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현 감독 : 안녕하세요. 다큐멘터리 감독 이소현입니다. 오늘은 감병석 감독님을 모시고 다큐멘터리 스토리텔링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감독님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감병석 감독 : 안녕하십니까.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감병석입니다.
1. 다큐멘터리에서 스토리텔링이란?
이소현 감독 : 감독님께서는 다큐멘터리 스토리텔링이 궁극적으로 어떤 개념을 잡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감병석 감독 : 스토리텔링이라는 단어가 흔히 사용되기 시작한 지가 벌써 20년 가까이 되어 가는데요. 스토리라는 자체가 인간이 지식을 습득하고 사회의 가치를 배우는 방식이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어릴 때부터 권선징악의 이야기나 흥부놀부 이야기가 되든 신데렐라 이야기가 되든 왜 이런 이야기가 단순히 기승전결로 구조적으로 이루어졌다기보다는 이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들, 우리가 취해야 될 사회적인 태도들 이런 것들을 배우게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인간은 언어와 문자를 사용하면서 지식을 전달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가장 강력한 방법 중의 하나가 스토리였고 그래서 역사책이나 삼국유사가 되든 길가메시의 서사가 되든 이런 것들도 다 우리가 아는 스토리 형식으로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인간이 스토리에 중독되어 있으면서도 동시에 우리 인간 안에 스토리 DNA가 있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지식을 전달, 지식과 감정을 전달하고 공유하는 방식으로써의 스토리가 있는 것이고 이런 것들이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때는 이런 스토리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것이냐 시대와 매체의 성격에 따라서 기술의 차이에 따라서 방식이 다른 거잖아요. 그래서 르네상스 시대에서 중세 이전에서는 그림을 통해서 그리스도적인 기독교적인 가치들을 그림을 단순히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적인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서 그림을 썼던 거잖아요. 그게 사진이 되고 영화가 되고 다큐멘터리가 되고 설치미술이 되고 이런 것처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것인가 이런 무게들을 두는데 특히 다큐멘터리에서도 영화와 마찬가지로 스토리텔링이라고 하면 이 스토리와 전달 방식들을 영화적인 매체, 비디오라는 매체들을 통해서 어떻게 전달을 하느냐에 대한 논의들에 무게를 더 많이 주고 이야기를 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단순히 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은 유니크한, 독특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스토리텔링은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더 고민하고 질문을 던져야 될 부분들이 많이 있는 거죠.
이소현 감독 : 제가 저의 장편 다큐멘터리 할머니의 먼 집을 촬영하고 있었지만 굉장히 버벅였습니다. 그때 감독님께서 별로 망설임도 없이 이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인지 3문장으로 아주 간단하게 설명을 해줘서 제가 놀란 적이 있었는데요. 저는 그때 이 이야기를 듣고 아, 이 방식으로 주안점을 둬서 스토리텔링을 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요. 저를 포함한 대다수의 감독들이 지금 내가 찍고 있는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가 될지는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이소현 감독 : 어떻게 그런 것들을 볼 수 있는지 다큐멘터리 스토리텔링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감병석 감독 : 저희들이 스토리를 이야기할 때 학교에서 배운 지식들이 발판으로서 좀 더 나은 높은 단계로 가는 데에 있어서 분명히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사전적인 정의, 공식적으로 처리된 이해 이런 것들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들이 많은 것 같아요. 무조건 이야기라고 하면 기승전결이 있어야 하고 또 해피엔딩이 없다고 하면 좋은 이야기가 아닌가. 왜냐하면 어릴 때부터 저희들은 항상 해피엔딩을 많이 배웠잖아요. 거의 모든 이야기들이.
스토리텔링을 한다고 함은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의미, 인간이 인간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은 너무너무 많은 것들이 사실이거든요. 그래서 감독님의 할머니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할머님이 그냥 빨리 돌아가고 싶다고 말씀을 하시지만 그것보다 더 많이 할머님이 가지고 계셨던 가족에 대한 사랑? 그런 것들이 저는 그냥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할머니가 당신 스스로 때문에 돌아가고 싶은 게 아니라 가족을 아끼고 가족을 사랑하기 때문에 짐이 되고 싶지 않으신 거고 그 마음 자체가 할머님이 가족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했고 어머님도 마찬가지인 거죠. 그래서 어머님도 어머님의 어머님이 빨리 돌아가시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걸 이해를 하는 게 그러시면 안 돼요.가 아니라 그런 말씀을 하시는 이유를 이해를 했기 때문에 그게 사랑이고 그게 관계가 보이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냥 소재적으로 뭔가 재미있다고 연세 있으신 노인이 계신데 이분은 빨리 돌아가고 싶어 하신다 이 액션만을 찍으면 그냥 독특한 할머니가 되겠죠.
그래서 오미자차처럼 사랑도 복잡하고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은 달콤한 거야.라고 이야기할 때 사실은 내가 보는 사랑은, 내가 보는 관계는 쓴맛도 있고, 신맛도 있고, 떫은맛도 있고 이런 것들을 연출자로서 끄집어냈을 때 우리가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알고는 있지만 표현하지 못했던 아, 그렇지. 이런 순간들을 제공을 할 때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서 다시 한 번 나를 바라보게 되는 거고 그래서 그것을 통해서 나와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관계를 바라보게 만드는 그런 힘이 있는 휴먼 드라마가 나오게 되는 거죠. 그래서 그런 식의 사고방식이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이야기, 스토리텔링을 고민할 때.
이소현 감독 : 어떤 독특한 상황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그것을 발견하는 것이 스토리텔링 할 때 중요한 부분이라는 말씀이시죠.
2. 다큐멘터리 스토리텔링의 핵심요소
이소현 감독 : 어떤 다큐멘터리 감독들과 다큐멘터리 스토리텔링에 대해서 제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어요. 저는 그때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거든요.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는 주어와 동사가 있어야 해. 이 말은 뭐냐 하면 어떤 행동을 이끌어 가는 주체와 이 사람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가 있어야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것 같다. 물론 다른 방식으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내가 뭘 찍어야 할지 나는 잘 모르는 것 같다. 이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께서 생각하시기에는 다큐멘터리 스토리텔링을 이끌어가는 핵심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감병석 감독 : 저는 연출자의 해석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말로 하면 해석이라고 하면 참 이상한데 해석이 무엇이냐 하면 연출자가 원래는 영어로 디렉터, 아니면 다이렉터라고 하잖아요. 연출자의 역할은 거칠게 이야기하면 지시를 하는 그런 direct가 아니라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 direction을 제시하는 사람이 director인 거죠.
이런 방향성들을 유지를 하면서 가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연출자가 그런 방향성을 알고 있을 때 촬영을 할 때 말씀하신 주어와 동사가 카메라 앞에서 일어나지만 열 명이 똑같은 사람의 행위를 찍는다고 하더라도 열 명이 다 다른 해석이 나올 수가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하나를 보더라도 항상 다른 이야기의 가능성들이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뭔가가 어떤 행위나 어떤 사건 자체가 있을 때 항상 저는 연출자가 바라보는 방향, 연출자가 찾고자 하는 의미, 이런 것들이 결국에는 더 강한 그리고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초라고 생각합니다.
이소현 감독 : 감독님 작품에는 어떤 식으로 이 방법을 활용하셨는지 예가 있다면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감병석 감독 : 대표적인 것은 이승준 감독이 연출한 달팽이 별에서 부부가 전등을 갈아 끼우는 그 장면인 것 같아요. 그 장면을 보면 저희들이 그때 2년 이상 촬영을 했을 때고 그래서 되게 스스럼없이 잘 지내고 있을 때였거든요. 그런데 전등이 갑자기 나가서 부부가 남편은 시청각 중복 장애인이고 부인은 척추 장애가 있으시니까 갈 수가 없으니까 이승준 감독한테 전등을 갈아달라고 그랬어요. 이승준 감독이 우리가 없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 그러니까 그분들이 그러면 저희들이 어떻게 했겠죠. 그러면 그렇게 하시라고, 그렇게 해서 찍은 거거든요. 찍었는데 그 행위 자체가 어떻게 보면 되게 코믹해요. 코믹한데 사실은 편집상으로는 5분 정도 밖에 안 되지만 그게 1시간 이상이 걸렸거든요.
1시간 이상이 두 사람이 고생을 해서 또 웃으면서 바꾸고 제일 중요한 것은 그 전등을 바꾼 이후에 어색하지만 두 사람이 이렇게 안았는데 그 순간을 보고 저희들은 이거는 관계에 관한 이야기구나 왜냐하면 이 세상에서 부부들 중에 전등 하나 갈고 나서 서로 잘했다고 뿌듯해하면서 안을 수 있는 커플이 얼마나 있을까 그래서 이런 작은 일을 가지고 서로 사랑함, 또 서로에 대한 자랑스러움, 이런 것들을 공유할 수 있는 커플이 얼마나 있을까.
그래서 그 순간이 우리가 굳이 인터뷰로 말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이 들어있는 액션이었던 거죠. 그런 상황이었던 거고. 그래서 그것들을 찍어두고 해석을 하는 게 다른 거죠. 그것을 편집상으로 다른 데 둔다고 하면 이 사람들은 장애가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힘들게 살아요.라고 편집을 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소개하는 시퀀스로 쓸 것인가 아니면 이 사람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시퀀스로 쓸 것인가는 그게 연출과 편집자의 창의적인 해석에 따라서 달라지는 거예요. 똑같은 사물이지만. 그래서 저는 항상 다큐멘터리를 지금도 만들면서도 그 장면, 그리고 그 장면을 결정하게 된 이런 과정들이 여전히 생각이 많이 나요.
3. 소재에 맞는 스토리텔링 방식
이소현 감독 : 다큐멘터리에서 최근 들어서 굉장히 다양한 방식의 스토리텔링이 시도가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요즘 미술계에서 등장한 감독님들이 상당하신데요. 그분들 작품을 보면서 큐레이션 방식으로 다큐멘터리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구나, 이런 부분도 알 수 있게 되었고 또 최근 개봉한 김 군처럼 서스펜스를 끊임없이 김 군을 찾는 방식으로 보여주지만 실질적으로는 5.18 피해자들의 증언을 들을 수 있는 방식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소재에 적합한 스토리텔링 방식을 찾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감독님께서는 소재와 스토리텔링을 어떤 식으로 발견하는 방식을 취하시는지, 그러니까 소재에 맞는 스토리텔링 방식이 어떤 게 적합한지 어떻게 결정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감병석 감독 : 우리가 논리적으로 생각을 하면 내가 소재를 정하고 스토리텔링 방식을 정하고 촬영 방식을 정해서 가야지 그렇게 해서 제작이 진행된다고 생각하지만 아시다시피 절대 그렇게 되지 않잖아요. 시작은 정말 단순해요. 소재가 있어서, 내가 끌려서, 내가 꼭 해야겠다고 믿어서 그렇게 시작을 하고 나면 처음부터 이렇게 내 스타일대로 이런 스타일로 찍겠다고 결정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방식이 좋은 작품을 만드는데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거꾸로 생각해보면 많은 미술작가들이 제시하는 다큐멘터리들이 우리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기존에 우리가 공식적으로 알고 있던 스토리텔링이나 표현 방식이나 또 인터뷰 방식이나 이런 것들을 갇혀 있는 데에서 벗어나서 만들기 때문인 거죠. 그분들이 그런 시각들을 가지고 있는 거고요.
그래서 저는 발견하려는 태도와 계속 변화하고 배워가면서 나 역시 성장하고 영화도 계속 성장을 한다는 그런 인식이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거꾸로 내가 처음에 시작한 아이디어의 이것을 거꾸로 가둔다든지 그런 것이 아닌 거죠.
그래서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미술작가 중에 바이런 킴이라는 분이 계세요. 그분의 작품 중 하나가 이만한 사각형 4~50개를 쭉 연결했는데 우리가 흔히 예전에 하던 말로 살색(살구색)이에요. 그래서 색깔만 있어요. 그래서 자기 주위에 아는 친구들 가족들의 살색(살구색)을 그대로 표현을 한 거죠. 그림 색깔로. 그래서 모아 놔서 제목이 제유법이에요. 제유법이 무엇이냐면 작은 사물을 통해서 큰 이야기를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분의 작품을 보면 정말로 다양한 색깔이 있는 거거든요. 이게 무슨 작품일까 하지만 이것을 통해서 우리가 하나의 인종이라고 하지만 그 안에 수많은 다른 색들을 가지고 우리는 다 다른 거잖아요. 그런데 이것을 한국 사람, 미국 사람, 일본 사람, 또 살색이라는. 그래서 우리가 살색이라는 말을 안 쓰는 이유도 그런 거잖아요. 다양성을 죽여 버리니까. 그래서 그분의 작업은 사실은 추상화 작업이지만 그 추상화 작업 안에도 그런 스토리텔링이 있는 거죠. 그분이 전달하는 사회적인 이야기들이 있는 거거든요.
그런 것들처럼 우리가 단순히 기승전결로 무조건 이야기를 만들어야 된다. 그런 것들은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다양한 미술 작업, 상업 영화가 되든 시가 되든 소설이 되든 수필이 되든 다큐멘터리가 되든 여기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이야기의 전달 방식, 또 전달하고 싶은 감정, 감성적인 충격, 질문 이런 것들을 끊임없이 발견해 낼 수가 있는 거죠. 그게 영어로 이야기하는 아웃 오브 박스(Out-of-box), 생각 방식 그런 것이죠.
4. 단계별 스토리텔링
이소현 감독 : 다큐멘터리 스토리텔링은 실질적으로 끊임없이 변화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기획 단계에서 시놉시스나 구성안을 짜놓더라도 현장에서는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도 하고 주인공이 생각하는 것과 제가 생각하는 것이 실질적으로는 다를 수도 있고요.
그래서 프로덕션 단계에서 변하고 이후에 편집 단계에서 스토리텔링이 또 달라지기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극적인 상황을 어떻게 포착하느냐는 스토리텔링 능력에 달려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해봤는데요.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도 있고 은유적으로도 보여줄 수도 있고. 감독님께서는 작업하는 프로덕션 단계별로 어느 정도 계획 하에 촬영하시고 또 어떻게 편집에서 스토리텔링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감병석 감독 : 특별히 스토리가 항상 하이라이트들은 생각은 하거든요. 촬영을 하면서 찍는 순간 가슴에 다가오는 것이 있고 감정적으로 감정적인 수준이 높을 때 나중에 생각해보면 편집을 할 때 이 부분이 하이라이트의 하나로 한 시퀀스로 될 수가 있겠구나 이 정도의 상상은 하지만 사실은 이미 촬영을 시작할 때 소재가 있고 어느 정도 촬영을 시작하게 되는 또 우리 주인공이 살고 있는 그런 상황들을 우리가 알고 시작을 하는 거잖아요. 그 다음에는 보통 쭉 촬영을 진행하면서 편집 단계쯤에 가야 다시 스토리텔링을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현실적으로 편집 단계는 사실을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연출자가 전달하고 싶은, 강조하고 싶은 순간들을 살리기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관객들이 거부감 없이 특별히 방해되는 질문들을 머릿속에 가지지 않으면서 빠져들어서 쭉 따라올 수 있느냐 이런 식으로 부드럽게 구성을 관객들의 마음을 모셔서 하이라이트로 가야 되는 거잖아요. 그런 전략들을 시각적인 배열의 전략들을 고민하게 되고 그때야 본격적으로 스토리텔링에 대한 고민들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물론 그전에 처음에 시작 단계에서도 스토리텔링을 고민하고 제시를 하지만 그것은 제안일 뿐인 거죠.
이소현 감독 : 맨 처음에 기획을 내가 잘못해서 자꾸 바뀌는 게 아니라 당연히 계속 바뀔 수밖에 없는 거라는.
감병석 감독 : 그럼요, 예.
이소현 감독 : 아주 따뜻한 위로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러면 현장에서 스토리텔링의 순간? 어떻게 보면 극적인 순간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발견하는 팁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 수 있을까요?
감병석 감독 : 특히 처음 다큐멘터리를 만드시는 분들이 하는 실수 중의 하나가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그런 방향으로 주인공을 끼워 넣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캐릭터라고 말을 하지만 우리가 상황은 이야기를 하지만 우리는 이 사람을 모르잖아요. 그래서 한두 가지의 사실만 알뿐이거든요.
근데 기획안을 쓰는 순간 이런 사람은 이런 사람이야. 그래서 이런 사람이 이런 어려움을 통해서 더 성장을 해서 새로운 사람이 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보여주겠다. 이렇게 했을 때 더 이상 고민을 하지 않고 계속 내가 처음에 기획을 했던 대로 거꾸로 맞춰서 사람들을 해석하고 이해를 하려는 그렇게 해서 다큐멘터리를 만들려고 하는 경향들이 많거든요. 그것을 극복을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는 한은 그런 드라마틱한 순간을 발견을 못하는 경우가 많죠. 왜냐하면 내 해석에 맞지 않는 순간이니까 나도 모르게 그냥 흘려 보내버리거든요.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에 대해서 열려 있는 자세, 호기심, 이런 것들을 놓지 않고 촬영에 임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이소현 감독 : 국내 다큐멘터리 시장이 좁기 때문에 해외 마켓을 위한 스토리텔링에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요. 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고 표현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크게 호평을 받았던 다큐멘터리들이 해외 시장에서는 환영 받지 못하기도 하는데요. 로컬 스토리텔링과 글로벌 스토리텔링의 차이를 뭐라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감병석 감독 : 가장 큰 차이는 사회적인 맥락이죠. 예를 들어서 광주 항쟁 같은 경우에도 한국 사람들이 이해를 하는 것하고 서양 시청자들은 80년대 한국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심지어는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 광주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배경들을 잘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면 우리는 아는데 저 사람들이 이해를 못 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 당시에도 서양은 달랐고 그래서 이런 것들을 보면 왜 저 사람이 화를 내는지 저런 것들이 왜 용납이 되지 않는지 그런 것들을 이해하려면 오히려 거꾸로 유교적인 사고방식이나 그런 문화에 대한 이해들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줘야 되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우리가 생각할 때 이게 중요하니까, 광주항쟁이 중요하니까, 한국 전쟁이 중요하니까, 갑자기 관객을 끌고 와서 딱 놔두고 너 이해를 해 이런 방식이 아니라 정보가 적은 분들이 와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정보의 다리를 놔줘야 되는 거예요. 그래서 그게 백그라운드를 잘 설명을 해야 하는 겁니다. 한국 작품들이 그래서 강한 이야기지만 해외로 넘어갈 때 다시 재편집을 한다거나 피칭을 하고 전달할 때 이런 백그라운드들을 얼마나 잘 이해를 시키는가가 중요한 거죠. 그걸 이해를 못 하면 그 안에서 일어난 강한 이야기의 이해도 반감되니까요. 근데 그것들이 가장 흔히 하는 실수 중의 하나인 것 같아요.
5. 다큐멘터리를 시작하는 감독이나 프로듀서를 위한 조언
이소현 감독 : 그러면 마지막으로 다큐멘터리를 시작하는 감독 혹은 프로듀서에게 조언을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감병석 감독 : 예전에 플라톤이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사회를 지배한다.고 말을 했다고 하거든요. 그 말은 어떤 사회에서 주류적인 목소리, 어떤 시각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결국 그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거고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는 것은 끊임없이 기존의 네거티브, 사회에 존재하는 네거티브 스토리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또 저항하고 또 타협하고 소통함으로써 끊임없이 사회가 변화해갈 수 있는 그런 숨통을 터주는 그런 일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은 소개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은 질문을 만들어서 다른 사람들과 공유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만드는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나는 무엇을 질문하고 싶은가, 그리고 이 질문들을 다른 사람들하고 공유할 가치가 있는 질문인가, 그런 데에 대해서 끊임없이 자문을 하면서 기획이나 제작에 임하시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소현 감독 : 오늘 말씀 너무 감사드리고요. 오늘 저는 함께 나눈 말씀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소재를 발견했을 때 그 소재를 이야기 속에 가두려고 하지 말고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그것들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지켜볼 필요가 있고 그것들이 세상과 어떤 소통을 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는 것이 다큐멘터리의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라는 말씀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늘 유익한 시간 감사드립니다.
감병석 감독 : 감사합니다.
01. 이 강좌에 대해서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 시 스토리텔링의 정의 및 핵심요소, 소재에 맞는 스토리텔링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02. 강사 소개
감병석, 이소현
03. 강사 이력
감병석 다큐멘터리 감독 - 현)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프로듀서 - 2019 국제보도사진전 디지털스토리텔링 부문, 대상 - 2018 뉴욕다큐영화제 단편다큐 부문, 대상 - '크로싱 비욘드', '부재의 기억', '달팽이의 별', '물숨' 등 다수 영화 제작
이소현 다큐멘터리 감독 - 현)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 2015 41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 '할머니의 먼집', '스토리텔러' 영화 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