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하는 사람으로서 좋은 다큐멘터리는 자기가 만든 다큐멘터리가 좋은 다큐멘터리이겠죠. 당연히 시청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면 제가 시청자일 때 생각하면 저에게 좋은 다큐멘터리는 그 다큐멘터리가 다루고 있는 소재나 주제에 대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과 다른 걸 보여주는 다큐멘터리가 좋은 다큐멘터리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보통 장기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제작기간이 한 1~3년정도 되는 다큐멘터리를 그렇게 부르는 것 같아요. PD들은 이제 장기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PD를 좀 부러워하죠. 일단 멀리서 보면 한가해 보이고, 기획을 오랫동안 하니까 촬영도 좀 여유 있게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장기 다큐멘터리를 연출하는 PD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마도 100이면 100 굉장한 고통이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그러니까 어떤 프로그램이든 프로그램이 방송이 되면 한숨을 돌리고 다음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고 그 전까지는 계속 짐을 안고 가는 느낌이잖아요.
장기 다큐멘터리, 대형 다큐멘터리는 그 이야기를 찾아 내야 된다는 숙제가 아마 일회성 다큐멘터리, 짧은 다큐멘터리와는 좀 제작이 다른 부분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저는 작가하고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하는데 작가가 바쁘셔서 거부를 많이 하시지만 그래서 앉아서 기획 회의를 할 때 저희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는 회의를 하다가 막히면 동네를 걸어요. 둘이서 그러면 이상하게 답이 나오더라고요. 회사 근처를 한 바퀴, 30분 정도 돌면 물론 답이라고 생각 했던 게 저녁에 다시 아니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때 당시에는 이렇게 구성에 막힌 부분이나 기획에서 막힌 부분이 많은 부분이 산책으로 해결이 되더라고요.
그게 뭐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해왔었잖아요. 다큐멘터리는 이제 지금 말씀 하신 것처럼 구성과 원고는 작가가 쓰고 촬영하고 편집은 PD가 하는 걸로 오랫동안 그렇게 해왔으니까 일정부분은 맞는 방식 같은데, 물론 바쁜 프로는 구성은 작가가 하고 딱 분업으로 롤을 나눠서 해야 되는 부분이 있는데,
어떤 프로그램은 왜 굳이 저렇게 해야 될까 구성을 한다는 거는 현장에 가서 찍는 설계도를 그리는데 왜 나가서 연출하는 사람이 그 설계도를 안 그리고 작가는 주로 현장에도 많이 가시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것도 약간 이상하고, 저희는 구성안은 사실은 작가와 같이 썼던 것 같아요. 작가와 계속 이야기를 하면서 이야기를 해서 정리를 하면 작가가 페이지를 정리해서 그 다음에 나오고 작가 피곤하면 제가 정리해서 그 뒤에 붙이고 그래서 다 같이 완성이 되면 돌려보면서 퇴고를 했고, 그랬는데 글쎄 저는 여전히 구성은 같이 해야 되는 게 아닌가.
프리젠터가 나온다는 거는 일단 프로그램에 연출자가 굉장히 깊숙이 개입해서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거 같아요. 강의 형식이잖아요. 여러분은 아직 잘 모르는 것을 제가 사람들을 만나거나 그 대상을 만나서 드리겠습니다. 쉽고, 자세하게. 그런데 시청자 분들은 그런 부분을 어느 정도 수용하는 것 같아요. 이거는 교실에서 수업 받는 거를 재밌는 동영상으로 꾸며놨구나 하고 보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 시청자들이 편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있죠. 왜냐하면, 과학 다큐멘터리 같은 경우에는 장소가 굉장히 바뀌고 컴퓨터 그래픽도 나오고 어쨌든 신이 계속 바뀌잖아요. 정신없이 바뀌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런데 프리젠터가 중간중간에 나와서 다리 역할을 해주면 시청자입장에서는 좀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중간에서 나를 리드해서 가주는 구나. 이렇게 하면 편한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고요.
연출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프리젠터가 등장하면 첫 번째는 너무 만들기 힘든 CG나 내용을 중간에 말로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할 수 있는 부분이 하나 있고, 또 하나는 프리젠터가 등장함으로써 대상에 대한 연출자의 감정을 대신 표현을 해주는 경우도 있어요. 리액션이라고 보통 그러잖아요. 우리가 출장 갔던 데는 이집트에 어떤 신전인데, 이집트에 신전을 가신 분들은 알겠지만, 가면 되게 좋아요. 그리스에 있는 것보다 훨씬 웅장하고, 그리스에 앞서서 지어진 거라고 안 믿을 만큼 굉장히 웅장하고. 그런데 티비를 보면 늘 보는 그림이잖아요. 너무 식상한 그림이죠. 유적지를 찍는 것은. 우리 출연자가 우리 프로그램의 내용을 인지를 하고 그 유적지의 기둥을 바라보는 눈을, 얼굴 표정을 이렇게 찍으면 그걸 통해서 우리 제작진이 어떤 자세로 이걸 보고 있다. 그리고 이게 굉장히 대단한 유적이다. 이런 게 이제 프리젠터의 표정을 통해서 나오니까 보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대단한 거 구나 해서 연출자의 의도가 들어간다고 할까.
신구 선생님은 넘버스 편집 마지막 부분에 어떤 분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죠. 작가가 특히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데 누가 내레이션을 읽을까에 따라서 원고의 결이 달라지잖아요? 편집한 거를 쭉 살펴보니까 첫 번째는 편집한 내용이 참 어렵구나. 티비로 하기에 참 어려운데 그래도 사람들에게 쉽게 가는 느낌으로 갈 수 없을까를 고민하던 차에 작가가 할아버지가 손자나 손녀에게 이야기 들려주는 그런 느낌을 살릴 수 없을까. 그럼 할아버지가 나와야 되는데 어떻게? 하니까 “신구선생님이 원래 우리가 원했던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느낌을 잘 살려주셔 가지고 목소리도 굉장히 신뢰감이 있으시잖아요. 그나마 그래서 쉬워지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만든 3편에 다 재연이 있었는데 대략 따지면 50분짜리 한편당 15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저도 이제 그 부분에 굉장히 고민 아닌 고민을 많이 했죠. 보통 다큐멘터리. 이렇게 하면 사전적인 정의는 기록이잖아요. 지금 있는 거를 기록해서 동영상으로 기록해서 기록물이 가지고 있는 진실성을 보여준다. 이런 게 다큐멘터리죠.
피라미드 앞에서 재연을 한다고 해도 그 피라미드가 그 피라미드가 아니고 CG가 나오면 CG에 나오는 건축물은 그 때 건축물이 아니고, 이거는 그런 의미에서는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저는 논픽션이라고 생각을 해요. 픽션과 논픽션으로 이렇게 장르를 두 가지로 구분을 하면 드라마는 당연히 픽션이고 그 외에 나머지는 다 논픽션이다. 지금 있는 사실이나 있었던 사실을 연출자의 시각으로 전달해준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반응이 좋았는지는 모르겠는데, 물리, 과학 다큐멘터리를 할 때, 아인슈타인을 다루는 편이 있었는데 아인슈타인이 이제 과학자로 활동하기 시작했던 때가 1900년대를 내려오면서 였거든요. 그때 베른에서 이제 특허청에서 서기관을 하면서 상대성 이론 이렇게 했다는 그때 당시의 이야기를 다루는 게 있었는데 아마 취리히에서 열차를 타고 베른으로 가는 장면을 이렇게 찍었는데 베른역에 도착하는 거를 좀 찍고 싶었어요. 그때는 증기기관차잖아요. 그게 쉬운 건 아니에요. 증기기관차는 영화에서나 하는 거고 돈 없는 다큐멘터리에서 그거를 찍는 건 말이 안되는 거고 꿈만 품고 있었죠. 현지에 가서 현지인 도와주시는 코디하고 얘기를 해보니까 관광객들이 타는 증기열차가 있데요.
런던 시내에서 한 시간 반정도 떨어진 곳에서 거기 가보니까 옛날 모습을 재현을 해놓고, 실제로 왔다갔다해요. 그래서 아인슈타인이 내리는 장면하고 타는 장면을 찍자. 뒤집어서 여기서는 내리는 장면 찍고, 저기는 타는 장면 찍고, 그때 그 1900년대 초반의 모습으로 배우가 한 40명이 와서 그거를 재현을 했는데 그게 물리 다큐멘터리 첫 장면에 나왔는데 그런 질문은 받았죠. 저 기차는 어디서 가져온 거야? PD는 그런 질문 받을 때가 가장 좋거든요.
그 질문에 답은 알짜를 골라내는 게 아니고, 골라서 알짜가 되는 거 같아요. 그럴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숲에서 길을 잃어가지고 막 여러 명이 헤매서 어떻게 갈까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나는 이쪽으로 가자, 쟤는 이쪽으로 가자 우리가 어떤 방법이 정답인가 이렇게 고민해서 계속 회의를 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 방법도 있고, 하나는 나온 말 중에 그래 그 방법으로 절로 가보자. 그래서 가서 숲 밖을 벗어날 수 있잖아요. 두 개의 경우의 수를 보면 누가 빨리 숲 밖을 벗어날까 하면 두 번째 경우가 맞죠. 일단 가보는 그 시간에 서로 계속 이야기하는 거보다 가보는 거니까 회의를 할 때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올 때 이 중에서 뭐가 이렇게 진짜일까 우리가 가는 길일까 이렇게 너무 심사숙고하는 거 보다는 그걸로 일단 회의를 진행 시켜보자. 가면 막혀요.
그러면 다시 돌아와야 되고, 그래서 알짜를 골라낸다는 것 보다 지금 골라낸 게 어떻게든 그때는 알짜가 되게 만들어 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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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시를 잘 모르지만 시가 보통 자기가 다루고 싶은 대상이 있을 때 그거를 언어로 표현해 내는 거지만 결국에 언어로 표현 못하는 거. 시인이 어떤 대상을 시로 표현할 때 언어로 다루고 있지만 사실은 그 대상이 언어로 다루어질 수 없다는 거를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같은 소재를 가지고 여러 명의 시인들이 각각 다른 이야기를 하잖아요. 다큐멘터리도 결국에는 영상이나 내레이션, 이런 걸로 보여줄 수 없는 것들을 주로 감독들은 다루려고 하는 것 같아요.
이게 대부분의 다큐멘터리의 연출자들은 스텝들과 같이 움직이잖아요. 같이 일을 하잖아요. 저는 그런 거는 체험해본 것 같아요. 다른 사람하고 일을 할 때 같이해서 어떻게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는지 그거는 체험 해본 것 같아요. 그때는 이해도 안 되고, 왜 이렇게 해야 되는지도 모르고, 가야 되니까 갔는데 나중에 이거는 그때 누구도 이걸 몰랐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이런 좋을 결과가 나올 수도 있구나. 그게 쉽게 말하면 시너지 같은데. 그거는 경험해본 것 같아요. 같이 함께 일하는 사람들, 누구하고 일할 것인가, 어떻게 일할 것인가 이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연출자에게 가장 요구되는 덕목은 제가 생각하기에는 창의력은 아닌 것 같아요. 창의력은 아니고, 어떤 면에서 그런 배려심, 신뢰, 약속, 스텝들간의 관계 이게 연출자들에게 요구되는 제일 첫 번째 덕목이고, 두 번째는 체력, 늘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줘야지 스텝들이 신뢰를 갖잖아요. 감정이 이렇게 왔다 갔다 하거나 자기 컨트롤 못하거나. 저는 그게 체력에서 나온다고 믿거든요. 좋은 다큐감독이 되고 싶은 분은, 옆에 있는 스텝들과 잘 지내고, 날마다 운동하고 이런 게 필요한 것 아닌가. 창의력은 한 다섯 번째 쯤 되지 않을까.
01. 이 강좌에 대해서
- 좋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한 김형준 PD의 노력들을 들어보고, 기획 및 취재 과정, 프리젠터 활용과 재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