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2018년 2월, 모 지상파 방송사에서 개편을 이유로 7명의 작가 중 5명의 작가에게 해고를 통보했습니다. 방송작가들은 “비정규직 작가에 대한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부당해고”라고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방송사는 프로그램 개편에 따라 인력감축이 불가피했으며, 부당해고가 아닌 계약종료라며, 그 근거로 2개월짜리 계약서를 내세웠습니다.
해고된 한 작가는 인터뷰에서 “이 사태의 본질은, '작가들은 개편에 따라 얼마든지 자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방송사의 비인간적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는 거죠. 쓰나마나 한 2개월짜리 계약서를 믿고 일해야 하는 방송작가들의 비정규직 처지가 서럽기만 할 뿐이네요.”라고 성토하였습니다.
그 동안 방송작가는 프리랜서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매일 출근하며 일을 하면서도 노동자로 인식되기보다는 ‘특수형태근로종사’로 분류돼 노동법과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할 때에도 단순히 구두계약으로 진행하거나, 노동조건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로 업무를 시작하는 경우도 많았는데요, 사실, 작가들과 방송사 또는 제작사들 간의 계약서는 오래 전부터 필요하다고 여겨왔지만,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컸습니다. 이런 불명확한 계약관계 때문에 그 동안 작가들은 기본적인 권리박탈은 물론, 인권까지 위협을 받는 경우가 발생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2017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방송작가집필 표준계약서를 마련했는데요. 과연, 어떤 점이 적용이 되는지 꼼꼼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작가A: 작가 표준계약서는 드라마작가나 대선배작가님들이 쓰는 거 아냐?
작가B: 그러게, 설마 우리처럼 일반 방송프로그램 작가도 해당이 되겠어?
진행자: 먼저, 여기, 방송작가 집필 표준 계약서입니다. 이 표준계약서는 모든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는 작가를 대상으로 하며, 방송프로그램의 방송 원고 집필활동 및 사용과 관련된 계약에 적용되는 것으로 표준으로 작성된 내용입니다. 본 표준계약서의 목적은, 프로그램에 사용될 원고의 집필활동 및 사용에 관해 방송사 또는 제작사와 작가 간의 합리적인 권리관계를 정하기 위한 표준 집필활동 계약조건을 제시하는 것으로, 기본원칙 역시,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계약을 이행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작가C:이런 계약서를 일찍 알았다면 원고료도 제대로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작가B:그러니까 말이야. 얼마 전에 드라마작가 선배들이 탄원서 낸 거 얘기 들었어? 드라마가 끝났는데도, 원고료를 무려 2억 원이나 못 받았었대
작가D:말도 안 돼! 분명 계약서도 썼을 텐데∙∙∙.
진행자: 물론 이런 표준계약서를 작성했을 텐데요. 주요 내용을 보면 프로그램의 제작 방송일시, 분량과 같은 제작 내용과 원고료의 지급시기 혹은 내역별로 작성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표준계약서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앞서 발생한 상황처럼 원고료 미지급 문제가 발생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작가는 외주계약을 체결한 방송사에 원고료 지급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제작사와 방송사가 외주제작계약을 체결했을 때, 원고료 등에 대한 지급보증계약을 체결했다면, 제작사와 계약을 체결한 방송사는 해당금액을 작가에게 직접 지급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원고료는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원고의 집필 구성 기획 등 창작활동의 제공 및 해당 원고를 사용하여 제작한 프로그램을 방송 등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대가로 지급하는 것으로 명기되어 있으며, 방송사 또는 제작사는 작가에게 제 3조의 원고료를 방송사 또는 제작사의 방송제작비 지급규정에 정한 절차에 따라 지급하도록 하고 있기에 원고료의 미지급은 계약상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작가A:원고료 미뤄지는 것도 나쁘지만∙∙∙ 더 나쁜 게 뭔지 알아?
작가B:뭐?
작가A:코너 폐지!
작가D:완전 공감!
작가A:다들 한번쯤 겪는 일 아냐? 나도 이전 프로그램에서 메인작가 바뀔 때 서브작가들도 교체할 거라면서 다음 주부터 나오지 말라며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았는데∙∙∙ 완전 황당하더라고
진행자: 그렇습니다. 실제로 이런 ‘고용해지’ 경험을 겪은 작가들이 무려 53.4%라는 조사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2015년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고용해지 경험을 겪은 작가들 중 46.3%는 프로그램의 해지 및 축소 등에 대한 사유로 고용해지를 당했고, 12.1%의 응답자들은 일방적인 통보도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표준계약서에는 부당한 계약취소에 대해서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대방의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본 계약을 임의로 취소하거나 변경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또한, 부당하게 작가의 원고 집필을 중지시키거나 인도를 거부하여서는 안 된다고도 명기되어 있죠. 그러나, 불가피하게 계약해지를 해야 할 상황이 발생하였을 경우, 본 계약에 대해서 전부 또는 일부를 해제·해지할 수 있습니다.
만약, ‘방송사나 제작사’ 또는 ‘작가’가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위반했거나 불응했을 경우, 혹은 계약내용을 수행하는 데 지장을 초래한 경우 등의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14일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서면으로 그 이행을 최고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방송사 또는 제작사가 영업상의 중대한 사유가 발생했거나, 작가에게 발생한 건강 혹은 법적상의 문제, 천재지변으로 인해 제작이 곤란할 경우에는 사전최고 없이 서면으로 즉시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고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가B: 그런데 과연, 이런 표준계약서가 우리의 부당함을 모두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작가C: 보통 사람들은 불이익이 생기면 고용노동부를 찾아가잖아. 근데 우리는 고용노동부에 찾아가도 소용이 없더라고
작가A: 심지어, 성희롱 같은 문제를 겪어도 소속회사가 없어서 어디에 얘기할 곳도 없잖아? 대체, 어디에 어떻게 해야 해?
진행자: 작가들은 묻습니다. ‘우리 같은 프리랜서들은 불이익을 받아도 그냥 감내만 해야 하는 걸까? 불이익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이런 때에는 표준계약서 상에 명시되어 있는 ‘이의 및 분쟁해결’을 활용하면 됩니다. 방송사 또는 제작사와 작가간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당사자 간의 합의를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만일, 합의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에는 관계 법령이나 상관례에 따르도록 되어 있습니다. 또한,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조정, 법원에서의 소송 등에 따라 분쟁을 해결하도록 본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창작물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저작권에 대한 항목에 대해서도 명시하고 있는데요.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의 귀속은 저작권법 등 관련 법률에 정하는 바에 따르되 원고료, 제작비, 기여도 등은 협의하게 다르게 정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작가의 동의 없이는 제작물의 내용 형식 및 제호를 변경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작가A : 정말 꼭 필요한 것만 제대로 담았네. 이제라도 표준계약서가 나오다니 정말 다행이야.
작가D : 맞아, 사실 이 계약서 하나로 관계가 틀어지는 게 아니라 관계가 더 좋아질 수도 있는데 말이야.
작가B : 당장 팀장님한테 표준계약서 작성하자고 해야겠어.
작가C : 나도!
작가A : 나도 같이 해!
진행자: 방송작가 집필 표준계약서는 방송작가와 방송사 그리고 제작사간의 투명한 권리관계를 위한 첫 걸음입니다. 단 한 장의 종이가 방송작가 여러분의 소중한 가치를 높여준다는 사실! 기억하세요!
01. 이 강좌에 대해서
방송작가들의 권리와 의무를 명확하게 구분해줄 수 있는 방송작가집필 표준계약서의 주요 내용을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