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임성희입니다. MCN에 대한 관심이 커졌던 2015년 이후 지난 2년 동안 국내 미디어 시장 환경은 많이 변화했습니다. MCN 사업자뿐 아니라 방송영상 사업자들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여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죠. 이번 시간에는 2015년 이후 국내 방송영상 시장 환경의 변화를 이해하고, 콘텐츠 사업자들이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또 앞으로 가속화될 변화 속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몇 년 간 있었던 미디어 시장 환경에서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웹모바일 동영상 플랫폼이 크게 늘어 났다는 점입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유튜브와 아프리카TV가 독주하는 상황에 네이버TV, 옥수수 같은 포털과 통신사업자가 도전하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훨씬 더 많은 동영상 플랫폼이 생겨났습니다.
일단 페이스북이 동영상 플랫폼으로 진화했습니다. 2015년만 해도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동영상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타임라인에서 소리 없이 재생되는 동영상과 라이브스트리밍을 쉽게 만날 수 있죠. 페이스북은 2015년부터 타임라인에 동영상을 우선 노출하고, 2016년에는 라이브 동영상 전송 기능을, 또 일부 국가에서는 동영상 탭을 추가하는 등 동영상 기능을 계속 강화했습니다. 그리고 2017년에는 이용자 제작 영상(UGC)이 아닌 영화나 TV쇼, 스포츠 중계를 보는 “Watch”라는 서비스를 런칭하면서 동영상 플랫폼으로서 지향을 확실히 드러냈습니다.
아프리카TV가 독주하고 있었던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경쟁도 치열해 졌습니다. 카카오TV가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경쟁자로 뛰어들었고 아마존이 인수해 유명해진 트위치(Twitch), 유튜브와 페이스북이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을 추가하면서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또 특정 시청자 층을 겨냥하는 버티컬 플랫폼들도 등장했습니다. 대표적인 플랫폼이 바로 네이버가 운영하는 V Live 이죠. 네이버TV가 일반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TV방송 클립에 주력한다면 V Live는 K Pop에 열광하는 전세계 팬덤에 집중합니다. 그래서 V Live에는 아무나 콘텐츠를 올릴 수 없고 연예기획사 등 권한을 갖고 있는 사업자들이 K pop 가수들의 일상 영상이나 라이브 영상을 제작해서 올립니다. 2015년 8월 런칭 후, 지금은 전세계 20여개 국가에서 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방문하는 플랫폼이 되었죠.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도 이와 비슷한 Vyrl 이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처럼 플랫폼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 플랫폼을 채우는 데 필요한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나게 되는데요, 수요가 있으니 공급하겠다고 나선 사업자들이 생겨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양띵, 도티 등 유튜브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 그룹과 김이브 등 아프리카TV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BJ 등 1세대 크리에이터가 개인이었다면 지금은 사업자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사업자들이 방송사와 연예기획사입니다. 방송사들은 방송 영상 제작에 일가견이 있는 사업자다 보니 MCN사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여러 시도를 해왔죠. 하지만 기존 TV 방송 시장과 많이 다르다보니 실패도 많이 했는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사업자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웹모바일 전문 제작사들입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한국은 TV 방송 외주 제작 시장이 가장 큽니다. 그런데 웹모바일 영상 플랫폼이 커지면서 미래 가능성을 보고 여기에 전문화한 사업자들이 등장하게 되는데요, 대표적인 사업자가 “전지적 짝사랑 시점(전짝시)”, “사당보다 먼 의정부보다 가까운(사먼의가)”로 유명한 와이낫 스튜디오입니다. 이 제작사의 창업자들은 유명한 방송 외주 제작사 <앤미디어> 출신입니다. 원래는 사업부서로 출발했다가 분사한 거죠. 또 다른 재미있는 회사가 “연애 플레이리스트(연플리)”로 유명한 플레이리스트 입니다. 이 회사는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 웹툰과 스노우가 함께 투자해 만든 네이버의 손자회사입니다. “72초 드라마”, “오구실” 등 다수의 히트작을 보유한<72초TV> 등 이런 회사들이 등장하면서 방송 외주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한국 방송영상 제작 시장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세 번째 새로운 사업자들은 화장품 같은 상품 소개 영상을 기막히게 잘 만드는 사업자들입니다. 이런 사업자들을 영상 제작자로 부를 수 있냐는 의문이 드실 수도 있으실 텐데, 시청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잘 가공한 영상을 만들어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을 통해 유통한다는 점에서 영상 제작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광고가 아닌 상품 판매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있다는 점이 다르지요. <블랭크TV>, <우먼스톡> 같은 사업자들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웹모바일 비디오 플랫폼에서는 동영상 콘텐츠로 수익을 확보하는 방식이 단순합니다. 유튜브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광고 수익을 나눠 받거나, 아프리카TV에서 생방송을 하면서 시청자가 기부한 별풍선 수익을 나눠 받는 정도였죠. 여기에 히트한 콘텐츠 포맷이나 등장 인물을 활용해 콘텐츠의 형식과 재미를 갖추어 광고주가 원하는 상품 홍보 등의 내용을 담은 네이티브 광고가 추가된 정도였습니다. 2015년만 하더라도 웹모바일 광고 시장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만큼 웹모바일 동영상 광고 시장의 성장은 가파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웹모바일 동영상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업자이건, 거기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자이건 수익 모델을 찾는 것이 매우 큰 숙제가 되었습니다.
이렇듯 새로운 수익모델을 절실히 찾다 보니 콘텐츠 사업자들이 직접 상거래까지 하게 됩니다.
<블랭크TV>의 창업자는 메이크어스 출신입니다. 메이크어스는 페이스북에서 딩고 트래블과 딩고 푸드, 딩고 무비, 딩고 라이프, 딩고 뮤직 등의 여러 버티컬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블랭크TV> 창업자는 페이스북에서 자신이 만든 영상을 보고 상품을 구매하는 10대와 20대들을 보고 아예 상품 판매까지 직접 한다면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창업을 했고,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우먼스톡>도 마찬가지입니다. 뷰티 MCN을 생각했었던 창업자는 뷰티 크리에이터를 관리해주는 MCN 사업자보다는 소수 전속 크리에이터와 함께 화장품 상거래를 하는 것이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현재와 같은 V커머스 사업을 벌인 것이죠. 사실 V커머스 콘텐츠와 네이티브 광고 사이의 경계는 애매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V커머스 콘텐츠를 만든다고 콘텐츠 사업자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죠.
콘텐츠 사업자들이 발견한 또 다른 수익 모델은 연관상품 라이선싱입니다. 과거에는 뽀로로가 초등학생의 대통령이었다면 지금은 도띠와 잠뜰이 그 자리를 차지한 거 같습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어린이들은 캐리 언니가 인기 스타입니다. 그래서 어린이들에게 도띠와 잠뜰, 캐리 언니 캐릭터가 들어간 상품은 꼭 갖고 싶은 아이템이 됩니다. 과거 뽀로로가 그랬던 것처럼 완구와 문구, 과자와 음료에 캐리 언니나 도띠, 잠뜰 캐릭터가 들어가면 조금 비싸더라도 사고 싶은 상품이 되죠. 그래서 어린이 고객을 확보하고자 하는 많은 사업자들은 도띠, 잠뜰, 캐리 언니의 지적 재산권(IP)을 가진 샌드박스와 캐리소프트에게 이용료(로열티)를 지불하고 사용권을 얻습니다.
지금까지 두 가지 새로운 수익 모델이 콘텐츠 제작자들의 것이었다면 동영상 플랫폼 사업자들도 기존 광고 모델에 더해 유료화 모델 실험에 나서고 있습니다. 유튜브는 “유튜브 레드”라는 월정액 유료 상품을 만들었습니다. 이 상품에 가입하면 모든 영상을 광고 없이 시청할 수 있고, 다운로드해서 이용할 수 있으며, 음악 무제한 스트리밍(유튜브 뮤직)까지 이용할 수 있죠. 페이스북도 새로 런칭한 “와치” 서비스에는 유료화 모델을 도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 V LIVE는 광고에 더해 유료 팬클럽 서비스를 통해 유료화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K pop 아티스트 별로 유료 팬클럽을 만들고 거기에 독점 동영상과 사진, 아티스트 메시지 등을 제공해서 유료 가입자만 볼 수 있게 하는 거죠. 여기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결제 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모두 기획사들에게 제공하는 등 기획사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은 모두 광고만으로는 충분한 수익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죠.
이번 시간의 내용을 정리해보면 지난 몇 년 동안 웹모바일 동영상 플랫폼이 크게 증가했고, 이 플랫폼을 채워줄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새로운 콘텐츠 사업자들이 미디어 시장에 많이 진입했는데, 기대에 비해 현실적으로 수익성이 높지 않아서 플랫폼, 콘텐츠 사업자 모두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들을 벌이고 있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01. 이 강좌에 대해서
YouTube, Facebook, KakaoTV, Twitch 등 웹모바일 비디오 플랫폼 증가에 따른 콘텐츠 수요 증가로 새롭게 등장한 신규 콘텐츠 제작사들을 살펴보고, 이러한 콘텐츠 제작사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어떠한 전략들을 수립하고 있는지 알아봅니다.
02. 강사 소개
임성희 (SM엔터테인먼트 본부장)
03. 강사 이력
- SM엔터테인먼트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즈 동영상 사업 본부 본부장 - SK Planet 신규사업개발실 - SK Telecom New Media 사업 전략실 - SK 경영경제연구소 정보통신연구실 컨버젼스연구팀 수석연구원 - ㈜인포허브 사업본부장/상무 - ㈜동아닷컴 기획팀장
-한국 미디어 산업의 변화와 과제(공저, 2010, 커뮤니케이션 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