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나래이션): 이창동



(자막) 영화 <밀향> 칸 영화제 진출!! (0:16)

(자막) 영화 <시> 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 (0:26)

(자막) 80년대 주목받던 작가에서 이제는 세계가 주목하는 영화감독으로... (0:39)



그 사건이 내 마음 속에서 자리 잡고 꼭 영화로 뭔가 이야기를 해봐야 될 것 같은. 시나리오를 쓴 다는 것은 연애편지를 쓰는 느낌과는 달리 뭐랄까요 연설문을 쓴다고나 할까요. 좋은 시나리오가 어떤 것이냐.



(자막) 한국 영화계의 진정한 이야기꾼, 이창동 (01:08)



(자막) 영화감독 이창동 (1:15)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영화 찍는 이창동이라고 합니다. 여러분들 뵙게 돼서 매우 반갑습니다.



질문: 소설을 쓰는 것과 시나리오를 쓰는 것의 차이점은? (1분 24초)



대개 소설을 쓰는 것과 영화를 만드는 것은 본질적인 차이는 없습니다. 소설 쓰든 영화를 만들든 제 마음 제가 느끼는 것 제가 생각하는 것을 독자나 관객에게 전달하는 점에서 그 본질은 똑같죠. 그렇지만 그 방법론은 많이 다르다고 할 수 있죠. 그리고 그 매체의 차이 때문에 제가 글을 쓸 때 그러니까 소설을 쓸 때나 시나리오를 쓸 때의 마음가짐이 좀 다르다고 할 수 있어요. 비유하자면 제가 소설을 쓸 때는 저는 뭐라고 그럴 까 단 한 사람 물론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단 한 사람을 대상으로 쓴다는 느낌을 가져요. 그 한 사람은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그 누군가 이지만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있는 내가 느끼는 감정 내가 생각하는 것을 거의 똑같이 이해해 줄 어떤 사람을 생각하면서 글을 쓰죠. 마치 뭐라고 그럴까요. 연애편지를 쓰는 것 같은 그런 느낌으로 글을 쓴다고 생각해요. 근데 이제 시나리오를 쓸 때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시나리오를 쓸 때는 한 사람을 생각하면서 한 사람을 대상으로 쓰기는 매우 어려워요. 왜냐하면 영화는 집단으로 모여서 극장에서 같이 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집단 눈에 보이지 않는 집단을 대상으로 시나리오를 쓸 수밖에 없죠. 그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그 시나리오를 쓴 다는 것은 연애편지를 쓰는 느낌과는 달리 뭐랄까요 연설문을 쓴다고나 할까요? 그런 느낌을 받죠. 근데 저는 소설을 쓰다가 시나리오를 써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여전히 영화를 만들면서도 마치 그 연애편지를 쓰듯이 사랑하는 그 누군가를 위해서 내 마음을 전달하려고 노력하듯이 그렇게 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약간 제 영화가 어떤 관객들에게는 좀 부담스럽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어쩔 수 없이 제가 그 마치 사랑하는 사람한테 연애편지를 쓰듯이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제 마음을 담을 수밖에 없죠. 근데 그 대상자도 나를 사랑한다면 내 진정성이 담긴 마음을 받아드리겠지만 저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아주 가벼운 마음을 갖고 있는 대상이라면 내가 마음을 담고 있는 진심을 담고 있는 내 마음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죠. 그런데 많은 관객들이 극장을 찾아올 때는 그렇게 그런 진심을 만나러 오는 것 같지는 않아요. 뭐랄까 한 때 즐기러 온다고 그럴까요? 그러니까 오락을 위해서 극장을 찾아오죠. 그러니까 뭔가 이 진지하고 진심이 담겨있는 마음은 좀 불편해 하는 것도 같아요. 근데 어쨌든 시나리오는 너무 연애편지처럼 그 하나의 대상을 향한 글쓰기와는 좀 다른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어떤 연령층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 관객이라고 하더라도 백분 또는 두 시간 동안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그런 영화를 원하는 것 같기도 해요. 어쨌든 시나리오를 쓴다는 거는 소설을 쓰는 것 보다는 훨씬 더 광범위한 일반적인 보편적인 정서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는 그렇게 말씀 드릴 수 있겠습니다.



질문: 다른 작가의 시나리오로 연출할 계획은? (6분 18초)



예, 저는 지금까지는 항상 제가 쓴 시나리오를 가지고 연출을 한 셈인데요. 반드시 이런 방식을 고집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좋은 시나리오가 있으면 당연히 그걸 가지고 연출을 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한국에서는 어쨌든 지금까지 대부분 특히 데뷔하는 감독인 경우에는 더 그런 경향이 강한데 자기가 쓴 시나리오를 가지고 데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자기가 직접 쓴다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공동으로 쓰는 경우라도 자기가 직접 시나리오를 써서 데뷔하는 경우가 많고 또 그 뒤에도 감독이 시나리오를 스스로 쓰거나 스스로 개발하거나 또는 그 함께 쓰거나 이런 경우들이 많죠. 다시 말하면 시나리오 작가와 연출가의 분업이라고 그럴까요? 이게 그렇게 잘 되어있는 편은 아닙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시나리오 작가가 많이 개발이 되지 않았다는 점도 있을 수 있고요. 다음에 한국에서의 감독의 능력은 시나리오의 능력과 결부돼있는 어떤 한국만의 전통이라고 그럴까요? 그런 것과도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요. 어쨌든 한국은 다른 나라 물론 영화라는 매체의 특징이 감독과 시나리오가 분리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만 한국은 시나리오 부분에 있어서는 좀 시나리오 자체의 작가들의 힘이랄까 작품들이 지금까지 생산된 작품들이 하나의 한국 영화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그런 식으로 개발이 돼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이건 아마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들 지금 시나리오를 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될 문제라고 봐요. 한국영화가 더 튼튼해지고 더 힘을 가지려면 더 좋은 작가가 나오고 더 좋은 시나리오가 대접받고 인정받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과의 관계는? (9분 24초)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과의 관계는요. 서로 공생관계지만 시나리오 작가의 입장에서 본다면 다른 작가와 달리 스스로의 그 오리지날리티라고 그럴까요? 이걸 인정받기가 어려운 관계에 있기도 해요. 예를 들어서 저는 소설을 쓰다가 영화 쪽에서 왔기 때문에 더 그 점에 대해서 더 민감하게 느꼈을 수도 있는데요. 소설을 쓰는 작가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가 쓴 작품의 한 줄, 단어 하나를 고치는데도 굉장히 예민합니다. 왜냐하면 그건 온전히 자기 것이기 때문에. 근데 시나리오 작가는 그 만큼 자신의 오리지날리티를 주장하기 어렵게 돼 있어요. 뭐 대사 한 줄 고치는 거는 물론이고 이야기나 장면 자체가 빠지기도 하고 완전히 바뀌기도 하고 자기가 썼던 게 다른 작가가 다시 고쳐지기도 하고 심지어 영화가 만들어 지고 난 뒤에도 작가의 독자성 그 영화가 잘 됐다 하더라도 크게 인정받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감독의 영향으로 인정받는 경우가 많지 그게 작가가 쓴 시나리오로 인정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하거든요. 그니까 좋은 시나리오가 있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하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작품에 좋은 시나리오를 결과적으로 인정해주지는 않죠. 또 그 작가가 생각했던 것 썼던 것에 독자성을 인정받기도 참 어렵죠. 스탠드큐브릭이라는 사람과 작업을 같이 했던 시나리오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요. 시나리오의 작가와 감독간의 관계는 전갈과 개구리의 관계와 같다. 전갈과 개구리가 이게 이솝우화 같은 건데요. 전갈이 개구리한테 앞에 시냇물이 흐르는데 개구리보고 자기를 등에 없고 시냇물을 건너가게 해달라고 사정을 했대요. 그니까 개구리가 너는 내가 너를 없고 시냇물을 건너면 너 나를 잡아먹을 거 아니냐. 그랬더니 전갈이 자기는 절대로 안 잡아먹는데요. 그니까 업어주기만 하면 된데요. 그래서 개구리가 전갈을 업고 시냇물을 건넜어요. 그러니까 전갈이 잡아먹으려고 하는 거죠. 그래서 개구리나 너 나 건너기 전에 안 잡아먹는다고 약속했지 않느냐 했더니 전갈이 내가 널 잡아먹지 않으면 내가 전갈이 아니지. 그러면서 잡아먹었다는 거죠. 여기서 감독은 당연히 전갈이겠죠. 시나리오 작가는 개구리죠. 저는 이 이야기가 하나의 비유긴 하지만 두 관계를 굉장히 상징적으로 본질적으로 관계를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시나리오 작가는 어떤 시냇물을 건너가게 해줍니다. 시나리오 작가가 없으면은 시냇물을 건널 수가 없어요. 감독이. 자기가 직접 쓰지 않는 한. 그리고 시냇물을 건넌 뒤에는 작가는 잡아먹히게 돼 있어요. 그러니까 잡아먹히더라도 너무 억울해 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그게 운명이니까. 잡아먹지 않으면은 전갈이 아니에요. 잡아먹지 않으면 감독이 아니라고. 근데 사나리오 작가가 되려고 하는 사람은 그런 자기의 독자성. 자기가 시냇물을 건너고 난 뒤에도 살아남기를 원하는 사람은 시나리오 작가가 돼서는 안돼요. 그냥 소설을 쓰던지 시를 써야죠. 시나리오 작가가 되려고 하는 사람은 이 운명을 받아드려야만 합니다. 그 운명을 받아드려야만 더 좋은 시나리오를 쓸 수가 있겠죠. 그러니까 억울해하면서 잡아먹히면 다음에는 다시는 시나리오를 쓸 수가 없을지 몰라요.





질문: 감독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시나리오란? (14분 33초)



좋은 시나리오가 어떤 것이냐. 뭐 제가 학교에서 시나리오 강의도 하고 있습니다만 한 학기를 다 이야기를 해도 다 이야기하지 못하는 쉽게 배울 수 없는 거죠. 제가 또 학교에서 시나리오를 가르친다 하더라도 제 자신도 풀지 못하는 질문이기도 한데요. 그래도 간단히 이 자리에서 말씀 드린다면 저는 좋은 시나리오를 만드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플롯이라고 생각합니다. 강렬한 플롯을 가진 시나리오가 좋은 시나리오가 될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이라고 생각하죠. 많은 그 물론 플롯에다가 또 다양한 훌륭한 디테일들을 갖추면 완벽해 지겠지만 좋은 디테일을 가지고 아무리 좋은 디테일을 가져도 플롯이 좋지 않으면 그 영화는 결코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근데 좋은 플롯은 나쁜 디테일은 가질 수 있죠. 근데 디테일이란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은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촬영할 때 까지 끊임없이 노력하면 더 좋은 것을 만들 수 있죠. 근데 플롯은 나쁜 플롯을 가지고 아무리 노력을 한 듯 좋아지지가 않습니다. 그러니까 플롯이 더 본질적이고 결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죠. 플롯이란 그 영화 또는 그 사나리오가 갖고 있는 거의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의 마음을 잡아 끄는 힘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대로 그야말로 서사의 혼이라고 말할 수 있죠. 그니까 그 것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생명을 가지느냐 갖지 않느냐를 결정짓는 그런 요소라고 할 수 있죠. 근데 그럼 좋은 플롯은 어떻게 가질 수 있죠? 이 질문의 대답은 정말 하기 힘듭니다. 좋은 플롯은 어떤 의미에서는 작가가 책상에 앉아서 머리로 만든다기보다는 만나는 거라고 할 수 있어요. 그니까 스스로 머리를 짜내서 만드는 게 아니라 그냥 만나는 거죠. 그 결코 좋은 플롯을 머리속에서 책상에 앉아서 고안해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요. 그렇게 해서는 결코 좋은 플롯이 찾아오지 않으니까요. 근데 살아가면서 관찰하면서 만날 수는 있어요. 근데 그 좋은 플롯을 만나기 위해서는 항상 이 더듬이를 예민하게 세우고 있어야하죠. 안테나를 곧추 세워야만 좋은 플롯을 만날 수가 있죠.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굉장히 많은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만나거든요? 내가 경험할 수도 있고 뭐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를 볼 수도 있고 심지어 신문, 잡지에서 그런 이야기를 만날 수 있고 근데 그게 좋은 플롯인지 아닌지를 느끼고 깨닫고 그걸 내 것으로 낚아채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항상 더듬이를 잘 세우고 있어야만 되죠.





질문: 영화 <시>를 제작하게 된 동기는? (09분 03초)



시라는 영화는 크게 동기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그 영화 속에 내용과 관련이 있는 청소년의 성폭행 사건 그건 우리 한국 사회에서 어디나 마찬가지입니다만 한국 사회에서 가끔 일어나는 사건이죠. 실제로 몇 년 전에 그런 사건이 일어 났었고요. 근데 뭐 우리 매일 크고 작은 사건을 접합니다만 왜 그 사건이 하필 그 사건이 내 마음 속에서 자리 잡고 꼭 영화로 뭔가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을 가지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근데 어쨌든 그 사건이 내 마음에 들어와서 뭔가 이제 영화를 통해서 관객과 이야기하고 싶은 어떤 것으로 마음속에서 점점 커져갔다고 말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그걸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해야 될지는 잘 몰랐어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어떤 틀을 떠올릴 수는 있죠. 이를테면 누군가가

그 사건을 조사하고 추적해서 어떤 진실을 드러내는 방식. 흔한 방식이지만. 또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뭔가 거대한 이 사회의 벽과 싸우면서 뭔가를 드러내는 방식도 있을 수 있고. 여러 가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그런 틀들이 있잖아요. 근데 왠지 그 것이 아닌 것 같았어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게 더 뭐 대중들한테는 더 힘이 있는 호소력있는 걸 수는 있겠지만 저는 그게 너무 뻔하다고 그럴까요.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방식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우연히 시라는 화두라고 그럴까요? 그것과 만나서 그것과 결합해서 이야기를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우연히 일본에 제가 다른 일로 여행을 하고 있을 땐데 호텔에서 호텔방에 아침에 TV 채널을 돌리다 보니까 그 호텔에서 준비한 채널인 것 같아요. 그니까 여행자들이 잠을 잘 못 자니까 잠 못자는 여행자들을 위해서 만들어 놓은 채널인 것 같아요. 다른 건 없고 그냥 평화로운 풍경에 음악만 명상음악 같은 게 나오는 그런 채널이었어요. 그거 한 좀 보고 있으면 저절로 잠이 오는. 근데 거기 화면의 풍경이 어디 강이었던 것 같아요. 강에 아주 평화로운 풍경이죠. 그리고 이제 나룻배도 있고 어부가 그 나룻배 위에서 그물을 던져서 고기 잡고 굉장히 아름다운 풍경. 거기다가 명상음악이 흘러나오더라고요. 무심코 그걸 보면서 갑자기 제 머릿속에 시라는 단어가 떠올랐고 그 제가 생각했던 그 사건과 시를 이렇게 서로 굉장히 다른 극단적으로 다른 것일 수 있는데 그 두 개를 같이 이야기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떠오른 거죠. 그러면서 제목도 시여야만 하겠다. 또 주인공은 60대 중반의 여성일 수 있겠다. 처음으로 시를 배우는 한 여성이여만 하겠다. 그녀의 손자가 그 사건에 연류가 될 수 있겠다. 등등의 모든 것들이 모두 일순간에 떠올랐어요. 직감적으로요. 그래서 이제 이 영화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가 있죠. 제가 지금 일순간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아마 그게 일순간에 모든 게 이루어지지는 않았을 거예요. 제가 오랜 시간 동안에 제 속에 있는 고민이 그 때 같이 마치 전기 스파크 일으키듯이 튀어나왔을 뿐이죠. 저의 고민은 뭐였냐하면 제가 10대 때부터 글이랍시고 끄적거리기 시작했는데, 굉장히 오랜 세월을 글쓰기를 했던 것이죠. 근데 그 때부터 저한테 늘 어떤 질문이 있었어요. 그게 뭐냐면 내가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 내가 살고 있는 현실에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되지? 이런 질문입니다. 그러니까 아주 쉽게 이야기하면 우리 흔하 게 이야기 하는 대로 글 써서 밥이 되나 떡이 되나? 이겁니다. 이 질문은 특히 저 같은 세대한테는 굉장히 더 심각한 질문이죠. 저는 80년대 작가라고 불리던 작가였는데 80년대는 우리사회가 굉장히 뭐랄까 현실에 있어서의 현실에서의 모순 우리사회의 어떤 사회의 모순 또는 우리사회의 절대악 구조적인 문제 이런 것과 굉장히 치열하게 고민하던 시대라고 말할 수 있어요. 80년대 초에는 광주에서 이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 굉장히 많은 피를 흘렸고요. 또 군사정권이 들어서서 새로운 박정희 시대가 끝났나 했는데 또 새로운 독재정권이 들어섰고요. 그러면서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던 시기였어요. 당연히 이게 지식인 사회에 영향을 줬고 그 중에서도 문학하는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고민을 치열하게 했던 때죠. 그게 이제 현실의 모순을 극복하는데 문학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는 고민이었습니다. 근데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무슨 노동 해방 문학처럼 굉장히 이렇게 그런 쪽에 앞서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글 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상상력을 재료로 하는 거거든요. 그 자유로운 상상력과 현실에서의 그 글이 뭔가 그 현실에 구조적인 투쟁 구조적인 모순에 대한 투쟁 이런 것에 쓰이는 것에는 그 상상력과 서로 부딪히게 돼 있어요. 그니까 가장 그러한 문제에 있어서 갈등을 많이 겪었던 세대라고 할 수 있어요. 저는. 그러니까 당연히 내가 쓰는 한 줄의 글이 이 현실에 모순을 바꾸는데 얼마만큼 힘이 있을까. 이 고민을 했던 거죠. 이건 저 같은 세대를 굉장히 민감한 세대인지 모르지만 또 글이라는 속성이 글뿐만 아니라 예술 전반이 다 마찬가진데 인류가 만들어진 인류가 이 땅에 온 이 땅에서 예술이라는 걸 하기 시작한 이래로 지금까지 끊임없이 되풀이 된 질문이고 지금도 해결이 안 나는 질문이죠. 시를 쓴다고 현실의 모순이 도대체 무슨 영향을 끼치지? 시를 쓰는 것과 현실에서의 엄연한 그 잘못된 어떤 그게 도덕적인 문제든 현실적인 문제든 그런 것과 시와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나. 시가 밥 먹여 주냐? 이런 거죠. 그러니까 그 오래된 나의 고민과 나의 질문과 이 사건 내가 영화에서 이야기하고자 했던 사건과 만나면서 이 시라는 지금 만들어진 이런 모습의 영화가 만들어졌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죠.







질문: 처음 <시>에 대한 시나리오를 쓸 때와 완성 단계에서 영화에 대한 만족도는? (19분 35초)



처음 시나리오를 썼던 때와 지금 만들어진 영화를 얼마만큼의 거리가 있는지 말하기는 참 어려운데, 어쨌든 그 저는 영화 만드는 과정 자체가 그러니까 시나리오 쓰고 난 뒤에 영화를 촬영하는 과정 자체가 이 영화에서 미자라는 한 여성이 난생처음 시를 쓰면서 굉장히 그 자기가 예상하지 못 했던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그런 어려움을 경험하잖아요. 삶은 다른 눈으로 보게 되는 거죠. 그런 과정하고 똑같이 저도 그런 과정을 겪었다고 생각해요. 하나의 생명이 창조되는 하나의 창조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그럴까요? 그래서 물론 시나리오를 쓸 때와 영화 지금 만들어진 영화는 많이 다를 거예요. 그렇지만 또 어떻게 생각해보면 어쩌면 필연적인 과정을 거쳐서 제 모습을 찾은 거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그러니까 이게 뭐 좋든 나쁘든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이 영화의 운명이자 제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드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게 영화의 운명인 것 같아요.



질문: 준비하고 있는 차기작은? (31분 22초)



생각하고 있는 것은 있는데요. 저는 어쨌든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이 스스로 내가 억지로 끄집어내려고 노력하지 않고요. 스스로 자란다고 그럴까요? 그래서 이렇게 잎이 나고 가지가 뻗고 해서 저한테 노크하기를 기다리는 편이에요. 근데 그게 물론 그렇게 스스로 자랄 수도 있고 그냥 자라지 못하고 시들어 버릴 수도 있는데 자라기를 바라야죠. 지금은 아직은 어떤 거라고 말하기 힘든 단계.



세계에서 영화산업이 살아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에 한 나라라고 말할 수 있거든요. 많은 우리나라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영화 관계자들도 인정하고 있는 그런 에너지를 갖고 있는 나라인데 앞으로도 계속 이런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을까. 영화산업이 생명력을 가지고 있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대답하기 쉽지 않습니다. 위기의 신호가 있기도 해요. 그런데 어쨌든 이 생명력의 바탕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생산할 수 있는 그런 힘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노력 해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그 자신도 하나의 작가로서 자기 존재를 증명할 수 있고요. 또 한국영화도 전체적으로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죠.



(자막) 여러분,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세요!! ？ 이창동 (3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