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공연영상디자인에 접근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볼 텐데요. 오늘날 다양한 장르의 공연에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영상을 함께 다 같이 훑어보고요, 공연에 새롭게 도입돼서 점차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이 매체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아카데믹한 시각으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우선 공연영상디자인에 접근하는 방법은 3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공연영상을 공연 언어화하는 Theatricalize, 두 번째는 공연에 활용되는 영상을 Diegetic과 Non-Diegetic Video로 나눠보는 그 의미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볼 거고요. 세 번째는 공연영상을 통해서 관객이 받는 총 정보량을 컨트롤하는 Input-Control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그럼 먼저 영상의 공연 언어화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요새 사용하는 대부분의 영상의 표현 방식은 우리가 쉽게 접하는 TV나 영화에서 관객들이 이미 학습한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TV나 영화에서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표현 방식을 만들어 내는 것도 이미 학습된 방법을 활용해서 재해석하는 것도 모두 영상의 공연 언어화 범주에 넣을 수 있겠는데요. 하지만 여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영상 매체 전달에 활용되는 디스플레이 형태를 먼저 고려하는 것입니다. 디스플레이 형태에 따라 영상에 전달되는 방식이 달라지고 이것은 공연 언어화에 매우 많은 영향을 주게 됩니다.
라이브 공연에서는 프로젝터나 LED PANEL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작품에 따라서 모니터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프로젝터를 활용하는 경우에는 콘텐츠가 투사 면이 있어야지만 전달되기 때문에 스크린이 곧 무대 그 자체, 혹은 일부가 될 수 있습니다. 스크린으로 구성된 물리적 공간에서 이미지가 투영되는 형식이기 때문에 공간은 스크린의 존재 이유와 투영된 이미지에 대한 컨셉을 관객에게 설득해야 되고요, 그 당위성을 마련하는 작업이 바로 영상의 공연 언어화입니다. 프로젝터를 통해 투사되는 이미지는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은 허상이기 때문에 이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영상매체가 물질성이 존재하는 무대가 사용하는 방법을 똑같이 사용하도록 하면 관객이 혼란을 갖게 됩니다.
스토리 중심의 모든 공연은 투영된 이미지와 물리적 속성이 비슷한 요소를 매우 많이 포함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면 인물의 내면이라든지 혹은 꿈, 기억, 유령 등 스토리 전개를 위해 반드시 표현해 내어야 하지만 인물이 내레이션을 하거나 물리적인 설정을 살짝 바꿔서 밖에는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을 영상을 통해 매우 극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된 거죠. 스토리 안에서 활용되는 이미지의 캐릭터를 위와 같은 기준으로 정하고 컨셉화하면 관객은 공연 전반을 통해서 반복적으로 영상의 존재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학습하게 되고 영상에 대한 이질감을 극복하는 방법이 됩니다. 이것이 바로 공연 언어화를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앞에서 제가 언급했던 것처럼 공연 언어화를 통해 컨셉이 구축되고 나면 영상 디자이너는 대본에서 영상이 활용될만한 부분을 분석을 통해서 찾아내는데 이때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학술적 방법이 바로 Diegetic 구분법입니다. Diegetic 개념은 원래 영화에서 사운드 소스가 스크린에 등장하는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소리의 캐릭터를 규정하는 방법으로 그 역사가 길지 않고 학문화가 완벽하게 정립되지 않은 공연영상디자인에 매우 적합하게 적용되는 개념입니다.
그럼 Diegetic 구분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Diegetic Video에 대해서 볼까요? Diegetic Video는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것들을 표현하는 것이고 무대 위의 현실적인 요소와 상호작용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극중 인물이 그 존재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인물이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고요, 장면의 변화를 일으키는 동기가 매우 분명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럼 Diegetic Video의 예를 한번 볼까요? 지금 보고 계시는 이미지는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의 한 장면입니다. 뒤에 펼쳐진 아름다운 배경은 대본에 명시된 것처럼 치즐미어라는 작은 도시의 아이스 스케이트장입니다. 대본은 치즐미어의 아이스 스케이트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게 전개를 위해서 어떤 장면이 필요한지 또 어떤 트랜지션이 필요한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기술해 놓았는데요. 기술된 모든 장면들을 있는 그대로 시각화 하였습니다.
지금 보고 계시는 장면은 뮤지컬 ‘닥터 지바고’의 한 장면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뒤에 펼쳐진 이미지는 전쟁터인데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무대 위에서 전쟁터를 표현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폭탄이 터져야 되고 회색 연기가 피어 올라야 하는데 무대 위에서는 화약이나 연기를 사용하는 것은 매우 고려할 게 많은 일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장면의 경우에는 영상이 표현하는 특수효과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장면 또한 Diegetic Video의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Diegetic Video의 개념과는 달리 극중 인물의 내면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거나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인물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내는 영상을 Non-Diegetic Video라고 하는데요. Non-Diegetic은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표현하는 것이고요, 무대 위에 비현실적인 요소들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습니다.
Non-Diegetic Video의 특징은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표현하는 것이고요, 무대 위의 비현실적인 요소들, 예를 들면 빛이나 소리와 같은 것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습니다. 극중 인물이 영상의 존재를 인식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인물이 직접 상호작용을 하지도 않습니다. 인물의 작은 감정적 변화에도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럼 Non-Diegetic Video의 예시를 한번 볼까요? 지금 보고 계시는 이미지는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입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자폐아 크리스토퍼인에요. 자폐아 크리스토퍼는 사람들과 원활하게 대화할 수 없지만 수학적 천재입니다. 그래서 많은 것을 기억할 수 있고 모든 사물에 대한 기억을 수학적인 공식을 통해서 기억을 하는데요. 대본에서 지금 이 장면은 크리스토퍼가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사람들에게 대화하듯 일반적으로 설명하는 장면이지만 공연영상 디자이너는 그 상상하는 이야기 또한 수학적인 공식을 통했을 거라는 해석을 덧붙여서 크리스토퍼가 이야기하는 동안 어떤 수학적 과정을 거치는지를 영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또 다른 이미지는 뮤지컬 ‘메디슨카운티의 다리’ 중의 일부입니다. 지금 중앙에 앉아 있는 여자 주인공 프란체스카는 20년 전에 자신의 고향 나폴리를 떠나온 이후에 고향에 돌아오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자신이 만난 로버트라는 상대에게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대본은 나폴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그리고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았었는지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주인공 프란체스카가 부르는 노래의 정서를 따라서 마치 프란체스카가 자신의 오래된 기억 속 고향 나폴리로 돌아가 자신이 자라왔던 어린 시절의 이곳저곳을 날아서 여행하는 것처럼 표현을 했고요, 이 장면은 Non-Diegetic Video의 매우 좋은 예시가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인풋 컨트롤입니다. 여러분들은 공연을 보러 가시는 와중에 영상을 보면서 혹시 영상이 여러분들의 감상을 방해했다고 느끼신 적이 없으신가요? 그 이유는 바로 너무 많은 정보의 양을 영상에 쏟아낸 그 와중에 여러분들이 작품 감상에 집중하지 못하셨기 때문인데요. 디자이너가 창작한 영상이 Diegetic이든, Non-Diegetic이든 상관없이 극중 장면에 영상이 개입하여 관객에게 정보를 주는 양을 적절히 조정하는 것이 인풋 컨트롤입니다. 컨트롤해야 하는 정보는 영상의 면적, 밝기, 속도, 방향을 포함한 정보의 전체이고 그 기준은 장면의 정서와 인물이 전달하는 정보의 중요성, 그리고 그 정보의 양 등입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장면에 단 한 명의 퍼포머가 나와서 외로운 정서를 표현하고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그 정서에 반하는 강한 움직임을 가진 매우 밝은 영상이 무대를 휘젓는다면 관객은 작품 감상에 방해를 받겠죠?
영상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를 컨트롤할 때는 무대 위에서 이동하고 있는 에너지의 흐름을 읽고 영상의 움직임을 정해서 극중 인물의 정서나 노래를 반영한 속도와 인물이 부각되는 정도, 그에 따른 빛의 양을 고려한 밝기와 면적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명 디자이너와 매우 긴밀한 협약이 필요합니다. 운동성을 가지고 있는 것들은 관객의 시선을 빼앗습니다. 그래서 무대 위의 캐릭터가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 중에는 가급적 시선을 빼앗는 불필요한 운동성을 모두 배제하는 것이 좋고 인물이 현실과 내면을 오가면서 연기하고 있는 중에는 밝기나 속도 등으로 연기적 전환을 백업해주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입니다. 스크린의 면적을 활용할 때 정보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축소하거나 확장하는 방법도 매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01. 이 강좌에 대해서
다양한 장르의 공연에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영상 사례를 살펴보고, 공연에 새롭게 도입되어 점차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이 매체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아카데믹한 시각으로 고찰해본다.
02. 강사 소개
조수현 (아트디렉터)
03. 강사 이력
- Studio External 대표 겸 Executive Art Director - 서울예술대학교 연극과 공연영상디자인 출강 - 국내외 30여편의 공연(뮤지컬, 연극, 오페라 무용 등)을 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