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임성희입니다. 오늘은 5G 이동통신과 콘텐츠 산업에 대해 소개해 드릴텐데요. 5G 글로벌 경쟁에 대한 내용과 이동통신 기술의 진화에 따른 콘텐츠 산업의 변화, 그리고 5G가 변화시킬 콘텐츠 분야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5G 글로벌 경쟁
한국은 2019년 4월 3일 세계 최초로 5G 이동통신을 상용화했습니다. 그것도 밤 11시에 “전격적”으로 말입니다.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Verizon)이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고자 기습 상용화를 시도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한국의 과기정통부와 이동통신사들이 민첩하게 대응한 결과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왜 한국 정부는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지켜내기 위해 그토록 애썼을까요? 그것은 한국이 1996년 세계 최초로 CDMA 이동통신을 상용화함으로써 전세계적으로 이동통신 강국이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고, 그 덕에 한국의 휴대전화와 휴대전화 부품, 이동통신 장비 뿐 아니라 다양한 인접 분야에서 한국 제품들이 전세계 시장으로 수출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정부, 이동통신사, 제조사가 힘을 합쳐 이동통신 기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글로벌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방식은 CDMA 세계 최초 상용화 성공 이후 3G, 4G 등 새로운 이동통신 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한국의 전략이 되었습니다.
미국은 한국에 이어 시카고 등 10개 대도시에서 5G를 상용화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미국에서 유통된 5G 스마트폰이 모두 LG와 삼성이 만든 제품 밖에 없었다는 점입니다. 한국의 휴대전화 제조사들 역시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위해 불철주야 준비했기 때문인데요. 한국, 미국과 함께 5G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중국입니다. 중국은 아직까지 5G 상용화는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5G 표준 필수 특허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죠. 때문에 앞으로 한, 미, 중 삼국이 5G 이동통신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2. 이동통신 기술의 진화와 콘텐츠 산업
5G 이동통신은 인공지능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 기술로 꼽힙니다. 5G 이동통신은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이라는 기술적 강점을 갖고 있어서 사물 인터넷 기술과 결합하여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센서, 전자제품, 차량, 빌딩 등 거의 모든 것을 연결하는 커넥티드(connected) 스마트 사회를 구현하는 핵심 기술입니다. 가령 자율주행 차량도 5G 이동통신이 없으면 불가능하죠. 주변 사물과 지형을 고화질로 스캔하여 클라우드에 올리고, 인공지능이 이를 해석해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명령을 내리기 위해서는 초고화질 영상 인식과 해석,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제어가 가능해야 합니다. 그래서 초고화질 영상을 전송하는 데 필요한 초고속 특성, 0.01초도 지연 없는 제어를 할 수 있는 초저지연 특성 , 그리고 수많은 사물 인터넷 기기들을 포용할 수 있는 초연결 특성을 가진 5G 네트워크가 필수적입니다.
이런 까닭에 시장조사기관 IHS Markit은 5G 이동통신 기술이 전세계로 확산되어 성숙될 2035년이면 12조 5000억 달러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따라서 5G 기술을 선점하는 기업과 국가는 미래의 기술 산업 분야를 선도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니 한국이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에 집착했던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5G 이동통신은 ICT 분야 뿐 아니라 콘텐츠 분야에도 깊은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이동통신 네트워크는 우리들의 일상적인 콘텐츠 소비 방식에 영향을 미쳐 왔습니다. 물론 아날로그 음성 통화만 가능했던 1G 이동통신과 디지털화된 음성 통화와 문자 서비스만 가능했던 2G 이동통신은 콘텐츠 산업과 큰 관련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3G 이동통신에서 무선 인터넷이 가능해지고, MP3 플레이어와 카메라 등 멀티미디어 기능이 추가 되면서 이동통신은 본격적으로 콘텐츠 산업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3G 이동통신 때문에 산업 지형이 바뀐 대표적인 콘텐츠 분야가 바로 음악이죠. 1990년대 후반 등장한 냅스터, 소리바다 같은 P2P 서비스는 사람들의 음악 감상 방법을 음반에서 MP3 음원으로 바꾸었습니다.
MP3 플레이어가 탑재된 휴대폰과 3G 이동통신이 결합되었을 때 가져올 파괴력을 미리 예상한 이동통신사는 휴대폰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주는 음원 플랫폼 사업을 준비했고, 지금과 같은 천만 명 유료 가입자 시장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멜론, 지니, 플로 등 음원 플랫폼 시장 점유율 상위 3개 사업자 모두가 이동통신회사가 만든 서비스라는 점은 콘텐츠 산업이 이동통신과 얼마나 깊이 연관되어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3G 이동통신이 음악 산업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면 4G 이동통신은 영상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여러분들도 지난 5년 동안 자신의 영상 소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전통적인 실시간 TV 방송을 보는 시간이 많이 줄고, 스마트폰을 이용해 동영상을 보는 시간이 크게 늘지는 않았나요? 또 사진과 이모티콘, 그리고 동영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때가 많아 졌을 겁니다. 이러한 변화의 근저에 바로 4G 이동통신이 있었습니다. 이동통신 네트워크가 동영상을 볼 수 있을 만큼 빨라지고, 또 저렴해지면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동영상 시청과 이미지와 동영상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크게 늘어나게 된 거죠. 그래서 TV 기반의 전통 방송사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유튜브와 넷플릭스와 같은 OTT 영상 서비스들이 우리 일상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겁니다.
지금 다시 불붙은 콘텐츠 한류도 4G 이동통신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BTS로 대표되는 KPOP이 전세계로 확산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유튜브라는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의 역할이 컸고, <미스터 선샤인>, <킹덤> 같은 K-Drama가 전세계 시청자와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OTT 플랫폼 덕분이며, 그 근저에는 다 4G 이동통신이 있었습니다.
3. 5G가 변화시킬 콘텐츠 분야
3G 이동통신이 음악, 4G가 영상 산업에 크게 바꿔 놓았다면 5G가 크게 바꿔 놓을 분야는 게임일 거라고 예측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70년대 초반 아케이드 게임으로 시작한 게임 산업은 PC, 초고속 인터넷과 결합되면서 규모를 키웠고, 이후 스마트폰과 결합되면서 급속도로 대중화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동통신망 속도와 용량의 한계로 인해 게임 시장은 게임 전용 PC나 콘솔 기반의 하드코어 게임 시장과 스마트폰 기반의 캐주얼 게임 시장으로 이분되어 성장해 왔습니다. 그런데 5G 이동통신과 클라우드 기술이 진보하면서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디바이스에서도 하드코어 게임 플레이가 가능한 기술적 조건이 갖추어 졌기 때문에 게임 시장의 판도가 크게 변할 거라고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게임에 5G 이동통신이 도입되면 스마트폰으로도 매끄럽고, 더 몰입감 있는 게이밍 경험이 가능합니다. 여러분이 하드코어 게임 플레이어라면 게임을 할 때 아주 미미하지만 작은 반응 속도 때문에 승패가 갈렸던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약간의 딜레이만 발생해도, 슈팅 게임에서는 간발의 차로 목표물을 놓칠 수 있고 레이싱 게임이라면 추월당하고 말죠. 이처럼 지연시간에 따라 몰입의 정도가 달라지기에, 게임 개발자들은 지연도를 게임 화면에 따로 표시할 정도로 이를 중요시합니다. 이 경우에도 5G 네트워크 환경에서는 응답성이 높아지고 지연시간은 줄어, 멀티 플레이어 게임이나 증강현실-AR 게임도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게 됩니다. 게다가 내가 플레이하는 모습을 친구나 팬들에게 스트리밍할 수도 있고, 여러 언어를 실시간으로 번역해서 채팅도 가능해 질 겁니다.
5G 시대 두번째로 주목 받고 있는 콘텐츠가 VR과 AR 같은 실감 콘텐츠 입니다. 사실 VR과 AR 기술이 콘텐츠 사업자들의 주목을 받은 지는 한참 되었습니다. 하지만 VR과 AR을 매끄럽게 체험하기 위해서는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와 저지연 반응 속도를 갖춘 통신 네트워크가 필요합니다. 실시간 반응 속도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어지럼증이 유발되기 때문이지요. 4G 이동통신의 데이터 전송 속도와 지연성 때문에 AR과 VR은 제한적으로 밖에 이용되지 못했는데, 5G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동통신사와 콘텐츠 제작자들이 합작해서 새롭게 VR과 AR 콘텐츠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은 대표적인 아이돌 컴피티션 프로그램인 <프로듀스 101>을 VR로 재제작해서 공개했습니다. 참가자들을 다 담을 수 없는 TV 프레임의 한계를 360도 VR을 통해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였지요. 그 외에 영어 스피킹 시뮬레이션, 피트니스 / 골프 교습 등에 VR을 도입한 콘텐츠를 선보였습니다. 최근에는 “점프 AR” 서비스를 출시하고 다양한 AR 콘텐츠를 선보이겠다고 밝혔습니다. KT는 4K 개인형 VR 기기와 1만 편의 실감형 콘텐츠를 결합한 ‘슈퍼 VR’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또 다자간 통화 커뮤니케이션에 AR 기술을 도입한 나를(Narle)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LGU+는 태앙의 서커스를 VR로 제작해서 공개했고, 차은우, 손나은 등 인기 스타들과 데이트하는 내용의 “스타데이트”라는 1인칭 VR 콘텐츠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청하 등 아이돌 가수가 춤추는 모습에 자신의 실사 영상을 결합시킬 수 있는 AR 콘텐츠 “나만의 입체 스타”로 관심을 모았습니다.
마지막으로 5G 시대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콘텐츠는 멀티뷰라고도 불리우는 자유시점 콘텐츠입니다. 스포츠와 공연 중계 등에서 이용자가 자신이 원하는 시점에서 원하는 소리와 영상만을 골라 경험할 수 있는 겁니다. 이러한 쌍방향적 상호작용성 덕분에 이용자는 수동적 시청을 할 때보다 훨씬 더 영상에 몰입할 수 있게 됩니다. 여러분이 축구 경기를 관람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과거에는 스크린 앞에 앉아 방송사가 제공해주는 영상을 수동적으로 감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5G 시대에는 다양한 시점으로 중계를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마치 심판처럼, 동료 선수처럼 경기를 관람하는 것도 가능해 집니다. VR과 결합되면 함께 있지 않은 친구들과 옆에 앉아 함께 즐기는 거 같은 경험도 가능합니다. 친구들과 경기 화면만 같이 보는 것이 아니라, 선수 정보, 추가 멀티미디어 콘텐츠, 영상 채팅창 등을 동시에 띄워 서로 대화를 나누며 다양한 정보와 함께 경기를 볼 수 있게 됩니다.
공연도 마찬가지 입니다. 내가 원하는 멤버나 악기의 영상과 소리만을 분리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여러 플레이어가 참여하는 eSports 영상도 내가 원하는 플레이어의 경기 장면만 따라가며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대용량 영상을 무리없이 보려고 하면 5G 네트워크가 필수적입니다. SKT는 KBS의 유서 깊은 밴드 공연 라이브 프로그램인 <올댓뮤직>을 멤버별, 악기별로 영상과 음악을 분리해 제공하는 뮤직 멀티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KT는 eSports 중계에 다섯 가지 시점 영상을 제공해주고 있고, LGU+는 “아이돌 라이브” 서비스에서 아이돌 공연에서 멤버 별 영상을 볼 수 있게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5G 네트워크가 영상 경험을 더 생생하고, 더 즉각적이며, 개인 맞춤형으로 바꾸어낼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대가 아직 현실화된 것은 아닙니다. 많은 이용자들이 현재 나와 있는 5G 콘텐츠와 서비스들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아 합니다. 5G 네트워크가 아직 완벽하지 않고, 이용자도 많지 않기 때문에 사업자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5G 네트워크가 완비되어 이용자가 늘고 다양한 사업자들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뛰어들어야 생태계가 성숙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선도적으로 뛰어든 사업자들도 있습니다. 다음시간에는 아직 미성숙하긴 하지만 어떤 사업자들이 어떤 5G 콘텐츠와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01. 이 강좌에 대해서
3G와 4G를 거쳐 탄생한 5G의 히스토리와 이를 기반으로 탄생한 콘텐츠들을 소개한다.
02. 강사 소개
임성희임성희 (5GX 전문가)
03. 강사 이력
- 현) SK텔레콤 5GX 미디어사업그룹 CoE
- 한국 미디어 산업의 변화와 과제(컴북스닷컴, 2010) - IPTV 어디까지 써 봤니?(커뮤니케이션북스, 2018) - 한류와 문화 정책(KOFICE,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