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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에 한국 사회를 담는다! 최규석 웹툰작가 2 : 최규석, 대한민국 만화브랜드가 되기까지
안녕하세요. 만화가 최규석입니다.
나는 어릴 적 만화 꽤나 그리던 소년
그러니까 각 반마다 존재하는 만화 잘 그리는 친구 한 두 명 있잖아요? 그런 캐릭터였죠. 학교 다닐 때, 특별히 다른 친구들을 위해서 만화를 엄청 좋아하고 이런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1학년 들어갔을 때 저보다 4살 많은 형이 같은 반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죠. 4살이 많으니까 얼마나 그림을 잘 그리겠습니까? 그래서 그 형이 그리는걸 보고 반해가지고 손끝에서 저렇게 로봇이 나온다는 게 너무 신기해서 그때 이제 따라 그리면서 재미를 붙였던 것 같아요. 보고 그리는 거에 더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이제 되게 좀 이과적인 느낌으로 그림을 많이 배웠어요. 어릴 때부터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을 그리면서 해부학적인 구조이해가 먼저 되고 그래야 그림이 그려지고 이런 과정들? 그런 색채, 광선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이론 공부하듯이 공부를 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보고 재연하고, 보지 않고도 본 것처럼 재연하고 이런 것에 관심도 많고 재능도 좀 있는 것 같아요.
김수정과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를 봤던 감동
어릴 때는 ‘아 이건 뭔가 좀 대단하다.’라고 느꼈던 첫 작품은 김수정 선생님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중학교1학년? 아니 초등학교 고학년쯤부터 해가지고, 그전에는 그냥 막 봤죠. 재미있으니까 보다가 김수정 선생님이 이제 여성지쪽에 연재하셨던 작품들이 꽤 많습니다. ‘소금자 블루스’라던가 ‘자투리반의 덧니들’ 뭐 이런 것들 소녀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런 작품들이 많아요. 둘리와는 느낌이 좀 사뭇 다릅니다. 훨씬 더 현실적이고 그리고 캐릭터들도 어쨌든 나이가 좀더 있죠. 청소년 어른들도 많이 나오고 이러다 보니까 대사들이 굉장히 좋아요. 말맛이 굉장히 좋습니다. 마치 판소리를 읽는 것처럼 판소리 읽으면 굉장히 재미있잖아요. 그것도 굉장히 오랫동안 공연을 하면서 다듬어진 문장이다 보니까 읽으면 이게 굉장히 잘 읽히거든요. 말맛이 굉장히 살아있고, 그런 것처럼 김수정선생님 만화대사들도 그런 맛이 있어요. 그래서 좀 뭔가 탁월성에 대한 감각을 그때 보면서 느꼈죠. ‘아 탁월하구나, 좋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아다치 미츠루의 ‘터치’가 가장 큰 감동을 줬던 것 같아요. 거기 ‘터치’같은 경우 연출 방식에서 보통 만화라고 하면 영화나 드라마보다도 더 과장된 연출을 쓰게 되잖아요. 근데 ‘터치’는 오히려 만화인데도 훨씬 더 정제된 연출을 쓰거든요. 소년 만화만 보면서 자라던 인간이 그런걸 처음 보니까 엄청나게 놀랬죠. ‘아 이런 게 가능하구나’라는 것 SF를 보고 SF를 하고 싶다. 이렇게 생각이 드는 건 아니고요. 감정! 이런 감정을 나도 그려보고 싶다고 하는 것 그런 게 있죠. 특히나 이제 SF같은 경우는 굉장히 아이디가 높은 작품들이죠. 그래서 오히려 현실에 대해서 더 많이 말을 하고요. 세상에 대해서, 세상과 인간에 대해서 더 많은 말을 합니다. 현실을 다루는 다른 종류의 장르들보다. 그런 게 저랑 잘 통하는 것 같아요. 인간을 좀 내려다보는 그런 관점도 존재하고요. SF, 판타지 이런 장르에서는.
최규석의 만화 그리는 방법
그게 우리가 구어체, 문어체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 한국어를 쓰는 사람들의 구어는 작품에 쓸 수가 없습니다. 굉장히 말이 장황하거나 완결되지 않고 그런 식으로 이제 말을 하게 된단 말이죠. 우린 동사가 앞에 안 나오니까 앞에 몇 마디 하다가 뒤를 그냥 흐리거나 순서가 안 맞거나 이런 게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쓰는 구어예요. 한국말로는 연설을 멋있게 하기도 힘들고 랩 만들기도 힘든 언어잖아요. 구어처럼 착각하게 되는 문어를 만들어야 되는 거죠. 그게 이제 대사를 쓰는 방법인 거죠. 그렇다고 아예 문어를 사용해 버리면 안되고 제가 볼 때는 어휘를 무엇을 쓰느냐가 제일 큰 것 같고요. 어휘에 따라서 똑같은 문장이라고 하더라도 어휘에 따라서 문어체로 들리느냐 구어체로 들리느냐 이런 차이가 좀 있는 것 같고요. 어떤 지켜야 할 원칙? 구어체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는 원칙은 있죠. 제 원칙은. 저는 굉장히 단순합니다. 중요하지 않은 장면은 작게 그리고 중요한 장면은 크게 그리고 짧게 지나가는 장면은 짧게 그리고 시간이 좀 오래 머물러야 되는 장면에는 크게 그리고 뭐 그 정도예요. 그리고 저는 이제 기본적으로 페이지 연출을 하기 때문에 중요한 장면은 화면의 첫 장이나 끝장, 끝 칸에 나오고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중간으로 들어가고 하는 굉장히 앙상한 몇 가지 법칙만 가지고 작업을 해요. 그래서 테크닉 이것이 만화의 테크닉이라고 할만한 게 없습니다. 근데 오히려 저는 그런 아주 작은 원칙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범용성을 가지는 것 같아요. ‘만화를 못 읽는다’라고 하는 분들이 되게 많거든요. 의외로 많습니다. 만화적 서사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분이 되게 많아요. 연세 드신 분들 중에서 특히나 ‘만화내용이 무슨 내용인지 읽히지를 않는다.’라는 분들이 되게 많은데 그런 분들이 이제 ‘최규석 당신 만화는 내가 태어나서 처음 읽어봤는데 재미잇더라’,‘잘 읽히더라’라는 말씀들을 많이 해요. 근데 그게 제가 이제 이 만화라는 매체 자체에 대해서 너무 연구를 많이 하지 않아서 오히려 그 만화를 읽지 않는 사람들한테도 읽히는 작품이 되는 거 아닌가 합니다. 굉장히 간단한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저는 흑백이 좋아요. 흑백만화를 보고 자란 세대이고 그리고 흑백만이 낼 수 있는 느낌이라는 게 분명히 있거든요. 칼라로는 절대 안 되는, 칼라에서는 밝은 부분이 다 어쨌든 색이 채워져 있는데 흑백은 밝은 부분이 다 흰색이잖아요. 그런 게 주는 맛이 있는데 그걸 저도 하고 싶었죠. 그리고 웹툰으로 넘어오면서 칼라가 대세가 됐잖아요. 그래서 주변에 이제는 선배작가들, 흑백으로 그림을 평생을 그려오신 분들이 웹툰으로 넘어갈 생각을 할 때 그때서야 칼라를 새로 배워야 해요. 그게 저는 너무 큰 소모라고 봤어요. 왜냐면 이분들은 흑백으로 그리면 누구보다도 잘 그릴 수 있는 사람들이고 이미 그런 스킬 면에서는 최고의 정점인 이런 사람들인데 왜 잘 하지도 못하는 컬러를 배워가지고 아주 잘하는 초특급으로 할 수 있는 방식을 버려두고 초보자들이 할만 한 그런 수준으로 또 이걸 연재를 해야 되는가 너무 큰 업계 내에서 큰 소모다 이거는 낭비다. 그래서 근데 그분들은 아 웹툰은 칼라로 해야 되는 건가 보다. 칼라로 해야 되는 거 아냐? 라는 어떤 압박이 있는 거죠. 시장에서의 압박이 있는 거죠. 그래서 이제 칼라를 꾸역꾸역 하시게 되는데 그런걸 좀 깨고 싶었어요. 내가 흑백을 하면 한두 명 더 생길 수 있는 것이고 흑백 작품이 어느 정도 이제 비율을 차지하게 되면 새로 데뷔하는 작가들이나 이런 사람들도 ‘흑백도 할 수 있겠구나.’하면서 선택의 영역이 점점 더 넓어지는 것이고 웹툰으로 지금 재진입하려고 하는 중견작가이상 되는 분들도 ‘나도 그럼 흑백으로 할까?’ 하면서 이제 들어오실 수도 있겠다는 기대 이런 생각을 좀 했죠.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의 탄생 과정
왜 이렇게 무거워졌냐라고 하면 보통 패러디가 이제 좀 무거운 것, 장엄한 것 이런 것들을 가볍게 전환시키는 그 작업을 패러디라고 하지 않습니까? 근데 아기공룡둘리는 그 자체로 명랑 만화잖아요. 그 명랑 만화를 패러디하라고 그러면 가벼운 걸 가벼운 걸로 전환시키면 그냥 외전이 되는 거죠, 팬아트가 되거나,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그러니까 무거운걸 가벼운 걸로 전환시키는걸 그대로 뒤집어서 가벼운 걸 무겁게 전환시키면 그것도 나름 특이한 패러디가 되지 않겠는가 해서 최대한 무거움의 코드 식상한 무거움의 코드들을 다 집어넣어서 둘리를 재해석해보자 해서 만들어진 거죠. 시기적으로 보면 ‘대한민국 원주민’ 같은 경우는 제 유년기의 경험들 그리고 ‘습지생태보고서’는 대학시절, ‘울기엔 좀 애매한’ 같은 경우는 대학졸업하고 이제 미술학원 강사하고 뭐 먹고 사나… 이런 고민하면서 살 때 경험들이 들어가있죠. 그대로 경험한 사건을 옮겨진다 이런 개념은 아니고요. 경험이라고 하는 게 내가 작품을 하는데 있어서 내 캐릭터들이 어떤 환경에서 움직이고 있는가에 대한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키워주는 거죠. 경험한 거에 대한 것은 속속들이 알고 있잖아요. 보통 남자들은 군대만화를 그릴 때에는 굉장히 편안한 마음으로 그릴 수 있게 되죠. 왜냐하면 다 아니까.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해보지 않은 누군가가 직장만화를 그린다 그러면 굉장히 힘들어지는 거죠. 그런 구체성을 모르니까. 그래서 저는 캐릭터들이 처해있는 환경을 어느 수준 이상으로 모르면 굉장히 작업하기 힘들어하는 성격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경험위주의 작업들이 좀 더 많이 나오는 거죠. 경험해보지 않은걸 그릴 때도 경험한 것처럼 스스로 착각을 해본 만큼 사전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까 작업이 늦어지는 그런 단점도 있고요.
기술보다 하고 싶은 말이 중요한 이유
하고 싶은 이야기가 결국에 이 힘든 일을 계속 해나가게 만드는 에너지인 거죠. 에너지가 없으면 하기 힘든 일 입니다. 끝없이 자기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 내야 돼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여기서는 지금 내가 뭘 보여주고 싶어서 이걸 하는 것 인가. 그리고 이렇게 보여졌을 때 내가 의도한 것이 성공했을 때 그런 기쁨 이런 것들을 상상하면서 과연 이렇게 복잡한 감정도 사람들이 느낄 것인가 그런 상상들을 계속하면서 만들어가는 거죠. 그리고 기술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엔 의도에 따라오는 거지 기술이 먼저 선행하는 건 아니죠. 그래서 연출의 기술이 존재하는데 막상 읽어보면 그걸 지키지 않은 작품이 굉장히 많습니다. 지키지 않았는데 되게 재미있는 것도 많아요. 그러니까 사실 별게 아닌가 이게, 그냥 이상하지 않은 작품으로 보여지게 만드는 것까진 기술로 가능해요. 쓰레기가 아니게끔 만들 순 있어요. 하지만 좋은 작품을 만드는 충분요소도 아니고 필수요소도 아니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건 의지입니다. 나만의 생각이요? 저는 그 이야기라고 하는 건 결국 한번도 살아보지 않은 삶을 한번 살게 만들어주는 거잖아요. 독자한테 그래서 그 경험의 폭을 최대한 넓혀서 보여주는 것 그게 이야기 만드는 사람의 어떤 좋은 기능이기도 하고 이야기를 만드는 최고의 재미인 것 같아요. 정말 낯선 경험을 계속해서 만들어주는 것 사람들한테. 낯선 경험. 원하는 경험이 아니라. 한 번 여기 들어가 보시오. 그리고 혼란스러웠으면 좋겠어요. 내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끝없는 혼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름 내면의 체계를 세워놨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 체계가 다 뒤틀리고, 흔들리고, 뒤섞이고 그런 경험들을 시켜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라고 그린 겁니다. 그게 이야기를 보는 재미 아니겠습니까? 예, 물론 기술적으로 혼란을 준 뒤에 다시 좀 안정감을 느껴지게끔 잘 유도를 해서 출구로 내보내죠. 일단 창작이라고 하는 게 입사시험도 없고 자격시험도 없어요. 그래서 결국에는 일정수준 이상의 타인이나 대중들한테 인정을 받는 것, 이것이 우리의 자격 요건인데 그것을 언제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직업인 거예요. 그래서 강력한 자기 확신이 있어야 돼요. 주변에서 욕하고 너는 그걸 할 수 있을만한 인물이 못 된다고 하고, 누군가한테 재능을 인정받지 못하는 이런 시기가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인정을 받았다 하더라도 생활을 영위해나갈 만큼의 상황이 안된 상태로 또 시간이 점점 길어질 수 있어요. 그래도 어쨌든 작업을 계속 하게 만드는 것은 나는 잘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걸 스스로 계속 믿어야 됩니다. 만화는 ‘얘가 쟤보다 더 잘했어’라는 점수 체계가 없습니다. 그리고 천만 명이 보는 작품도 존재하고 십만 명이 보는 작품도 존재해요. 그래서 이게 의미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을지는 그냥 대중이 선택하는 거예요. 그것도 딱 정해진 대중도 아니에요. 내가 이쪽에 있는 십만 명에게 노크를 했다가 계속 거절을 당하다가도 어느 순간 이쪽에 있는 십만 명이 이걸 좋아해 줄 수 있거든요. 발견하지 못했던 독자가 또 존재할 수 있는 거거든요. 그리고 저 스스로도 발견하지 못했던 재능이 발견되기도 해요. 그런 경우들 정말 많이 봤습니다. ‘야 이 사람이 무슨 만화를 하냐.’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어느 날 대변신을 해서 나타나서 연재를 시작하고 ‘선생님 저 데뷔했어요.’라고 얘기하는 경우도 저조차도 말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저 친구는 안될 것 같아 저건 진짜 너무 감이 없는 것 아닌가라고 했지만 어느 순간 대 격변해서 나타나는 경우 많이 봤습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믿어야 돼요. 강풀 작가 보십시오. 자기 만화 그리게 해달라고 이력서를 이백 통을 보냈다는 겁니다. 그래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는 것은 세상 사람 누구도 이 사람이 만화를 그려야 된다고 생각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는 거죠. 세상에 본인 빼고 아무도 없었던 거예요. 하지만 스스로를 믿은 거죠.
만화의 칸을 나누는 방법, 흑백으로 그림을 그리는 이유 등 궁금했던 최규석 작가의 작업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최규석 작가가 생각하는 만화가로서의 마음가짐에 대해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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