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원 : 안녕하세요 공연 칼럼니스트 지혜원입니다. 오늘은 뮤지컬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는 음악감독님이신 김문정 음악감독님을 모시고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김문정 : 네 안녕하세요 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입니다.
지혜원 : 네 감독님 오랜만에 이런 자리에서 뵙게 돼서 정말 반갑습니다.
첫 번째로 사실 가장 궁금한 내용은 음악감독의 역할인데요. 뮤지컬에서 음악은 전체 내러티브를 관통하기도 하고 또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음악감독이 하는 역할들이 굉장히 다양하죠? 창작된 음악을 무대화시키는 전체 과정에서 음악감독이 하는 역할들을 간단하게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김문정 : 질문 속에 이미 대답을 주셨는데요. 음악을 무대화시킨다는 용어를 제가 대답을 하고 있는데요. 말씀하신 대로 뮤지컬에서의 음악은 표현수단의 한가지이고 굉장히 중요한 표현 수단이죠. 내가 더 이상 얘기를 할 수가 없어서 노래를 하는 거고 나의 기쁜 상태나 흥분된 상태를 더 이상 나의 대사로 감당할 수 없어서 춤을 추는 행위. 즉 뮤지컬에서의 표현 수단이 음악과 춤이 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음악감독의 역할은 아마도 그 노래가, 음악이 극에 자연스럽게 묻어나서 표현될 수 있다고 관장하는 역할이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고, 그게 곧 음악을 무대화 시킨다는 표현을 제가 자주 쓰는 이유 중에 하나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작곡자 즉 원작자의 의도를 잘 파악을 해서 원작자가 원하는 음색과 또 원작자가 원하는 악기에 대해서 표현력을 위해서 현장 상황에 맞는 사람들을 섭외를 하는 과정 즉, 여러분들 알고 계신 오디션 과정 있죠? 오디션 하기 이전에 이제 원작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공부하는 시간이 있고요. 작품해석을 한 다음에 오디션을 하고 오디션으로 선발된 배우들을 6주 길게는 8주까지 리허설을 같이 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이 되면 오케스트라와 같이 협업을 하면서 배우들과 그 음악의 완성도를 위해서 노력을 하구요. 리허설 기간 동안에는 연출진이 원하는 음악의 어떤 방향성이나 표현력에 있어서 같이 연구를 하게 되죠. 그래서 그 작업이 끝나고 나면 공연을 올리게 되고 공연을 올리게 되면 공연을 관장하고 진행하고 유지하는 일. 끝까지 체력적으로 정말 건강하게 매 순간 새로운 공연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혜원 : 네, 정말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 중에 하나가 음악이겠죠.
김문정 : 뮤지컬이니까요.
지혜원 : 네, 뮤지컬이니까 사실은 음악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실제로 이렇게 많은 역할들을 담당하는 것들이 세부적으로는 사실 여러 가지 많은 사람이 해야 되는 역할을 음악감독이 국내에서 감내하는 부분들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실제 해외에서는 조금은 더 세분화 돼서 용역들이 구성이 되는데 국내는 좀 어떤가요?’
김문정 : 글쎄요. 해외고, 국내고 그 구분을 짓는다기 보다는 아시다시피 한 공연이 올려지기 전까지는 길게는 정말 10여 년이 넘게 준비기간을 거치는 경우도 있고요. 또 어떤 경우는 급하게 만들어서 열정적인 에너지가 뭉쳐서 단시간 내에 공연이 올려지는 경우도 있는데 또 그 공연의 유지기간이라는 게 해외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지속성이 좀 더 긴 케이스들이 많죠.
극장이나 여러 가지 여건상 뭐 우리가 흔히 잘 아는 ‘캣츠’나 ‘레미제라블’이나 30여 년 넘게 공연되고 있는 공연들이 있으니까 아무래도 그에 수반해야 되는 음악스태프나 다른 스태프들의 영역이 더 필요한 경우들이 좀 있겠죠. 제가 알기로는 그런 지속성이 계속되는 공연일수록 원작자, 즉 작곡자와 계속 되풀이되는 리바이벌의 새로운 편곡자들이 붙는 경우들. 또 공연의 어떤 체력적인 부담이나 신선함이나 이런 걸 유지하기 위해서 또 지휘자들도 몇 명이 교체돼서 가는 경우들 또 공연의 어떤 루즈함이나 느슨함을 항상 코치해주는 보컬코치의 역할들. 그렇게 세분화가 많이 돼있는 걸로 알고 있고요. 우리나라의 경우도 꼭 그렇게 필요한 작업이 있다면 세분화 돼서 작업을 하는 경우가 요즘은 왕왕 생겨나고는 있습니다. 근데 이제 공연기간이 아무래도 해외보다는 좀 단시간적으로 유지되는 경우들이 좀 있어서 일단 임팩트 있게 작업을 하기 위해서 최소의 인력으로 최대한 일을 하는 그런 상황이 좀 많이 생기게 되죠.
지혜원 : 네. 계속 그렇게 긴 작업기간 아까 말씀해주셨던. 실제로 작품을 해석하는 거에서 공연을 유지 관리하는 정말 공연 전반에 거쳐서 음악적인 부분을 음악감독 음악팀만이 아니라 다른 창작진들. 작곡가는 물론이거니와 아까 연출진도 얘기를 하셨는데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하시고 또 조율을 해야 되는 부분들도 있으실 거 같아요. 그런 부분들은 어떤 게 있을까요?
김문정 : 일일단 저의 포지션은 음악감독이기 때문에 음악성이 제대로 퀄리티 있게 표현 돼야 되는 게 저의 목적이고 의무이기도 하죠. 그러니까 어느 경우에는 음악이 저해되는 다른 요구들을 하는 경우들도 좀 있으시기도 해요. 연출님들이 배우의 어떤 가창력을 보여주고 싶은데 죽어가는 신이라거나 또 힘겹게 노래를 해야 되는 신에는 오히려 그 음악이 더 풍부하고 윤기가 나서 그 드라마를 좀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라는 지점에 가끔 부딪히기도 하거든요. 그럴 때는 뭐가 우선이냐를 먼저 사실은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그렇지만 제 마음 속으로는 그래도 음악적으로 음악성을 잃지 않게 유지해야 되는 게 저의 목표이기 때문에 그런 경우에 충분히 연출님과 또 다른 스태프들과 뭐 안무자님이나 또 배우랑 충분히 얘기를 나누는 게 가장 우선점이구요. 그 안에서의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의 뭔가를 찾는다면 어디를 양보를 하고 어디를 내가 소신있게 주장을 해야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거 같아요. 마찬가지로 작곡자 입장에서는 또 자기의 음악이 어떤 경우에는 자기가 표현한 모든 것이 다 표현 되기를 원하지만 또 때에 따라서는 좀 양보를 해서 드라마에 같이 스며들게 해야 되는 부분들이 또 좀 있거든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의견이 잘 통하는 작곡자들이 있는 반면에 또 같은 얘기라도 엄청난 에너지와 서로 존중과 배려를 하면서 해야 되는 과정들이 좀 있습니다.
근데 이런 모든 과정들이 결론은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어떤 주제의식이 뭔지를 서로 인지를 하고 방향성을 가지고 간다면 싸우는 과정 조차도 생산적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 과정을 즐기고 있고요.
지혜원 : 뮤지컬이 아무래도 협업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까 그런 과정들이 어쩔 수 없이 필요하기도 하고 또 그런 과정을 통해서 성장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김문정 : 마치 거대한 놀이동산이라고 저는 표현을 하고 있는데요. 굉장히 다양한 놀이기구들이 있고 그 다양한 놀이기구들의 목적들이 다 있잖아요. 그 놀이기구들이 재밌는 이유들이 있잖아요. 그 재밌는 이유는 우리가 얘기 안 해도 다 아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면 왜 재밌어야 되는지에 대해서 같이 논의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 자체도 저희가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혜원 : 감독님께서 창작 뮤지컬 또 라이선스 뮤지컬 굉장히 큰 규모, 작은 규모 많은 작품들을 해오셨는데요. 이런 과정들에서 또 창작이나 라이선스를 작업하실 때 약간의 차이점들이 있다면 어떤 점들이 있을까요?
김문정 : 약간이 아니라 사실은 엄청난 차이점이 있죠. 아시다시피 창작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과정이기 때문에 일단 콘텐츠의 선택부터가 다르죠. 어떤 콘텐츠가 뮤지컬로 적합할 것이냐 부터 시작을 해서 여기서 어떤 부분들을 우리가 표현을 해줘야 될 것이냐. 춤이나 노래로서. 그리고 그 표현이 정말 적합하게 잘 방향성을 유지하고 가고 있느냐의 작업 그리고 우리가 소신있게 또 이렇게 준비해내서 표현하고자 하지만 그게 어떤 관객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이냐에 대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거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어려움이 있고 많이 해야 될 일이 많은 게 창작이죠. 그만큼 또 저희가 원하는 어떤 결과치가 나왔을 때는 큰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 또 굉장히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자양분과 자산이 되기도 하는 게 창작 작업의 매력이고 보람이고 말씀 드릴 수 있을 거 같고요.
라이선스 같은 경우는 그래도 일단은 검증된. 한번은 검증된 모두의 사랑을 받았던 작품을 저희가 한국화시켜서 오는 거기 때문에 약간의 어떤 교과서가 있는 느낌은 있어서 조금 다가가기는 수월한 입장에 있을 수 있는데요. 사실 라이선스 같은 경우도 창작 만큼의 아주 괴롭히는 요소들을 좀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원작자들이 존재하시기 때문에 저희가 한국 실정에 또는 한국 배우의 실정에 한국 관객의 어떤 정서에 맞게끔 뭔가를 시도하려고 했을 때 원작자와의 협의를 이뤄야 되는 부분들이 좀 있거든요. 그 부분들이 오히려 없는 거에서 만든 것보다 더 까다로울 때도 있어요. 우리가 보기에는 분명 이것인데 이것이 어떤 원작자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거에 벗어날 수 있다. 그들이 판단을 한다면 그 안에서 조율점을 찾는 것은 창작 만큼이나 고되고 지리한 작업이 되는 경우도 가끔 있더라고요. 근데 그거 역시도 한국 관객들에게 왜곡되지 않게 그 의도에 맞게끔 표현해주면서 한국 관객들의 정서와 한국 배우와 한국 스태프들의 실정을 그대로 반영시켜서 가야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좀 어려운 부분들이 좀 있습니다. 하지만 두 작업 자체도 모든 작업 자체가 다 관객 여러분들 한테는 또 이렇게도 보일 수 있고 저렇게도 보일 수 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문화를 선사하는 거 같아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혜원 : 흔히 레플리카 프로덕션이라고 부르는 그러니깐 하나도 바꿀 수 없는 퍼스트 클래스의 복사품처럼 해야 하는 그런 라이선스 프로덕션인 경우에 그런 제약이 더 많으실 것 같아요.
김문정 : . 화가 나고 답답할 때가 사실은 더 많이 있어요. 레플리카 공연은 단지 한국어로 공연을 할 뿐이지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내지는 다른 선진국에 일단 완성된 표본 그 자체를 들여오는 거기 때문에 소품 하나부터 분장 헤어 머리 하나까지 다 그대로 정말 복사본으로 가져오는 경우죠. 가장 어려운 부분은 사실은 개사부분인데요. 그런 경우에는 왜냐면 그들이 배치해 놨던 단어들의 표현을 해야 되는 부분들이 있고, 조명 큐나 여러 가지 안무의 큐가 있는데 우리 나라의 말의 어순 상에는 그 말이 그 부분에 들어가면 음악적으로 굉장히 우스꽝스럽고 어글리한 경우들이 좀 있죠. 이런 부분이 가장 많이 부딪히는 부분이기는 해요. 어순 자체가 틀려버리니까요.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럴 경우에는 말의 단어를 보는 게 아니라 센텐스를 보고 더 안될 경우에 구절을 보고 또 한 프레이즈를 보게 되는 경우거든요. 그래서 조율점을 찾아가는 부분이 좀 답답하고 ‘아 이걸 그냥 우리가 맘대로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그런 답답한 부분들이 좀 있는데 또 한편으로는 굳이 우리가 웨스트 핸드나 브로드웨이 같은 선진국에 가서 그 잘 알아듣지 못하는 원어를 보는 수고를 덜고 그걸 그 자체로 거기에서 보는 거 만큼의 똑같은 무대효과나 똑같은 환경으로 우리가 한국어로 또 만날 수 있다는 거 그것도 또 미덕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레플리카가 우리 나라에 온전히 와서 이것이 하나도 왜곡되지 않고 한국 관객들에게 한국말로 선사할 수 있다는 것도 또한 관객들이 즐기실 수 있는 권한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지혜원 : 지금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간혹 안타까울 때가 굉장히 스코어가 좋은데 가사전달이 잘 안돼서 안타깝게도 그 의미가 좀 반감되는 경우들.. 간혹 보게 되기도 하고 실제로 아니면 사실은 배우가 열심히 전달하려고 하지만 지금 감독님 말씀하신 것처럼 어순이 달라서 노래하기가 굉장히 버거운 경우들도 있고, 이럴 때 음악 감독으로서 그런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작진 또는 현지에서 국내로 오는 스태프들에게 해외 스태프들에게도 의견을 개진하시는 편인지요?
김문정 : 너무나 적극적으로 하죠. 일단 저의 목표는 한국말이 좀 아름답게 들렸으면 좋겠어요. 저는 개사를 하더라도 이게 번역체고 한국말이어서 어색하게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1번으로 항상 작업을 하고 있고요. 그런 지점에 대해서는 언제나 아주 치열하게 싸움을 합니다. 근데 배우들도 자기 배역에 자기가 불러야 되는 노래기 때문에 오히려 배우들이 아이디어를 많이 가지고 올 때도 있어요. 오히려 스태프들이 놓치는 부분들을 배우들이 밤새 한 소절의 솔로를 하더라도 그 부분에 대해서 가사를 고민을 하고 제시를 해주는 경우들도 있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 그런 개사작업을 무척 즐기는 편이고요. 그래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또 어떤 우리 한국말이 정말 빨갛다는 말도 시뻘겋다 새빨갛다 정말 많은 표현력이 있잖아요. 그 표현력에 대해서 놀라울 때가 굉장히 많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초연의 어떤 개사작업에 있어서 많이 열어놓는 편이고 또 많이 모니터도 하는 편이고 또 어떤 잘 들리냐 안 들리냐의 저의 내부 검사도 계속하는 편이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관객 여러분에게 또 짠하고 공개했을 때는 가사에 어색함이 느껴지는 부분들도 좀 있는 거 같아요. 근데 그것도 그래도 계속 끊임없이 해야되는 작업 중에 하나라고 생각이 듭니다.
지혜원 : 음악감독으로서 작업을 하실 때 극장에 규모에 따라서도 대극장 작품 또 중소극장 작품에 따라서도 좀 역할들이, 또는 작업의 과정들이 좀 차이가있을 거 같은데요.
김문정 : 감히 말씀드리고 싶은 건 사실 음악적인 퀄리티에 구분을 두지는 않아요. 어떤 작은 극장이나 큰 극장이나 어쨌든 음악적인 완성도는 항상 기여해야 되는 부분이고 충실해야 되는 부분인데 단 차이가 있다면 아무래도 사이즈. 규모의 차이에 반하게 오케스트라 밴드 또는 배우들의 출연 합창 앙상블과 중창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죠. 저는 사실은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을 할 경우에는 대극장의 경우에는 사실 공명음들을 되게 즐기는 편이거든요. 이게 다같이 이십 몇 명이 끝났을 때 삼층 저기까지 울리는 여운 같은 것들을 조금 즐기는 편이에요. 제 나름대로의 어떤 그런 짜릿한 순간들이 좀 있는데 그런 계산까지 하면서 감히 제가 대가처럼 지휘를 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내가 끝내는 이 맺음하는 소리가 정말 저 삼층 어디까지 잘 퍼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을 둔다고 해야 되나요? 음악의 어떤 배치들이나 넘버와 넘버의 연결들에 대해서 그런 생각들을 조금 하면서 진행을 하는 편이고요.
소극장 같은 경우는 오히려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써야 되는 부분이죠. 바로 내 앞에서 연주를 하고 있고 내 앞에서 노래를 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규모가 작을수록 더 자세히 보고 귀 기울여 듣게 되는 경우니까 아무래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 좀더 집중을 해줘야 되지 않나 그런 생각은 좀 듭니다.
지혜원 : 관객의 호흡을 또 가깝게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은 또 소극장 공연만의 장점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김문정 : 그렇죠.
지혜원 : 배우도 마찬가지로 음악 감독님도 그런 느낌을 가지실 거 같은데 앞서서 이제 음악감독의 역할 설명해주실 때 오디션을 잠깐 말씀을 해주셨었어요. 실제로 오디션의 과정에서 음악감독님 또 적합한 배우를 발굴해내고 또 그 배우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할텐데 기억에 남는 오디션 또는 배우가 있으신가요?
김문정 : 오디션은 어.. 정말로 실력을 보여주는 게 오디션이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실력이 있어도 정말 그 정해진 시간 내에 주어진 노래에 똑같은 환경에서 1분 동안에 나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게 실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희 우스갯소리로 오디션만 잘하는 배우도 사실은 있어요. 정말 오디션에서는 너무너무 잘해서 결국은 작업을 같이하기로 결정을 했는데 어느 순간에 보면 아 정말 저 친구 오디션만 잘하는 배우였지, 근데 그것도 그분의 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정말 오디션을 반대로 못하는 배우들도 있어요. 같이 정말 작업을 하다 보면 왜 그 공연에서 떨어졌을까 싶을 정도로. 그래서 오디션이라는 환경이나 오디션이라는 말 자체가 주는 무게감은 배우들한테는 영원히 풀어야 될 숙제라고 생각은 듭니다.
많은 오디션을 했는데 그 중에서 제가 인상 깊었던 한 두 세 명의 배우들이 있다면 사실은 먼저 지금은 너무나 훌륭하게 활동하고 계시는 양준모씨가 생각이 나는데 양준모씨가 사실 저랑 나이차이 많이 안 나지만 저한테 엄마엄마 부르고 있어요. 그래서 징그럽다고 제가 좀 외치는데 배우들이 가끔 친근감 표현하기 위해서 그렇게 불러주기도 하는데 그 친구가 저를 그렇게 부르는 이유는 그의 첫 오디션에 제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워낙 노래를 잘하는 친구니까 저도 귀 기울여서 또 눈 여겨서 본 거 같은데 저에 대한 그 친구의 기억은 양복을 입고 왔었어요. 근데 그 오디션이 록 뮤지컬 오디션이었었거든요. 그래서 아마 제가 그 친구한테 지적 아닌 지적을 했던 모양이에요. 저는 사실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너무 노래 잘하시고 그런데 저희 작품에서 찾는 목소리는 아니고 다음에 이런 라이트한 오디션 작품에는 좀 가볍게 복장으로 오셔도 좋을 거 같다 라는 말을 제가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근데 그 친구한테는 좀 고마웠던 기억이었다고 얘기를 하면서 뭐 자기가 다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런 표현을 하면서 엄마라는 애칭을 가끔 하기는 하는데요. 어쨌든 그 뒤로 준모 배우가 또 필요한 작품에 준모 배우가 생각이 났고 같이 또 작업을 여태껏 잘 하고 있어서 뿌듯한 배우 중에 한 명인 거 같아요. 또 한 명은 박지영 배우도 기억이 나는데요.
저희 ‘맘마미아’ 오디션 할 때 였는데 아무래도 해외 스태프들이 와서 같이 오디션을 진행을 하다 보니 어떤 선입견을 버리고 정말 새로운 신선한 얼굴의 소피를 찾자 하는 오디션의 취지가 처음에 있었죠. 근데 그냥 문 열고 들어오는데 소피가 들어오더라고요. 그리고 사실은 생에 첫 오디션이라고 하더라고요.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까. 근데 박지영 배우의 모습을 보고 저희는 그냥 단박에 소피라는 느낌이 왔었고 어떤 당찬 모습이나 수수한 모습이나 그런 모습이 기억났고 나중에 박지영 배우가 “일이 커졌어요. 그냥 장난으로 왔는데 누구 따라 왔는데... 아우 제가 여기까지 올지 몰랐는데 긁적긁적” 거리면서 그랬던 재밌는 기억이 좀 있습니다. 뭐 이수빈 배우도 제가 너무나 예뻐하는 중2짜리 제가 했던 내 마음의 풍금 속 홍연의 역할을 해주셨는데요. 정말 딱 그 나이에 맞는 그 리얼 에이지가 와서 오디션을 봐 줬던 케이스죠. 근데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굉장히 뿌듯하고 기쁜 거 같아요.
지혜원 : 네. 지금 말씀하신 배우들도 다 정말 더 많은 역할로 지금 성장해서 빛나고 있잖아요. 빛나고 있고 지금 마지막에 말씀하신 이수빈 배우는 정말 성인 연기자로서 이제 어엿하게 정말 자리잡아 가고 있는데 정말 뿌듯하실 거 같아요.
김문정 : 네 좋아요.
지혜원 :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시는 과정 만큼이나 사실은 감독님은 또 연출진들과 연습실에서 처음부터 이제 같이 작업을 하시기도 하고 연주자 분들과는 중간부분에 같이 호흡을 맞춰요. 그렇게 되면 사실 그 감독님이 이때까지 연습해온 것들을 또 다시 다리역할이 돼서 연주자와 배우를 또 엮어주는 그 역할을 진두지휘하시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감독님이 어떤 역할을 하시게 되는지 그 부분을 설명을 먼저 해주시면 좋겠어요.
김문정 : 일단 배우들과 연습 6주 가까이 되는 연습에서 그 배우들이 어떤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하고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저의 첫 번째 리허설 피리어드 중에 있는 일이죠. 똑같은 노래 똑같은 가사를 줘도 배우들마다 다르게 표현하는 방식들이 있죠. 음악에서 주고 있는 느림표라든가 느려지거나 빨라지는 부분들은 각자의 호흡들이 다르거든요. 각자의 심장박동이 다르듯이 그런 부분들을 저는 일단 캐치를 하고 있어요. 캐치를 하고 그 부분을 제가 익숙하게 제 몸에 담고 있는 상황에서 저는 이제 마지막에 오케스트라 연습을 같이 가게 되죠. 오케스트라 연습을 할 때는 사실은 믿음이에요. 제가 손을 올리고 내리고 손을 크게 하고 작게 하든 이들이 나를 따라줄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제 손짓이 그때마다 다르더라도 다 이유가 있다고 일단은 오케스트라들은 생각을 해주고 있어요. 그러니까 똑같은 노래라도 왜 여기서는 좀 더 손동작이 저렇게 가실까? 또 작게 가실까 크게 갈까? 이것들에 대해서 이게 아닌데? 그들의 서로 생각과 주관으로 움직일 수는 없는 거거든요. 왜냐면 우린 합주를 해야 되는 거기 때문에. 그래서 일단 저희 팀들이 그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을 제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연습을 통해서 그게 익숙해지고 단련화시킬 수 있는 저의 리허설 기간을 갖는 거구요.
사실은 공연이 들어가게 되면 오케스트라한테 참 미안한 부분들이 많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왜냐면 제가 그들을 쳐다보질 못하거든요. 그들은 저만 쳐다보고 있죠. 대신에.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악보와 저만 보고 무대에서 어떤 상황이 펼쳐지는지를 절대 감독님을 통해서만 음악감독을 통해서만 지휘자를 통해서만 전달을 받는 것이고 저는 그럼 뭘 보고 있느냐 처음부터 끝까지 배우만 보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게 반사돼서 저한테 와서 저의 반사가 배우들.. 오케스트라한테 가는 거고 결국은 또 오케스트라 연주가 배우한테 반사가 되는 거기 때문에 이게 정말 커다란 서클을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좋은 서클은 정말 좋은 공연으로 관객한테 다시 반사가 되는 에너지를 뿜어야 되기 때문에 서로의 어떤 신뢰감이나 실력이나 믿음이 없이는 신뢰감 믿음 똑같은 얘기지만 없이는 이뤄지지 못한다는 게 참 이쪽의 재미있는 생리인 거 같은 느낌이 들어요.
지혜원 : 사실은 한국 뮤지컬 시장에 좀 독특한 우리의 특수성이기도 한데 하나의 캐릭터를 여러 명의 배우가 나눠서 연기를 하게 되니까 실제로 그런 부분에서 오케스트라와 배우의 호흡이 조금씩 배우에 따라서 약간 달라지는 경우도 혹시?
김문정 : 엄청나게 많죠. 엄청나게 많고 또 그렇게 캐스트가 나뉘는 조합이 또 다르잖아요. A와 B가 만났을 때 A와 C가 만났을 때, 남자 A, 여자 A… 이렇게 캐스트들이 많이 다르게 때문에 근데 그게 저희가 하고 있는 라이브 공연의 매력인 거 같아요. 그게 어떻게 보면 매일매일 똑같을 수 없고
사실은 매일매일 똑같은 배우가 올라가고 똑같은 연주자가 한 공연을 한다고 하더라도 제가 볼 때는 관객은 맨날 다른 분들이 오시기 때문에 늘 그날의 공연은 다른 공연이 될 수 밖에 없을 거 같아요. 공연 중에는 어떤 또 돌발적인 상황이 생기고 그렇긴 하지만 그거 역시도 그 날의 공연은 항상 하나밖에 없는 공연이니까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예술행위라고 생각이 듭니다.
지혜원 : 혹시 그런 돌발적인 상황? 그런 라이브 공연이기 때문에 사실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기억에 남는 돌발상황 있으셨어요?
김문정 : 한 400가지 되는 거 같아요. 엄청나게 많이 돌발상황이 일어나고요. 근데 재밌는 건 돌발에 대한 대비상황도 항상 준비를 해 놔요. 사실은 며칠 전에 정말 정말 가슴을 쓸어 내릴 돌발상황이 있었는데요.
지금 ‘팬텀’ 뮤지컬에 배가 2막에 나오는데 이 배가 기계로 작동을 하는 거거든요. 배우가 작동을 하는 건데 참 저는 기계가 미워요. 뭐 감기가 걸리거나 아프기 전에 전조증상이 있듯이 기계는 사실 그런 게 없잖아요. 그냥 스톱하면 손을 쓸 수가 없는 거죠. 근데 안 그래도 그 배가 모터로 움직이는 건데 모터의 속도가 조금 늘 날마다 달라서 그 원인들을 좀 분석하다가 가만 있어봐 이게 갑자기 서면 어떻게 하지? 작동을 안 하면 어떻게 하지 라고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좀 염려를 하는 와중에 만약에 섰을 경우를 대비를 해서 그럼 우리 이렇게 이렇게 대처를 하자 라고 플랜을 좀 짰었어요. 근데 그 플랜 짜고 연습을 한 그날 정말로 무대에서 배가 섰어요. 그래서 모두들 당황하는 가운데 아 그래도 이렇게 하기로 했지 다들 침착하게 그 상황을 좀 저희가 수습을 했거든요. 그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나 이런 적이 있어요. 그 무대에서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른다는 예측을 하고 그 예측에 대한 대비책을 새우지 않았더라면 그날 조금 공연이 힘들지 않았나,
그런 기계적인 에러도 있고요. 또 기술적인 에러도 생기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제가 공연 중에 갑자기 캐스트가 바뀌는 경우도 있죠. 퇴장하다가 제가 모르는 사이에 무대 밖에서 다치고 이러면 갑자기 스윙배우가 투입돼서 노래를 하거나 연기를 하고 있는 거죠. 아 누가 다쳤구나 그럼 이 상황에서 지금 스윙이 하고 있고 어떻게 되고 있구나 이런 경우도 있고요. 또 자연재해 경우도 경험 했어요. 뭐 공연 시작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그날 비가 굉장히 많이 오는 날이었는데 하필이면 천둥이 안테나를 쳐서 저희 기술적인 게 올 스톱이 돼서 공연을 정말 못하는 경우도 생기기도 했고요. 뭐 여러 가지 상황들이 많이 생기는 게 무대인 거 같습니다. 늘 긴장감을 놓칠 수 없는 것도 어떻게 보면 매력 중에 하나죠.
지혜원 : 바로 그럴 때 아까 말씀하신 대로 오케스트라와 감독님 사이의 그 신뢰가 호흡을 맞추는 아주 구심점이 될 거 같은데요.
김문정 : 한번은 정전이 된 적이 있었어요. 피트에 정전이 돼서 갑자기 보면등이 다 꺼진 거죠. 그리고 저를 보고 있는 포커션 방의 모니터 화면도 나간 상황이죠. 사실은 객석은 모르죠. 이게 정전이 됐는지 이 밑에 세계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공연을 세울 수도 없고. 근데 그때 정말 제가 감사했던 건 저희가 굉장히 오랫동안 되풀이했던 공연들이어서 연주자들의 한 반 이상이 그 공연을 한 시즌 정도를 한 친구들 이었거든 연주자들이었거든요. 그래서 침착하게 제가 저거 안 보이는 상황이기 때문에 카운트로 이제 불러줬죠. 원 투 쓰리 자 이제 시작합니다. 당황하지 마시고 다음 곡 넘어갈게요. 그렇게 해서 한 두 넘버를 그렇게 보낸 적이 있었어요. 그때의 저희가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과 저희끼리의 유대감이 좀 더 돈독해지지 않았나. 근데 그 상황은 또 관객 여러분들은 모르는 상황이셨으니까 다행히 가슴을 쓸어 내리면서 지나가는 일도 있었죠.
지혜원 : 바로 오랫동안 함께 활동하시고 작업해오신 팀이어서 가능한 일이지 않았을까? 감독님께서 상임지휘자를 맡고 계시는
뮤지컬 전문 오케스트라죠? The M.C에 대해서도 짤막하게 한번 소개를 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김문정 : 네, 어떤 공공기관도 아니고 저희는 지원을 받는 어느 단체도 아니고요. 저희끼리 모인 그냥 민간 단체이고요. 뭐 사실은 어떻게 보면 정단원 객원단원의 큰 구분도 이제는 조금 희미해지기도 합니다. 많은 작품을 같이 하다 보니 그저 오래 같이 있는 연주자들이 The M.C라는 이름으로 활동함에 있어서 자랑스러워하고 뿌듯해하고 이런 부분들이 좀 있죠.
저희는 그냥 정말로 뮤지컬이 좋아서 모인 연주자들이고 길게는 저랑 20년 가까이 연주를 한 친구들도 있고요. 그래서 어떤 경우에 있어서든 뮤지컬 일이 우선적이다 라는 저희만의 룰을 가지고는 있는 뮤지컬을 사랑하는 연주자 단체입니다. 네 앞으로 좀 그래서 좀 체계성을 가지고 또 이렇게 연주 참여하고 싶어하는 많은 연주자들을 좀 포섭하고 같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좀 계획해보고자 계획을 세우고는 있습니다
지혜원 : 네. 오늘 김문정 감독님 모시고 뮤지컬 음악 감독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자세한 이야기 또 재밌는 이야기를 들어봤는데요. 귀한 시간 내주신 감독님 감사드립니다.
김문정 : 고맙습니다.
01. 이 강좌에 대해서
일반적인 역할에서부터 작품의 특징, 규모, 상황에 따른 다양하게 변화하고 진화하는 음악감독의 역할에 대해 소개한다.
02. 강사 소개
김문정 (뮤지컬 음악감독) 지혜원 (공연 칼럼니스트)
03. 강사 이력
[김문정] - 한세대학교 공연예술학과 교수 - 뮤지컬 오케스트라 The M.C 지휘자 - <웃는 남자>, <명성황후>, <맨 오브 라만차>, <맘마미아>, <팬텀>, <내마음의 풍금> 등 다수 작품 음악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