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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나레이션) : 박건웅
예전에 어떤 책에서 그런 구절을 읽은 생각이 드는데요. ‘훌륭한 의사는 돈 잘버는 의사가 아니라 병을 잘 고치는 의사다‘라고 글을 봤어요. 접목하자면 만화가에 비유하자면 좋은 만화가라는 것들은 돈을 잘버는 만화가가 아니라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게 좋은 만화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그런 마음으로 어떤 당장의 현실적인 그런 상황과 이런 것들보다 좀 더 가치있는 작업이 무엇이 있을 까 세상의 어떤 이야기들이 가치가 있는가라는 것들을 작가가 스스로 꾸준히 생각을 하고 도전해 보면 좋은 작품이 나올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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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웅 작가
작품 : ‘삽질의 시대’ 출간(2012), ‘노근리 이야기’ 1,2권 출간(2007~2011), ‘홍이 이야기’ 출간(2008), ‘꽃’ 출간(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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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업작가가 한국만화를 말하다. - ‘꽃, 노근리 이야기’의 박건웅 작가 I
질문 : 연재작가가 된 계기는? (01:15)
답변
원래는 만화가를 처음에 시작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거든요. 전공은 회화과였는데 서양화라고 보통 미디어에서 서양 유화로 그리는 그런 그림을 그렸었는데 그때 당시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한폭의 그림으로 담아내려고 하니까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방법들을 찾고 있다가 선배님들이 연작그림을 한번 해 보라고 해서 큰 그림으로 이야기를 담아 봤어요. 그런데 그것도 맞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당시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가, 매체를 찾으면서 고민을 하고 있다가 우연치 않게 ‘아트슈피겔만의 쥐’라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유대인 학살을 다룬 아주 자전적 만화였는데 이런 방법도 있구나 하는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죠.
그때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어서 2000년도, 한 7년정도 작업을 해서 2000년도에 ‘꽃’이라는 작품이 만들어지게 되었죠. 그래서 굳이 만화를 시작하려고 했던 것이, 만화를 꼭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찾다보니까 자연스럽게 만화를 했던 것 같아요.
질문 : 현대사의 질곡과 아픔을 이야기 한 [고근리 이야기] 만화작가로서의 철학은? (02:33)
답변
처음부터 만화를 시작했던 주제를 가지고 철학을 가지고 만화를 시작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고요.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무엇이었냐고 하면, 저는 한국 현대에 대한 관심이 높았었는데 한국현대사에서 이름없이 죽어간 사람들의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해보자 하는 것들이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중의 하나였어요. 그런 주제로 찾다보니까 한국 현대사에서 소재를 발견하게 된 거고, 하면서도 되게 보면, 아름답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잖아요. 그것이 표면적으로는 잔인한 이야기일수도 있고, 슬픈 이야기도 있을 수 있고, 작가로서 한국 전쟁 하나만 보더라도 가슴아픈 이야기들이 많더라고요. 그러면서 되게 많이 작업하면서 힘든 경험들이 많이 있었는데, 제가 고등학교때 문득 겪었던 일들이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때 이제 저희 고등학교 옆에 국군통합병원이 있었거든요. 거기에서 헬기소리가 전방에서 나요. 그러면서 ‘다다다다’ 헬기소리가 오면 헬기의 시동이 꺼지면 그 환자가 산 것이고, 만약에 시동이 꺼지지 않고 다다다 계속하면 그 환자는 죽은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뭐냐면 환자를 전방에서 군인들을 후송할 때 헬기가 떠 있는 상태에서 환자가 죽으면 떠 있는 상태에서 환자를 던져버리거든요. 제가 고등학교 수업을 하면서 제가 한번 목격을 했었거든요.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서 던지더라고요.
그런걸 보면서 죽음과 삶에 대한 경계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었던 것 같고. 그때 통합병원 옆을 우연히 지나면서 할아버지가 그 시신들을 치우고 있더라고요. 그러면서 그 할아버지에게 물어봤어요. 이렇게 너무 무섭지 않냐고. 이 시신을 다루면서 하시는 거 보니까. 너무 무섭지 않냐고 물어봤는데 그 할아버지께서 ‘이게 뭐가 무섭냐고, 억울하게 죽은 젊은이들을 자기가 손수 깨끗하게 닦아 주고, 꼬매주고 닦아 주고 해서 좋은 곳으로 보내주는데 오히려 이 아이들이 자신한테 고맙다고 해야 되지 않겠냐’라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들이 제가 현대사 이야기를 작업을 하면서부터 그런 것들이 스믈스믈 올라오더라고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아 내가 하고 있는 이야기들이 좀 더 오히려 가치 있는 일이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제 뭐 그때부터는 어떤 힘든 이야기들을 접하고 그럴 때도 오히려 또 내가 그런 것들을 치유의 개념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라는 생각을 하고 작업을 하니까 그런 방향들로 작업을 꾸준히 할 수 있고, 내가 가진 철학적 관점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질문 : 르뽀 만화나 다큐멘터리 만화에 대한 견해는? (05:50)
답변
르뽀만화하고 다큐멘터리, 과거에 비해서 과거의 만화라는 것은 공상에 대해 많이 다루었잖아요. 우주선이나 SF물이나 공상의 영역에서 여러 가지 소재들을 발견하고 작가들이 창작을 하고 작품들이 많이 나왔는데 최근에 와서 그런 어떤 다큐멘터리, 사실적인 현실의 이야기를 그대로 담은 만화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이게 제가 보기에는 만화가 가지고 있는 어떤 확장성의 의미라고 볼 수 있거든요. 소재의 확장성이라든가, 발전적인 측면에서는 이야기가 국한되지 않고, 장르가. 보다 많은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라는 그런 개념으로 바라보고 있고 저도 되게 그런 것들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하고 있는 작업도 아마 그런 영역으로 만화의 다양성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거든요. 그런데 단지 조금 우려되는 부분들은 뭐냐면 다큐 만화나 르뽀 만화라는 것들은 이제 일반적으로 다큐멘터리라든가 그 방송에서 영화라든가 이런 것들과 다른 서술구조를 가지고 있다라고 볼 수 있어요. 오히려 더 만화적 상상력이 더 돋보일 수 있는 그런 매체의 특성을 살려서 어떤 다큐나 르뽀를 좀더 바라보면 어떨까 라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거든요. 그래서 요즘에 이제 다큐 만화라든가 르뽀 만화라는 그런 호칭 자체도 사실 좀 틀안에 가두는 느낌이 들어서 좀 더 열려있는 시각에서 만화를 좀 더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덧붙이면 예전에 이제, 10년 전, 5~6년전에 르뽀나 다큐멘터리 작가들이 최근에 와서 새롭게 변모하는 모습들이 뭐냐면 작가들이 직접 취재를 해요. 이제는. 예전에는 책이라든가 그냥 뭐 간접적인 체험을 통해서 자기가 그대로 옮기거나 그런게 많은 반면에 최근에 용산에 대한 만화책도 그렇고, 최근에 어떤 만화들의 경향들을 보면 이젠 작가들이 직접 기자가 돼서 그런 이야기 소재를 구하러 다니고 직접 취재도 하고, 자기의 내용을 만들어 낸다는 것들이 상당히 좀 긍정적이고 되게 좋은 모습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질문 :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 이슈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08:17)
답변
예전에도 만화 안에서 검열 문화가 심했거든요. 70년대 80년대 당시에 정부가 검열에서 만화 그 자체에 대해서 인정 안하고 방과후면 만화책을 불태우는 퍼포먼스도 하고 그랬던 시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요. 표현의 자유도 마찬가지로 정부에 반하거나 유해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과감하게 검열을 해서 삭제를 지시하고 그랬던 이야기들을 선생님들에게 많이 들었어요. 만화가 선생님들한테.
최근에 와서도 아마 그러한 것들이 보이는 조짐이 보여서 항상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고.
저는 어떤 표현의 자유는 모든 영역에서 자유롭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보거든요. 그것이 경계가 없어야 한다고 보는데, 일반적으로 권력자라고 하는 지배층의 관점에서는 정치 아래에 문화를 바라보고 있거든요. 자기의 권력 아래 문화가 있고, 만화가가 있고, 여러 가지 이런 것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제가 생각할 때는 정치 권력자 위에 문화라는 어떤 개념이 있다라고 보여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모든 것들은 말할 수 있고, 모든 것들은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 세상이야말로 민주적인 국가가, 사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