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한창완입니다. 요즘은 손만 뻗으면 이모티콘, 인형 등의 캐릭터를 쉽게 접할 수 있죠? 이는 그만큼 국내 캐릭터 산업이 놀라울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데요. 특히 캐릭터는 하나의 문화산업으로서 독자적 성장이 아닌 사회시스템과 상호작용을 통해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캐릭터의 연도별 흐름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저와 함께 캐릭터 개념의 도입부터, 국산 캐릭터 산업의 융합성장기까지 알아가 볼까요?
먼저, 1897년부터 1980년까지는 ‘캐릭터 개념 도입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캐릭터에 대한 개념이 희미하고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 소비에 대한 경제적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주로 신문 등에 일러스트 같은 ‘끼워팔기(Bundling)’ 형태로 캐릭터 상품이 활용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도입기를 거쳐 1981년부터 1992년까지는 ‘캐릭터 산업의 기반형성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 시기에는 국내 최초로 캐릭터가 만들어진 것은 물론, 1987년 ‘국제저작권협회’의 가입 이후, 국내 캐릭터 산업이 형성되기 시작했는데요. 이는 캐릭터 비즈니스에 있어 국제화의 기초를 마련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1993년에서 1997년까지는 ‘캐릭터 산업의 시장 확대기’입니다. 국내에서 캐릭터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고, 소득수준의 증가로 인해 다양한 디자인의 캐릭터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때이기도 하죠.
특히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적 요소와 지역 이미지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지역 캐릭터를 제작했으며, 1998년 둘리나라가 설립되면서 영어교육용 비디오인 ‘둘리의 배낭여행‘이나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인 ‘아기공룡둘리 얼음별 대모험‘이 제작되는 등 캐릭터 산업이 활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1995년에는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 투니버스가 개국되고, 1997년에는 인터넷 캐릭터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블로그에 일상을 담은 ‘쿨캣‘이 연재되면서 인터넷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만화가 등장한 것인데요. 지금의 웹툰 캐릭터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죠. 이 만화가 인기를 끌게 되면서 해당 캐릭터를 다양한 문구나 팬시 상품에 활용했습니다.
1997년 이후 생겨난 만화대여점이 1998년 12,223개소까지 증가하면서 만화책을 구매하는 문화에서 대여하는 것으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만화책 대여 문화의 확산은 만화시장의 축소로 이어졌으며, 만화와 애니메이션캐릭터를 활용하여 OSMU를 진행하던 국내 캐릭터 산업을 정체시켰죠.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플랫폼은 다양화되었는데요. 1998년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OECD회원국 중 국내 광역인터넷 보급률이 1위를 기록하며 멀티미디어 시대를 맞이하는 것과 동시에 개인용 PC와 인터넷이 보편화되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모바일 게임사가 등장하면서, 이동통신사별로 다운로드가 가능한 그래픽 게임을 선보이게 되었고, 사이버가수 ‘아담’이 탄생했습니다. 그렇지만 아담은 캐릭터의 활용과 관련 제품 유통에서 디지털 캐릭터로 차별화 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죠. 그리고 1999년에는 국내 게임시장에 캐주얼 게임열풍을 일으킨 ‘포트리스2 블루’가 출시됩니다. 이는 음료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게임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출시했죠.
한편, 이 시기에는 국산애니메이션 산업의 발전을 위해 국내에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을 전체 애니메이션 방영시간의 30∼50% 범위 내에서 편성하도록 하는 ‘국산애니메이션 TV 의무 방영제’를 시행했는데요. 그러나, 방송사가 전체 애니메이션 방영 시간대를 축소하거나 새로운 애니메이션이 아닌 기존 애니메이션을 반복적으로 상영하면서 TV애니메이션 산업의 발전을 오히려 저해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2000년 초반은 인터넷을 통해 문화가 확산된 시기로, ‘기괴한 것이나 이상한 일에 강한 흥미를 가지고 찾아 다니는 것‘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가지고 있는 ‘엽기’라는 단어가 인터넷 중심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를테면 엽기 소설, 엽기 사진, 엽기 캐릭터 등 많은 명사와 결합되어 사용되면서 엽기 문화가 성행하게 된 것인데요. 이와 같은 문화양상은 캐릭터 산업에도 나타났습니다.
2000년에 탄생한 ‘마시마로’는 일명 엽기토끼라고 불리우며, 플래시 애니메이션 콘텐츠로 시작하여 본격적인 캐릭터 상품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2000년 이후에는 졸라맨, 우비소년, 뿌까 등 다양한 웹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다양하게 등장했죠.
2000년은 이러한 플래시 애니메이션만 등장한 것이 아닙니다. 학습만화 시장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게 된 시기이기도 합니다. ‘만화로 보는 그리스로마신화’ 출간을 시작으로 2002년 ‘WHY? 시리즈’, 2003년 ‘마법천자문’, ‘살아남기 시리즈’ 등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속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학습만화가 등장한 것인데요. 이후 많은 학습만화들이 TV 애니메이션, 극장용 애니메이션, 뮤지컬, 게임 등으로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인터넷 문화가 점점 발전하면서 2001년 클럽 서비스 중심으로 운영되던 미니홈피와 같은 개인 블로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고, 미니미, 미니룸, 스킨 등 미니홈피를 꾸미기 위한 다양한 캐릭터 상품이 판매되었습니다.
2003년부터는 무엇보다 국산 캐릭터에 대한 관심이 큰 폭으로 증대하기 시작했습니다. 강풀의 ‘순정만화’를 시작으로 국내 웹툰 서비스가 인기를 끌게 되었죠. 그리고 유아용 애니메이션인 ‘뽀롱뽀롱 뽀로로’가 크게 성공하면서, 각종 유아용 애니메이션이 등장하고, 이러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활용한 캐릭터 상품들이 소비자의 큰 사랑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덕분에 국내 캐릭터 시장에서 국산 캐릭터의 점유율이 또한 높아졌죠.
특히, 게임 캐릭터의 OSMU, 애니메이션 총량제, IPTV 등장이 이 시기의 핵심 키워드인데요. 먼저, 게임 캐릭터의 OSMU는 2003년 출시된 캐주얼 RPG게임 ‘메이플 스토리’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게임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가져오게 된 게임이죠. 이 게임을 기반으로 다양한 학습만화가 출간되었으며, 현재까지도 애니메이션, 문구, 완구, 의류 등 다양한 상품군에서 캐릭터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05년에는 방송진흥법에 의거해 ‘애니메이션 총량제’가 시행되었는데요. 이에 따라 주요 방송사는 전체 방송시간의 1% 이상을 국내에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을 의무적으로 편성해야 했기 때문에 국산 신규 애니메이션 편성 시간이 증가 했죠.
또한 2007년 초고속 인터넷을 통한 정보서비스, 동영상 콘텐츠나 방송 등을 TV로 제공하는 IPTV 등장으로 사용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송을 제공받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로 인해 애니메이션이 인터넷, 이동통신 등 새로운 미디어와 결합되면서 이를 운영하는 통신관련 기업들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참여가 점차 활발해졌지요. 이와 더불어 2009년, 아이폰 모델이 들어오면서 스마트폰 시대로 돌입하기 시작했고, 이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캐릭터 산업 발전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의 도입은 캐릭터 산업에 큰 변화를 주게 됩니다. 2010년 시작된 무료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 그 변화의 시작이죠. 이 메신저는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94~97%를 차지하는 서비스가 되었는데요. 단순히 메신저 기능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카카오 프렌즈라는 전용 캐릭터를 출시하여, 자체 제작된 캐릭터 스티커를 전 세계 230개 국가의 아이템스토어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카카오프렌즈 팝업스토어 또는 정규 매장을 오픈하여 큰 인기를 끌고 있죠.
이 기세에 더불어 2011년에는 무료메시지와 무료통화를 서비스하는 ‘라인‘ 메신저가 출시되었습니다. 이는 일본과 대만, 태국에서 국민 메신저로 자리매김했는데요. 이모티콘 서비스를 처음 출시한 이후 브라운, 코니, 문, 제임스, 샐리, 제임스, 보스, 제시카 등 라인이 자체 개발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서비스하면서, 끊임없는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2011년에는 캐릭터의 판로개척과 유통촉진을 위한 국산 캐릭터 전문유통매장 1호점 ‘C#’이 개장했습니다. 이곳에서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뽀로로’, ‘뿌까’, ‘마시마로’ 등 총 50여종의 국산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때 ‘뽀로로 파크’도 개장했는데, 이는 무엇보다 한국형 테마파크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뽀로로의 집, 크롱의 장난감방, 에디의 창의교실 등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국내를 시작으로 중국과 싱가포르에 개장했으며, 미국, 태국, 인도네시아에도 뽀로로 파크가 개장되죠.
그리고 또 무엇이 변했을까요?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수없이 만들어졌던 지역 캐릭터가 다시 한번 각광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2012년 고양시의 홍보를 위해 개발한 ‘고양고양이’는 고양이를 주제로 한 캐릭터인데요. SNS를 중심으로 캐릭터 홍보를 진행하고, 지역에 위치한 제작업체들에게 고양고양이 캐릭터를 활용하여 캐릭터 상품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무엇보다 지자체가 캐릭터 사용에 대한 저작권을 받지 않으면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 2008년 화성시 전곡항에서 발견된 국내 최초 뿔 공룡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를 모델로 화성시는 약 25억 원을 투자하여 애니메이션 ‘꾸러기 케라톱스 코리요’를 제작했는데요.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모닝글로리와의 협업을 통해 문구 또는 팬시용품을 제작하여 판매하고 있습니다.
기업들 또한 브랜드 차별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캐릭터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2011년, 한 보험 회사에서는 회사 이니셜로 한 6개의 ‘걱정인형’을 출시하여 기업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했죠. 2012년에는 톱모델 중심으로 광고를 진행하던 주유 회사에서 굿오일(Good Oil) 발음을 활용한 ‘구도일’ 캐릭터를 개발하여 기업광고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캐릭터 광고에 좋은 호응을 받자, 2015년 구랜파, 구대디, 오드리 등 구도일 패밀리 8종 캐릭터를 추가하고, ‘뿌까’ 제작사인 부즈와의 제휴를 통한 캐릭터 마케팅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럼, 아이들의 사랑을 받는 캐릭터의 변화는 없었을까요? 그럴리가 없죠. 유아용 애니메이션의 뒤를 이어 완구 애니메이션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2014년 출시된 ‘터닝메카드’ 완구는 미니카와 카드 변신완구가 모두 결합한 제품으로 애니메이션 방영 전 출시되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외에도 로보카 폴리, 타요, 또봇 등 변신 로봇완구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국산 완구 캐릭터에 대한 관심 증대와 함께 완구시장에서 국내캐릭터의 약진이 매우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너무 숨가쁘게 설명한 것 같은데요. 다시 한 번 요약해서 정리하자면, 국내 캐릭터 산업은 6단계의 흐름을 거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캐릭터 개념 도입기, 캐릭터 산업의 기반형성기, 캐릭터 산업의 시장 확대기, 국산 캐릭터 산업의 태동기, 그리고 국산 캐릭터 산업의 부흥기와 국산 캐릭터 산업의 융합성장기이죠. 이제, 머리 속에 어느 정도 흐름이 그려지시나요?
이에 대한 흐름만 파악한다면 캐릭터 산업이 향후 어떠한 방식으로 발전할지도 예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 한창완이었습니다.
01. 이 강좌에 대해서
한국에서 미디어를 중심으로 소개되기 시작한 캐릭터의 개념은 초기 잡지와 광고시장을 중심으로 공유되었으며, 이후 근현대화시기를 거치면서 팬시라는 개념으로 확대되는데, 이러한 한국 캐릭터 산업의 역사적 흐름과 변천사의 시대별 의의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02. 강사 소개
한창완 - 세종대 교수
03. 강사 이력
- 세종대학교 융합콘텐츠산업연구소 소장 - (사)한국애니메이션학회 회장 -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운영위원
[저서] -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역서, 2009, 커뮤니케이션북스) - 슈퍼히어로 (2013, 커뮤니케이션북스) - 만화의 문화정치와 산업 (2013, 커뮤니케이션북스) - 게임플랫폼과 콘텐츠 진화 (2015, 커뮤니케이션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