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뮤지컬 강의를 맡은 조용신입니다. 저는 뮤지컬 작가/연출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CJ문화재단 대학로 아지트 극장 예술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뮤지컬음악과 대중음악의 발전사에 대한 이야기들을 준비했습니다. 자 뮤지컬음악을 지칭하는 영어 단어가 뭘까요? 뮤지컬 송? 송 오브 브로드웨이? 그보다는 전통적인 표현으로 쇼튠이라고 합니다. 쇼 + 튠 음악이라는 뜻이죠. 쇼에 쓰이는 음악이라는 뜻인데 뮤지컬에 들어있는 음악은 연주곡도 있고 보컬곡 즉 가사가 있는 송도 있는데 이를 통칭해서 쇼튠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쇼튠이 한때는 쇼에서만 소비되지 않고 쇼를 직접 관람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도 가장 인기있는 음악이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1950년대 이전의 영미권의 대중음악의 역사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요. 그것은 쇼, 즉 뮤지컬이 가장 대표적인 대중문화였다는 데서 비롯합니다. 여기서 대중음악이 뭔지에 대해서 한번 알아볼까요. 대중음악은 영어로 Popular Music, Pop Music 이라고 합니다. 팝뮤직이란 대중이 즐기는 음악, 오랜 역사를 쌓은 클래식 음악과 비교하여 난해하지 않고 고등음악교육을 받지 않아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말합니다. 대중음악 이전에는 귀족계층은 클래식 음악, 서민계층은 노동요라든지 민속음악이 있었습니다. 귀족과 노동자의 계층의 차이는 곧 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의 범위의 차이가 되고 음악교육에서도 차이가 나게 됩니다. 따라서 신분제도가 엄격할수록 신분에 따라 각기 다른 음악이 소비되게 됩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19세기 후반부터 노예해방이든지 영국에는 산업혁명으로 인한 신흥자본주의의 발전으로 인해 지배구조가 바뀌게 되죠. 예전에는 신분이 세습되는 직위였다면 이제는 자본을 소유했는지의 여부가 부의 기준이 되었고 이제는 평민출신이라도 돈만 있으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자 여기서 한번 생각해 볼까요. 귀족 출신이 아닌 평민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었을 때 땅과 재화를 많이 가질 수는 있지만 귀족의 문화적인 취향까지 돈으로 바로 살 수 있을까요? 그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귀족 사회가 즐긴 클래식 보다는 조금 쉬운 어떤 장르의 음악을 대중음악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시대는 뮤지컬이 이 세상의 어떤 엔터테인먼트 보다 강력한 장르였습니다.
1950년대 이전은 스마트폰은 커녕, 영화, TV, 라디오도 없는 시대입니다. 여러분은 그러면 어디 가서 뭘 하시겠습니까? 바로 극장에 가야 합니다. 거기 가야 사람도 만날 수 있고 데이트도 할 수 있고 좋아하는 미남미녀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도 보고, 또 끝나면 삼삼오오 모여서 연예인 이야기, 사는 이야기 등등을 나누며 일과를 보냈던 것입니다. 지금처럼 다양한 즐길 매체가 있기 이전에는 뮤지컬은 마치 공룡이 살았던 쥬라기 시대처럼 먹이사슬에서의 적수가 없는 마치 거대한 공룡같은 문화상품이었습니다.
당시 노래 잘하고 춤 잘 추고 연기 잘하는 사람들은 모두 뮤지컬을 하려고 했죠. 뮤지컬 시카고의 배경이 되는 바로 그 시대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1950년대 이전의 뮤지컬은 곧 대중음악이었습니다. 지금 방탄소년단 같은 인기 대중음악가들이 그 당시에는 뮤지컬 작곡가 혹은 뮤지컬 배우들이었겠죠. 유명 배우들이 참여하는 뮤지컬 소식은 실시간으로 뉴스에 실리고 일거수일투족이 대중들의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따라서 쇼튠을 악보도 담은 악보집이나 LP로 발매된 뮤지컬 음반은 나오자마자 힛트를 치고 매니아들이 소장하기 시작합니다. 마치 지금 인기 아티스트의 디지털음원이나 블루레이 공연실황 디스크를 구매하는 것과 유사하지요.
이 시기에 바로 오늘날까지 동시대 대중들이 즐기는 음악 장르가 형성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팝 뮤직이라고 부릅니다. 당시 팝 뮤직은 재즈에 기반을 둔 올드 팝송입니다. 그리고 이 음악은 대부분 뮤지컬 수록곡이었습니다. 재즈 음악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하고 넘어갈까요? 재즈(Jazz)는 미국에 노예로 팔려온 흑인의 민속음악과 백인의 유럽음악의 결합으로 미국에서 생겨난 음악으로 흑인의 활력과 유럽의 악기의 결합이 특징입니다.
서양 클래식 악기를 흑인들이 그만의 연주 주법과 표현 방식을 터득해서 연주하게 된 것이 바로 재즈입니다. 재즈는 남부의 뉴올리언스에서 탄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프랑스계 백인과 노예 흑인의 혼혈인 크레욜(Creole) 중심으로 유럽 클래식 음악교육을 받은 후예들이 발전시켰다고 합니다.
유럽클래식 음악과 다른 차이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오프 비트의 리듬에서 나온 전복적 스윙감(感)이 첫 번째이며 두 번째는 임프로비제이션(즉흥연주)에 나타난 창조성과 활력을 연주자가 개성을 많이 살린 사운드와 프레이징으로 소화하는 것입니다. 미국이 신대륙으로서 역사가 짧기 때문에 재즈는 미국의 전통적인 민요라기 보다는 다인종 사회인 미국의 특수성에서 비롯된 계급과 인종을 초월한 대중음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재즈는 뉴욕의 백인 작곡가들도 심취해서 악보출판사가 모여있는 브로드웨이 28번가의 악보상 거리 틴 팬 앨리의 상주 고용 작곡가들이 많은 힛트곡을 썼는데 그 중 많은 곡들이 뮤지컬 곡이 되었습니다. 특이한 것은 북 뮤지컬 시대 이전에는 작가의 역할이 아직 적기 때문에 작곡가가 좋은 멜로디가 떠오르면 곡을 먼저 쓰고 보관을 하면 제작자가 뮤지컬을 기획하면서 나중에 삽입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시대가 바로 1920년대 재즈 시대였는데요. 이때 뮤지컬 음악, 쇼튠도 많은 발전을 이루게 됩니다. 그리고 재즈는 빠른 곡은 춤추기 좋고 느린 곡은 관능적이기 때문에 사랑을 다룬 뮤지컬 코미디의 기본 음악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지금 들으시는 곡 아시나요? 마이 퍼니 발렌타인이라는 아주 오래된 팝송이 있어요. 아시는 분들 많으실텐데. 엘라 핏츠제럴드, 사라 본, 프랭크 시나트라 등 많은 가수들이 불렀습니다. 하지만 이 곡 역시 뮤지컬 곡입니다. 바로 1927년 초연된 [베이비스 인 암즈] 라는 작품의 수록곡입니다. 대중음악이자 뮤지컬 곡, 하나로 통합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대중음악이 독자적으로 발전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바로 록큰롤의 시대가 도래하면서부터인데요. 라디오와 TV, 음반산업의 대중화로 관객들이 보다 빠르게 새로운 곡들을 듣고 싶어하게 되었고 뮤지컬 배우들이 아닌 대중가수들이 그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기 시작합니다. 대표적인 가수가 바로 엘비스 프레슬리입니다. 그가 1956년 미국의 유명 쇼프로 [에드 셜리번 쇼]에 처음 출연해서 전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하게 되었는데 대중음악의 취향은 엘비스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즉 엘비스 이전 시대는 이제 뮤지컬 같은 고리타분한 올드팝을 듣는 기성세대가 되었고 엘비스 이후세대는 로큰롤을 듣고 머리에 포마드기름을 바르고 자동차를 타고 데이트를 하는 그런 세대로 갈라지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1960년대는 영국의 4인조 로큰롤 그룹 비틀스가 또 전세계를 제패하면서 대중음악은 더 이상 뮤지컬에 등장하는 쇼튠이 아니라 멋진 가수나 그룹이 노래하는 록 혹은 흑인음악에서 발전한 리듬앤블루스 음악이 되었던 것입니다.
뮤지컬 제작자들은 아주 큰 무기를 잃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고 했나요. 오히려 이제부터 뮤지컬은 대중음악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서 독자적으로 발전해야만 했고 그것은 대본이 정교해지고 음악은 오히려 드라마와 잘 결합된 그대로 극에 충실한 쇼튠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 스티븐 손드하임으로 대표되는 1970~80년대 쇼튠의 예술적인 발전이 이룩한 최전성기가 가능하게 된 것도 바로 이런 역설적인 상황의 결과였습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오페라의 유령, 스티븐 손드하임의 스위니 토드 같은 작품들은 40년 가까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올드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뮤지컬은 그 이후에도 대중음악의 유행과는 관계없이 극 음악으로서 독자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대중음악이 1950년대 이후 유행하고 그것이 한 세대를 거치면서 1990년이 되자 새로운 현상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록큰롤이나 리듬앤블루스를 들으며 자랐던 청년세대들이 이제는 중장년층이 된 것이죠. 영국, 미국에서 뮤지컬은 티켓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젊은층보다는 중장년층이 주고객입니다. 그런데 그 주고객층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 뮤지컬이 아니라 그 당시 대중음악이었다. 뮤지컬을 만드는 제작자들은 어떤 고민을 하게 될까요? 바로 그들이 좋아하는 옛 팝송들을 모아서 뮤지컬 음악으로 재활용하자. 바로 그것이 주크박스 뮤지컬입니다. 그 중 대표작을 한번 알아볼까요. 맘마미아 여러분들 잘 아시죠. 바로 1970년대를 풍미했던 스웨덴 혼성4인조 그룹의 노래를 엮어서 만든 뮤지컬입니다. 너무나 많은 히트곡들이 있는데 바로 그 곡들을 뮤지컬에 사용함으로써 이제는 쇼튠과 대중음악의 경계가 무의미해졌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김광석을 노래로 만든 뮤지컬 그날들, 이영훈 작곡가 노래로 만든 광화문연가 등이 있습니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일반 뮤지컬과 함께 여전히 단골로 만들어지는 형식입니다. 그래서 뮤지컬 음악과 대중 음악사를 정리해보면 두 가지가 일치했던 시기가 있었고, 그 다음에 분리되어 각자의 길을 발전하던 시기를 거쳐, 현재는 서로의 장점을 취해서 윈윈하는 통합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뮤지컬 곡이 대중적으로 불리워지기도 하고 기존 가요나 팝송이 미래의 뮤지컬 음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겠지요.
이번 시간에는 뮤지컬음악과 대중음악의 발전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01. 이 강좌에 대해서
뮤지컬음악과 대중음악의 발전사를 이해하고, 대중음악을 재료로 한 주크박스 뮤지컬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02. 강사 소개
조용신 (CJ문화재단 예술감독)
03. 강사 이력
- 케이블TV 음악채널 KMTV 기획부 - ㈜설앤컴퍼니 제작감독/프로덕션 매니저 - 서울 뮤지컬 아티스트 페스티벌(SMAF) 총괄 프로그래머 - 뮤지컬 <모비딕>, <지구를 지켜라>, <도리안 그레이> 등 뮤지컬 집필 및 연출 - 한국예술종합학교 협동과정 음악극창작과 출강 - 2012 예그린어워즈 혁신상 (뮤지컬 <모비딕>) 수상
저서 - 뮤지컬 이야기(도서출판 숲, 2009) - 뮤지컬 스토리(도서출판 숲,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