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닫기
자막보기
(자막)
석정현 만화가(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한국예술종합학교영상원 애니메이션과 학사. (2012)‘노르웨이의 숲’으로 데뷔. (2006)년 대한민국 만화대상 우수상
입필 미래그림연구소 게임 컨셉아트 과정 강사. 홍익대학교 계절특강 페인터 인물화과정.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과 미술해부학 강사
안녕하세요. 저는 석정현이고요. 지금 제가 실제로 쓰고 있는 명함입니다. 예전 명함에는 만화가 겸 일러스트레이터라고 썼거든요, 제가 뭐하는 사람인지 아시나요? 모르는분? 저는 그림꾼입니다. 그림꾼이라는 말은 사실 사전에 없어요. 그림쟁이라는 말은 있죠. 그림꾼이라 소개하는 이유는.. 꾼이라는 접미사는 그림이라는 명사에 붙어서 사용될 수 없어요. 꾼이라는 접미사는 동적인 어떤 행동에 붙는 접미사라고 할 수 있는데 노래꾼 춤꾼, 또 뭐가 있죠. 그렇죠. 소리꾼, 사기꾼, 낚시꾼. 직접적으로 몸을 움직여서 뭔가 표현하거나 얻어내는 그런 직업이나 활동을 하는 사람인데 그림은 사실 행위가 아니거든요. 그냥 정적인거죠. 그려서 보여주면 끝나는 거에요. 사실 이 두 단어가 안 맞는 말인데 왜 이런 직명을 쓰게 됐느냐하면 사실 제가 이런 저런 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단순히 만화가 겸 일러스트레이터라고만 하기엔 이상한 활동을 많이 했는데 보시는 것처럼 한 컴퓨터 그래픽 잡지사에서 3년 정도 일을 했고요. 잡지사에서 프리랜서 기자역할도 했어요. 작가들을 찾아가서 인터뷰도 하고 기사작성도 하고 사진 찍고 송고도 했고 지금 학교에서 강사도 하고 있습니다. 미술 해부학 강의를 하고 있어요, 지금은 관뒀습니다만 방사라는 그림카페 운영자도 잠깐 했었고요. 전시기획도 합니다. 전시기획이라고 하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드실 것 같은데 만화나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들이 단체전 한다고 하면 방사 같은 경우에도 전시 기획의 일환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만 그런 전시 기획이나 공연도 합니다. 이건 직업은 아니고요. 1년에 한 두 번 씩 취미에요. 친구들과 같이 홍대서 공연도 하고 그저께도 부천시청에서 하고 왔는데 쇼를 해요. 음악에 맞춰서 그림 그리는 쇼를 합니다. 그런 쇼 많이 보셨죠. 샌드 애니메이션이라든지 드로잉 쇼 이런 거요. 저 같은 경우 음악에 맞춰 페인터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그리는 과정을 보여주는 거죠. 음악에 맞춰 춤 추는 게 아니라, 선이 리듬이나 음률에 맞춰 그려지는 쇼를 하는데 나중에 보니 그림이 되더라, 이런 쇼입니다. 궁금하죠? 안 궁금하신가요?
그런 것도 하고 보통 직업이라 하면 어떤 행위를 해서 돈을 버는 일을 말하는데 여기저기서 하다 보니 그냥 만화가가 겸 일러스트레이터 이렇게 며함을 주면 애매한 거 에요. 주고 나서도 사실 이것만 하는 건 아니고 이런 얘기도 해야 되고요. 초기에는 남들이 그랬습니다. 하나만 확실히 하라고. 좋게 말하면 여기저기 기웃기웃 관심이 많아서 이러저런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 쉽게 말하면 잡놈이죠. 제가 왜 그렇게 됐냐, 그 얘길 하려는데, 지금 보시는 이 그림은 제가 한 4,5 년 전에 냈던 단편집의 표지입니다. 익스프레션, 석정현 소품집이라 돼있죠, 익스프레션이란 부제가 달려있는데 왜 첫 단편집 제목을 익스프레션이라 적었느냐, 저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저는 그림을 좋아해서 그렸거나 커서 화가가 되어야겠다, 생각해서 시작한 게 아녔어요, 전 a형이거든요 트리플a형이에요. 처녀자리. 제 성격이 어떨지 상상이 되십니까? 제가 지금이니까 그래도 여러분들 앞에서 마이크 잡고 얘기라도 하죠. 예전 초등학교 때 단소나 리코더 시험을 보잖아요. 그러면 애들 앞에서 불어야 되는데 소리가 안 나도 베베베~이런 소리를 냈어요. 떨어서요. 너무 가슴이 떨리니까. 그게 최근까지 그랬어요. 딱 지금 시즌인데 매해 새 학기가 되어서 반이 바뀔 때 있잖아요. 그게 스트레스였어요. 학년이 올라가서 반이 바뀌면 1년 동안 사귀었던 애들이랑 다 헤어지잖아요. 다른 반에 가서 그때부터 또 나를 알려야 되고, 그게 제일 스트레스 였어요. 어렸을 때도 가족들이 설날이나 추석에 다른 친척 애들은 공부를 잘하거나 운동 잘하거나 그런 게 있는데 저는 없어요. 나 자신을 어필할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아직도 기억나는 게,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구멍가게를 하셨는데 내의 같은걸 팔았어요. 내의 박스에 보면 두꺼운 마분지가 있잖아요. 거기 뭐 그렸는데 보통 애들이 그리면 칭찬해주지 않습니까. 우와 나중에 커서 피카소 되겠네, 그렇게 잘 그린 게 아니었는데 칭찬 받으니 그게 너무 짜릿했던 거에요. 내가 칭찬받을 일이 뭘까 얼굴이 잘 생긴 것도 아니고 공부나 공을 잘 차는 것도 달리기가 빠른 것도 아니고 굉장히 긍정적인 기억인 거죠. 그게 계속 남아있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나는 그림 그려야 겠다, 생각했는데 새하기가 되면 매번 제가 그림 그리는 놈이란 사실을 어떻게 친구들에게 알릴까요? 칠판에 쓸 수도 없고 그림을 잘 그린다고 얘기하기도 그렇잖아요. 연습장 있잖아요. 만화그림 연습장 그걸 펴놔요. 그리고 쉬는 시간에 잠깐 나가 있습니다. 낚시 같은 거죠. 펴놓고 낚이길 기다려요. 그럼 실제로 두 세명 정도 낚여요. 돌아다니고 말 많이 하는 그런 애들이 우와 해요. 그럼 끝난 거 에요. 그럼 친구들이 조금씩 아는척을 하죠. 너 그림 그리지? 만화 잘 그리더라 이러다 친구 되는 거죠.
근데 그 행동이 지금도 계속 돼서 대학교를 졸업했지만 반이 대한민국이라는 큰 사회로 확대 된거지. 내가 그림 그리는 사람이단 걸 알리기 위해 그려서 발표하고 그러죠. 간단하게 그린 것처럼 멋있게 내놓지만 사실 그거 그리기 전에 엄청 고민한 거죠. 모든 작가가 다 그럴 거 에요. 모든 만화나 애니메이션이나 대중 미술을 하는 이미지, 콘텐츠 쪽 종사하는 분들은 다 비슷 할거 에요. 연습장에 이렇게 그려서 보여 지도록 만들었던 그림들이고요. 그때 듀스를 되게 좋아했어요. 뭔가 주목 받고 싶어서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근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가 왜 그렇게 내 존재를 어필하고 싶었는지. 왜 그랬을까? 그런 생각 가끔 하지 않나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람 만나고 정서적인 교류를 한다는 게 어떨 땐 스트레스고. 저는 내낸 스트레스였으니까. 왜 잘 보이려 노력해야 되지? 저는 그림 잘 그리려 노력한 적이 한 번도 없고요. 잘 보여야 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잘 보여야 돼서 잘 그려야 되는 게 따라오죠. 왜냐면 잘 그려야 관심을 받으니까. 연예인 사진을 보고 그려도 그림을 보면 누군지 알아야 돼요. 나는 그린다고 그렸는데 최진실을 최재성이네 이런 얘기 하면 안 되니까. 나름대로 연구나 고민을 하고 그리죠. 이게 어디서부터 시작됐나 생각해보니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문득 이게 보이더라구요.
뭔지 다 아시죠. 알타미라 동굴벽화인데요. 인류가 발견한 가장 오래된 벽화죠. 이게 미술사적으로 세계사 적 미학적 인문학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되는 벽화입니다,, 왜일까요? 딘순히 오래 돼서요? 음...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느냐, 제 생각에는 이게 제일 오래된 건 아닐 거에요. 인류가 발견한 것 중에 그나마 제일 오래된 거고 더 오래 된 게 있을 수 있죠, 단순히 오래됐다 그것 때문에 중요한 그림이 된 게 아니라 인간이 언제부터 인간이었느냐... 원래 바다에서 시작한 척추동물이 육상으로 와서 털을 가지고 기어 다니다 두발로 일어나서 걸어 다니기 시작한 시점이 있을 거고요. 물론 두개골이나 유물들 이런 걸로 미뤄 짐작을 합니다만 네발 동물과 분화되는 시점이 언제였을까 단순히 먹고 자는 본능적인 동물에서 사고를 가지고, 필요에 의해 어떤 행동을 하게 된 시점이 언제였을까를 짐작하게 해주는... 막연히 인류는 5만년 전부터 인간이었어, 이럴순 없잖아요. 근거가 있어야죠. 난 언제부터 말을 하게 됐을까 내가 언제 구구단을 외웠을까. 난 언제부터 그림을 그리게 됐을까 기원을 찾는 겁니다. 그냥 막연하게 생각하는는 거 에요. 내 존재가 어떻게 시작됐는데 생각하다 엄마나 나를 아는 어르신이나 그때 나에 대한 옛날 얘기를 해주시는 거 에요. 너는 어렸을 때 3살 때 이런 행동 했어 그러면 내 자신에 대해서 내가 그때부터 그랬구나 생각하죠. 내 과거가 왜 중요 할까요.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단순 호기심?
제가 좀 서론이 길어요. 빨리 진행을 하겠습니다. 저는 그래요 항상 그림을 학교나 학원에서 강의하는데 보통 강의를 들으러 온 학생들을 그림을 잘 그리고 싶으니 오죠. 어떻게 하면 잘 그릴까요? 질문하죠. 엄청 단순해요. 그림은 언어랑 똑같아서 우리가 영어 잘하려면 어떻게 하죠? 많이 듣고 많이 말합니다. 그림도 똑같아요. 많이 보고 많이 그리면 됩니다. 근데 그거 누가 모릅니까? 제가 재작년에 다이어트를 했어요, 건강상 이유도 있고, 여러 이유 때문에 2개월 동안 20키로 뺐어요. 식스팩까지 생기고 그런 건 아니지만 그 정도까지 뺐죠. 다 물어봐요? 어떻게 뺏어요? 사진 붙어있으니까 러닝머신 하고 있으면 계속 봐요. 물어보는 게 똑같아요. 근데 어떻게 뺐는지 다 알잖아요. 적게 먹고 많이 운동하면 돼요. 어떻게 가 아니라 왜를 알아야 됩니다. 그림을 왜 잘 그려야 되는지를 알아야 돼요. 저는 일러스트레이터 활동을 오래했는데 1996년 데뷔해서 지금 17년 차 그 정도 됐습니다. 만화가를 하고 싶어서 어떤 잡지에 기고를 하다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시작했는데 단순히 돈을 벌고 싶어서 시작했죠. 그러다가 일러스트레이션 일러스트레이터에 대해 그림 꾼에 대해 그 행위를 하는 본질을 알아야겠다. 그 본질을 알아야 내가 할 수 있는 글임의 영역도 확장 될 수 있고 영역이 확장된다는 건 그만큼 내가 더 여러 방면에서 활동해서 더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 이거죠. 일러스트레이션이 뭘까 해서 찾아봤습니다. 라틴어에서 왔다, 고대 그리스의 이야기 그림이라는 뜻도 있고요. 근데 제일 설득력 있는 건 이겁니다. 일루미네이션, 밝게 하기 조명, 후광 이런 뜻이 있는데 이 의미들의 공통점이 뭔지 아시겠습니까? 명확하지 않은 것을 명확하게 한다. 일러스트레이션이 가지는 목적이죠.
저희 집에 예전부터 이런 그림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어디서 얻어온 그림인데 이렇게 생겼어요. 근데 액자를 못 찾아서 비슷하게 대충 그렸습니다. 그냥 이래요. 뭐라 써 있는 것도 아니고 낙관하나 찍혀있고, 어린 마음에 저게 뭔지 모르겠는 거 에요. 아버지께 여쭤 봤더니 저건 사람의 마음이니라, 이러는 거 에요. 마음이 저렇게 생겼는지 어떻게 압니까. 그런가 보다했죠. 별 생각 다 한 거죠. 아버지처럼 마음이라 생각하면 마음이라 보고 배고프면 호빵, 얼굴이 동그란 여자친구 가지면 여자친구. 이런 류 그림을 일러스트레이션이라 부르지 않는다는 겁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그림을 일러스트레이션이라고 부른 게 아니란 거죠. 일러스트레이션은 택시기사 아저씨건 떡볶이 집 아줌마건 할머니건 조카건 간에 딱 봤을 때 아! 라고 알 수 있어야 되는 겁니다. 의미가 바로 전달돼야 되죠, 그림에 대한 일반론을 얘기하려는 건 아니고 16세기 이전 그림들이 이런 식으로 특정 권력자의 요구나 커다란 사회적 가치에 맞춰서 그렸던 소수를 위한 예술로 계속 화가들이 명맥을 유지했다면 그 이후에 18세기에는 산업혁명이라는 게 일어났죠. 노동자 계층이 글을 모르는 거 에요. 무식한 거 에요. 그래서 어떤 몇 사람들이 지금 처해있는 불합리한 사실을 얘기한 거죠. 근데 말로 한계가 있으니 타블로이드 신문을 만들어 뿌렸는데 글을 모르잖아요. 글을 모르니 그림으로 이런 상황에 처해있다, 라는 것을 알리기 시작한 거죠. 극 일러스트레이션이나 만화의 효시라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대표 작가로 오노레도미에 라는 이 사람이 시초가 돼서 뭔가 글자가 아니라 그림으로써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시도가 시작이 된 거죠. 아까부터 말씀 드렸지만 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장르자체가 태동된 의미나 시작 자체가 일단 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전달을 하는 목적으로 시작돼서 그 의미자체는 소통이죠, 제가 그링 그릴 때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대상이 누구든 내가 a라는 말을 전할 때 b가아니라 a를 전달 해야죠. 그래서 그 부분을 신경을 많이 씁니다.
오른쪽 그림에 대해 잠깐 말씀 드리고 넘어가겠습니다. 제 스스로 굉장히 중요한 그림입니다. 저희 외할아버지입니다.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셨어요, 친척 중 누군가 돌아가신 게 처음이라 충격적이었습니다. 평생 울걸 그날 다 울었어요. 그리고 나서, 미대를 가서 어머니 생신이 됐는데 제가 돈이 없는 거 에요. 해드릴게 없는 겁니다. 그래서 실기실 굴러다니던 작은 캔버스에 할아버지 사진을 가져와서 그렸습니다. 리본도 안하고 드렸는데 그때 집에 엄마랑 할머니가 계셨어요, 그림을 보시더니 우시더라구요. 울었다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왜냐면 저는 그림으로 사람 웃게 하는 건 많이 봤거든요. 초, 중학교 때 담임 캐리커쳐 그려서 돌리면 웃잖아요. 그림으로 사람을 울릴 수 있단 생각은 못했어요. 그림으로 사람 울린 적 있나요. 물로 우리 할아버지 그림을 엄마나 할머니가 봐서 그렇다고 축소할 수 있어요. 근데 중요한 건 어쨌든 그림으로 사람을 울릴 수 있단 명제가 증명된 거잖아요. 그럼 우리 할머니, 엄마 두 분이 아니라 20명 20명 ,20000명도 울릴 수 있는 거 에요. 20000명 에게 우리 할아버지와 같은 공감할 수 있는 공감대가 있다면요. 그 공감대를 알아야죠. 그래서 제 목표는 나중에 그림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은 작가로 남고 싶다 이런 얘기를 해요. 그림으로 사람을 울릴 수 있다는 걸 정확히 전달하고 싶은 거죠, 그걸 막연히 생각하는 게 아니라 목표가 그겁니다. 저는 이 얘기를 어디서든지 해요. 그림을 그린다면 저랑 경쟁을 하세요. 같이 울려보지 않겠습니까,, 라는 거죠. 울게 하려면 엄마랑 할머니는 우리 할아버지라는 공감대가 있었죠. 그래서 눈물을 글썽일 수 있었는데 만약 2만 명 2억 명이 알고 있는 공감대를 내가 알면 그걸 끄집어 내 표현하면 2만 명이 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2009년이었죠. 한꺼번에 저 네분이 다 돌아가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돌아가신 분이 김수환 추기경이었을 거 에요. TV를 보다가 그대로 있으면 안 되겠는 거 에요. 그래서 8시쯤 에 그림 그려서 12시 쯤 끝났습니다. 뭘 그려야겠다, 생각하니 그림이 후딱 그려져요. 저에게 매일 질문하시는 게 그림 완성이 안 된대요. 그럼 뭘 그리고 싶은지 압니까, 라고 되묻거든요. 뭘 그리고 싶은지 생각하니 미친 듯이 그려져요. 그래서 방사라는 블로그에 올렸어요. 저는 그림을 커뮤니티에 올렸을 때, 잘 그리셨네요. 퍼가요는 많지만 감사한다는 댓글을 처음 받아봤어요. 계속 댓글이 몇 십 개가 달렸는데, 다 이래요. 저는 한 시간 동안 보는데 소름이 돋는 거 에요. 그림을 그려서 감사하다는 말을 들은게. 캐리커처나 초상화 그린 것도 아니고. 혼자서 소름이 돋아서 너무 감동인 거 에요. 감동에 겨워 계속 그걸 보면서 내가 그림을 처음에 왜 그렸건. 그림을 그리길 잘했고, 행복하다 생각했죠, 그래서 그 다음부터 내 능력으로 행복하게, 재미있게 쓰일 수 있는 여자기 있는 곳이 어딘지 찾았어요, 단지 그림을 그려서 돈을 벌어 좋은 차 좋은 집을 사고 그렇게 사는 게 아니라 이 직업을, 이 그림을 선택하길 잘했다, 라는 기분이 드는 거죠. 그 사람들의 공감대를 나도 갖는 것.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제가 왜 라는 부분에 대해 그림을 그리는 동기에 대해 스스로 파악해야 된단 말씀을 드렸는데 그렇다면 내가 그림 그리는 것 자체가 이야기 전달의 기능을 갖게 되려면 어떤 요소를 충족해야 되는가? 이 이야기는 제가 그릴 때도 매일 신경 써요. 습작이나 낙서 외에는... 누군가 납품한다하죠, 클라이언트가 요구를 하면 그림을 그려서 주는 거죠. 근데 나에게 요구하는 부분이 어떤 것일지는 두 번째 문제고 기본적인 부분들. 대중미술이 기본적으로 가갖춰야 될 부분에 대해 말하겠습니다. 지금 이 두가지 그림을 보면 하나는 김양수씨라는 네이버에서 생활의 발견 웹툰을 연재하는 분이죠. 김양수 형님의 그림이랑 이건 제 그림입니다. 이 두 가지 그림을 딱 보면 느끼는 게 뭐가 있습니까? 없죠. 내용이 없잖아요. 뭘 이야기하는지 모르겠죠. 그냥 그림 스타일이 다르네, 정도. 그럼 이건 일러스트레이션이라 할 수 없는 거 에요. 그럼 여기 내용을 넣어야죠. 가장 간단한 방법이 뭘까요? 글자가 들어가면 돼요, 그럼 일루미네이션이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명확하지 않은 것을 명확히 설명해주다, 음악이나 글자, 다른 모호한 매체와 부텅 그림이 대신 보조설명을 해 주는 거죠. 그래서 글자를 보고 이미지를 그려서 이해하는 시간을 단축 시켜주는 겁니다. 그러니 일러스트레이터나 만화가들은 깊고 좁게 하는 것 보다 넓고 얕게 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하죠.
첫 번째로 텍스트와 그림이 결합되는 방식을 기본적으로 보는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자면... 요즘 집에 가면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먼저 누르죠. 그러면 네이버나 다음이 뜹니다. 그러면 뉴스 목록이 뜨잖아요. 제일 많이 보는 기사가 이런거죠. 누가 이혼 했네 싸웠네, 누가 입건됐네, 요즘 정치도 하도 재미있게 돌아가니까. 그런 부분들에 대해 우리가 왜 관심 가질까요? 데미무어가 이혼한 게 우리한테 무슨 의미일까요? 우리 옆집 사는 사람도 아니고 이모도 아닌데, 사람은요. 태생적으로 이야기에 민감할 수 밖에 없어요. 이것도 원시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야기가 많겠죠. 생존을 위해 정보에 민감한 거죠. 우리 집 앞 과일나무에서 과일로 생명 유지하는데 훔치진 않는지 많은 과일나무가 있다든지. 정보를 많이 알면 생존 확률이 많아지죠. 내가 다른 사람이 이혼한 내용을 보고 그 이유를 알아야 같은 상황에 대처 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생각해서 사람은 .이야기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이야기를 하나 더 해 드릴게요. 제가 1996년에 일러스트레이터 데뷔를 했다 했는데 게임 잡지에서 데뷔했습니다. 삽화를 그리는 거였는데요. 저는 만화가를 하려면 일단 잡지에 그림기고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어릴 때였지만, 기고를 하다 보니 만화가로는 점점 멀어지고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어 있는 거 에요. 나중에 만화 쪽으로 가기는 해했지만 일러스트레이터랑 술자리나 만날 자리가 많아지게 되죠. 그러면 얘기가 대부분 일러스트레이터가 성공하려면 혹은 잘나가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이런 거였어요. 그러게요, 우리는 성공이란 가치에 대해 모호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좋은 집, 차 돈도 통장에 이만큼 있다가 아니라 작가로써 성공했다 이야기하려면 어떤 거 여야 될까.
그중 지솔이란 형이 게임 잡지에서 1등을 하라는 거 에요. 그게 뭐냐면 게임 잡지에는 광고 페이지가 200페이지 정도 있어요, 그럼 200명 이상의 일러스트레이터가 경쟁을 하는데 어떻게 하면 1등이 되는 걸까요? 어떤 기준으로 할까요. 3초만 시선을 잡아주면 도비니다. 1,2,3 굉장히 짧은 시간인 것 같지만 잡지 볼 때 생각해보세요, 광고 볼 때 3초씩 안 봐요. 이 3초를 잡아뒀다는 건 굉장한 겁니다. 왜냐. 누가 들어옵니다. 이 사람을 보고 호감을 느끼기까지 필요한 시간이 0.0003초요. 이 사람의 생김새를 파악해서 호감과 사랑을 느끼는 시간이 2초입니다. 2초로 인해 평생 마주보고 살게 될지도 모르는 거죠. 근데 어떤 사람의 시선을 3초나 잡은 건 굉장한거죠.
스트리트 파이터라는 게임이 있는데 만들어진지 25년인 세계적 히트를 쳤죠, 격투게임은 스트리트 파이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할 정도로 유명한데 왜 그렇게 공전의 히트를 했는지 아십니까? 방금 말씀 드린 이유 때문이에요. 물론 게임성도 좋죠. 타격감도 좋고 코멘트 입력하는 것도 혁신적이고 그런데 단순히 그런 기술적 이유가 아니라 다른 게임에는 없는 특별한 게 있는데 캐릭터가 있었다는 거죠. 그 이전의 게임들은 이유도 없이 싸워요. 같이 게임하는 친구랑 싸우는 거 에요. 스트리트 파이터는 이 게임을 끝까지 해야 되는 이유를 캐릭터가 부여해줘요. 캐릭터들이 다 이유가 있어요,. 대회에 참가한 이유를 알고 나면 내가 이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는 신이 된 거죠. 그죠. 내가 얘의 꿈을 이뤄줄 수도 좌절 시킬 수도 있어요. 동기부여가 되죠. 또 웃긴 건 패자를 보여줘요 이게 컨티뉴 화면이에요. 내가 직접 맞은 것도 아닌데 열 받죠. 자꾸 동전을 쌓아요. 그래서 그 이후로 나온 게 비슷해요. 이 대회에 왜 참가했다, 라는 이유가 있어요. 물론 다 알고게임을 하진 않지만 이기고 나면 세레머니가 있지 않나요? 좋아하죠. 내가 그렇게 만들 어 준거 에요. 그걸 즐기는 거 에요 그림도 똑같습니다.
이 그림은 스트리트 파이터 25주년 헌정 작품집이 있었는데 거기에 수록된 그림이에요. 제가 한 그림입니다. 이때 100명 일러스트레이터가 참가했는데 아까 게임 잡지 200명 일러스트레이터랑 똑같은 거죠. 튀고싶은...스트리트 파이터라는 공통 주제가 있고 캐릭터는 정해져있고 내가 창작하는 여지는 좁은데 그렇다면 내가 이중 살아남을 근거가 뭐냐는 거죠. 대부분 아까 좀 지나쳤는데 대부분 그리면 다 이런 식으로 그려요, 캐릭터들이 이렇게 죽을 듯 싸우다 화목 한 거죠. 그림에서나마 보라고 그리는데. 제가 주목했던 건 이 부분이었던 거죠. 패자가 보이는 거시. 캐미라는 캐릭터와 춘리라는 캐릭터입니다. 제목이 루저였어요,. 제 자랑 같지만 이런 컨셉으로 그런 건 저밖에 없더라구요. 3초 동안 보는 거 에요, 많은 정보가 있는 게 안이에요. 배경이 많은 것도 아니고 캐릭터 하나가 딱 있는 겁니다. 근데 그 캐릭터를 빤히 보게 되는 거죠. 이야기를 알고 있으면 돼요.
두 번째는 이겁니다. 제가 이 그림을 보여드렸는데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대부분 어떡해!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 반사광 형태, 질감, 입체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까? 그림 자체가 안보일 정도로 가슴이 울리는 거죠, 비슷한 거 하나 더 보여드리게요. 이 그림이 기술적으로 잘됐다 볼 수 있습니다. 그냥 그림판으로 그린 건데 그림을 보면서 웃어요. 시츄에이션, 상황이 있어서. 상황이 있으면 보게 됩니다. 그림이 강요를 하는 게 아니라 그림의 미완성 된 부분을 짜 맞추려구요. 어떤 상황이 있었고 어떤 일이 있을지 생각하게 되는 거 에요 . 여러분들 성악가 중 딱 떠오르는 사람 이름이 있습니까? 프로그래머 중 떠오르는 사람 있습니까? 우리가 그런 사람이 돼야 되는 거 에요. 보통 여러분 친구 동창들이 술 먹을 때 이름이 한 명만 떠오르면 돼요. 그게 내가 돼야 되는거죠, 근데 어떻게 돼요 인식이 나오면 돼요.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내 그림을 빤히 보게 만들면 돼요. 이것도 비슷한 얘기였는데요. 드라마 컨셉 일러스트였는데 그냥 넘겼을 때도 반응이 안 나빴는데 추가한 게 무릎에 밴드 하나를 붙였습니다. 근데 이걸 보고 너무 좋아하는 거 에요. 왜 무릎에 밴드를 붙였을까 캐릭터가 생긴 거죠. 여러 가지를 의미하잖아요,. 덜렁거리거나 19금적 상상도 하고 그 소품 때문에 이 캐릭터가 어떤 애라는 걸 알고 적절히 하나만 콕 찌르면 빵 터진다는 거죠.
상황의 앞뒤를 연결하게 만들면 되는 겁니다. 그림만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 전에 왜 어째서 이런 상황이 담겨졌을까, 이다음이 어떻게 될까. 그러면 그림에 생명력이, 활기가 생겨요. 그림이 정지돼있죠. 그런데 그림이 움직이는 거 에요. 그러면 그림을 좋아하게 돼있죠. 이건 넘어갈게요.
이질적 소재의 결합도 그림을 오래보게 만드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목적으로 몇 개 가져오는데 이런 거죠. 두 가지 이미지를 어떻게 해서든 끼워 맞추는 거 에요. 전혀 상관없는 두 가지를 가지고 그림에서는 되잖아요. 포토샵으로 합성도 아니고 내용적인 것과 이미지적인 것의 결합이건, 음악적인 것과 미술적인 것의 결합이든, 계속 융합을 시키는 거 에요. 마약 저게 저렇다면 어떻게 될까 그래서 그리잖아요. 저는 작가의 역할이 여러 가지라 생각하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건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걸 대신 얘기해 주는 거 에요. ‘모르고 지나쳤지만 이런 면도 있어, 라고 일깨워 주는 거 에요. 그걸 보고 사람들이 무릎을 쳐요 아 그 순간 작가는 사회에서 필요한 사람이 되는 거죠. 사람들이 이거 아니면 이거 이렇게 양분해서 보는데 사실 이런 면도 있다고 얘기할 사람이 없는 게 문제죠. 그런 역할을 누가 하냐 작가가 합니다. 그럼 작가가 사랑을 받죠. 제가 받는 단건 아니고 노력을 하고 있죠.
의도적 변형 및 왜곡이라는 타이틀을 붙였는데 메가 쇼킹만화가라는 만화가가 있죠. 굉장히 스타일리시한. 그 사람 단행본 표지였고 이건 강풀의 아파트라는 공포만하 표지 작업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나한테 의뢰를 했다는 건 그 사람 그림을 흉내내 달란건 아니거든요. 내 식대로 해서, 그 사람들 작품을 나름대로 어필하란 거죠. 책 표지란 그 말대로 책의 얼굴이니까. 지금은 아파트 그림이 사람이 보이죠. 원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까만 표지였어요. 사실 미친 짓이죠. 만화책 표지가 올 블랙에 가깝다니. 근데 가만히 봐야 보이는 거 에요. 보통 만화책은 만화 캐릭터가 나와야 되잖아요. 근데 강풀이니까 가능한 거죠. 강풀 그림 못 그린단거 다 아잖아요. 제가 강풀 싫어하거나 하는 게 아니라 강풀 스스로 본인이 무면허 만화가라 합니다. 근데 그 그림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이야기가 워낙 파워 있고 재밌으니 이런 식으로 해도 된다. 나중에 영화 포스터로 쓰이더라구요. 이 컨셉이. 메가 쇼킹 같은 경우도 그림이 단순하고 대사 빨로 웃기죠. 메가쇼킹 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로 이렇게 해석했다. 내 스타일대로 표현했다 그러면 재밌는 부분이 생기는 거죠. 제가 계속 얘기하고 있는 건 그림을 어떻게 주목하게 할 건가. 3초라는 시간동안 어떻게 시선을 잡을 고것인가죠. 이 얘기만 하고 다음 섹션으로 넘어갑니다.
화면 구성 문젠데요. 우리나라에 칼라만화 라는 개념이 들어온 게 한 10년 정도 조금 지난 것 같아요. 그전엔 흑백 펜으로 그려서 스크린톤 입힌 흑백만화가 많죠. 그 이후 인터넷 환경이 발달되고 모니터 자체가 칼라다보니까. 초반엔 그림을 예쁘게 보이기 위한 목적을 컬러링을 했다면 칼라 만화를 그려야 될 필요성이 생긴 거죠. 2003년이었는데요, 망굴렘이라는 작은 소도시에서 세계만화축제를 합니다. 매해 1월마다. 매년 주빈국이라는 개념이 있어요. 컨셉이 제일 중요한나라, 한 나라의 만화를 소개해주는 그런 축제요. 2003년에 한국이 주빈국 이었는데 다른 나라 만화도 보고 작가와도 교류하도 그러니 컬러만화에 대해 인식을 다르게 가진 이유가 뭐냐면 우리가 만화의 종주국하면 보통 일본을 생각하잖아요. 산업 혁명과 더불어 만화라는 매체가 태동이 된 게 벨기에라 보는 시각이 많아서 거기가 원래 종주국이라 보는 게 맞겠죠. 역사가 100년 이상 지속되고 만화적 어법, 화법이 발달 돼있는데 이 사람들이 컬러 쓰는 방식을 보니 컬러에도 이야기를 담는 거 에요. 예쁘게 보이기 위한 목적이 아닌 컬러자체를 이용하는 거죠. 한 페이지만 따로 떼어 놓고 봐도 액자에 걸어놓으면 그 자체로도 그냥 한 폭의 회화 작품이 되기도 하고 그 한페이지가 의미를 갖는 거 에요. 그때부터 칼라작업을 하는데 있어 여러 가지 시도를 많이 하게 됐습니다. 화면이 어두워 보일지 모르겠는데 한 페이지를 그릴 때도 만화는 의미를 전달하는 게 중요한 목적이지만 화면 사각형 프레임 안에서 각자의 시각요소들이 어떻게 배치가 되게 하느냐 균형을 갖게 하는 거죠. 말 칸이나 인물의 배치를 균형을 도모 한다든가 차가운 색에서 따뜻한 색으로 내려오게 그런 식으로 컬러링을 한다든가. 이것도 그냥 그린 것 같지만 나름대로 생각을 많이 해요. 만화가들은 독자들이 만화 볼 때 시선의 흐름을 신경 써야 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식으로요. 이렇게 시선이 흐르는 구성이랑 1:1.617황금비율이죠. 그 비율까지 생각해서 화면을 분할한다든가. 이것도 마찬가지로 처음 콘티를 짤 때 한 페이지에서 이런 요소들이 어떻게 균형을 맞춰 보여줄 것인가 충분히 생각하고 작업 해야 됩니다.
앞서 기술적 부분, 눈에 보이는 부분에 대해 얘기 했다면 안쪽 내용에 대해 말할게요. 이야기구조나 이런 부분을 말씀 드리려는 게 아니라 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는 인간 대 인간의 소통이라는 본질을 충족 시켜주는 게 중요한 부분이라 그 부분ㅇ 대한 얘기를 잠깐 드리려 합니다.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문제죠, 일러스트레이션, 만화, 애니메이션 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기술이죠. 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장르로 국한해 말씀 드리고 있긴 하지만 이 부분이 다 대중미술이라는 카테고리 전체에 다 해당되는 얘기라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부분을 지망하건 여러분께서 주도적으로 하시는 부분에 적용시켜 들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비유를 이렇게 합니다. 택시기사, 요리사라고 얘기하거든요, 택시 탔을 때 돈을 내잖아요. 택시 기사는 아마추어가 있으면 안돼요,. 다 프로여야 돼요. 택시기사가 나한테 길을 물어보면 안돼요. 신촌이라 했는데 신천 가놓고 돈 달라하면 안되지 않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도 마찬가지입니다. 클라이언트들이 판매하고자 하는 제품 홍보라든지 여러 노골적인 목적들이 있을 거 에요. 예를 들면 클라이언트가 겨울에 대한 이미지를 부탁했는데 클라이언트랑 생각하는 겨울 이미지랑 내가 생각하는 게 다를 수 있죠. 다른 사람이니까. 그래서 그 사람이랑 충분히 얘기 해야 돼요. 저는 술 먹어요. 이 사람이 선호하는 스타일이나 겨울에 대하ㅐ 가진 이미지나 이 부분에 대해 충분히 대화가 된 다음에 실현 시켜야죠.
두 번째는 요리사라고 했는데 일단 그림을 그린다는 것 자체가 나보다는 다른 사람들,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을 하기 위한 수단이다 보니 포인트가 내가 아니라 사람들의 전반적 기호나 이런 부분을 생각하게 되는데 요리사도 사람입니다. 먹고살아야 됩니다. 뭘 먹죠 일단 음식을 해서 자기도 먹어야 돼요. 일단 자기 배를 채운다음 다른 사람 생각을 합니다. 그림이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기 전이 이 그림이 나를 만족 시키냐. 이 부분에 대해 생각해봐야 됩니다. 지금 말씀 드리고자 하는 건 택시기사에 관련된 부분입니다. 4년 전인가 한 러브시뮬레이션 게임의 포스터 의뢰를 받은 적이 있어요. 미리 가서 게임캐릭터를 보여 달라 했더니 개발 중이라 이미지가 이것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스크린 샷 하나를 들고 왔는데 얘네들은 둘 다 대학 신입생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여학생 주인공이고 남자가 여자를 유혹하는 내용이에요. 이걸로 이미지를 만들어 줘야 되는데 클라이언트 측이 나한테 요구하는 정확한 이미지를 몰라서 충분히 대화를 나눠야죠. 보통 협상 때 보면 저는 혼자인데 그쪽에서는 꼭 세 명씩 나와요. 내가 무슨 말만하면 그쪽에서 또 막 뭐라 해요. 대화가 안돼요. 내가 3:1로 끌고 가서 술을 먹을수 도 없고. 그때는 어떻게 할까.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이 사지선다에 약합니다. 예시를 네 개 들어주면 그중 하나를 무조건 고르는 강박이 있어요. 일을 하다보면 스트레스 받는 부분이 열심히 그렸는데 수정 들어오는 거죠. 방향 잘못됐다 바꾸자. 최선이라 생각해서 그렸는데 자꾸 고쳐 달라하면 기분이 좋을 리 없죠. 어차피 의견의 일치를 보려면 그 과정을 거쳐야 되긴 합니다. 문제는 그걸 사후에 하느냐 사전에 하느냐 그 차이가 되는 거죠. 선불이냐 후불이냐. 저 같은 경우 선불 냅니다. 썸네일 스케치를 네 개 그려서 보냅니다. 그러면 그 사람들이 이중 한 개를 골라요, 이건 따로 완성된 이미지가 아니라 조그맣게 그리는 거 에요. 이런 식으로 진행 하겠다, 라는 맛만 보여주는 거죠. 프리젠테이션을 하려다 보니 오래 그린 것 같은데 짧게 그리는 겁니다.
일단 하나 보냈더니 이건 안 되겠대요. 남자가 바람둥이여야 되는데 너무 순수해 보인다는 거죠. 두 번째도 안 돼요. 이건 13세 이상 사용가라 저 바가 들어가면 안 된다는 거 에요. 이걸 보냈더니 이건 좀 재밌는데 남자주인공이 눈감아서 안 된대요 그렇다고 눈을 키우면 변태 같잖아요. 협상의 법칙 중 이게 있어요. 내가 의도한 바를 관철시키고자 할 때는 거기에 비해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라 약간 그런 식이죠. 저는 처음부터 이걸 생각했거든요. 이것도 분명 여러 요구가 있겠지만 앞 세 개를 먼저 보내니 이게 제일 좋대요. 약간 톤만 좀 따뜻하게 해주셨음 좋겠다. 이건 완성된 게 아니니 따뜻하게 그리면 되죠. 그럼 계속 확인합니다. 이렇게 합니다. 나중에 딴소리 마세요. 그럼 저는 그 다음부터 자료만 찾으면 돼요 제가 청바지에 대해 잘 모르니 청바지 자료. 아이스크림 콘 이런 자료를 찾아서 아니면 촬영해서 그걸 보고 이어폰 꽂고 흥얼거리면서 그리면 됩니다. 그렇게 보내면 말 없어요, 깨끗하게 끝납니다. 그럼 서로 만족스럽고 돈을 주고 받는 입장에서는 깔끔함 상태가 되는 거죠.
아까 요리사 얘기를 했죠. 일단 내가 남을 먹이기 전에 내가 먹어야 된다는 겁니다. 내가 먹고 배가 차고 만족스러워야 이 맛을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주고 싶다. 사람 심리가 애들 여럿 노는데 어떤 애가 혼자 재밌게 놀면 그 주위에 사람이 모여요, 뭐해? 뭐하고 놀아? 물어보죠. 재미있어 보이거든요. 저 같은 경우 음식을 다 잘 먹는 스타일이 아닌데 제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음식의 특징들이 누군가 그걸 맛있게 먹는 모습을 봤을 때 저도 맛있게 느끼더라구요. 예전에 순대국 못먹었는데, 누가 먹는 거 보고 맛있는 건가보다, 그래서 같이 먹게 됐어요. 자기가 그림 그리는데 있어 내 그림이 스스로 너무 좋아야 돼요. 재밌어야 돼요. 재밌게 하려면 조건이 있겠죠. 기준을 남에게 두지 말고 일단 내 자신을 만족시킬 조건을 알고 채우면 돼요.
이기적 놀이라는 타이틀을 붙였는데 2006년에 귀신이라는 만화책을 낸 적이 있어요. 개인적인 건데 고등학교 때부터 로망이 SF였거든요. SF가 뭔지도 모르고 아키라, 공각기동대 그런걸 보고 나도 이런 걸 만들고 싶다 해서 연습장에 매일 끄적거린 거 에요. 내용도 없고 뭔지 모르지만 그런 이미지가 많아질수록 어떤 세계가 생기는데 나 혼자 연습장 보며 뿌듯한 거 에요. 나만의 세계가 생긴다는 것. 계속 그리다 나중에 이걸 그려서 게시판에 올려보니 질문이 들어오더라고요. 그냥 그림만 올리기 그래서 타이틀을 귀신 이렇게 붙였는데 게임이에요? 뭐에요? 만화에요? 물어서 만화라 대답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진짜로 만화로 만들어야 되게 된 거 에요. 그때부터 스토리 짜고 그려 놨던거 다 모아서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하는 거죠. 구체적인 컨셉 이미지를 구현해야 되니까 이렇게 저렇게 그리죠. 실제로 만화에 등장해서 뭐할지는 저도 몰라요 일단 그려요, 일단 그리면 만족스러워서 뽑아 붙여요. 책상 앞에 그러면 애들이 지나가면서 봐요,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물어봐요 그럼 만화라고 하죠. 그러다 디자인과 수업을 같이 듣던 친구가 있는데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전공은 아니고 순수디자인 쪽이었는데 친하지도 않는데 이 그림을 보더니 그거 좀 주면 안 되겠냐 하더라구요. 또 뽑으면 되니 줬죠. 붙여놓으니 그걸 주고 달래서 줬죠. 그러고 잊어버리고 7년이 지났는데 그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7년 만에 연락을 해서 이제 때가 됐다는 거 에요. 결혼하나 다단계라도 들어갔나, 근데 7년 전에 줬는 귀신 이미지 그걸로 옷을 만들자는 거 에요. 이친구가 이 브랜드 대표가 돼 있더라구요.
이 친구가. 내셔널 판타지라는 브랜드를 만들어서 일러스트레이터의 이미지를 옷에 넣어 팔아야겠다는 구상을 했는데 제가 생각이 난거죠 . 더도 말도 덜도 말고 7년 전 그림 달라고. 저는 이 그림이 이렇게 쓰일 줄 몰랐어요. 그런데 이게 옷으로 찍혀 나와서 팔리더라구요, 비쌉니다. 저도 깜짝 놀랐는데 티셔츠 한 작게 7만 8천원이거든요. 그림을 파는 건데 액자에 넣어서 파는 게 아니라 티셔츠에 넣어서 파는 거라서 그림 값이라 하더군요. 중국인 관광객들이 그렇게 많이 사간대요. 어쨌건 이 그림들이 상업적 성공을 염두에 두고 만든 건 아녔어요. 처음에. 잘되는 김치찌개 집, 수제비 집들은 내가 수제비로 전국 제패해야지 이런 건 없어요. 가족들이 먹었는데 맛있어서 자신감생기고 가게 차려서 입소문이 납니다. 일단 주체가 어떤 막연한 다름 사람들을 바라볼게 아니라 내가 1차적인 독자고 관객이라 나를 만족시켜야 되는 거죠.
본인이 뭘 원하는지 아니까 연습만 할 게 아니라 이미지를 만들어 보는 거 에요. 그래서 내가 스스로 뭐가 모자라는지 모를 때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의견 듣고 반영을 시켜보고 그러다 내 맘에 드는 이미지가 나타나면 남들이 싫어해도 돼요. 일단 내가 좋으니까 그렇게 하다보면 언젠가 사람들 인식에 박히겠죠. 중독 시켜야 됩니다. 없어도 되는데 없으면 보고 싶고 이런 존재가 되어야죠.
이건 한 가지 그림에 관련된 얘긴데요, 제가 원래 밴드라는 걸 하고 싶어 했어요. 멋있어서. 악기하나 다룰 줄 아는 것 없으면서 밴드는 멋있어요. 서로 다른 4명이상 사람들이 한곡을 같이 연주해요. 그게 드라마틱 하잖아요, 그 자체로도. 항상 밴드만화를 그리고 싶단 열망이 있었는데 대학교 들어가서 뭔지도 모르고 밴드 동아리를 들었어요. 맨날 앉아서 그냥 구경하는 거 에요. 그럼치고 노래 부르는걸 보면서 나도 하고 싶다, 그랬는데 결국에는 밴드합니다. 아마추어지만. 밴드를 좋아하니 밴드 관련된 이미지를 자꾸 그리죠. 기타, 드럼, 베이스, 이건 축제 포스터인데 일단 기타를 그리고 보 는거 에요. 그래서 밴드 이미지를 그리는 걸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는 목표가 뭐냐면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밴드들 있잖아요. 부활이나 시나위 이런 밴드들이 앨범 내면 앨범 재킷 그리고 싶다. 외국의 메탈리카나 메가데스 앨범재킷 보면 휘황찬란 하잖아요. 나도 저런 거 왜 우리나라는 나 같은 사람 안 쓸까. 20살부터 그런 생각 했어요 외국 밴드보다 우리나라 밴드 취향인 밴드가 부활이나 시나위 백두산이 있지만 노바소닉 이었어요. 아세요? 이이미지를 왜 보여 드리냐면, 이것 때문에 유명해졌어요. 아시죠. 비주얼 자체가 머리만 기르고 심심하게 생긴 게 아니라 되게 있어 보이는 거 에요. 난 이 밴드를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이 밴드가 2003년에 해체를 했습니다. 꿈을 가진 게 19990년대 중반이었는데 해체를 해서 할 일이 없어진 거죠. 그래도 내가 좋아하니까 페인터 툴을 이용해서 써보니 실제처럼 그려지는 게 재밌어서 이것도 그리고 싶고 저것도 그리고 싶고 그러다 나온 이미지들이 있는데 다크 스토커즈라는 게임 헌정 일러스트 집에 들어간 그림인데 이 캐릭터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저는 이게 좋았거든요. 해골에 기타 드니까. 이렇게 계속 그림을 그려가는 겁니다. 그런데 그 와중 군대를 갔어요, 그림 그리라고 사단에 불려갔데 사단에 보면 군악대라고 있는데 거기에 기타를 치는 졸병 하나가 들어왔어요. 이 친구를 예뻐했어요, 같이 근무도 하고 PX 데려가서 먹을 것 사주고 친해졌죠. 어느 날 새벽 부탁이 있습니다. 이병이 병장한테 부탁이있대요. 웃으면서 뭐냐 물어보니 나중에 사회에서 밴드 만들면 재킷하나만 그려주면 안 될까요. 그걸 실제 부탁할 줄 몰랐어요.
3년 후 연락 왔어요. 밴드 만들었다고 해 달래요. 해주겠다 해줬으니 해줘야죠. 홍대 닭갈비집에서 만났어요.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지 들어보자 거기 맞춰 해야 하니까. 너무 좋은 거 에요. 리페어샵이란 밴드인데 지금은 없어요. 딸 다 세션인데 너무 좋은 거 에요 그래서 공짜로 해주겠다, 왜 그랬냐면, 재밌을 것 같은 거 에요. 이 친구들과 유기적으로 관계 맺는 게 하고 싶었죠. 앉아서 연습장 펼쳐놓고 얘기 하는데 리페어 샵이니까 창고 같은 이미지가 좋겠대요. 재밌다 얘기하면서 술 먹다 만들어진 거 에요. 데모 앨범이었는데 곡이 다섯 곡 밖에 없어요. 데모앨범을 만들어 돌리러 가잖아요. 보통 신인밴드 앨범 보면 재킷이 없고 CD만 있거든요. 데모앨범을 라디오 PD들한테 돌린 거 에요. 이걸 마왕 신해철이 본 겁니다. 고스트네이션이라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도 하고 있죠.
리페어샵을 초청했어요. 방송을 들었는데 아직도 그 대사가 생생하게 기억나요. 신인밴드 데모앨범주제에 재킷이 있어? 이러는 거 에요. 사진 죽인다, 이러니까 그 졸병이 리더였거든요. 이때다 싶었나봐요. 그거 사진 아닌데요, 그림인데요. 누가 그린 건데요, 그러니까 석정현이요. 석정현이 누군데, 그리고 나서 그날 밤에 석정현이라는 이름이 실시간 검색순위 3위까지 올라갔어요. 블로그에 사람들이 엄청 모인 거 에요. 깜짝 놀랐죠. 적어도 방송에서 석정현이라는 이름들은 사람들은 금방 까먹겠지만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 이름 이렇게 남았겠죠. 나중에 그림 그리는 친구들 모아 밴드를 만들어서 홍대서 공연도 하고 그래요. 그림 그리는 친구들의 밴드니까 그럼 포스터라도 화려해야 될 거 아닙니까. 서로 자기가 하겠다, 하다가 결국 제가 하게 됐어요. 돈 한 푼 안 받고 2주 동안 죽어라 했어요. 미국 가서 잠수함 스냅사진 찍어온 거 있었거든요. 배선 복잡한 거 있잖아요. 인쇄비도 제가 했어요. 코팅지에 해서 여기저기 붙였어요, 홍대에. 근데 포스터가 붙이면 없어지는 거 에요. 반응이 괜찮은 거 에요. 포스터 그릴 때 생각하는 게 일단 내방에 붙여야 된다. 내방을 예쁘게 만들어야 된다. 그 한가지랑 홍대에서 포스터 뜯겨지는 거 보신 적 있습니까. 아침에 구청에서 직원들이 다 찢어요. 찢으면 또 붙여요. 찢어지는 걸 보니 내 포스터가 저러면 안 된다. 찢기기 전에 누군가 떼야 돼요. 누군가가. 왜냐면 나도 많이 떼 봤거든요. 그 두 가지를 생각하고 포스터를 만들었는데 반응이 괜찮아서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 된 거 에요.
어느 날 프린터를 샀어요. 사서 조그만 엽서 사이즈로 뽑았어요. 다이어리에 넣고 다니다 어느 날 코스프레 하는 친구가 있어요. 같이 페인터 책 기획회의 때문에 만나서 맥주한잔 하다가 그 친구 남자친구가 와서 서로 인사를 했죠. 저는 그림 그리는 석정현입니다. ‘저는 음악 합니다.“ 밴드에서 기타를 친대요, 노바소닉. 그래서 2003년 해체하지 않았냐 하니까 해체가 아니라 이런저런 문제 때문에 잠깐 와해됐다가 다시 하게 됐다는 거 에요. 기타 김세왕은 넥스트로 갔고 지금은 자기가 기타래요. 나이가 25래요. 천재인거 에요. 연락처를 주고 명함 찾으니 없어서 다이어리에 찍어놨던 엽서 주면서 팬이었다고 밑에다 주소랑 전화번호 써서 줬어요, 아직도 기억납니다.
2009년 12월 27일이었어요. 저희 밴드 큰형님이 좀 보자고 그러시는 데요. 노바소닉 리더가 보자는 거 에요. 생각 해 보세요. 노바소닉 리더가 음악 하는 사람이 그림쟁이 왜보자 하겠어요. 그림 때문이죠. 왜 직접 보자 하겠어요. 그림이 필요하니까.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막 검색했습니다. 이런저런 일이 있었구나. 내가 너무 무심 했구나, 회한하며 갔습니다. 신사동 어떤 곱창 집에서 만났는데 이분이에요. 김영석 씨라고 우리나라 베이시스트 안에서 다섯 손가락 듭니다. 혼자 곱창 굽고 계시더라구요. 보자마자 형님 하니까 이분이 형님은 무슨 그러고 나서 정적이 10초간 흐릅니다. 그림을 우연히 연습실에서 봤는데 너무 좋아서 궁금해서 보고 싶었다고. 이걸 어떻게 애길 해야 되지, 그러기에 일단 그 분위기를 좀 깨고 싶어서 사실 저도 밴드를 해요, 아마추어지만 그랬더니 눈빛이 바뀌어요. 같은 음악인이네 그러면서 말을 놓더라구요. 이런저런 얘기하다 분위기가 풀어졌죠. 사실 우리가 10주년 앨범 내는데 그림을 쓰고 싶다 보통 얼마나 받아요? 이러는 거 에요. 보통 몇 백 받아야죠. 군데 제가 나름 계산하고 간 겁니다. 그냥 돈 안 받을게요. 그랬어요. 펄쩍 뛰시더라구요, 프로끼리 그러면 안 된대요. 그랬죠, 돈을 안 받는 거지 공짜는 아니다 하니 뭘 원하냐, 하니 제가 뭐라 했을 것 같습니까. 제가 생각해도 천재인 것 같아요 멤버 시켜주세요 그랬어요. 그분이 막 웃는 거 에요. 아무리 밴드 한다지만 노바소닉 멤버로 넣어 달란 거죠, 보컬? 기타? 물어 보시길래, 아뇨 그냥 멤버요. 노바소닉 멤버 시켜달라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시더니 좋대요. 근데 이게 무슨 얘기냐면 일단 제가 밴드 재킷을 하면 제가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어요. 첫 번째로 노바소닉을 모르는 사람은 많아도 밴드는 없어요, 대한민국 아마추어 프로밴드가 만개정도 된다 치면 만개가 내 그림을 보잖아요. 그중 5%는 이 그림을 누가 그렸는지 궁금해 할 꺽 만개중의 5%, 500개 밴드에게 명함을 돌린다, 생각해보세요. 두 번째는 멤버라면 이를테면 노바소닉이 공연을 하면 저는 대기실에 있어야 돼요 술 먹으면 어디에 있어야 돼요? 저도 거기에 있어야 돼요. 멤버니까. 내가 좋아하는 밴드의 단순한 팬이 아니라 일원이에요. 재킷 값이 만약 500이라면 거꾸로 제가 500만원 드릴 테니까 멤버 시켜주세요 못해요, 일단 알았다 하시더라구요, 오늘부터 멤버니까 멤버들하고 같이 술 한잔 하자해서, 좋아서 따라가서 술 얻어먹고 친해진 거죠, 소속감 생기니까 잘 그려야 돼요, 컨셉 회의를 했는데 메타모포시스, 나비가 변태하는 거래요. 그 이미지를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그려서 보냈더니 좋아해요.
그래서 노바소닉 팬 카페 운영자를 시켜달라고 또 얘기했어요. 하라 해서 제가 지금 맡고 있거든요. 배너에요. 그려서 상단에 붙여놨더니 이 사람들이 콘서트를 했는데 콘서트장이 암전 돼 있고 사람들이 다 서있는데 스크린 하나 내려와 있고 이 그림이 반짝 거리는 거 에요. 그 기분 아십니까. 내가 제일 좋아했던 밴드의 대표이미지가 내 그림이라는거. 단순히 잘 그려야겠다, 이게 아니라 내가 의미 두고 있는 누군가에게 실제로 의미를 갖고 쓰인다는 기분. 나는 정말 그림쟁이 되길 잘했어. 살아있길 잘했어 별 생각이 들어요. 나중에 길거리에도 붙도, 교보문고 같은데서 앨범 살 때도 보면 제 그림이 붙어있고. 단순히 열심히 잘 그려서 어떻게 하다 보니 유명해져서 의뢰를 한 게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것, 말씀 드렸죠. 제가 밴드를 왜 좋아했는지. 그래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 그러다 보니 점점 쌓여서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그게 돼 있는 거 에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혼자 뿌듯해하고 그러다보니 점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고 저는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 라고 생각한 적이 별로 없어요. 잘봉애 돼요 주변 사람에게 마음을 얻는 게 중요한 거 에요. 그렇게 그림을 이용 한거죠. 그러네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한 수단이라 욕먹을 이유가 되나요 .아니에요 돈 많은 사람은 돈으로 음악 하는 사람은 음악으로 사람 마음을 살 수 있는 거고. 어차피 사람은 혼자 사는 게 아니니까요. 주변 모든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사니까요 내가 어떤 존재로 인식 되냐, 내가 왜 그럼을 싶은지 그 부분에 대해 항상 생각해야 된다, 이 얘기를 드리고 싶어요.
마지막 얘긴데요 이 얘기만 간단히 하고 끝내겠습니다. 아까 군대 간 얘길 잠깐 했는데 데가 6월 11일 입대였어요. 그럼 6월 12일에는 뭘 하죠? 하는 게 없어요, 신체검사 받고 돌아다니고 군복도 안 입어요. 어제까지만 해도 사회에 있었는데 내 방에 누워있었는데 오늘은 이상해요. 처음 보는 까까머리 사람이 누워있고 해병대는 2층 침상이에요 누워서 손 뻗으면 천장에 손이 닿아요 사람이 본능적으로 손이 닿고 필기구가 있으면 이런 걸 하게 되죠, 이런 낙서가 돼 있는 거 에요. 이제 제대가 몇 천일 남았다, 미영아 보고 싶다. 그거보고 무슨 생각을 하면 여기서 나가고 싶다. 친구들 엄마 보고 싶다. 얹나가지? 계산 해보니 최소 3개월이 필요한데, 나가면 뭐하지 학교 앞에서 맥주도 하고 통닭도 먹고 장면이 그려지는 거죠. 이미 3개월 간 거 1년 후까지 못 갈 거 있습니까. 제대 후까지 가보는 거죠. 이런 저런 작업해야지 하다 10년 후까지 갔어요. 그땐 나 뭐할까. 혼자 수첩에 막 적었어요. 1년 후 상병, 제대 후 애니메이션 제작, 5년 후 만화가 데뷔. 10년 후 미국, 프랑스 진출. 애매한 게 아니라 상상하는 거죠. 외국 사람들이 날 둘러싸고 사인 받고 나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사인해주고 그 사람들이 땡큐 이러면서 가는 상상을 해요. 적어놓고 그렇게 군 생활이 흘러가고 밴드 하는 친구들도 만나고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요. 2007년이 됐는데 그때 제가 뭘 했냐면 이러고 있었어요. 그냥 작업실에 이었어요. 이때 메신저가 하나 뜨는거 에요. 어떤 친구가 ‘입대 10주년인데 한잔 해야지’ 그때 온몸에 벼락 맞은 듯 소름 쫙 돋는 거 에요, 제가 이때 비행기 티켓을 뽑고 이었거든요, 귀신이라는 책의 프랑스 판이 나와서 프랑스 4대도시에 사인회를 하러 혼자 가야 했거든요. 그래서 그것 때문에 일이 너무 많아 가면 안됐어요, 그래서 이렇게 우는데 갑자기 친구가 그러니 이러죠.
일주일 오차가 있지만 3657일만에 1997년 6월 11일 날 생각했던 걸 2007년 6월18일애 이뤘습니다. 되더라구요. 비행기 타고 생각하니 가능한 일이었나? 우연은 아닌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가 아까 사람들이 대부분 성공에 대해 모호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말씀드렸잖아요, 그림을 완성하는 것도 일종의 성공이에요 완성이 안되는 건 뭘 하고 싶은지 몰라요. 대부분 안 되는 케이스를 보면 백지부터 펴요 포토샵이든 뭐든 켜고 그때부터 뭐하는지 아십니까, 이제 뭐 그리지? 그래놓고 자료 찾는다고 네이버 왔다가고 페이스 북, 뉴스, 카페 들어갔다 나오고 그러면 새벽 4시 되고 자야 되고. 그리고 싶은 게 없는 거 에요. 뭘 그리는지도 모르고 그림이 완성이 안 돼요. 가고시은 지점이 뭔지 상상 해요. 내가 만약 24시간 후 이 시간에 뭘 할지 상상해서 안 될건 없어요, 24시간 후 킹크랩이 먹고 싶어 그건 이루지 못할 목표는 아니잖아요. 그걸 하면 그게 성공인거죠. 단순히 돈을 많이 벌고 유명해져 있을 거야, 라는 게 아니라 돈을 많이 벌면 정확히 얼마인지 유명하다는 게. 택시기사가 알아봐야 되는지 수산시장 아저씨가 알아봐야 되는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이미지가 없는 거죠, 갖고 있으면 하면 돼요 여기서 출발해서 저 지점까지 가야겠다 생각해서 가면 성공한 거잖아요.
그 동안 10년동안 그걸 한 거 에요. 그림 그리면서 내가 뭘 그려야 되는지 성공도 버릇이 되거든요. 24시간 후를 성공한 사람이 일주일 후를 성공 못하겠습니까? 일주일 후를 성공한 사람이 한달 후를 성공 못하겠습니까? 문제는 목표가 얼마나 구체적인지, 그 목표를 위해 막연히 열심히 노력하겠다가 아니라 당장 지금 내가 뭘 하냐 내일 목표를 위해 어떤 행동을 하냐, 그렇게 자신을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하단 거죠. 그래서 제가 지금까지 몇 가지 구구절절 말씀 드렸는데 제가 제일 중요하다 생각하는 건 정리해보면 내가 왜 그림을 그리는지 어떻게가 아니라 무엇 때문인지 잘 생각을 해봐야 된다, 라는 얘기를 해왔는데 제가 정말 중요하다 생각하는 건 마지막에 구체적으로 뭘 그리고 싶은지 어떻게 되어 있어야 되는지 그런 구체적 목표 설정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건 재밌어야 돼요, 내가 그리는 콘텐츠가 남에게 재밌어야 된다는 게 아니라 내가 재밌어야 된다.
저는 좌우명이 즐길 수 없으면 피하자에요. 재밌지 않으면 하지말자 하기 싫으면 하지말자. 물론 하기 싫어도 해야 될 때 있죠. 먹고 살다보니 하고 싶은 일만 하진 못해요, 근데 적어도 일을 하며 얼굴은 찌푸리지 말자. 재밌으면. 일단 다들 재밌게 하는 그게 뭔지 많은 시간을 들여 저는 생각해야 된다 생각해요, 학교 졸업하면 머릿속에 남는 게 없거든요 친구들, 술먹은 거, 이런 거밖에 없고 뭘 배웠는지 기억 안나요. 예를 들어 이런 친구들이 있어요, 애니메이션 과를 4년 동안 다녔는데 그게 아까워서 애니메이션 일을 해야 되는 거 에요, 전공이 그거니까. 하지만 하기 싫을 수 있잖아요, 근데 그걸 본인이 스스로 부정하는 거 에요, 난 이거해야 돼 계속 얼굴 찌푸려지고. 근데 4년 동안 다녀서 이게 나랑 안 맞다는 사실만 깨달아도 충분한 수확이니 안 맞는걸 알면 안하면 돼요. 일단 해봤으니. 내가 싫어하고 좋아 하는게 뭔지 알아서 그걸 해야죠,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면 부가적으로 이런저런 것들이 많아 따라요.
앞에도 제 자랑같이 얘기 했지만 솔직히 제가 잘난 척하는게 아니라 팩트에요, 사실을 얘기한 거 에요. 저도 신기에요 가끔 소름 돋아요, 근데 그 모든 결과물이 스스로 이기적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따라가니 그렇게 되더라. 솔직히 사람이 어떻게 죽을 지 어떻게 압니까? 친했던 친구가 하나 있는데 어렸을 때 불우하게 자라서 최대 목표가 돈 버는 거였거든요, 20대에 돈을 많이 벌고 30대 초에 업체 사장님 소리 들을 정도까지 됐어요, 근데 덜컥 31살에 위암이 생겼어요, 병원에 누워있는 거 에요. 친구들이 가서 별로 심각하게 생각 안 하죠. 젊으니까. 일어나 웃고 장난치다가 갑자기 정색하는 겁니다. 나는 그동안 내 것을 뭘 만들었나 싶다, 라고 말하면서 돈이 내 것이라고 할 수는 없거든요. 돈은 무엇인가 위해 써야되는 데, 무엇인가 뭔지 모르겠대요. 그게 너무 억울하다 하더니 한 달 후에 세상을 떴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죽는 건 굉장히 불행할 것 같아요, 너무 불쌍해요, 내가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못한 경우는 그래도 낫죠.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도 생각 해 볼 기회도 없고, 무조건 돈만 많이 벌어야 한다. 그러다 갑자기 내 문화적 생물학적 유전자를 나몄다 라는 사실도 없고 내가 뭔가 절실하게 원해서 그걸 이루기 위해 바랐던 부분도 모호하고 그러면 안 되지 않습니까. 언제 끝날지 모르겠으니 당장 롸잇나우, 지금부터 해야 됩니다. 준비는 누구나 다해요 준비는 평생해도 모자랍니다. 공부? 내가 이런 걸 하고 싶은데 좀 모자라니까 공부가 좀 된 다음에 해야 됩니다, 공부는 언제 끝나는 겁니까. 그림 실력이 모자라니까 잘 그릴 수 있게 되면 이걸 해야지 그런데 그림이 잘 그리는 건 언제 합니까? 슬램덩크 1권과 22권 보면 그림이 다르죠. 계속 그날그날 해야 할 걸 하다보면 실력이야 자연스럽게 느는 거고요. 지금 당장 자신이 재미있는 일을 해야 되고 내가 그걸 모르겠다면 하루 빨리 찾는 게 시급하다 생각해요. 주절주절 제 그림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들을 했는데 혹시 질문 있으신가요? 기술적인 부분이나 개인적인 부분도 괜찮습니다.
질문 : 작가님은 작업을 할 때, 어떤 식으로 환기를 하시나요? 제가 하는 일이 배경 그리는 일인데 재미도 있지만 비슷한 걸 계속 그리고 누굴 위해서 하다 보니까 약간 지루할 때도 많은데요, 작가님의 경우 작업을 할 때 어떤 식으로 환기를 하시나요?
환기 진짜 중요하죠. 작업할 때에도 항상 애기하는 게 그림 그리고 자기의식이 너무 들어가면 잘 되고 있는지, 안 되는지, 모를 때가 많거든요. 초상화두요. 그때 필요한 게 환기죠. 딴 짓을 해야 됩니다. 작가들이 눈을 딴 데로 돌리는 거죠. 의식이 저기에 가있다가 돌아 올 때 보면 순간적으로 잘못된 게 보여요. 그래서 한기가 중요한데 저 같은 경우 환기, 글쎄요, 일단 그림을 그리면서 지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위에서 내려오는 일이니 어쩔 수 없지만 문득 그런 만화가 생각나나는데 김진태 작가님이 계세요. 개그만화 명랑만화 그리는 분인데, 만화가의 하루, 마감할 땐 죽을 듯이 합니다. 딱 하고 다 끝내고 나면 이제 놀아야지 라고 하고 뭐하는지 아십니까. 엎드려서 자기 그림 그려요. 글세, 별거 없어요. 저도 그러거든요. 저는 좀 멍하니 누워있는걸 좋아해요. 누워서 다큐멘터리를 보든 책을 보든 누워서 멍하니 상상해요. 턱으로 손과 두뇌를 이요해서 뭔가 하는게 아니라 멍 때리는 거죠. 근데 그게 굉장히 창의적인 순간이다 이런 얘길 하더라구요. 물론 여행가거나 좋은 맛 집을 찾아가거나 다른 직관적 경험 하는 게 졸은 환기가 될 수 있지만 제 경우 멍 때리는 시간이 많습니다. 그때 문득 드는 생각이나 이미지들을 많이 캐치해 보려고 하죠. 실제 작업에 쓰거나 적용되면 그런 겐 대부분 좋은 반응을 얻는 것 같기도 하고. 따로 독서나 영화감상을 권하고 싶진 않아요. 이건 제 스타일입니다.
질문 : 팬으로서의 질문입니다. 그림 외에 다른 작품이나 작업을 하시는 게 있나요? 있다면 공개해주실 수 있나요?
공개하기 애매한 게요. 제가 지금 3년 됐는데 해부학 책을 쓰고 있어요. 삽화를 메디컬 일러스트레이션을 하는 게 아니라 미술 해부학을 위해 뼈나 근육 같은 것들이 어떤 이유로 이런 모양으로 생기고 발생되고 최종적으로 어떤 모양이 되는지, 그림을 사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해부학을 공부하면서 애매하고 힘들었던 부분을 모아 쓰는데, 원래는 재작년 9월에 나왔어야 돼요. 자꾸 욕심이 나더라구요. 이 얘기, 저 얘기 쓰다 보니 길어지는데 올해 안에는 나올 겁니다. 해부학에 대해 많이 알아서 쓴다기보다는 저는 그런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예를 들어 김영철 씨가 영어책을 내는 것이나 고명환 씨가 몸짱 트레이닝 책을 내는 것. 그 분들이 전문가라 내는 건 아니에요, 페인터도 그렇고 해부학도 그렇고 제가 어설프고 아마추어적인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게 더 실질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거 같아요. 페인터 책 같은 경우도 석가의 페인터라는 책을 쓸 때 제가 페인터를 공부하면서 몰랐고 알게 된 것들, 제목도 석가의 페인터 했더니 처음에 장난하냐 그러더라구요. 그 당시에는 책 제목이 튀게 지어야 됐거든요, 페인터 무작정 따라하기 가장 쉬운 페인터, 이런 식으로. 아무것도 없이 석가의 페인터 하니 장난하냐, 하더라구요.
근데 석정현이라는 사람페인터 쓰는 방법에 대한 거죠. 지금은 아무개의 페인터, 이런 게 자연스러워지기는 했어요. 그게 나름대로 페인터 서적 중에서는 잘 팔립니다. 제 자랑 같지만요. 그래서 출판사 담당자랑 얘기했어요, 정현 씨 책이 왜 잘 팔리는 줄 알아요? 왜일까요. 제가 잘생겨서 일까요? 그게 아니고 대부분 책들이 페인터를 모르니 살 거 아닙니까? 내가 이미 잘 하는데 이 사람은 얼마나 잘하는지 볼까 하고 사진 않아요. 배워야 되니 사는데 대부분 압도가 돼요. 전문가가 날 가르치니까. 때로는 박사님이 날 가르치는 것보다 우리 형이 날 가르치는 게 더 쉬울 때가 있어요. 예전에는 제가 어설픈 게 콤플렉스고 채워야 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보면 제 무기 같이요, 그림도 굉장히 멋있게 쓱쓱 그리는 게 아니라 조바심 내면서 조각하든이 계속 깎아가면서 그려요. 어떻게 보일지 고민도 하고 두근대기도 하고 그러는데, 그래서 어설프다고 생각하면 어떤 일을 시작할 때 큰 장애라서 저는 약속을 많이 합니다. 안 하면 안 되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게, 그렇게 하다보면 어느새 그 일 끝나고 보면 남는 게 있어요. 해부학 책 경우도 그런 거였어요.
제가 해부학에 대해 얼마나 알겠어요, 페인터 책을 계속 내자는 제의가 와서 페인터 전문가도 아닌데 책을 써보겠습니다 했더니 뭘 쓰겠냐 해서 저도 모르게 해부학이요 그래서 그때ㅜ터 시작하게 된 거죠. 책을 내야 하니 뭔가 해야죠. 공부도 해야 되고 내가 원고를 써야 되니까. 좌충우돌 힘들어하면서 쓰지만 그러다보니 원고가 점점 늘어나고 쌓인 원고만큼 나도 알게 되고 그걸 가지고 어디서 수업도 하고 아는 척도 하게 되고요. 어설프다 준비가 필요하다. 나중에. 전 세계에서 제일 쉬운 말이라 생각 하거든요.지금 할 수 있는, 하고 싶어 하는, 이루고 싶어 하는 일, 목표가 뭔지 잡아서 당장은 모자라다 생각해도 일단 시작하고 보는 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질문 : 저도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학생으로서 그림 그리다 막히면 예전 연습장을 보게 되는데 창피한 적도 있습니다. 예전 그림 보시면 어떠신가요? 지금 봐도 만족스러운 작품도 많으신가요?
저도 창피하죠. 죽을 것 같죠, 근데 그 당시에는 항상 만족했던 것 같아요. 예전 기록이 없으면 내가 이만큼 성장 했구나 못 느꼈겠죠, 보면 손발 오그라들고 미칠 것 같아요. 근데 그게 언젠가는 내가 잘 그린다 생각하고 그리지만 먼 미래에 이게 보잘 것 없어지겠지 쪽팔리겠지 생각하면 못하겠죠. 당장 어떤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그 당시에 내가 스스로 만족스럽고 재밌을 만한 소소한 거리들을 자꾸 몽글몽글 만들어서 그게 꼭 캔버스에 물감을 사용해서 그려야 되는 게 아니라 교과서 귀퉁이에도 그릴 수 있고 커피를 마시다가 냅킨에도 그릴 수 있고, 그냥 그렇게 끄적 끄적 재밌어 하는 게 중요 한 거 같아요, 자꾸 재미를 강조 하는데... 이 애기가 하고 싶습니다. 재미 없으면 하지말자. 답변이 되셨는지 모르겠어요. 오늘 참 모자라지만 이렇게 잘 들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리고요. 앞으로 저는 사실 열심히 하겠다 이런 말 하는 거 안 좋아하거든요. 좋아하는 걸 열심히 할 필요는 없다 생각하기 때문에 열심히 학보다 재밌는걸 찾아내서 잘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하구요 나중에 또 저랑 교류하고 싶으신 분은 블로그나 페이스 북이 있거든요. 친구 신청하셔서 글 남겨주시면 그때그때 보고 대화를 나누든지 말씀을 드리든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