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예능작가 실무 노하우, 강의를 하게 된 김영주 작가입니다. 저는 주로 토크 프로그램에 대해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수많은 토크 프로그램이 있지만, 2개를 예를 들어 얘기할게요.
KBS1TV에서 2019년 방영한 <비상소집 전국이장회의>라는 프로그램하고 jtbc에서 2015년에서 2018년까지 방영된 <김제동의 톡투유>입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제가 기획 과정부터 종료할 때까지 참여했습니다. 제작하면서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전국이장회의하고 김제동의 톡투유에 공통점이 여러 가지가 있을텐데요. 가장 큰 건 뭘까요? 연예인이 아닌 비연예인이 주인공이 된 프로라는 것입니다. 전국이장회의는 대한민국 구석구석에서 일하는 이장님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토크를 한 것이고요. 김제동의 톡투유는 무대가 아닌 객석에 앉은 청중들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그동안 방송을 했던 수많은 토크 프로그램에서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한 적이 거의 없는 분들을 메인 무대 위로 올린 프로그램이라는 거죠. 이 얘기는 그 전에는 안 하던 시도를 했다는 겁니다. 안 하던 걸 시도한다. 이게 바로 기획의 시작입니다.
이 강의가 예능작가 실무 노하우이긴 하지만 세상에 없던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과정인 기획에 대한 얘기를 살짝 해보겠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는 전 늘 3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새로운가? 재미있나? 의미까지 있나? 제가 생각한 게 있으면 그걸 구체화시켜나가면서 이 3가지 질문을 던지는 겁니다. 전국이장회의라는 프로그램을 생각한 건 약 5년, 6년 전 일입니다. 저도 참 답답한게요. 정확하게 언제 뭘 하다가 이 생각을 한 건지는 생각이 안 납니다. 그냥 어느 날 문득, 전국의 이장님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얘기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장님 하면 많은 분들이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뭔가 좀 코믹하고, 사투리 팍팍 쓰고, 마을을 위해 봉사하시는 분들. 약간 좀 나서기 좋아하시는 분들이랄까요. 예를 들면 6시 내 고향 같은 프로그램에서 마이크를 들고 살짝 떨면서 '우리 마을로 오세요' 하던 분들이죠. 그런데 그 이장님들이 이런 꼭지 저런 프로그램에 조금씩 산발적으로 나온 적은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저는 이런 생각이 든거죠. 이 이장님들의 제대로된 모습을 보여드리는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아홉 개 도 잖아요. 경기, 강원, 충북, 충남, 경북, 경남, 전북, 전남 그리고 제주도. 각 도에서 대표 이장님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우리 대한민국을 논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 겁니다. 프로그램 제목을 떠올리는데도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전국의 이장님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니까 전국이장회의. 이렇게 개요를 잡아놓고 아까 얘기했던 3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새로운가? 아무리 생각해보고 아무리 조사를 해봐도 우리나라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장님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무엇인가를 얘기한 프로그램은 없더라구요. 새로웠습니다. 두 번째 질문. 재미있나? 아홉 개 도에서 사투리 팍팍 쓰시는 분들이 얘기하면 뭐 생각만 해도 재미가 없진 않겠죠. 뭔가 재미있을 것 같죠?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세 번째 질문. 의미도 있을까?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죠. 우리나라 방송이 평소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서울수도권 중심이라는 건 많이 동의하실 겁니다. 그런 점에서 아홉 개 도의 사람들이 모여서 대한민국을 논한다는 거. 이거 뭔가 시대정신에 부응할 수 있겠다는 점에서 의미까지 있다는 거죠. 이렇게 세 가지 질문에 부록으로 하나 더 플러스하면 금상첨화입니다. 바로 제작 가능한가? 입니다. 현실가능하냐 이거죠. 아무리 생각이 새롭고 재미있고 의미 있어도 그 생각을 현실에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 구현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없는 겁니다. 제작 가능해야, 만들 수 있어야 하는 겁니다. 근데 전국의 이장님들을 찾아서 한 자리에 모으고 토크를 한다는 건 꼭 그렇게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그렇게 해서 그래, 이 기획은 뭔가 되겠다! 라는 결론을 내리고 기획안 작업을 했고, 그게 5년, 6년 전의 얘기인 겁니다. 여기서, 이런 생각하시는 분 계실지 모르겠어요. 아니 전국이장회의가 2019년에 방송이 됐다는데 기획안은 5년도 전에 만들어졌다? 그동안은 뭐했냐고요? 왜 가만히 있겠습니까. 이 채널, 저 채널에 제안했습니다. 각 방송사의 기획안 공모에 내기도 했고요. 내가 아는 인맥을 동원해서 보여드리기도 했습니다. 근데, 다 안 된 거예요. 뭐 예선통과하고 본선 통과한 적도 있겠지만 결국에 결승에선 채택은 되지 않았습니다. 세상이 제 맘 같지 않다는 거죠. 저는 괜찮은 기획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게 생각하는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결국 뭐든지 되려면 시기와 운이 맞아야 한다는 건데, 2018년 여름 어느 날 한 후배를 만났다가 그 친구한테 kbs에서 기획안 공모를 지금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개인의 이름으로 내도 되는 거라 해서 그래 잘 됐다! 제출을 했습니다. kbs 1tv하고 2tv에서 같이 공모를 했는데 약 160여 편의 기획안이 접수됐다고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기획안은 제작사의 이름으로 접수가 됐고요. PD나 작가 개인의 이름으로 들어온 기획안은 그렇게 많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얘길 들었습니다. 그런데 운 좋게 전국이장회의가 파일럿 프로그램 기회를 주는 최종 2편에 들어간 겁니다. 그게 바로 이 기획안입니다. 보시다 시피 프로그램 제목과 장르와 형식. 형식은 스튜디오에서 할 거냐 야외에서 찍어서 보여주는 VCR도 들어가느냐. 뭐 이런게 있고요. 제작비는 제가 관여할 바가 아니니까 개요를 한 줄로 썼습니다. 각지의 개성만점 이장들이 모여서 전국 및 지역의 핫이슈를 놓고 뜨겁게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라는 것. 이렇게 한 줄로 프로그램의 정의를 했고요. 저기 보이시죠. 특징에 제가 조금 전에 이야기했던 것 새로운가, 재미있는가, 의미까지 있는가를 제 나름대로 설명했고 거기에 기획의도부터 시작해서 이 프로그램이 지금 왜 필요한지 왜 대한민국에 이런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은지, 이장님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면 어떤 재미와 의미가 있는지 이런 것을 제 나름대로 설득을 시키기 위해서 기획은 결국 설득이거든요. 설득을 시키기 위해서 기획안 안에 넣었고 방송 프로그램은 출연자가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이런 출연자가 하면 좋겠다. 그 다음에 간단한 구성 내용, 이러이러한 내용으로 프로그램이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다음에 저기 사진들 보이시죠? 저것은 예상 비주얼입니다. 이런 느낌의 프로그램이, 이런 비주얼의 프로그램이 될 거라는 내용. 그런 것들을 넣고, 이 프로그램이 조금 더 디테일하게 이런 내용들로 채워지면 괜찮겠습니다. 라고 해서 기획안 작업을 했고 운 좋게 2편의 파일럿 프로그램 제작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그런 당선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국이장회의라는 프로그램을 여러분이 같은 작가라고 생각하고 한번 만들어 나가 보겠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작가들의 실무 과정입니다. 어떤 프로그램이든 작가진부터 세팅이 되어야 출발을 할 수 있습니다. 작가들이 모여 프로그램이라는 집을 하나씩 하나씩 벽돌을 쌓아가야하는 거죠. 예를 들어서 메인작가, 서브작가, 막내작가 등 최소한의 인원이 꾸려지고 이제 하나씩 구체화시켜나가야 합니다. 전국이장회의는 아시다시피 이장들이 모여서 토크를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토크가 재미있고 의미 있게 되려면 가장 먼저 뭘 해야 될까요? 그렇죠. 토크를 할 사람들을 잘 찾아야 합니다.
토크프로그램의 핵심은 누가 하느냐, 어떤 사람들이 하느냐 입니다. 캐스팅이 반인 거죠. 그럼 제일 먼저 뭘 해야 할까요. 그렇죠, 이장님들을 찾아야 합니다. 이장님들이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이니까요. 그럼, 이장님들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최종 목표는 9도에서 한 분씩 해서 총 9명의 이장님을 찾는 겁니다. 아무도 없는 테이블에 각 도에서 오신 이장님을 한 분씩 한 분씩 앉게 해야 해요. 자, 그럼 어떻게 찾으면 될까요.
작가분들이 이렇게 하는 과정을 전문용어로 맨땅에 헤딩이라 합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국 어딘가에 숨 쉬고 계실 캐릭터 만점의 이장님들을 찾아야 합니다. 자, 여러분이 작가고 이장님들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건 아니겠죠. 먼저, 자료조사에 들어가야 합니다. 작가들이 하는 업무 중 가장 중요한 걸 저는 자료조사라 생각합니다. 보통 방송작가로 입문을 하면 막내작가 혹은 자료조사라는 이름으로 자칫 별 거 아닌 일, 막내라서 해야 하는 약간의 잡일 정도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절대 아닙니다. 방송에 있어서 자료조사는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이는 방송작가는 물론이고 소설을 쓰든 에세이를 쓰든 르포를 쓰든 마찬가지예요. 자료조사가 가장 중요합니다. 먼저 이장에 관한 서치를 해야 합니다. 근데 요즘은 좋아졌죠? 세상이. 인터넷에 들어가면 어지간한 건 다 있습니다. 신문, 잡지 등의 매체에 실린 이장님들을 뒤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존의 방송 프로그램에 잠깐이든 출연했던 이장님들을 찾는 게 중요하죠. 카메라 경험이 있는 분하고 그렇지 않은 분하고는 확실한 차이가 있으니까요. 또 그런 영상 찾으면 비주얼과 언어구사능력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신문, 방송, 영상 등 각종 매체들을 뒤져서 이장님들을 리스트업 합니다. 여기서 잠깐, 자료조사를 앞으로 굉장히 많이 할 텐데요. 조금이라도 남다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터넷 이런 것은 다 하는 것이고. 도서관입니다. 도서관에 가고, 전문지를 찾으면 됩니다. 이장님을 찾는 데 굳이 이렇게까지 할 건 없었지만, 여타 다른 프로그램의 서치를 하게 된다면 자료 조사의 끝판왕은 도서관에서 결정지을 수 있습니다. 자, 또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아까 매체에서 찾는 것을 이야기했죠? 그 다음에 두 번째 방법, 지인에게 물어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장님과 소통을 하는 프로그램들이 꽤 있습니다. 6시 내 고향이라든가, 한국인의 밥상, 생생정보 같은 굉장히 많은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의 작가에게 추천을 받습니다. 저도 한국인의 밥상을 했던 작가에게 몇몇 분들의 이장님을 추천 받았습니다. 그리고 또 둘러보세요. 친구, 가족, 친지 등도 이장님이 연결될 만 한 분이 계시면 여쭤보시면 됩니다. 이렇게 지인 혹은 알 만한 사람들을 찾아서 물어보는 두 번째 방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방법, 이게 진짜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죠. 이장은 뭡니까? 리의 장입니다. 리 단위 위에 면이 있죠. 면사무소에 전화를 하는 겁니다. 우리나라에 시군구가 비슷한 급인데 228개가 있습니다. 시군구 아래에 읍면동이 있죠. 그러니 얼마나 많겠습니까. 방법이 없습니다. 군청 홈페이지 들어가면 면사무소 리스트가 쫙 떠요. 차례차례 해당 면사무소에 전화를 하는 겁니다. 여보세요? 아 예~ kbs에서 전국이장회의라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이러이러한 내용으로 이장님을 소개 받고 싶은데요. 도움을 받을 수 없을까요? 파일럿의 단점은 아직 그 실체가 없잖아요. 그래서 간혹 사기로 안다거나 협조를 잘 안 해주는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뭐 어쩌겠어요. 우직하게 밀고 나가야죠. 이렇게 해서 정리하면 이장님을 찾는 작업을 가장 먼저 하게 되는데 그 방법은 대략 3가지, 매체를 뒤지기, 지인에게 물어보기, 맨땅에 헤딩하기가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약 한 달 정도 전국에 있는 이장님들을 찾았습니다. 각 도 별로 대략 2, 300명 정도를 리스트업하고 전화를 해서 대화를 나누고 약 100명 정도의 리스트업을 각 도별로 만들었습니다. 한 예를 들어 이 문서입니다. 이 내용은 각 도별로 전화를 해서 추린 리스트업인데요. 보시면 관심은 있어 보임, 빠르게 거부. 뭔가 관심은 있어 보이나 약간 튕기는 듯 이렇게 내용들이 적혀있습니다. 우리 각 작가들이 나눠서 전화를 한 건데 전화를 하면서 느낀 느낌도 나름 디테일하게 적어서 정리한 문서입니다. 각 도별로 100명 정도를 전화를 해서 정리를 했고 이걸 프린트해서 피디 작가진들이 함께 보고 각 도 별로 약 10명의 이장님을 추렸습니다. 이 10명들은 뭐냐. 이 분들은 전화 통화는 했고 이제 직접 가서 만나볼 분들이죠. 이제부터는 답사입니다. 지금 제가 한 문서를 보여드릴 건데요. 이거는 답사 리스트입니다. 지금 보시면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죠? 어떤 분인지. 그래서 이 분들을 시간을 정해서 차례차례 만나봤습니다. 각 도별로 10분 정도를 만나봤죠. 방송작가를 하면 좋은 점들이 꽤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 보신 것처럼 전국을 다닐 수 있습니다. 이때 경상도 지역만 제가 가지 못하고 전 지역을 다녔습니다. 피디와 작가가 조를 짜서 전국을 다니며 이장님들을 만났고 이야기했어요. 그렇게 해서 결국 각 도 별로 1명씩 해서 9인의 이장단이 꾸려졌습니다. 자, 주인공인 이장들이 구성됐어요. 다음엔 무엇을 해야 할까요. 토크 프로그램이 성공하느냐 결정짓는 또 하나는 누가 진행을 하느냐죠. MC. MC를 어떤 사람들로 하느냐죠.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진행자를 캐스팅해야 합니다. 어떤 진행자를 하면 좋을 것인지 우리 제작진들이 많은 얘기를 했죠. 그러나 우리 뜻대로 되는 경우는 거의 없죠. 어떤 프로그램이든 MC 후보들은 여러 사람들이 거론되고 섭외력과 제작비와 그 분들에게 어느 정도 MC비를 지급할 수 있는지. 또 그분들의 스케줄 등 여러 요소가 어우러져 교집합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결정이 되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전국이장회의의 MC는 3명이 하는 거로 결정됐고 남희석, 김준현, 사유리 씨로 결정 됐습니다. 자, 이렇게 해서 9명의 이장, MC진이 결정됐습니다. 뭐 처음 생기는 프로그램이니까 동시에 세트라든가 타이틀 로고라든가 하는 굉장히 여러 가지 것들을 결정해 가는데요,
이런 쪽은 논외로 할게요. 이제 작가들이 해야 하는 건 어떤 토크를 하느냐. 토크의 내용입니다. 이때 더 생각해야 하는 건, 그 내용을 반복적으로 담을 수 있는 틀, 장치, 그릇인데요. 유식한 얘기로 포맷이라고 합니다. 1999년에 당시 무명 유재석을 스타로 만들어준 토크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서세원 씨가 진행했던 토크박스입니다. 주사위 모양의 박스를 던져서 나오는 주제에 관해 토크를 했어요. 그게 포맷이죠. 또 KBS에 유명했던 장수 프로그램이었죠. 해피투게더라는 토크 프로그램은 여러 코너들이 명멸했는데 예를 들어 목욕탕에서 캐비닛 토크라는 장치 기억나세요? 각자 캐비닛 앞에 앉고 캐비닛 안에는 어떤 물건을 넣어놓고 그걸 열면서 토크를 하는 장치입니다. 그것이 목욕탕 캐비닛 토크라는 포맷이었어요. 제가 했던 프로그램 중에 kbsN이라는 케이블TV에서 했던 토크쇼가 있었는데, 핸디캡토크쇼. 천만 원을 지켜라 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게스트가 셀럽이 나오고 김구라와 유세윤 등이 MC였는데요, 출연료가 무려 1000만 원이었어요. 그러면 나오는 게스트들 다 좋아하죠. 근데 여기서는 포인트가 뭐냐. 누구나 사람이면 말버릇이 있잖아요. 자주 쓰는 단어나 어구, 표현들. 그걸 인터뷰 한다는 빌미를 삼아서 사전에 조사해서 그 셀럽의 몇 개의 금지어를 설정합니다. 그 분들이 자주 쓰는 말투, 어구를 정해서 말이지요. 그렇게 해서 토크를 하다가 금지어를 말하게 되면 출연료 1000만 원에서 50만 원씩 삭감해가는 포맷입니다. 이런 식으로 많은 예능 프로그램은 포맷을 정해놓으면 좋습니다. 그런데 전국이장회의라는 프로그램은 포맷 이전에 이장들이 토크 한다는 차별화 된 형식이 있기 때문에 저희는 어떤 토크들을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을 더 많이 했습니다. 비정상회담이라는 토크쇼도 외국인들이 토크 하는 거잖아요. 거기도 아마 토크를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내용이 굉장히 중요했을 겁니다. 그럼 이장님들은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 몇 가지 영역이 있을 수 있겠죠? 지역 얘기, 전국적인 얘기. 또 연예인 이야기를 할 수 도 있고 말랑말랑한 얘기, 아니 좀 진지하거나 무거운 사회적인 이슈들. 뭐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겁니다. 근데 아무래도 전국 이장회의가 파일럿이고 처음 시도하는 거라서 여러 유형의 토크 내용들을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자 이렇게 착착 진행이 되고 있죠. 그런데 시간이 다가올수록 녹화시간이 다가올수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불안한 거예요. 과연 잘 될까. 생각해보세요. 방송 아마추어인 9명의 이장들이 그 분들이 사시는 지역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서울 여의도 KBS의 스튜디오에 와서 토크를 하는 겁니다. 여러분 혹시 와보셨는지 모르겠지만, KBS 앞에 오면 약간 위축되는 게 있어서 이장님들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셨는데 그렇게 그분들이 전국 각지에서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 와서 토크를 하면 과연 잘 하실 수 있을지. 기획안으로는 새롭고 재미있고 의미도 있을 것 같았는데, 이장님들이 전국을 다니며 만나서 괜찮은 이장님들을 모아는 놨는데, 정말 방송 프로그램이 되는 걸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작가도 피디도 kbs의 담당 부장도 불안해지기 시작했어요. 이거, 잘 되는 거 맞아? 하지만 고민만 하면 뭐해요. 결국 파일럿 녹화가 2주일 3주일 앞으로 다가왔어요. 그때 제가 그런 건지 다른 누군가가 그런 건지 이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리허설을 합니다. 오티를 하자고. 수원에 kbs연수원이 있습니다. 거기를 빌려 이장님들에게 연락을 드려서 오시게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방송 프로그램을 하는 것처럼 카메라를 여러 대 설치해놓고, 이 분들의 첫 만남을 지켜봤습니다. 이건 방송은 실제 안 나간 영상인데요. 여러분들한테만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장님들의 첫 만남 영상 잠깐 볼까요? 자, 저게 첫 만남 영상인데요, 저희가 이장님들한테 들어가는 순서만 정해놨어요. 먼저 들어가세요. 다음 들어가세요. 이것만 정해놓고 저기 지금 펼쳐져있죠? 보이는 영상은 다 연출이 안 된 리얼한 영상입니다. 이장님들이 저 날 처음 만났는데 보자마자 굉장히 친해지시더라고요. 저분들이 각자의 지역에서 이장님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어서 모르지만 굉장히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이것은 첫 만남 영상이고, 한 두 세 시간 그 현장에서 토크 주제를 던져가면서 한 번 해봤습니다. 여러 유형의 주제도 던지고 자유롭게 토크하게 했습니다. 저희는 들어가지 않고, 카메라로만 찍었습니다. 그런데 대박! 재미있었어요. 웃음이 빵빵 터졌어요. 한마디로 날것의 토크가 이런 거구나, 느꼈습니다. 그렇게 해서 오티를 잘 마쳤고, 자신감을 충전해서 2주 후에 파일럿 녹화를 했습니다. 약 4시간 동안 했어요. 원래 더 정해놓은 순서가 있었는데 재미있었고 그렇게 해서 첫 방송이 나갔습니다. 자 그럼 여기서 예고편을 볼게요. 이렇게 해서 예고편이 나갔습니다. 그리고 방송이 나갔습니다. 전국이장회의라는 프로그램이 전국에 첫 선을 보인 시작이죠. 근데 그 다음날 아시죠? 방송 나가면 그 다음날 시청률 나오는 것. 시청률이 9%가 넘었습니다. 원래 파일럿 2편을 방영한 후에 KBS에서 정규편성 여부가 결정되는 거였는데, 저희가 운 좋게도 첫 회가 나가고 바로 정규편성이 됐습니다. 이렇게 해서 전국이장회의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토크 프로그램이 탄생한 거죠. 전국이장회의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많지만 이 정도 하고요. 다른 프로그램을 또 예를 들어서 해보겠습니다.
다음은 jtbc 김제동의 톡투유 얘기를 하겠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톡투유는 간단하게 얘기할게요. 파일럿 메이킹 필름 보겠습니다. 보시면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김제동 씨가 청중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죠. 김제동 씨가 청중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그들에게 얘기를 이끌어내는 것이 메인이 되는 프로그램입니다. 앞에서 3가지 질문을 얘기한 거 기억하시죠. 이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도 마찬가지로 던졌는데요. 새로운가? 재미있나? 의미도 있나? 김제동의 톡투유는 청중이 주인공이 되는 토크 프로그램이에요. 지금까지 우리나라 방송 프로그램에서 청중이 간헐적으로 끼어드는 경우는 있었지만 전면에 나서는 경우는 없었어요. 그런 점에서 새롭습니다. 매주 4시간 정도 녹화를 했어요. 전국의 대학 혹은 지역의 예술 회관들을 빌려서 녹화를 했는데요. 4시간 동안 울다 웃다 했습니다. 재미있어요. 다양한 주제를 다뤘습니다. 아시다시피 김제동이라는 사람은 사회적 발언을 꽤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죠. 의미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어요. 그래서 3번째 질문의 답, 의미까지 있었어요.
이 프로그램의 관건은 청중에게서 얼마나 토크를 잘 이끌어 내는가 입니다. 그걸 위해서는 청중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MC가 가장 중요했고 그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은 김제동이라는 사람이 거의 유일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처음에는 김제동이 거의 혼자서 정해진 대본도 없이 3~4시간을 토크 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게 가능하다는 건 김제동이 당시 매 겨울마다 하고 있었던 토크콘서트 노브레이크를 직접 가서 보고 알았습니다. 그곳에서도 김제동과 청중들이 함께 어우러지며 울고 웃고 있더라고요. 아, 이게 가능하구나, 김제동이라는 사람은 되는 사람이구나 거기서 가능한 걸 느꼈기 때문에 TV 프로그램으로 이식을 해올 수 있었습니다.
자, 이제 작가들 이야기 잠깐 해볼까요? 김제동의 토크쇼에서 작가들이 하는 일 중 제일 중요한 게 뭘까요? 시청자들이 보내오는 사연들을 읽고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 사람들을 골라내는 일이었어요. 이렇게만 보면 작가들이 하는 일이 별로 없겠네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매주 평균 3천에서 5천 건 정도의 사연이 들어왔어요. 당시 뭐 김제동의 톡투유가 인기가 나쁘지 않았다는 거겠죠? 그걸 매주 나눠서 읽으며 녹화현장으로 초대할 분들을 선정했죠. 아마 이렇게 미리 사연을 받는 과정이 없이 무작위로 청중을 구성했다면 아무리 날고 기는 김제동이라 해도 그렇게까지 밀도 있는 토크는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미리 제시된 주제에 대해 할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을 골라서 초대한 것이 중요했죠. 마이크가 자신에게 오더라도 어떤 얘기라도 할 게 있는 사람들, 자기가 이야기할 게 있는 분들이 모이니까 토크가 더더욱 살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청중이라 하지 않고 화중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처음 김제동의 톡투유를 기획하고 파일럿을 만들고 몇 회 정도 해나갈 때만 해도 이런 이야기를 제일 많이 들었습니다. '그거 매주 비슷비슷한 청중들이 와서 이야기하는데 거의 뭐 비슷비슷한 거 아닐까' 였습니다. 특히 전체 녹화시간 4시간 중 맨 처음 1시간 정도는 정말 아무런 주제 없이 김제동 씨가 객석을 휘젓고 다니며 토크 하는 시간이었어요. 일명 제동 타임이라고 저희가 부르는 시간이었는데요. 그런데, 매주 비슷한 얘기들이 나오는 게 아니라 비슷한 얘기들은 '저 사람도 그렇구나'하고 공감하게 했고, 그 사람 이야기에 깊이 들어가면 미묘하게 다른 스토리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바로 재미를 줬습니다. 어떤 사람이든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걸 그때 깨달았습니다. 바로 이게 김제동의 톡투유가 3년 가까이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자, 예능작가 실무 노하우 그중에서 저는 토크 프로그램으로 KBS의 전국이장회의와 JTBC의 김제동의 톡투유라는 프로그램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여기에서 마무리하는 거로 하겠습니다. 방송 프로그램은 본질적으로 토크입니다. 지금까지 무수한 토크 프로그램이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누가 토크를? 어떻게? 어떤 포맷으로? 할 것인가를 많이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세 가지 질문. 새로운가? 재미있는가? 의미도 있는가? 현실 가능한가? 3 +1 질문 꼭 기억해주시고요. 그럼 앞으로 여러분도 방송 프로그램에서 같이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작가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01. 이 강좌에 대해서
방송 프로그램의 다각화와 제작기법의 다양화로 작가의 기획과 구성 역량의 필요가 증가함에 따라 현업 작가의 실무 노하우를 알아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02. 강사 소개
김영주 (작가)
03. 강사 이력
- MBC <일밤>, <토요일토요일은즐거워>, <찾아라! 맛있는TV> - jtbc <김제동톡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