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여러분께 만화/애니메이션에 대해 소개할 추혜진입니다. 여러분, 한 해 동안 지구촌 곳곳에서 열리는 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이 몇 개나 될까요? 전 세계 페스티벌 관련 사이트들을 살펴보면, 애니메이션 페스티벌만 하더라도 약 250개 이상이 된다고 합니다. 애니메이션 부문이 신설되거나 애니메이션만을 위한 전문 축제를 포함해 크고 작은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죠.
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은 문자 그대로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페스티벌이라는 축제적 기능을 더한 것입니다. 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은 주류 혹은 상업적인 작품과는 다른, 실험과 시도들이 가득한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합니다. 페스티벌을 통해 아티스트들과 관련 전문가들이 서로 한 자리에 모여 작품을 상영하고, 다양한 담론을 형성하며 공유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현재의 흐름을 조망하고, 미래를 모색하면서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데 기여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의 역사는 195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은 1956년 칸느 영화제의 비경쟁 부문 행사로 시작됩니다. 이후 국제 애니메이션 필름 협회의 초대 회장이었던 존 할라스를 비롯해 노먼 맥라렌, 알렉산더 알레세이프 등 몇 몇 애니메이션 거장들과 후원자들의 노력으로 1960년부터 프랑스 남부의 휴양도시인 안시에서 독립적인 애니메이션 페스티벌로 개최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면서 세계 애니메이션 발전에 큰 공헌을 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칸느,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를 세계 3대 영화제로 일컫는데요, 프랑스의 안시,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 캐나다의 오타와 그리고 일본의 히로시마가 바로 4대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이라 불리는 영화제들입니다. 수십 년 이상의 역사와 전통을 지닌 각각의 페스티벌은 해마다 천 편 이상의 출품작들 속에서 고르고 또 고른 경쟁 부문의 작품들 간 수상 여부를 두고 치열한 경합을 펼칩니다. 그럼 세계 4대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을 하나씩 알려드리도록 할께요.
먼저, 프랑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부터 알아볼까요?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은 현존하는 애니메이션 영화제들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대표적인 페스티벌로, 매년 6월 프랑스 안시에서 개최됩니다.
1960년부터 시작되었으며 1985년부터는 필름마켓(MIFA)를 도입하여, 경쟁부문과 초청부문의 상영과 더불어 세계 유수의 애니메이션 프로덕션과 배급사들이 참여하여 작품을 선보이고 판매하면서 예술성과 상업성의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성공적인 축제로 발돋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애니메이션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죠.
1997년부터는 비엔날레 행사에서 매년 행사로 재정비되면서, 단편에서부터 TV 시리즈, 장편 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 매해 500여 편의 경쟁 및 초청 작품이 상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티스트나 관련 전문가뿐만 아니라 십만 명이 넘는 관객들이 참여하여 함께 즐기는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페스티벌로서 명성을 지키며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2002년 이성강 감독의 <마리이야기>, 2004년 성백엽 감독의 <오세암>이 장편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고, 2014년에는 정다희 감독의 <의자 위의 남자>가 단편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다음으로 자그레브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은 두 번째로 오래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인데요. 1972년부터 짝수 해에 개최되는 비엔날레 행사로 시작되었습니다. 자그레브는 전통적으로 예술성과 실험성이 강한 작가주의적 경향의 작품이나 동유럽 애니메이션 작품을 주로 소개하는 장으로서 역할을 해왔습니다.
1997년까지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과 번갈아 격년제로 개최됐었는데요. 2006년부터 짝수 해에는 단편 경쟁을, 홀수 해에는 장편 경쟁을 치루는 행사로 전환되었습니다. 그래서 상업성과 예술성 모두를 수용하는 페스티벌로서 변화를 모색하며, 동유럽의 가장 중추적인 애니메이션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5년부터 격년제로 진행되던 장편과 단편 경쟁부문을 통합하여 종합축제로써 또 다른 변화를 꾀하고 있죠. 한편, 지역의 애니메이션 산업 활성화를 위해 펀드 조성 및 피칭 프로그램을 통해 작가들의 작품 활동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근래에 들어와 자그레브에서 수상하는 한국 작품들이 눈에 띄게 많이 늘고 있는데요. 대학 졸업 작품들이 자그레브 페스티벌의 경쟁부문에 초청되면서 한국의 애니메이션이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2002년 김상남 감독의 <일곱살>이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했고, 2014년에는 정유미 감독의 <연애놀이>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단편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전 세계로부터 한국 애니메이션이 또 다시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세 번째로 오타와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은 캐나다 국립 영화 제작소의 후원을 받아 1976년부터 격년제로 짝수 해에 개최되었고, 이후 북미 지역을 대표하는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로 발전했습니다. 1997년부터 비엔날레로 열렸던 행사를 오타와 학생애니메이션 페스티벌과 통합하여 매년 개최되고 있습니다. 아트 애니메이션을 비롯하여 독립 애니메이션, 성인 애니메이션 등 독창적이고 독특한 애니메이션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페스티벌입니다.
네 번째로 1985년부터 시작된 히로시마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은 '사랑과 평화'라는 주제로 짝수 년도에 열리는 아시아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페스티벌입니다. 4대 페스티벌 중 유일하게 기존의 포맷을 고수하며 상업성이 철저히 배제된, 작가주의적 애니메이션과 예술성 높은 작품들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히로시마 페스티벌은 지금까지 단편 경쟁 부문만을 유지하면서 다른 애니메이션 페스티벌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데요. 이런 모습은 이 페스티벌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근래에 들어와 히로시마는 빠르게 변화하는 애니메이션 산업과 기술적 발전 수용에 다소 뒤쳐진다는 문제에 당면하면서 변화의 기로에 서있기도 합니다. 히로시마와 한국 애니메이션과의 인연은 2000년 이명하 감독의 <존재>가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면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2002년 임아론 감독의 <엔젤>이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2006년에는 장형윤 감독의 <아빠가 필요해>가 2위에 해당하는 히로시마상을 수상했습니다.
다음으로 만화 페스티벌에 대해 알아볼까요? 우리가 살펴볼 페스티벌은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입니다.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은 1972년에 시작된 가장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만화 축제입니다. 매월 1월 말 프랑스 앙굴렘의 작은 도시에서 개최됩니다. 지역과 예술 산업을 연계하여 주변 명소를 공간으로 활용하고, 지역민과의 긴밀한 협조를 이루어 만화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즐길 수 있는 문화행사 축제로 발전시켜, 세계적인 규모의 만화 행사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 전년도 대상 수상 작가 작품 전시, 다른 문화권의 작가들을 소개하는 작가전과 초청국가전, 만화마켓과 워크숍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 2003년 주빈국으로 초청되어 ‘한국만화의 역동성’이라는 주제 아래 한국만화 특별전을 개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2014년에는 일본군 위안부 만화 기획전 ‘지지 않는 꽃’으로 앙굴렘을 찾은 많은 작가들과 관객들에게 큰 공감을 얻기도 했습니다.
다음으로 알아볼 만화페스티벌은 미국을 대표하는 ‘샌디에고 코믹콘 행사’입니다. 1970년에 처음 시작된 코믹콘은 SF나 판타지 계열의 만화를 소개하고 팬들이 서로 교류하는 소통의 장으로서, 첫 회에는 미니콘(MINICON)'이라는 1일 행사 성격의 소규모 모임으로 출발하게 됩니다. 이후로 점점 그 규모가 커지면서 오늘날 컨벤션(Convention)과 같은 대규모 행사로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코믹콘 행사 초기에는 SF나 판타지 장르가 주류를 이루었지만, 현재는 더 이상 장르에 제한을 두지 않으며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데요, 만화 뿐 아니라 블록버스터 영화를 비롯하여 TV 시리즈, 애니메이션, 게임 등 근접 장르와 다양한 파생 산업으로까지 확대되어, 해마다 7월 샌디에고 컨벤션 센터에는 십 만명 이상이 찾아오는 세계 최대 규모의 만화, 엔터테인먼트 행사로 성장하게 됩니다. 코믹콘의 프로그램은 전시 행사를 비롯하여 시사회, 워크샵, 세미나, 패널토크, 유명 제작사나 스튜디오 토크, 팬 포럼 등 수 백 개가 넘는 크고 작은 다양한 이벤트들이 4일 동안 펼쳐지게 됩니다. 코믹콘은 유명 작가들의 사인회는 물론이고 아직 정식 발표되지 않은 신작들을 홍보하는 장으로도 적극 활용되고 있는데, 최신작 뿐 아니라 개봉작, TV 시리즈물에 출연한 배우들이 행사장을 찾아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이벤트는 코믹콘의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들 중 하나로써 자리매김을 하고 있습니다. 해가 갈수록 코믹콘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입장권을 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데요, 행사 현장에서는 입장권을 구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행사가 개최되기 6~7개월 전 미리 티켓을 구매하셔야 합니다. 이처럼 코믹콘은 현재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트렌드를 공유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을 적극 수용하면서 해마다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세계 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은 전 세계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트렌드를 공유하고,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며, 소통과 축제의 장으로서 역할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들 중에 작품 출품을 고려하고 있는 예비 작가가 있다면, 앞서 소개된 각 페스티벌의 특성을 통해서 출품을 준비하는 데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셨길 바랍니다.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01. 이 강좌에 대해서
한 해 동안 지구촌 곳곳에서 열리는 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은 250개 이상이 됩니다. 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은 언제 어떻게 열리게 되었는지 살펴보고, 대표적인 국제 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인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자그레이브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오타와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히로시마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02. 강사 소개
추혜진 - 한국예술종합학교 애니메이션과 겸임교수
03. 강사 이력
- 現 컴퓨터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디렉터, SIGGRAPH ASIA 2013-15 - 現 영화제 프로그래머, 인디애니페스트(www.ianifest.org) - 前 영화제 프로그래머(전문위원), (사)부천 국제 학생애니메이션 페스티벌(PISAF) - 前 영화제 프로그래머, 2011 과천국제SF영상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