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여러분께 만화/애니메이션에 대해 소개할 추혜진입니다. 세계에는 수 없이 많은 영화제들이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과 철학을 담아 변화하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매체 환경에 주목하며 다양한 행사를 펼쳐나가고 있는데요, 국내의 경우엔 어떨까요? 국내에서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이 어떻게 시작되게 되었을까요? 애니메이션이 유망산업으로 인식되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1990년 중반 즈음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이 하나 둘씩 열리게 되었습니다. 이후 횟수를 거듭하면서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제적인 면모를 갖춘 페스티벌로 성장하게 되었죠. 그럼 국내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을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은 1995년에 시작되어 한국의 만화와 애니메이션 산업 육성과 함께 전 세계의 만화/애니메이션의 경향과 흐름을 조망하고, 이와 관련된 콘텐츠 마켓까지 아우르는 종합축제의 모델을 한국에 적용한 최초의 행사입니다. 2001년까지 격년제로 열리다가 2002년부터 매년 행사로 전환되어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관심 있는 관객층을 사로잡으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만화 애니메이션 축제로 성장해 온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은 일본미디어예술제를 비롯하여 이후 기획된 국내외 행사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페스티벌 구성은 7개의 경쟁부문과 주제에 따라 다양한 전 세계 애니메이션을 만나 볼 수 있는 영화제를 비롯하여 국내외 인기 만화작가들의 전시와 간담회, 사인회 등이 펼쳐지는 전시 행사와 국내 문화콘텐츠의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B2B 전문 마켓의 SPP(Seoul Promotion Plan), 그리고 보고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 행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근래에 들어와서 유사 행사들이 많이 생기고, 개최 장소와 시기가 몇 차례 바뀌면서 옛 명성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은 여전히 한국을 대표하는 행사로서 자리를 지키며, 명동 만화의 거리 ‘재미로’와 ‘재미랑’을 중심으로 전시와 영화제 행사를 펼치면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은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과 차별화된 ‘학생 전문 페스티벌’이란 컨셉으로 출발했습니다. 1999년에 국내 행사로 시작되었고, 만화영상을 기반으로 한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부천시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2000년부터 경쟁부문을 신설하여 국제행사로 확대되면서 학생 페스티벌로서 그 기반을 다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잡세미나와 애니프리젠테이션 등 애니메이션 페어를 통해 국내외 관련 전문가들의 노하우와 산업 현장의 정보를 공유하는 장을 마련하는 한편, 학생 피칭 프로그램을 신설하여 취업과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 포럼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신설, 강화하면서 특화된 학생 전문 페스티벌로서 이어져 왔습니다. 그러나 학생 페스티벌이라는 다소 제한적인 인식 때문에 보다 폭넓은 대중의 참여와 관심을 유도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서 페스티벌 조직위원회는 2015년부터 ‘학생’이라는 명칭을 빼고, 장편, 일반 단편, 학생 단편 등 일반 경쟁 애니메이션 영화제로 전환했습니다. 이를 통해 전문 애니메이션 페스티벌로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죠.
그럼 국내 만화 축제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부천국제만화축제를 들 수 있는데요, 부천국제만화축제는 한국의 대표적인 만화 중심 축제로 만화도시를 표방하는 부천시의 지원으로 1998년부터 시작되어 해마다 7월에서 8월 사이에 개최되는 행사입니다. 이 행사는 국내외 만화가들의 교류와 함께 국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강화하는 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인작가를 발굴하고 만화콘텐츠 제작과 유통을 지원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천국제만화축제의 주요행사로는 전시, 컨퍼런스를 비롯하여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분야와 관련 있는 기업 및 단체가 참가하는 국제만화페어, 문화체험부스, 사인회 등 만화가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행사에 참여하여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6년 경기도 10대 축제로 선정된 부천국제만화축제는 해외 교류 프로그램 강화를 통해 국제적인 행사로 발돋움 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밖에 매년 9월 서울에서 열리는 ‘인디애니페스트'가 있습니다. 인디애니페스트는 국내 독립 애니메이션 창작자들에게 상영과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며 실천적 대안을 모색하는 페스티벌로 성장해 온 행사입니다. 2015년 11회를 맞아 보다 다양한 장르와 만나고 연계를 시도하는 확장된 영화제로서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컴퓨터 그래픽스 축제의 향연인 시그래프와 시그래프 아시아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970년대 초, PDI 및 루카스 필름 등 메이저 영화 제작사는 컴퓨터 그래픽스가 미래 영상 산업을 지배하는 시대가 곧 도래 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CG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했습니다. 이로써 컴퓨터 그래픽스 분야는 급성장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학계와 산업계의 전문가들은 CG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기 위해 당대 최신 연구와 성과 및 솔루션 등을 공유하는 장을 마련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ACM 시그래프의 시작이었습니다.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초기 픽사의 단편 애니메이션 <안드레와 윌리B의 모험>과 <룩소 주니어>가 시그래프에서 최초로 공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1974년 600여명의 참가자로부터 시작된 시그래프는 현재 4만 명에 이르는 참가자 수를 자랑하며 매년 7월에서 8월 사이 북미 도시를 순회하고 있습니다. 2008년부터 시그래프의 아시아 버전인 시그래프 아시아가 개최되고 있으며, 11월에서 12월 사이 아시아 지역의 도시를 순회하며 컴퓨터 그래픽스 및 인터랙티브 기술에 관련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컨퍼런스 및 전시 행사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시그래프와 시그래프 아시아는 테크니컬 페이퍼, 컴퓨터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아트 갤러리, 교육 심포지움, 워크숍,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2010년에는 서울 코엑스 컨벤션 센터에서 제3회 시그래프 아시아가 개최되기도 했습니다. 2015년 제8회 시그래프 아시아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는 한국의 오서로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에프터눈 클래스 Afternoon Class)>가 한국 작품으로는 최초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습니다.
이처럼 국내 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들은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을 담아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정보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내 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도 전 세계의 다른 페스티벌처럼 때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매체 환경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적응해 나가기도 하고, 때로는 전통적인 포맷을 고수하며 오랜 전통과 역사를 묵묵히 지켜 나가는 등 저마다의 철학으로 여러 가지 활로를 모색하며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만들어 나가길 기대해 봅니다.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01. 이 강좌에 대해서
전 세계에는 수 없이 많은 영화제들이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과 철학을 담아 변화하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매체 환경에 주목하며 다양한 행사를 펼쳐나가고 있는데요, 국내의 경우엔 어떨까요? 대표적인 국내 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인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부천국제만화축제를 살펴보고, 컴퓨터 그래픽스의 대향연인 시그래프&시그래프 아시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02. 강사 소개
추혜진 - 한국예술종합학교 애니메이션과 겸임교수
03. 강사 이력
- 現 컴퓨터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디렉터, SIGGRAPH ASIA 2013-15 - 現 영화제 프로그래머, 인디애니페스트(www.ianifest.org) - 前 영화제 프로그래머(전문위원), (사)부천 국제 학생애니메이션 페스티벌(PISAF) - 前 영화제 프로그래머, 2011 과천국제SF영상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