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섭 : 네, 이번 시간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창작자이자 영화감독으로 활동하시는 장유정 감독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장유정 : 네, 안녕하세요.
다양한 분야의 타이틀을 가진 장유정. 지금의 장유정이 있게 된 동기는?
이동섭 : 사실 감독님, ‘장유정’ 이렇게 검색을 해봐도 ‘장유정 뮤지컬’, ‘장유정 작가’, ‘장유정 연출’, ‘장유정 평창’, ‘장유정 교수’ 이렇게 정말 여러 타이틀이 뜨는 것 같아요. 이렇게 사실 다양한 분야라고 우리는 보이거든요.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
장유정 : 저는 각 장르를 상관하지 않고 드라마 서사를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을 굉장히 좋아했던 것 같아요. 공연도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하고 재미있다, 라고 생각하면 지금 당장 내 눈앞에서 득이 되던 혹은 실이 되던 계속 집중해서
이동섭 : 도전하시는?
장유정 : 도전하는 편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 같은 경우도 사실 공연이랑 영화랑 거의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거든요, 졸업하고 나서? 그런데 공연은 조연출로 시작했었고 영화는 시나리오 작가로 시작했었죠. 동시에 했어야만 했던 건 생계 문제도 있었던 것 같아요. 조연출로만 먹고 살 수가 없으니까 저녁에는 시나리오 작가로 계속 작업을 했었는데 먼저 잘 풀린 게 공연 쪽이다 보니까 점점 영화보다는 공연을 많이 하게 됐죠. 물론 중간에 영화감독 제의들이 몇 번 있었고 준비를 한 적도 있었지만 계속 잘 안됐어요. 그러다가 2010년에 ‘김종욱 찾기’를 하게 된 좋은 기회가 있었죠.
이동섭 : 뮤지컬 ‘김종욱 찾기’도 제가 알기론 극작, 연출이잖아요. 글을 쓰는 건 원래 좋아하셨나요?
장유정 : 원래 책 읽고 글 쓰고 이런 건 좋아하기는 했는데 사실 글 쓰는 걸 좋아해서 연출했다기보다는 연출을 하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게 필요했던 쪽이 더 맞는 것 같아요.
이동섭 : 좀 더 풀어서 설명하시자면?
장유정 : 일단 공연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감독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경우들이, 감독의 이야기가 소재가 됐다기보다는 감독이 글을 쓰는 경우들이 많잖아요. 저도 뮤지컬 대본을 구하려고 해도 사실 그 당시만 해도 2000년대 초반이었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지가 않았었어요. 그래서 뮤지컬 쓸 수 있는 기회가 생겼었고 그래서 쓰게 됐던 것 같아요. 영화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였고요.
이동섭 : 그러면 원래 연출을 더 관심 있어 하셨는데 연출을 하기 위해서 글을 써야만 해서 글을 쓰게 되었다?
장유정 : 그렇죠. 그런데 글은 예전에 소설을 쓰거나 도리어 순수문학 쪽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소재를 찾고 작품에 녹여내는 방법
이동섭 : 그러면 어떤 소재를 취하는 방법이 있나요? ‘이 이야기가 재밌겠다.’, ‘이렇게 하면 재밌겠다.’, ‘이 소재 내가 쓰고 싶다.’ 라던가 감독님을 틀거? 라고 하잖아요. 쓰게 만드는 소재가 따로 있나요?
장유정 : 어떤 분야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 있거나 사건에 관심 있는 것 보다는 저는 한창 관계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이동섭 : 관계라 하면?
장유정 : 사람과 사람 관계, 부녀관계든, 연인관계든 그런 관계에도 관심이 많았고 지금 이제 조금 변화가 오긴 했지만 그래서 사물과 사물 사이, 공간과 공간 사이 어떤 관계, 그 관계에서 생겨나는 갭이나 충돌이나 갈등이나 해소 같은 것, 특히나 인물과 인물간의 관계는 더 재밌죠. 그런 거에 관심이 많았었어요. 그래서 소재라는 걸 따로 찾기 위해서 현미경을 들여다본다기보다 늘 좋아하는 소재를 찾는 방법들이 있었던 거죠. 예를 들면 지금도 하는 건데 제가 아침에 운동할 때 뉴스를 계속 보거든요.
이동섭 : 채널 넘기면서?
장유정 : 계속 넘기면서. 그리고 예전에 신문을 봤어요. 신문이 시간이 많이 걸리다보니까 이젠 텔레비전으로 하고 대신 인터넷으로는 잘 안 보는 편이에요. 필요하면 인터넷으로도 보기는 하는데 그리고 여행 가면 여행을 꼬박꼬박 1년에 한번, 그런 여행을 통해서 완전히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서 익숙한 사람들, 익숙한 공간 이런 데서 벗어나서 완전 낯선 곳에 제가 떨어지는 거잖아요. 그리고 전 풍족하게 다니는 편은 아니거든요, 늘. 배낭여행처럼 다니는데 그러다보면 더 많은 부딪힘 들이 있잖아요. 그때 나의, 날것인 나야, 내가 원하는 것, 그리고 그때 하는 나의 반응, 그러니까 사실 어떻게 보면 공간에 대한, 시간에 대한 시야를 확보하고 더 넓히는 것도 있긴 하겠지만 여행 같은 경우 나를 다시 되돌아보고 깨닫고 새로운 나를 찾을 수도 있고 사실은 예전의 나로 돌아가는 출구를 찾기도 하고 그래서 저는 여행은 꼭 가는 편이고 또 인접 장르에도 관심이 많고 그래요.
이동섭 : 관계라고 말씀하시면 조금 어렵게 들리는데요? 관계 그러면 뉴스나 신문을 보시다가 이런 사연은 내가 관심이 생긴다. 그래서 그것을 작품에 녹여낸 적은 혹시 있으신가요?
장유정 : ‘그날들’ 이라는 작품은 김광석 씨 노래를 가지고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인데요. 그 작품은 청와대에서 일어난 사건을 가지고 만들어요. 청와대 경호관들이 주인공이고 거기에서 생겨나는 영애 양 실종 사건, 그리고 20년 전에 경호관과 피 경호인이 동시에 사라졌는데 둘 중 한 명이 사라진 사건, 그러니까 둘 중 한 명이 죽은 사건이죠. 그런데 그 사건이 부채꼴 플롯이라고 하거든요. 시대가 두 개가 같이 겹쳐지면서 사건이 풀어지는 방식이거든요.
이동섭 : 약간 스릴러 영화에서 많이 하는 쪽이다, 그렇죠?
장유정 : 법정 영화 같은 경우 많이 사용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데 거기에서 청와대에서 영애 양 실종 사건이 신문에 한번 난 적이 있어요. 그걸 신문에서 제가 우연히 읽게 되고 ‘그거 되게 재밌겠다, 내가 만들고 있는 작품에 같이 녹여들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했었죠.
이동섭 : 그리고 가장 대표적인 건 아마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김종욱 찾기’ 같은 경우는 그것도 관계였나요? 첫사랑에 대한 어떤 이야기이긴 한데?
장유정 : 그건 인도에 가서 만났던 첫사랑을 다시 10여 년 후에 찾는 얘기잖아요. 근데 저는 그건 어떻게 보면 과거의 나와의 관계라고 생각했었어요.
이동섭 : 아, 나와 과거의 나와의 관계다.
장유정 : 그래서 김종욱을 찾는 게 아니라 사실 그 여자가 하는 것은 김종욱을 지우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그 영화를 보시면 알겠지만 김종욱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안 찾고 있는 거거든요. 쫓아다니기는 하지만, 그가 없다는 것만 계속 증명하면서 나의 아름다운 추억을 어떻게 복제시킨다고 해야 하나요? 박제 시킨다고 해야 할까요? 박제 시키고 마치 잼 통에 밀봉시켜 놓은 것처럼 딱 그렇게 만들어놓고 싶었던 그녀의 순수한 마음에서 출발했지만 결국은 다른 사람들한테 마음을 잘 못 주는 그런 상황들이 과거의 나와 정확하게 잘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김종욱 찾기’는 사실 옛날에 사랑했었던 남자와의 첫사랑과의 관계로만 볼 수 있는데 실은 바로 옆에 있는 사람, 지금 당신 옆에 있는 사람이 진짜 당신의 사랑입니다.라고
이동섭 : 파랑새 같은 거네요?
장유정 : 제목이 ‘두 번째 첫사랑’이라고 주제곡이 그랬었어요. ‘두 번째 첫사랑’이라는 말이 사실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근데 그 영화에서는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었던 어떻게 보면 박제시킨 나의 첫사랑을 결국은 찾는 행위가 그 첫사랑을 찾는 행위가 아니라 첫사랑을 지우는 행위가 결국 되면서 진정한 나와 다시 한 번 조우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용기 있게 내 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게 되고 그래서 그 사람을 선택하게 되는 거죠.
이동섭 : ‘김종욱 찾기’ 뮤지컬에서 가장 많은 관객들이 열광했던 게 멀티맨의 존재였잖아요. 굉장히 의외잖아요, 사실 주연 보다는 아니겠지만 주연에 버금갈 만큼 관심을 많이 받았는데 그런 멀티맨의 설정은 어떻게 하시게 된 건가요?
장유정 : 일단 연극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는 생각이 우선됐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캐릭터가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스무 개가 넘는 캐릭터를 하고 있거든요. 여러 가지 캐릭터를 하면서 변화되는 모습, 굉장히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아주 약식적이에요. 옷을 머리서부터 끝까지 다 바꿔 입을 상황이 못 되는 거예요. 그래서 처음에 제가 학교에서 했었을 때는 시간도 부족했지만 의상비를 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스카프로 다 했어요. 스카프로 머리 이렇게 하면여자 되고 이렇게 두르고 앞치마 되면 커피숍에서 일하는바텐더가 되고 이런 식으로, 머리에 터번을 두르면 인도사람이 되고, 그런 연극적 재미들이 있었던 거죠. 그리고 대학로에 나와서 작품을 할 때도 풀 착장 된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무대도 그렇고요. 되게 약식적 무대들을 많이 사용했거든요.
이동섭 : 근데 사실 그게 대단히 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장유정 : 네, 그게 분명히 보는 재미가 있을 거란 생각은 했어요.
이동섭 : 그걸 계산 했어요?
장유정 : 네, 계산을 했어요. 왜냐하면 사실 그냥 로맨틱 코미디 가지고는 저는 욕심이 많았나 봐요. 그것만 얘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중간에 서스펜스를 넣었죠. 일단 누가 그러면 과연 김종욱인가. 그리고 김종욱이랑 잘 될 것인가, 저 남자랑 될 것인가. 이 두 가지가 같이 가는 로맨틱 코미디와 서스펜스가 같이 가는 방법이었고 거기에 멀티맨이라는 연극적 요소까지 들어가서 사실 그래서 그 작품이 아직까지도 사랑 받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동섭 : 그러니까요. 그런 게 딱 아이디어로 떠올랐어요?
장유정 : 네, 그건 확실히 처음부터 떠올랐었어요. 그리고 제일 처음에 떠올랐던 건 어쨌든 한 여자가 한 남자를 찾는 얘기고 결국 그 남자랑 되는 게 아니라 찾아주는 남자랑 잘 되는 얘기였으면 좋겠다는 거. 그리고 그 남자는 인도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이름 외에는 아는 게 없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외의 모든 역할들은 다 한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름은 김종욱이란 이름만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남자 배우, 여자 배우 공연에서는 이름이 없어요.
이동섭 : 어떤 소재가 딱 뉴스든 뭐든 주변 경험이든 이런 걸 감독님이 실제적인 ‘아, 저 소재’ ‘저 이야기’ 한 줄짜리 든 저기에서부터 작품을 쓰는 데까지 이게 상대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시는 편인가요?
장유정 : 오래 생각했어요. 그건 2년 생각했기 때문에 사실 쓴 거, 타이프 시작 하는 게 오래 걸리지 않은 것뿐이고 그땐 그리고 사실 굉장히 모든 게 빨리 돌아가는 20대잖아요. 두려울 게 없는, 지금은 그렇게 못 써요. 근데 일단 요새는 소재가 생기면 꽤 오래 묵혀두는 편이에요, 저 같은 경우는. 그래서 최근에 쓰고 있는 작품도 10년 전에 기획을 했었던 작품이었었어요. 근데 그렇게 두고 보는 건 특히 뮤지컬 같은 경우는 작품이 한번 잘돼서 되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되면 그게 더 사실 여러 가지 값어치가 있게 되는데 롱런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잠깐 유행하는 작품보다는 오래 묵혀서 이 이야기가 사람들한테 어떻게 전달되고 전파되고 감동이나 재미를 줄 것인지를 좀 낯설게 하기, 혹은 뜨거운 것에서 거리 두기를 하는 편이에요. 내가 생각하는 소재라는 건 사실 주변에 굉장히 흩어져 있는데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다른 거죠.
이동섭 : 그리고 감독님께서는 그 시각을 관계의 중심으로 좀 보시는 편이다?
장유정 : 결국은 그렇게 이야기가 흘러 간 거고요, 관계에 끼워 맞추려고 소재를 찾은 적은 없었어요.
이동섭 : 소재는 다양할지언정 장유정이 당대의 관객들 혹은 영화관 관람객들한테 하시고 싶은 얘기는 대체로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이렇게?
장유정 : 그렇죠. 사실은 ‘형제는 용감 했다’, 지금은 ‘부라더’가 됐던 그 작품 같은 경우도 가족 관계에 대한 이야기인거고 ‘김종욱 찾기’는 어쨌든 연인간의 이야기인거고 ‘그날들’ 같은 경우는 우정이고 그리고 또 과거의 나와의 조우도 있는 거고 그런 관계들에 대한 뭔가 통찰력 있는 시선을 갖고 싶었던 것 같아요. 거기에 관심이 더 많았었고 근데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지금의 제가 관심이 있는 부분은 좀 달라요.
이동섭 : 지금은 그러면 어떤?
장유정 : 지금은 자기정체성에 대한 화두가 많은 것 같아요.
이동섭 : 자기정체성? 좀 더 쉽게?
장유정 : 나는 누구인가?
이동섭 : 아, 정말 나의 정체성?
장유정 : 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이걸 왜 하는가? 이걸 왜 하고 싶은가? 공연(뮤지컬)과 영화의 공통점 및 차이점
이동섭 : OSMU라고, 원소스 멀티유스라고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장유정 : 발음 좋으시네요?
이동섭 : 하지만 그렇게 뮤지컬을 쓰시고 뮤지컬을 영화로 바꾼, ‘김종욱 찾기’는 제목이 같았고 ‘형제는 용감했다’ 뮤지컬이 ‘부라더’로 영화가 개봉 했었죠. 그리고 다른 뮤지컬 작품도 영화 러브콜이 많은 걸로 전해 들었는데 그렇게 바꾸실 때 다른 감독이 한 게 아니라 또 본인이 다 하셨잖아요. 그렇다면 궁금한 게 뮤지컬을 먼저 했기 때문에, 나중에 영화 하시면서 아마 더 많은 생각이 드실 것 같은데 뮤지컬에서는 어떤 재미를 좀 더 관객들한테 주려고 하시고 영화는 어쨌든 뮤지컬하고 다른 관객층들을 상대로 하실 것 같은데 그러면 영화는 어떤 영화적 재미를 또 부여할 수 있는지 그게 장유정만의 그런 게 있을까요?
장유정 : 뮤지컬 같은 경우는 표현을 어떻게 하느냐, 프레젠테이션이 굉장히 중요해요.
같은 이야기도 그냥 아주 단순한 얘기일 수도 있죠. 이 사람하고 이 사람하고 사랑해서 둘이 오해가 생긴 상태에서 싸운다를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 것인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여겨져요. 그래서 특히 공연 같은 경우는 많은 압축과 상징들이 있을 수밖에 없죠. 왜냐하면 정말로 리얼리티 있게 만들어낼 수는 없는 거거든요. 어느 정도의 판타지 장르죠. 물리적 거리도 좀 있고 그리고 관객들이 보고 싶은 곳을 보는 거잖아요. 한정되어 있는 제3의 벽을 통해서. 근데 영화 같은 경우는 내가 보여주고 싶은 즉, 감독이 보여주고 싶은 곳을 따라가서 보여줄 수도 있는 거기 때문에 공연의 전체 그림을 보고 생각을 해야 되는 것 같고 영화 같은 경우는 리얼리티 확보가 좀 중요하긴 해요.
이동섭 : 뮤지컬을 하시고 영화를 하시고 다시 뮤지컬을 하시고 또 영화를 하시고 이렇게 왔다 갔다 하시는 편이잖아요. 번갈아가면서 하시는데 그러면 뮤지컬 연출한 경험이 영화 연출할 때 혹시 도움이 된다거나 이런 부분이 있나요?
장유정 : 굉장히 도움이 되죠.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일단 스토리를 가지고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를 가지고 배우들과 함께 재미와 감동을 창조해 낸다는 건 같죠. 근데 채널이 다르죠. 하나는 무대 위에서 하는 거고, 하나는 스크린에서 하는 거고. 그래서 일단 스토리를 다루는 것, 그리고 배우와 함께 하는 것, 이거는 같아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캐릭터가 더 매력적으로 보일 것인지 사건에 좀 더 엣지를 만들 것인지 이런 것도 사실은 같아요. 그리고 배우들한테 연기를 디렉션 하는 부분도 흡사해요. 흡사하고 그리고 음악 들어가는 지점 같은 경우 거의 비슷한 지점들이 많아요. 어디에 스파팅이라고 하는데 어느 부분에 스파팅을 해서 어떤 음악을 흘릴 것인지 이런 것들도 이야기가 되게 하는 데 편리함을 많이 느꼈었어요. 근데 굉장히 다른 부분은 촬영이죠. 촬영과 편집이죠.
이동섭 : 아, 영화에선 촬영과 편집이?
장유정 : 이루어지지만 공연은 촬영과 편집을 하지는 않죠.
이동섭 : 뮤지컬에서 영화로 갔었을 때 개인적인 두려움은 물론 있겠지만 영화의 재미랄까요? 이걸 장유정이 또 충분히 해낼 수 있다.라고 생각했을 것 같고요. 영화를 하시고 나서 뮤지컬을 하실 때는 분명히 도움이 되신 게 장면의 경제성이라고 할까요? 시간을, 뭐라고 할까요. 어떤 장면을 없애지는 않는데 훨씬 효과적으로 장면을 연출해서 굉장히 콤팩트해진다고 할까요?
장유정 : 뮤지컬 같은 경우는 시각적 포화도라고 하죠? 영화 안에서는, 영화든 브라운관도 마찬가지긴 하겠지만 한 커트, 한 화면에 담을 수 있는 정보량이 많아요. 그런데 공연은 그렇지는 못하죠. 이런 시각적 포화도의 차이가 있긴 한데 이야기 압축 면에서는 공연이 또 유리한 점이 있거든요. 예를 들면 ‘레미제라블’ 뮤지컬을 생각해 보면, 뮤지컬 영화를 생각해보면 굉장히 많은 여러 장면들이 동시에 ‘원 데이 모어’라는 노래에서 보면 굉장히 여러 장면들이 시간도 다르고 공간도 다르고 배우도 다르고 연기자도 다르고 이걸 동시에 다 보여주는 거예요.
이동섭 : 그렇죠. 음악을 매개로 해서.
장유정 : 그리고 커트가 붙이고 안 붙이고가 별로 중요하지가 않은 거죠. 뮤직비디오에서 커트가 정확하게 안 맞아 들어가도 음악의 힘으로 붙여지는 것처럼 그런 거친 면들이 사람들한테 약간 낯선 느낌을 줘서 더 재미와 의외성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거든요. 그런 것처럼 영화를 한 후에 어떻게 얘기하면 시각적 포화도는 아니지만 이야기의 포화도를 더 높일 수 있을까에 대한 공부는 자연스럽게 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뮤지컬에서 영화로 각색했을 때도 보면 뮤지컬의 이야기들이 가볍거나 헐거워서가 아니라 음악으로서 많이 농축돼 있는 게 있거든요. 이걸 풀기 위해서는 많게는 4분의 3 정도를 만들어 내야 되는 거예요. ‘부라더’ 같은 경우도 주인공들의 직업이 원래는 ‘형제는 용감했다’에서 없었어요. 둘의 개인사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거죠. 아버지하고 사이가 나쁘고 뭘 하다 관뒀다. 이 정도만 있어도 충분히 관객들한테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명확했는데 영화는 좀 다르죠.
이동섭 : 그렇죠. 영화는 서사가 더 많아야 되고 설명도 더 많이 필요하니까 리얼리티라고 말씀하셨던, 그래서 직업도 생기고 갈등원도 구체적으로 생기고
장유정 : 네, 그래야지 사실은 공감의 밀도도 좀 더 높아지는 것이 있죠. 물론 리얼리티가 없는 작품들도 판타지 같은 경우도 공감의 밀도는 높아질 수 있어요. 그렇지만 그 안에서 굉장히 촘촘한 세계관이 있는 거죠. 작가가 구현한, 혹은 감독이 구현한.캐릭터 설정 및 노하우이동섭 : 캐릭터를 소재를 찾고 이야기를 만드는 건 얘기가 좀 됐는데 사실은 주인공의 캐릭터를 만드는 노하우 같은 것도 있을 것 같거든요?
장유정 : 일단은 그 사람한테 느껴지는 예를 들면 시각적이고 청각적이고 후각까지 다 써 봐요. 가장 객관적인 것, 이 사람은 예를 들면
이동섭 : 구체적으로 석봉이를 들어볼까요? 최근에 ‘부라더’에서 마동석 씨가 했던 역할인데요.
장유정 : 일단 석봉이하고 주봉이하고 되게 다르죠. 둘 다 까만색 옷을 입고 있잖아요. 주봉이는 되게 칼 주름을 잡는 거죠, 돈이 없어도. 깔끔한 것 좋아하고. 그리고 석봉이는 아무거나 입죠. 아무거나 입고 아무거나 먹고
이동섭 : 아무데서나 자고
장유정 : 아무데서나 자고 굉장히 편한 이지고잉한 사람인 거예요. 그리고 주봉은 그게 너무 싫고. 왜냐하면 그게 사실은 그 사람의 캐릭터, 성격이 싫은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나한테 빼앗아 간 것이 싫어서 그 사람의 그런 뻔뻔함, 여유도 싫은 거예요. 나태해 보이고, 그냥 개인적으로 충돌하는 게 아닌 거죠. “나는 이렇게 열심히 살고 이렇게 엄마 아빠 말 잘 들었지만 결국엔 나는 바라봐주지 않았어” 때문에 더 예민해 지는 거죠. 그래서 얘의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에 주봉이 같은 경우는 지속적으로 예민하고 짜증을 많이 내고 까칠하고 “뭐라고? 다시 말해 봐” 이런 식인 거죠. 그래서 그런 캐릭터들을 많이 찾아보죠.
이동섭 : 주봉이는 그런 캐릭터였고 석봉이는 상대적으로 어떤?
장유정 : 석봉이는 상대적으로 약간 뭐라 그럴까?
이동섭 : 상상하시나요? 보통 사람이 생각할 때는 얘를 어떤 배우나 어떤 주변 인물을 상상에 두고 보통 쓴다. 이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장유정 : 네, 많이 그래요.
이동섭 : 석봉이도 제가 처음에 오리지널로 가지고 있었던 캐릭터는 분명 있었어요. 있었는데 그 분은 모르시죠. 근데 그 분은 도리어 저한테 그 캐릭터가 이해가 된다고 얘기했을 때 저는 속으로 흐뭇하게 웃죠.
이동섭 : 그러면 가까이 계신 분들을 참조하기도 하지만 굉장히 오감을 다 활용하셔서 인물을 만드실 때는 집중하신다?
장유정 : 그렇죠. 디테일도 있고 전사도 있고 이 사람이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트라우마도 있는 거고. 예를 들면 내가 굳이 보라색을 좋아하는 이유들도 사실은 잘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밑바닥 안에서는 인식하지 못하는 개념 아래의 개념이라고나 할까요? 그런 것들이 있죠.
이동섭 : 무의식 안에서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장유정 : 네, 무의식과 무의식이 충돌하면서 결국은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과 우리가 그런 얘기하잖아요. 쟤는 왜 준 거 없이 싫지?
이동섭 : 죄송합니다.
장유정 : 준 거 없이 싫은 게 정말로 준 거 없는 게 싫은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싫은 게 아니라 내 자신의 어떤 면모를 갖고 있기 때문에 내가 갖고 싶지 않은 면모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싫어하는 것도 있다.라는 책에서 읽은 거예요.
이동섭 : 흔히 얘기하는 부모와 아이가 갈등하는 이유가 자기의 나쁜 점을 닮은 자식한테 오히려 더 충돌이 심하다 그런 얘기와 비슷한 얘긴가요?
장유정 : 뭐 그럴 수도 있는 거죠.
이동섭 : 알겠습니다. 네, 지금까지 한국 창작 뮤지컬의 대표 창작자이시자 영화감독으로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장유정 감독님을 모시고 창작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이번 시간을 통해서 더 많은 분들이 창작의 노하우와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장유정 : 감사합니다.
01. 이 강좌에 대해서
글을 쓸 때에 소재를 찾고 그것을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감독의 노하우와, 공연과 영화의 공통점 및 차이점에 대해 들어본다.
02. 강사 소개
장유정, 이동섭
03. 강사 이력
[장유정] - 영화 <부라더>, <김종욱 찾기> 등 연출 및 감독 - 공연 <그날들>, <멜로드라마>, <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등 연출 및 감독
[이동섭] - 도서 <파리 미술관 역사로 걷다>, <도쿄 로망스>, <그림이 야옹야옹 고양이 미술사>, <파리 로망스>, <뮤지컬의 이해> 등 집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