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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한진희 PD 인터뷰 Hit. 6074 2015-07-31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A. 만나서 반갑습니다. 지금 6년차 피디로 활동하고 있는 한진희라고 합니다.


Q. 현재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 지 궁금합니다.

A. 투니버스에서 방영중인 <막이래쇼> 라는 예능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고 있습니다.


Q. PD님의 입사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A. 23살 때 아르바이트로 카메라 보조 일을 시작했어요.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일이 계약직 이 되고 한 달 넘게 일을 하다보니까 방송 일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어요. 사실 보수가 그렇게 높은 편도 아니고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도 많아서 그만둔 적이 있었는데‚ 결국 다시 돌아왔죠. 관두고 생각해보니까 이 만큼 보람있고 그리운 일이 있었나 싶더라고요. 다시 돌아왔을 때 그 간의 경력을 인정받아서 케이블 조연출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Q. 입사당시의 전공과 스펙

A. 사실 저는 ‘대학’ 에 대한 생각이 남달랐어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싶은 생각이 강해서 방송통신대학교에 입학했어요. 미디어영상을 전공 하던 중에 조연출 일을 시작하게 되어서 지금은 휴학 중입니다. 내세울 만한 스펙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이론을 제외하곤 거의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열정하나만으로 들어왔고‚ 끈기 있게 일하다보니 지금 위치까지 오게 되었네요.


Q. 스펙‚ 자격증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요?

A. 사실 자격증의 유무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이유가‚ 방송 실무와 이론은 차이가 있어요. 스펙이 아무리 좋아도 자세나 끈기가 부족하면 이 분야에 꿈이 있어도 오래 일을 할 수 없어요.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이론이 있고‚ 실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해요. 기본 자질이 되어있는 사람이라면 실무는 현장에서 선배님들이 많이 가르쳐주시니까 배우면서 성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스펙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Q. 프리랜서 피디와 공채 PD의 차이점?

A. 아무래도 공채 PD는 안정적이죠. 월급이 일정하고‚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입장으로서 연 차가 쌓이면 자기 의지대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어요. 공채 PD는 입사하기까지의 과정이 까다로운 만큼 입사 후엔 안정감이 있죠. 그에 비해‚ 프리랜서 PD는 환경 자체가 야생입니다. 스스로 하는 만큼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에 한 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요.


Q.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랜서 PD로 활동하는 이유는?


A. 고용적인 불안감을 늘 갖고 있지만 그래도 프리랜서 PD만의 장점이라면 한 회사 안에 머물러 있지 않기에 언제든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이에요. 틀 안에 갇히지 않고 꾸준하게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게 참 매력적인 것 같아요. 프로그램이 끝났다고 끝이 아니라 또 다른 무언가를 배우고 그걸 프로그램 속에 녹여보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힘들지만 보람이 있어요. 고용적인 불안감이 늘 스스로를 채찍질 하게 만드는데‚ 전 그게 좋아요. 발전 가능성이 높아지니까.


Q. 야생에서 살아남는 본인만의 전략?

A. 실력과 노력하는 모습. 그리고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 수 있는 창의적인 생각. 제일 중요한 건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 같아요.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방송 일이라는 게 단체 활동인데‚ 제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면 저를 찾는 프로그램이 없지 않을까요?


Q. 학창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A. 선생님들께는 조용한 학생‚ 친구들 사이에서는 시끄러운 아이? (웃음) 반전있는 아이었죠. 모범생인 듯 모범생 아닌 모범생 같은 학생이었어요. 그래서인지 반장도 여러 번 했었고요. 그 때부터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도 많고‚ 창의적인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자유를 갈망했던 학창시절 덕에 지금 프리랜서라는 타이틀의 직업을 얻었네요.


Q. 언제부터 예능 PD에 대한 꿈을 키우셨나요?

A. 학창시절부터 PD에 대한 꿈을 키워 온 경우는 아니에요.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일이 적성 에 맞아 그 때부터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것 같아요. 군대 제대할 때까지도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고민이 많았었거든요. 그러니까 가만히 앉아서 꿈이 없어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저는 늘 뭐라도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저 역시도 제가 예능 PD가 될 줄 몰랐으니까요.


Q. 예능 PD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자질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A. 창의적이고 낙천적인 사고와 샘솟는 아이디어‚ 긍정적인 마인드. 그리고 센스까지. PD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에요. 만드는 입장의 사람이 앞서 나열한 자질들 없이 프로그램을 만들면‚ 보는 사람들에게 어필할 만한 프로그램을 과연 만들 수 있을까요? 아무리 재미없는 촬영도 재밌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필요한 자질은 굉장히 많아요. 책임감은 기본이고 평소 재밌는 분들이 재밌는 예능 프로그램도 맛깔나게 잘 만드시는 것 같아요.


Q. PD지망생들이 준비과정에서 주의해야할 점

A. 사실 프리랜서 피디가 되기까지 쉽지 않아요. 대부분의 경우는 제작사 조연출로 들어가 서 그곳에서 성장하죠. 그 회사가 맞으면 그 위치에서 계속 일하는 사람도 있고요. PD를 준비하는 분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방송에 대해 큰 로망을 갖지 않는 게 중요해요. 처음에는 정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힘이 들거든요. 어설프게 로망만 안고 들어왔다가 그만두시는 분들도 정말 많이 지켜봤어요. 막연하게 생각하진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Q. 주로 어떤 업무를 하고 계신가요?

A. 카메라가 기본 9개에서 많으면 20개가 넘어가니까 PD가 현장지원도 해야 할 때도 있어요. 주된 업무는 편집이고‚ 프로그램에 관련된 구성회의 업무를 합니다.


Q. 자기 생활을 거의 할 수 없다고 알고 있는데‚ 행복과 보람을 느끼시는지?

A. 작년에 채널 story on의 <맘토닥톡> 이라는 프로그램을 했었어요. 그 당시에 주변에 프 로그램을 보신 엄마들이 좋은 반응을 많이 보여주셨는데‚ 그게 큰 응원이 되었습니다. 주변의 반응이 확 와 닿으면 그 순간만큼은 힘들었던 게 많이 잊혀지는 것 같아요. 물론 개인 시간이 많이 없는 게 아직도 적응은 안되지만 그보다 더 큰 보람이 늘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기에 지쳐도 다시 일어서게 됩니다.


Q. 프리랜서 PD는 한 번에 여러 프로그램을 맡기도 하나요?

A. 대부분의 프리랜서 피디들은 프로그램이 끝나면 휴식을 갖습니다. 진짜 강철 체력을 지녔다면 여러 프로그램을 맡는 분들도 물론 계시겠죠? 그런데 기본적으로 프로그램 하나를 해도 자기 시간은커녕 누워서 잘 시간조차 없어요. 하나의 프로그램에만 쏟을 수 있는 시간과 열정도 부족한데 여러 프로그램을 맡는다는 건‚ 저는 상상도 못해봤어요. 물론 그렇게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못할 것 같아요.


Q. PD 활동을 하시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A. 제가 처음 일을 막 시작했을 때‚ 여름이었는데 짐이 굉장히 많았어요. 더군다나 일에 치 여 잠도 못 잔 상태로 나왔는데 도저히 집까지 갈 자신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모텔에 혼자 들어가자마자 잠이 들었는데 퇴실 시간을 알리는 전화가 와서 그 때 깼어요. 그 때만큼 달콤한 잠을 잤던 적이 없어서 그 때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Q. PD 활동을 하시면서 힘이 들었을 때와‚ 이겨낸 방법?

A. 너무 힘드니까 때론 많은 생각이 스치는데 방송 없을 때 쉬고 있으면 그냥 또 방송 생각 이 들어요.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들에 대한 중독성이랄까요. 또 할 일을 마쳤을 때 스미는 성취감을 한 번 맛보면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구체적인 극복 방법이 따로 있다기보다 그런 것들이 쌓여서 자연스레 극복됩니다.


Q. 그동안 어떤 프로그램을 거쳐오셨는지?

A. 처음엔 SBS 보도국에서 <8시 뉴스- 수도권 뉴스>를 했었고‚ 법률 관련 채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맡았었고‚ KBS <생생 정보통>이라는 프로그램을 했었습니다. 한류 열풍이 불던 당시엔 일본 연예 방송을 맡기도 했었고‚ 스포츠 채널에서 <스포츠 센터>라는 프로그램을 거쳐 현재는 예능 프로그램인 <막 이래쇼>를 맡고 있습니다.


Q. 스펙에 매진하는 청춘들이 많은데 그 과정을 지나온 선배로서‚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A. 솔직히 준비하지 말라고 말은 못할 거 같아요. 아무런 스펙 없이 열정하나로 맨 몸으로 부딪힌 저도 지금은 제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사실 제가 걸어온 길이 마냥 평탄하지만은 않았거든요. 세상의 눈 자체가 스펙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해요. 그런데 제가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은 준비는 하되 너무 맹목적이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스펙을 키우느라 인성을 키우지 못한 친구들도 많은 것 같아요. 어쩌면 세상이 정말로 원하는 인재상은 ‘사람다운 사람’ 일지도 몰라요. 제가 보아온 세상 역시 그랬고요.


Q. PD를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

A. PD가 주인공인 영화들 보며 환상을 키우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러지 마세요. 현실과 이상은 아주 많이 다릅니다.(웃음) 공채 PD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를 기준으로 설명 드리자면 머리도 못 감고 촬영장 나가고‚ 못 자고 못 씻어서 꾀죄죄합니다. 로망 대신 꿈을 키우세요.


Q. PD가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

A. 방송이 트렌드에 민감해요. 프로그램들을 유심히 보면 자막의 스타일이나‚ BGM‚ 편집 스타일 그런 것들이 시대에 따라 달라요. 그러니까 방송 PD가 꿈이라면 프로그램 하나를 보더라도 배우는 게 있어야 합니다. 유행에 민감한 분야이니까 시시각각 달라지는 여론이라든지 트렌드를 민감하게 인지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죠. 이렇게 배우는 것들이 나중에 PD라는 꿈을 구체화하실 때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거에요.


Q. 앞으로의 꿈‚ 앞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맡고 싶으신지?

A. 이 분야에서 제 이름이 들렸을 때‚ ‘방송 정말 잘 만드는 PD’ 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요. 어떤 프로그램을 맡기더라도 쟤는 믿고 맡길 수 있겠다 하는 PD. 그리고 어떤 프로그램을 맡아도 제가 스스로 요리를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하고 싶어요.


Q. 1년차 신입 때와는 또 다른 고민?

A. 1년차 때는 언제쯤 입봉을 하고 정식 PD가 될까? 나는 언제 돈 벌어서 장가를 가나? 이런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철없는 고민을 했다면‚ 지금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런 현실적인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프리랜서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프리랜서 PD란‚ [ ] 직업이다.

A. 결혼하기 굉장히 힘든 직업이자 하기 나름인 직업. 많은 분들이 꿈꾸시는 공채 PD보다 더 많은 봉급을 받고 인정을 받는 프리랜서 PD분들도 굉장히 많아요. 결국엔 자기 능력에 달려있어요. 본인이 하기 나름입니다.


Q. 인생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말?

A. 포기하면 그게 꿈인가요? 뭐라도 하나 가슴속에 갖고 있으면 힘이 되잖아요. 그걸 버리고 그 때부터 평생 좌절감 안고 사느니 가지고 있으면서 될 때까지 해보세요.



- 곽유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