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박나래의 복붙쇼는 어떤 콘텐츠?
박나래의 복붙쇼는 SBS의 모바일 제작사업팀에서 제작한 웹 예능 콘텐츠입니다.
‘나’의 모습으로 분장한 호스트와 출연한 게스트가 ‘나’에 대해 얘기하는 인터뷰 방식은 시청자들은 물론, 출연자들에게도 궁금증을 유발하는 포맷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특히 모바일 시청환경에 적합한 짧은 코너와 심플한 세트, 크로마키 촬영 등은 기존의 TV 방송에서 보여주지 못한 진솔하고 유쾌한 모습을 담아내는데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017년 4월, 박주민 의원 편을 시작으로 2018년 3월까지 각 7-8분 분량의 클립 영상을 총 46개를 업로드 했으며 누적 조회수도 2,500만뷰를 기록하였습니다. 이런 폭발적인 반응 속에 2017년 8월 15일, SBS TV에 <복붙쇼> 스페셜이 편성되어 방송이 되었고, 박나래씨는 이 프로그램으로 2017년 SBS 연예대상 모바일 아이콘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복붙이란 말이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용어인데요. 복사 후 붙여넣기의 줄임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Copy&Paste, 혹은 Ctrl C, Ctrl V 이런 식으로도 많이 쓰고 있죠. 콘텐츠나 프로그램 타이틀을 지을 때, 가장 쉽고 이해가 빠른 단어를 쓰는 게 일반적인데, 복붙쇼라고 했을 때 우선 발음이 쉽지 않아서 다들 '무슨 말이야?' 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우리팀 빼놓고. 심지어 출연하시는 분들이나 팀 회의에서도 '복불복쇼', ' 복불쇼' 등으로 발음하기도 했습니다.
박나래씨와 '양세형의 숏터뷰' 스핀오프인 '박나래의 스터뷰'를 만든 후, 인터뷰 콘텐츠를 만들면 좋겠다 생각을 했었는데요. 박나래씨의 진중하지만 무거운 건 싫어하고 매우 열심히 하는 캐릭터를 가지고 뭘 하면 좋을까. 고민하고 있는 중에, 당시 SK텔레콤 OTT였던 '옥수수'에서 인터뷰 프로그램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썰전' 같은 인터뷰를 원한다고 했는데, 박나래씨랑 썰전 같은 본격 시사토크를 하긴 애매하다고 생각해서 여러 레퍼런스를 보다가, ‘분장의 신’이라 불리는 박나래의 싱크로율 100%에 육박하는 꼼꼼한 분장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게스트의 얼굴과 흡사하게 분장을 하고 '내가 나를 만나는 컨셉'으로 인터뷰를 하면 재밌겠다 싶었죠.
출연한 게스트로는 박주민, 유시민 등 정치인을 비롯해, 오혁, 크러쉬, 데프콘, 육중완, 민경훈, 넉살 등 가수, 마동석, 김기방 등 배우, 유재석, 김재우 등 개그맨, 작곡가 김형석, 모델 한혜진, 마술사 이은결, 동물훈련사 강형욱, 이탈리아 출신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 등 다양한 분야의 게스트가 출연했는데요. 게스트 리스트를 보면 아시겠지만, 여자 게스트가 모델 한혜진씨 단 한명 뿐이었습니다. 비주얼로 짧은 시간, 임팩트있게 보여줘야 해서 특징 있는 분장이 가능한 분들을 위주로 출연자 섭외 리스트를 짰죠. 지금 봐도 김기방편은 분장이 너무 잘 되어서 커튼이 열렸을 때 김기방씨가 어쩔 줄 몰라 했었고, 무심할 것 같은 오혁도 커튼이 열림과 동시에 너무 웃겨서 촬영 중인데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했을 정도였습니다.
<나 혼자 산다>의 케미 덕분인지, 한혜진 2편은 500만뷰, 오혁 1편은 290만 뷰를 각각 기록하며 SNS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2. 콘텐츠를 만들면서 가장 신경 썼던 점
제일 신경을 썼던 부분은 아무래도 분장한 박나래를 철저하게 보안했다는 겁니다.
게스트가 자신과 똑같은 모습으로 분장한 박나래씨와 처음 마주하는 장면은 매 에피소드마다 큰 화제를 불러 모았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걷히는 커튼 너머로 보이는 박나래씨의 분장과, 이를 보고 놀라는 게스트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일종의 놀람과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주는 훌륭한 오프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촬영시간은 4시간 정도 걸렸는데, 이 중 분장 2시간, 촬영 2시간으로 시간을 안배했을 정도로 분장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게스트는 박나래의 분장이 막바지에 달하는 촬영 30분-1시간 전쯤에 녹화장에 도착하는 스케줄이었는데, 가까이 있어서 박나래와 게스트가 마주치지 않도록 특히 신경 썼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크로마키 촬영을 많이 하기도 했습니다. 제한된 녹화 시간에 여러 코너를 준비했기 때문에 배경의 변화를 줘야 할 필요도 있었고, 시청자가 작은 화면으로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타이트한 샷을 많이 촬영했습니다. 인물에 중점이 갈 수 있도록 세트나 소품도 되도록 간단하게 준비를 했죠.
게스트의 이름을 지을 때도 신경을 많이 썼는데요. 예를 들면, 오혁은 오헉, 한혜진은 격한혜진, 마동석은 마동생, 넉살은 멱살, 육중완은 육중한, 데프콘은 대포폰과 같은 식으로 게스트 이름의 특징을 살려 재미를 더하려고 했습니다.
화면을 2분할해서 왼쪽은 게스트, 오른쪽은 분장한 박나래의 구도로 잡고, 복사 후 붙이기 화면으로 구분했습니다. 저는 이분할 구도를 좋아하는 편인데, 보통 휴대폰으로 보는 시청자들에게, 즉시 어필할 수 있는 비주얼적인 효과에 중점을 뒀습니다. 그리고 스피디하게 내용을 구성했고, 가독성 있는 자막 등을 활용하여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더욱 증가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3. 시청자에게 어필하고 싶은 점
커튼이 열릴 때, 어떤 분장이 나올까?하는 기대감이 고조되는 상황을 기대했고, 분장한 박나래를 보고 반응하는 게스트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죠. 섬네일과 헤더 문구는 콘텐츠의 발견에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는데요. 섬네일은 스틸화면으로 시청자가 클릭을 할 수 있게끔 유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콘텐츠의 색깔이 명확하니, 사실 섬네일 작업은 어렵지 않았던거 같습니다. 이분할로 분장한 박나래와 게스트의 모습을 보여주면 끝이죠. 콘셉이 명확하면 모든 게 잘 풀리는데요.
복붙쇼를 시작할 때만 해도 페이스북과 유튜브의 반응이 비슷비슷했는데, 2018년에 급격히 유튜브 쪽으로 시청자들이 몰리면서 유튜브 업로드에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유튜브는 검색기반이고 각자 개인의 메인 화면에 알고리즘으로 추천되기 때문에 메타데이터를 꼼꼼히 입력해야 합니다. 모든 작업을 똑같이 해도 어떤 콘텐츠는 조회수가 높고 어떤 콘텐츠는 조회수가 낮은데, 그 비밀을 알면 다들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합니다. 모비딕을 시작했던 2016년만 해도 디지털 콘텐츠는 페이스북 기반의 딩고, 자체앱을 개발한 피키캐스트, 오픈 플랫폼 72초티비 등으로 수렴되는 듯 ?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은 아예 지형이 바뀌어버린 느낌입니다. 자체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 한, 숏폼 콘텐츠라는 것이 SNS나 유튜브, OTT의 흥망성쇠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그래서 미디어의 흐름을 유심히 쫓아야 할 것 같습니다.
콘텐츠의 트렌드에도 민감해야 합니다. 복붙쇼의 경우는 리액션카메라, 실험카메라, 먹방 등 1차원적인 구성 일색이었던 웹콘텐츠 시장에 새로운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게스트의 모습으로 분장한 호스트가 게스트의 보다 심층적인 모습들을 이끌어낸다는 기획은 웹콘텐츠는 물론 TV에서도 시도된 적이 없는 참신한 기획이었죠.. 방송을 했던 경험을 뉴미디어에 잘 녹여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지상파 방송출연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오혁, 크러쉬 등 뮤지션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출연에 임했다는 점도 인상 깊은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숏폼콘텐츠 오리지널의 경우는 시청자들은 비슷한 것이 반복될 때 피로감을 쉽게 느끼는 것 같은데요. 최근에 대세인 유튜브 1인 크리에이터 방송의 경우, 방송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일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짜여지지 않은 날것 그대로인 거죠. 그런데 <복붙쇼>나 <숏터뷰> 등의 콘텐츠는 시청자들이 ‘방송’으로 생각하면서도 예전에 TV를 보고, 영화를 보듯, 각을 잡고 시청하지 않습니다. 영상을 시청하다 전화를 받을 수도 있고, 갑자기 인스타그램을 확인할 수도 있고, 그냥 지나가면 그만인 거죠. 그래서 섬네일이 독특하거나 자극적이거나 너무 웃기거나 하는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는 그 무언가가 없으면, 묻힐 수밖에 없습니다.
2016년 처음 모비딕을 시작했을 때의 미션이 기억납니다. 지상파 TV는 점점 외면 당하고 있고, 대부분의 젊은 세대는 TV를 켜지 않는 상황인데, 그럼 지상파 사업자는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지 미리 연구해봐라 하는 미션이었죠. 모비딕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짧은 클립 형태로 제작해서 페이스북, 유튜브, 네이버티비 등에 오픈 플랫폼 형태로 업로드를 했고, 브랜디드 콘텐츠도 제작하고 OTT와 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모비딕의 미션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서 수익화 하는 것이라면 지금까지 절반의 성공을 이뤄냈다고 생각합니다. (화면전환) 방송사에서 디지털 콘텐츠의 영역이 확장되고는 있지만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이 정답인지에 대한 부분은 아직 판단을 유보해야 할 것 같습니다. 디지털 숏폼 콘텐츠의 장르, 영역이 무한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TV 동물농장의 경우, 애니멀봐 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데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한다기 보다는 TV 방송분을 클립화 해서 수익을 내고 있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인기가요를 재구성하는 ‘온라인 탑골공원’ 같은 경우도 지상파가 갖고 있는 아카이브를 활용한 좋은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01. 이 강좌에 대해서
숏폼 콘텐츠 기획 및 제작과정을 통해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소재를 선정하는 노하우를 습득해 본다.
02. 강사 소개
은지향 (SBS PD)
03. 강사 이력
- 현) SBS 모바일제작사업팀 PD - '복붙쇼', '어반로드', '워너시티' 등 연출 - 제21회 한국PD대상 라디오부문 작품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