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에 2009년 여름에 MBC 납량특집 기획극 혼의 각본을 맡았었던 작가 고은님입니다. 그렇게 대박이 났던 드라마도 아닌데 이렇게 귀한 자리에 초대를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싶은데 일단 제 소개를 간단하게 해야 한다고 하셔서요. 근데 사실 저는 재능에 비해서 운도 너무 좋고 또 상복도 많았기 때문에 막 고생하시고 준비하고 노력하신 분들에 비해서는 사실 제가 너무 호강을 하고 있기 때문에 드릴 말씀이 없는데요. 그런데 작가에 대해서 물어보시면 그게 생각나요. 제가 91학번인데 처음 교양 국어 시간에 과제로 시와 수필을 한 편씩 냈었어요. 근데 그 때 교수님께서 이 안에 지금 그 쪼인트 수업이어서 되게 여러명이 있었는데 ‘이 학생들 중에 고은님이라는 사람이 있다. 근데 내가 내 교수직을 걸고 장담을 하는데 10년 안에 그 사람이 작가가 될 것이다.’라고 이야기를 하셨었어요. 그 때는 제가 작가가 될 거라는 건 생각도 안 했었기 때문에 어머 저 사람 웃긴다. 자기가 뭔데 내 인생을 막 걸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어떻게 어떻게 까먹고 지내다가 번지점프를 하다로 데뷔를 하고 나니까 정확하게 10년이 지났더라고요. 그래서 약간 짜릿하고 운명인가 막 그런 생각도 했었어요. 작가라는 건 이 시대의 곡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곡비라는 건 곡하는 노비인데요. 옛날에는 오일장, 칠일장을 지냈기 때문에 오래오래 매일매일 울어야 되니까 손님이 올 때마나 울어야 되니까 그게 너무 힘든 거예요. 그래서 노비를 고용해서 대신 울게 했었대요. 근데 그 상주보다 더 구슬프게 울어서 문상 온 사람들도 같이 슬픔을 나눌 수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작가도 이 시대의 많은 대중을 위한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 아닐까. 물론 대신 웃어주기도 하고 그래서 행복과 슬픔을 나눠주는 그런 역할을 맡은 사람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자막)Question & Answer(2분 24초)
네 그러면 아마 여러분 제일 궁금하신 게 혼 일 것 같은데요. 혼에 대해서 어떤 얘기를 해드리면 좋을지 잘 몰라서 미리 질문을 좀 받았었어요. 그래서 하나하나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질문: 드라마 혼을 작업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신가요?(2분 41초)
처음에 저는 다른 드라마를 한창, 멜로드라마를 한창 준비하고 있을 때 였는데요. 혼을 연출했던 김상옥 감독이 워낙 친해요. 그래서 제가 평소에 퇴마사를 하고 싶다. 영혼 이야기를 하고 싶다. 사이코 닥터 드라마를 하고 싶다. 이런 이야기를 막 했었던 거를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MBC에서 M 이후로 14년 만에 그 비슷한 포맷의 기획을 하고 있는데 할래? 이렇게 됐고, 어 무조건 할래 이렇게 돼서 그냥 시작을 했어요. 그런데 둘이 딱 마주 앉아 보니까 둘다 너무너무 아는 게 없는 거에요. 당장 저는 그런 공포영화 본 게 없더라고요. 뭐 하다못해 링 시리즈나 쏘우 시리즈도 본 게 없고 감독도 그렇고요. 소설도 본 게 없고 만화도 본 게 없고 너무 너무 텍스트가 없어서 사실은 조금 둘이 불안해했었어요. 얼굴을 보면서 가능할까? 엎어지는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요. 이제 감독이 격려하기를 오히려 텍스트가 너무 많으면 더 힘들 수 있다 어떤 본 것을 피해가야 한다. 그걸 뛰어넘어야 한다든가 혹은 의도하지 않아도 그 걸 따라가게 된다던가 이런 게 있을 수 있으니까 차라리 백지에서 하는 게 좋을 수도 있다. 라고 용기를 줬어요. 그래서 그냥 용감하게 무식하게 썼는대요. 그 쓴 대본을 보고서 김감독이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사실은 너무 걱정했다고 엎어질까봐 속으로는 너무 걱정했는데 가면 되겠다고 해서 둘이 의기투합을 해서 시작을 했죠.
질문: 공포영화에 대한 실험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는데 어떻게 기획하시게 되셨나요?(4분 28초)
혼이라는 드라마 일단 하기로 시작을 했어요. 혼이라는 제목도 우여곡절 끝에 나왔는데요. 사실 TV드라마로 공포물을 한다는 건 너무 어려운 한계가 많아요. 제약도 많고요. 그니까 공포영화를 극장에서 볼 때는 일단 넓고 캄캄하고 화면은 크고 되게 중요한 사운드가 빵빵하고 표현 수위도 얼마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는데 TV 드라마는 그 모든 게 제약이 되거든요. 그리고 그 휑한 형광등 불빛 아래서 밥 먹으면서 왔다 갔다 하면서 보는 거기 때문에 아무리 무섭게 해도 그 공포가 반감이 돼요. 그리고 또 드라마니까 표현수위도 너무너무 제약이 많았어요. 피가 보여도 안 된다. 칼이 보여도 안 된다. 귀신도 너무 무서우면 안 된다. 이런 것들이 많거든요. 또 제작비와 CG의 문제도 많았고요. 그래서 이것을 어떻게 해결을 할 것인가. 시작은 귀신처럼 하지만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결국 귀신, 영혼 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라는 걸로 가자. 공포가 아니라 서늘함으로 가자. 그렇게 합의를 했어요. 물론 1부는 학원물처럼 시작을 하면서 약간 여고괴담 그런 분위기 였지만 그거는 정말 약간 낚시였고요. 정작 하고자하는 이야기는 2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이 됐죠 사람이 더 무서운 정작 그 영혼들은 우리에게 헤코치를 하지 않는 그런 이야기를 시작을 했습니다. 물론 제가 하려는 이야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뭐 선과 악도 들어가고 신과 인간, 용서, 복수, 구원 거기에 영혼 거기다 직업은 프로파일러에 다가 변호사에다가 정신분석가에 다가 너무 복잡하다. 너는 지금 드라마로 예술을 할 것이냐 막 이런 CP 분들의 압박도 있긴 있었는데요. 기왕의 특집 기획이니까 한 번 해보고 싶은 대로 해라라고 감독이 전폭적으로 지원을 했어요. 다 막아줄테니까. 그래서 저는 그 감독님의 보호 아래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었죠.
질문: 작품을 하시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셨나요? (6분 47초)
가장 힘든 건 작게는 그거 였어요. 사람을 어떻게 죽일까. 계속 매회 몇 명의 사람이 죽었는데, 그게 차라리 연쇄살인마라던가 사람이 직접 살인을 하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어요. 근데 그 여자 주인공 하나가 빙의가 돼서 나쁜놈들을 하나씩 처단하는데 그 방법이 어렵더라고요. 왜냐하면 이 친구는 지금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귀신도 아니고 빙의가 됐으니까 뭔가 새로운 힘은 있을 것이고. 그 세 가지를 아우르는 방법을 계속 매회 마다 만들어 내야하는게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하나는 비슷한 이야기 일 수 있지만 아주 현실적인 것과 판타지를 경계 없이 넘나드는 게 큰 숙제였어요. 이쪽에서는 살인사건이 일어나면 프로파일러와 경찰들이 막 수사를 하고 또 잡고 보면 원혼이고 뭐 그런 것들을 이성과 판타지를 넘나들어야 하는 게 되게 숙제이기도 하면서 저에게는 모험이기도 하고 아주 큰 재미이기도 했습니다.
질문: 가장 공을 들인 장면은 어떤 것이었나요? (7분 57초)
사실 매씬 매씬 쉽게 쓰지는 않았는데요. 지금 딱 생각나는 건 그거예요. 조금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죽이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이번엔 또 어떻게 죽일까를 고민하는데 이게 잘 생각이 안 났어요. 그래서 막 길거리를 걸어 다니고 카페에 앉아서 사람들을 구경하고하다가 생각난 게 지하철 칸과 칸 사이에서 죽는 장면이었거든요. 그니까 이쪽에 아주 평화로운 사람들의 모습. 이쪽에서는 죽어가고 있지만 아무도 모르는 그 공포를 보여주고 싶었던 거예요. 그래서 결국엔 죽은 다음에 카메라가 뒤로 쫙 빠지면 쫙 빠지는 효과를 주고 싶어서 그 살인 사건은 첫 번째 칸에서 일어나고 카메라는 맨 끝으로 쭉 빠져서 보면 두나가 앉아있다. 지하철은 계속 움직이는데 매 칸마다 같은 자리에 두나가 앉아있다. 근데 딱 고개를 돌리니까 하나더라. 이 씬을 쓸 때 되게 짜릿하고 신나고 재미있었어요. 근데 쓰고 나서도 이제 그래 읽기는 재밌는데 이걸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가 큰 숙제였대요. 그 연출부에서는. 그래서 미술팀이나 촬영 팀에서는 이 씬을 포기하자라고 했었데요. 이건 도저히 못 찍는다. 이건 영화가 아니니까 못 찍는다. 근데 김상호 감독이 해보겠다라고 해서 지하철을 세워놓고 카메라를 마구 달리면서 열심히 찍었낸거에요. 그리고 그게 방송이 된 이후에 반응도 좋고 해서 보람도 있었고 되게 기억에 많이 남아요.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은 제가 힘들었다기보다 제가 기억에 남는 장면은 그 하나와 두나가 현재의 모습으로 엄마 뱃속에 있는 그 장면이었어요. 뱃속에 있을 때는 아직 누가 언니고 누가 동생인지 결정이 안 나있잖아요. 그냥 친구로서 같이 있는 건데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두나는 이 세상에 나가길 너무 무서워하는 거죠. 그냥 여기서 같이 있고 싶어. 근데 하나는 그런 두나를 뱃속에서 조차 보호해주기 위해서 자기도 겁이 나지만 7분 먼저 세상으로 뛰쳐나오는 거예요. 그러면서 그 둘의 인생이 결정이 나는 거였거든요. 그래서 이 두 사람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래서 현실에서 왜 빙의가 되고 서로 슬퍼하고 아파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은 그런 씬이었는데, 쓸 때도 마음이 아팠지만 나중에 연출된 장면을 볼 때도 너무 울컥하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핏빛을 썼어요. 김상호 감독님이. 저는 그냥 핀 조명처럼 생각하고 썼는데 김상호 감독님은 거기다 붉은 천을 물속에다가 담가가지고 약간 피를 연출했더라고요. 그래서 지금도 너무너무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질문: 공동작업의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14분 36초)
물론 그니까 이 드라마 시작할 때는 같이 하는 게 컨셉 중에 하나였어요. 작가가 무려 4명이 있었고 회별로 이렇게 나눴었어요. 그리고 저는 처음 말씀 드렸던 것처럼 다른 드라마를 또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거를 좀 하고 와서 시놉은 일단 써서 줬지만 다른 걸 조금 하고 와서 결말을 제가 쓰기로 당초 계획은 그렇게 되어있었거든요. 그런데 남이 쓴 시놉을 가지고 대본을 쓴다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니까 작가 분들이 한 분 두 분 떠나가셨어요. 그래서 인은아 작가님만 남으셨고 제가 할 수 없이 저쪽 일을 다 포기하고 이제 와서 이쪽을 1부부터 매달리기 시작했던 건데요. 사실은 공동 작업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라고 질문을 받게 되고 아쉬운 점이 없냐고 질문을 받는 건 아마 결과가 속상하게 끝났기 때문일 거예요. 근데 그건 어떤 수치적인 결과인거고요 아쉬움이 물론 있지만 사실 공동작업을 해서 좋은 점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공동 작업이라고 해서 같이 쓴 건 아니고 완전히 별개로 회를 나눠서 저는 8부 인연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쓰고 인은아 작가는 인연 후를 받아서 썼는데 그래도 문자나 전화로 끊임없이 서로를 격려해주고 잘 썼다고 반응도 빨리빨리 해주고 게시판에 안 좋은 글들이 올라오면 같이 매를 받는 게 확실히 맷집이 좋아지니까 확실히 극복하기가 좋더라고요. 근데 그런 기쁨은 저만의 것이고 나중에 안 좋은 소리는 결말을 맡은 분이 독차지를 하셔서 되게 죄스러워요. 사실은.
질문: 혼이라는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주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신가요? (15분 25초)
메시지가요. 여러분은 혼을 보시면서 어떤 부분을 주안점을 두고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사실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인간에 대한 구원이었어요. 왜 악마를 타락한 천사라고 하는 말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악마와 천사가 따로따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다 천사로 태어났다가 사실 너무나 깨끗하면 오염되기가 훨씬 쉽잖아요. 그래서 죄를 짓고 유혹에 흔들려서 타락을 하면 그게 곧 악마가 된다는 거죠. 저는 그 말을 보면서 우리 인간이 결국엔 그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이 태어날 땐 천사의 본성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너무 나약한 존재이다 보니까 살면서 점점점점 죄를 짓고 결국엔 악마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또 착한 본성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또 끊임없이 괴로워하고 용서를 빌고 돌아서면 또 죄를 짓고 이렇게 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예요. 그래서 그 구원에 대한 방법을 제시하고 싶었던 건데요. 그거를 원래는 결말에서 하려고 했던 이야긴데 그 순서가 바뀌면서 그 부분에 대해서 제가 명확하게 끝을 못 내고 바통을 넘기게 됐죠. 극 중 주인공이 이서진씨가 맡았던 류라는 주인공이 천사였어요. 사제가 되기를 원했던 천사. 누가 나에게 어떤 나쁜 짓을 하던 다 용서해주는 천산데, 내가 베풀었던 용서가 칼이 돼서 돌아와서 날 죽인 것도 아니고 내 엄마와 내 여동생을 죽인 거예요. 내가 친절을 베풀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래서 신부님이 된다는 것은 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용서를 해야 하는데,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던 거죠. 그래서 오랜 꿈이었던 사제를 포기하고 그 대신 그 나쁜 놈들을 잡아들이는 역할을 하기로 해요. 그래서 프로파일러가 되는데요. 그니까 형사가 아니라 프로 파일러로 잡은 이유도 그거 이었어요. 도대체 왜 우리 엄마와 여동생을 죽인거야? 라는 물음표가 계속 있었던 거죠. 그래서 그 죄를 짓는 사람들의 심리가 궁금했던 거예요. 그래서 범죄 심리 분석가의 길을 갔던 건데, 악착같이 나쁜놈들을 잡아 들였지만 정작 법은 그들을 처단하지 못했던 거죠. 아주 잔챙이 나쁜 놈들만 잡아들여서 벌을 주고 정작 거대한 범죄자들은 오히려 법이 합법적으로 보호를 하더라. 실제로 그런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설정을 했어요. 그리고 그 배후에 승소율 100%의 변호사 백도식, 김갑수씨가 연기한 그 백도식이라는 인물이 있죠. 그 사람은 이제 완전히 악마가 된 그런 캐릭터 인데 그래서 이 천사를 대변하는 류와 악마를 대변하는 백도식 그 둘의 싸움이었어요. 근데 법이 이 사람들을 합법적으로 보호를 해주니까 되게 무력했다고요. 근데 이때 나타난 게 하나라는 여학생이고 그 여학생에게는 빙의가 되고 빙의가 되면 괴력이 생기는 비밀이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그래 법으로 처단할 수 없다면 이 소녀의 힘을 빌어서 내가 심판을 하겠다 하고 심판자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데 처음 시작은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였지만 심판을 거듭 거듭하다보니까 결국 류가 악마가 되어버린 거죠. 그러며 그 류가 백도식을 드디어 잡아서 경찰에 넘겼을 때 백도식이 류에게 한마디 하죠. 그래 너 드디어 날 잡긴 잡았는데 저기 거울에 비친 너를 봐. 악마야. 새로 생긴 그 악마는 어떡할꺼야? 하면서 막 웃으면서 가는 거예요. 사실은 제가 본격적으로 하고 싶었던 부분은 거기였던 거거든요. 그럼 이 악마가 돼버린 천사는 어떻게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 결론만 이야기 하자면 그거 였어요. 아무리 사람이 나약해서 많은 죄를 짓는다 하더라도 그리고 교만하게 남을 심판한다 할지라도 타고난 천사의 본성을 잊지 않고 그 선한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래도 최후의 순간에는 신으로부터 구원을 받을 수 있다.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네, 혼에 대해서 지금까지 말씀을 드렸고요. 이번에는 글쓰기 작가 드라마 이거에 대해서 말씀을 간단하게 드리려고 하는데요. 사실 저도 끊임없이 배우고 있는 사람이고 사실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사람이라서 어떤 말씀을 드리기가 너무 조심스러워요. 근데 그냥 제 소신을 말씀드리자면 언제나 숙제가 되는 건 좋은 드라마는 뭘까?거든요. 사실 이번 혼을 기획 할 때도 다같이 기획회의를 가가지고 막 한참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좋은 드라마가 뭘까 우리는 어떤 드라마를 해야 될까 라는 이야기를 결국엔 또 하게 됐어요. 근데 너무 안타까운 건 예전에는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시청률이 아무리 높더라도 그 드라마 자체에 완성도가 떨어진다든가 내용이 소위 말하는 막장이라든가 그러면 부끄러워했었거든요. 연출자도 작가도 그런 작품을 했다는 것을 되게 부끄러워했었어요. 근데 요새는 좀 시대가 바뀌어가지고요 시청률이 낮으면 부끄러운 일이 돼 버렸어요. 최근에는 어떤 술자리에서 감독님이 시청률만 높일 수 있다면 난 영혼이라도 팔겠다. 그런 말씀을 다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거기 있던 모든 사람들이 다 고개를 끄덕 끄덕 할 정도가 돼버렸어요. 또 욱했는데요. 그래서 제가 하도 욱하니까 그 감독님이 고작가는 아직도 혁명가 기질을 못 버렸다고 막 그러시더라고요. 근데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 하시죠? 좋은 드라마가 물론 시청률 너무너무 중요해요. 시청률이 낮으면 광고가 안 붙고 광고가 안 붙으면 수익이 안 나고 수익이 안 나면 제작비가 모자라니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또 그 고생한 스태프들의 임금을 줄 수가 없어요. 그리고 그 다음에 일 할 기회를 갖는 게 너무 힘들어져요. 그래서 시청률이 중요하긴 한데 그게 필요충분조건은 아닌 거잖아요. 제가 그 감독님들한테 이제 또 화를 내면서 막 파르르 이야기 했던 건 왜 중국이 먹거리를 가지고 장난을 많이 하잖아요. 멜라닌 분유 파동도 있었고 뭐 고춧가루에 숯가루도 넣고 막 이러잖아요. 근데 너무 너무 잘 팔린단 말이죠. 왜냐하면 값이 싸니까. 뭐 고사리 나물 같은 것도 국산하고 중국산은 거의 세배 네배 정도의 차이가 나니까 일단 돈이 없는 소시민들은 그걸 사서 먹게 돼있어요. 그러면 중국에서 그것 봐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으니까 우리는 좋은 먹거리를 만든거야. 라고 말을 하면 되나요? 안 되잖아요. 드라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먹거리 만큼이나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매체이기 때문에 사명감을 가지고 불량식품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런데 그거는 저희만 노력해서는 안 되거든요. 시청자 여러분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셔야해요. 조금 비싸고 인공 감미료가 없어서 조금 밋밋하더라도 일단은 조금 참아주셔야 계속 좋은 드라마가 나올 수 있는 터전이 만들어져요. 그게 결국엔 더 좋은 드라마를 보실 수 있는 여러분의 권리이고 사명감이고 또 저희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의 사명감이고 그렇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그런 점에 있어서는 이번 혼이 그렇게 대중적인 소재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이 봐주시고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었어요. 이번에 제가 혼을 할 때에도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너무 어려운 키워드들이 많이 있었잖아요. 주제도 어렵고 복잡하고 매회 구성도 머리 아프게 생각을 하면서 봐야 되고 그러니까 안 된다 라는 반대가 많이 있었어요. 근데 그래도 좋은 드라마를 해야 된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된다 막 이렇게 자꾸 고집을 하니까 어떤 감독님이 저한테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저를 너무 걱정해서 해주신 이야기였는데. 물론 고작가의 생각이 다 옳지만 작가 고은님과 인간 고은님을 분리를 시켜야한다. 네 작품에 네 글에 인간 고은님을 투영시키는 건 아마추어다라는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그 때는 제가 욱하지 않고 조금 슬펐어요. 왜냐하면 제게 그런 말씀해주셨던 감독님도 그렇게 살지 못하는 분이었거든요. 그러니까 저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본인 자신도 들으셨던 거죠. 그래야겠다. 슬픈 결심을 하셨던 거예요. 그래서 아 그런가. 그렇게 가야하나. 내가 너무 혼자 무모하게 고집을 피우고 있나. 드라마는 정말 많은 분들이 봐 주시는 게 최고인가라는 생각을 사실 조금 고민을 했었어요. 내가 그런 걸 못 쓴다면 시작한지 얼마 안 됐으면 그만 둬야하나? 이런 생각도 했었어요. 그리고 아마추어라는 말도 계속 마음에 남아있었어요. 그래서 꽤 오랫동안 글을 못 쓴 적이 있었어요. 근데 그러다가 저에게 거의 구원과 같은 그런 말 그런 구절이 딱 주워졌는데요. 그게 뭐냐면 아마추어라는 말의 어원이 아마레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아마레 라는 건 뭐냐면 아모르 사랑이라는 말이었어요. 그러니까 아마추어라는 건 이 일로 밥벌이도 안 되고 생계유지도 안 되지만 이 일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기 때문에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을 가리켜서 아마추어라고 했었다는 거예요. 그 말이 저한테는 정말 큰 희망이 됐었어요. 위안이 되고. 그래 내가 이걸로 작가 고은님과 인간 고은님을 구분하지 못하는 아마추어가 되는 게 좋겠다. 나중에 그 감독님을 만나면 저 그냥 밥벌이는 다른 거 떡볶이 장사를 하든 풀빵장사를 하든 그렇게 해서 먹고 살고 글쓰기에 관한한 아마추어 작가가 돼야겠어요. 라고 말씀을 드려야지 하고 결심을 했고요. 그런 마음으로 이번에 혼도 쓰면서 그런 반대를 꿋꿋하게 잘 이겨냈었어요. 사실 생각해보면 저는 뭘 하려고 할 때마다 반대가 많았어요. 예를 들면 데뷔작 번지점프를 하다도 제가 처음에 이러이러한 이야기를 하겠다고 두 장짜리 딱 시놉을 드렸을 때 네가 어떻게 표현을 잘한다고 해도 이건 결국 남자와 남자의 동성애로 보일 것이고 게다가 사제지간이고 말도 안 된다. 우리나라 정서상 절대 용납할 수가 없다. 딴 그냥 멜로를 써라. 계속 이런 제안이 있었어요. 근데 사실 그렇잖아요. 데뷔를 할 수 있는 제작사도 있고 다 있으니까 데뷔를 할 수 있는데 일단 쉬운 멜로를 해 그래서 네가 성공하면 그 다음에 이걸 해 라는 타협을 일단 하라는 제안이 계속 있었지만 그 때는 사실 어떤 소신이라기보다는 무식해서 그럼 안 할래요 그러고 말았던 거였는데요 한 일년 정도 지나니까 제가 하고 싶어했던 그 내용을 기억하셨던 분이 너 정말 자신 있어? 할 수 있어? 라고 물으셨고 그래서 썼고 그래서 바로 개봉이 됐어요. 근데 다행히도 반응이 좋았어요. 상도 정말 과분하게 많이 받았어요. 그러다 보니까 확실히 정말 그 다음 시도를 하기가 쉬워졌어요. 그래서 Are you ready를 썼어요. Are you ready는 정말 돈이 많이 들고 큰 모험이었어요. 그런 영화 액션어드밴처 영화가 한국에서 많이 만들어 진 적이 없기 때문에 뭐하나를 하려고 해도 다 처음부터 시작이었던 거에요. 그런데 그 땐 반대하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근데 결과가 안 좋아서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으면서 망했어요. 그랬더니 이제 엄청난 욕을 먹었죠. 저는 똑같이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는데 잘되니까 칭찬을 받고 아 너 모험 잘 했어 칭찬을 듣고 안 되니까 그것 봐라고 욕을 먹더라고요. 전 그게 정말 신기했었는데 이제 지나서 생각을 해보니까 그런 거 같아요. 제가 아마추어기 때문에 모험을 끊임없이 하는 것 같고 안 된다는 반대에도 이런 단어를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꼴통처럼 계속 써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러분께 그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어쩌면 지금도 여러분 중에 그런 고민을 하실 수 있잖아요. 뭐 내가 정말 이 일을 하고 싶은데 주변에서 너 그걸로 성공할 수 있어? 먹고 살 수 있어? 뭐 그런 질문들을 받으면서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내가 갈 길인가? 나 너무 하고 싶지만 이게 내가 갈 길 인가? 라고 고민을 할 것 같아요. 근데 저는 거기서 조금만 욕심을 버리면 대답은 금방 나오는 것 같아요. 내가 이 일을 너무 너무 하고 싶은데 막 작가건 연출이건 다른 어떤 거라도 내가 이 일을 너무 하고 싶은데 거기에다가 성공도 해야 되고 돈도 벌어야 되고 칭찬도 들어야 되고 또 나중에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사회적인 지위도 얻어야 되고 그런 모든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가 까지 질문을 하기 때문에 망설여지는 것 같아요. 그런 거 다 포기하고 내가 정말 하고 싶다면 그냥 연애하듯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처럼 연애하듯이 그 일을 하는 그런 진정한 의미의 아름다운 아마추어가 되셨으면 좋겠다라는 말씀 오늘 드리고 싶었습니다.
01. 이 강좌에 대해서
2009년 여름, 안방극장을 오싹하게 했던 <혼>!
안방극장에서 공포 드라마라는 실험적인 시도를 한 고은님작가를 통해
공포 드라마 <혼>의 작업 과정과 촬영 에피소드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또한 <혼>을 통해 고은님 작가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지 알아봅니다.
02. 강사 소개
고은님 방송작가
03. 강사 이력
[고은님] - 시나리오 및 드라마작가
드라마 작품으로는 '첫사랑'(2003), '환생-NEXT'(2005), '혼'(2009), '장난스런 KISS'(2010), '천상의 화원 곰배령'(2011~2012) 등이 있고, 영화 작품으로는 '번지 점프를 하다'(2011), '아 유 레디?'(2002) 등이 있음. 수상 경력으로는 제37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시나리오상(2001)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