀에 잘 맞추기만 한다고 좋은 콘티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좋은 콘티를 위해 고려해야 할 점은 페이지의 마지막 부분에서 책장을 넘겨 다음 페이지가 보고 싶도록 궁금증과 흥미를 유발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 페이지 또는 두 페이지 단위의 연출이 아주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연출방식 때문에 만화의 리듬감이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독자의 긴장감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출판만화 형식의 콘티를 바탕으로 원고를 완성한다면 웹툰 연재 시 완성된 원고를 스크롤 방식으로 재편집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재편집 시 스크롤 방식 레이아웃에 완성된 한 페이지를 그대로 옮긴다면 조금 수월할 수 있지만, 세로 스크롤의 매력을 살릴 수 없기 때문에 한 칸, 한 칸 따로 잘라서 붙여 넣기를 한 후, 세로 스크롤의 타이밍에 맞춰서 크기와 간격을 조절해줘야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마지막 웹툰 형식의 콘티는 웹툰 고유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스크롤방식 연출에 적합하도록 콘티 단계부터 세로방향으로 칸을 나열하며 연출하는 방식을 말하는데요. 원고의 가로규격 외에는 정해진 원고의 틀이 없기 때문에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칸의 크기를 정하고 배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칸을 세로로 아주 긴 칸으로 연출할 수도 있고, 일정한 시간을 아주 여러 칸으로 쪼개서 연출할 수도 있는 것이죠.
또한 웹툰 형식의 콘티는 출판만화 형식의 콘티에 비해 완성된 원고를 스크롤 방식으로 편집할 때 훨씬 수월합니다. 결론적으로 스크롤을 내리며 보는 웹툰의 노출방식에 가장 적합한 연출이 가능한 콘티방식이기 때문에 현재 웹툰 작가들이 가장 선호한답니다. 하지만 출판만화 형식의 콘티에서 페이지 단위의 연출로 인해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던 리듬이 사라져 독자의 몰입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만약 웹툰이 책으로 출판을 하게 된다면 책의 규격에 맞춰 다시 편집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하세요. 지금까지 각 형태의 콘티마다 존재하는 장단점을 살펴봤는데요. 작가마다 작업방식이 아주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것 형태를 사용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작업을 통해서 자신만의 콘티작업 방식을 정립하고 연출법을 연구하는 것이죠. 아직 콘티작업의 경험이 없다면 앞에 제시된 콘티의 형태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작업방향에 맞춰 진행해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01. 이 강좌에 대해서
웹툰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웹툰 특유의 특징을 살릴 수 있는 콘티는 아주 중요하지만 출판만화의 콘티와 웹툰의 콘티를 완전히 다른 것으로 구분해서 생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웹툰과 출판만화를 보는 방식은 분명히 다르지만 칸을 기본으로 연출하는 그 원리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만화연출의 개념에 대해서 알아보고, 콘티의 종류에 따른 그 차이점을 살펴보겠습니다.
02. 강사 소개
서재일 - 웹툰 작가
03. 강사 이력
- 네이버 웹툰 “새벽9시”,“2024”연재, “천국행 택시”제5회 대한민국 창작만화공모전 중장편부문 우수상 수상 - 스투닷컴“라라팔루저” 연재, 가톨릭 대학교 SOS Class 페인터 수업 출강, 성신여대 평생교육원 출강, 청강문화산업대 강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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