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 안녕하세요, 류정식입니다. 저는 오늘 공연에서의 뉴미디어 테크놀로지 사용에 대한 내용으로 뉴미디어의 활용 사례를 설명하고 뉴미디어의 활용 방향성 등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3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공연 양식과 공연 공간이 사용되었습니다. 야외무대에서 실내 무대로, 그리고 비극에서 희극을 거쳐 콘서트, 뮤지컬까지 다양한 공연 장르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공연에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공연에는 이야기가 있고 우리는 이러한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각색 되거나 새로운 미디어를 활용하여 다시 전달되고 새로운 감동으로 관객에게 선사합니다.
예를 들어 400년이 넘는 셰익스피어의 공연은 기존의 공연에서 재해석되어서 새로운 미디어와 무대세트, 각색 작업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되고 우리 삶을 투영하면서 새로운 감동으로 만들어 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뉴미디어의 역할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공연에서 뉴미디어를 활용한 사례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그리고 뉴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이번 시간에는 세부적인 차원에서 공연에 뉴미디어를 활용하기 위해서 어떤 사례들을 참고하면 좋을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뉴미디어 사용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방식이 다를 뿐이죠. 제가 이번 강의를 통해 보여드리는 방식은 무대 제작의 여러 가지 방식 중에 한 가지 방식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1. 스토리텔링에 대한 이해
우리가 공연을 잘 이해하려면 우선 스토리텔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스토리텔링이란 화자가 알리고자 하는 바를 단어, 이미지, 소리를 통해 사건과 이야기로 전달하는 것 입니다. 스토리와 텔링의 합성어로서 이야기하다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혹은 내러티브라고 하기도 합니다.
스토리텔링은 작은 의미에서는 구술이야기에서부터 넓게는 공연에서 상품을 광고하고 판매하는 비지니스 영역까지도 포함됩니다. 애플 혹은 삼성의 제품들도 우리에게 브랜드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은 공연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깊은 영역에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스토리텔링에서 미디어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왜 미디어가 중요할까요?
미디어의 역할은 이야기를 듣는 사람인 관객이 이야기를 잘 전달 하도록 하는 채널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커뮤니케이션 이론의 예를 들어 살펴보면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소통의 체계에서는 발신자, 즉 이야기를 하는 사람,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내용은 메시지, 이러한 메시지를 오감을 통해 전달하는 채널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듣는 리시버 즉, 관객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소통의 모델은 공연에도 적용할 수 있는데요. 같은 이야기라도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 즉,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하는 지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를 정리한다면 공연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관객을 연구하여 최선의 미디어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어떠할 때는 빈 공간으로 무대가 관객에게 강렬하게 전달되기도 합니다.
현대공연예술에서 큰 영향을 주고 계신 공연연출가 피터 브룩은 기존의 프로시니엄으로 구성된 공연공간을 지양하고 그의 작품이 잘 전달 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관객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곤 합니다.
그의 말을 인용하면 공연에서는 무대를 이동하는 사람이 배우가 되고, 이동하는 사람을 보게 될 때는 관객이 된다고 합니다. 배우와 연출가, 작가들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들이고,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관중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그의 생각을 담기에는 기존의 화려한 프로시니엄 공연장 보다는 빈 공간의 무대와 객석의 관계가 친밀한 공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피터 브룩 감독은 비어있는 무대라는 미디어를 택하여 메시지를 전달하였습니다. 누구나 같은 작품을 똑같이 연출하지는 않겠지요. 같은 작품이라도 시대와 메시지를 전달방법에 변화를 주어 새로운 관객을 만나려고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을 위해 또 새로운 미디어를 연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2. 미디어 활용의 역사
미디어라는 것은 ‘관객에게 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채널’이라는 것을 알게 되셨지요?
그렇다면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은 그 시대의 뉴미디어를 공연에 어떻게 담아왔을까요?
지금부터 뉴미디어의 역사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그리스 시대에는 구조적으로 실내 공연장을 지을 수는 없었지만 산의 지형을 사용해서 대규모의 야외 공연장을 건축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공간에서 비극 그리고 희극 공연을 지역의 축제로 열곤 했습니다.
이러한 공연의 특수효과로서 배우를 매달아 플라잉 시키는 메카네효과를 사용해서 초자연적인 인물을 등장시키곤 했습니다. 그리고 에키클레마라는 수레에 시체를 담아 등장시켜 가장 비극적인 상황을 연출하는 효과들도 그리스 시대의 뉴미디어로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리스 공연장마다 관객수의 변동이 있었지만 대규모의 관객들을 위한 음악 또한 필요한 부분이었을 겁니다. 현대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때에는 음악대를 위치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 공간도 새로운 미디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올림피코 극장의 시대를 보면 극장 무대에 석면으로 된 프로시니엄 아치를 보실 수 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회화 영향력이 건축과 공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연도 마치 그림을 관람하듯이 무대를 배치하고 갤러리에서 그림을 보기 위해 그림의 틀을 통해 바라보듯이 공연장의 프로시니엄 아치를 활용해서 이러한 효과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회화에서 사용하는 원근법이나 초점을 두고 오브제를 배치하는 방식을 공연에서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이 시대에는 이런 회화적인 요소들이 공연 제작의 뉴미디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뉴미디어를 적극적으로 공연에 적용하고 새로운 공연의 방식을 만들어 냈습니다. 멋지지 않나요? 프로시니엄 구성은 기술의 발전으로 변화되어서 뮤지컬을 관람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관람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19세기에 특수효과로 관객의 청각을 사로 잡았던 영국의 대표적인 극장인 올드빅 극장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시대에는 공연의 메시지를 소리로 전달하기 위해 중요한 장비들을 사용했는데요, 천둥소리를 재현하기 위해 천장의 돌이 구르는 트랙을 마련하여 사용했고, 바람소리와 빗소리를 재현하기 위해 손으로 회전시켜 소리를 만드는 수레를 개발하여 사용했습니다. 이런 요소들도 그 시대의 뉴미디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시각적인 효과에서 벗어나서 청각이나 진동을 통해 관객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스피커도 없었고, 특수효과를 녹음할 수 없었던 시대에 관객에게 새로운 미디어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장치였을 것입니다. 이렇듯 공연에서의 뉴미디어라는 것은 시간성과 장소성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전기의 보급과 산업의 발전으로 새로운 무대의 전환 장치, 사진술, 조명과 전기음향이 사용되어 폭발적인 무대효과들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이러한 기술들이 점차 발전하여 뉴미디어로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방법이 되고 있습니다.
3. 뉴미디어 사례
그렇다면 최근의 뉴미디어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현재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미디어는 무엇이 있을까요? 아마도 현재 진행형이긴 하지만 무대제작에서 대표적인 기술이 프로젝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무대세트 혹은 소품들이 무대의 풍경을 말하는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지금은 프로젝션이라는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하나의 무대세트와 융합되어 여러 메시지를 담을 수도 있고 무대세트가 없더라도 배우와 벽면이 영상에 맺히게 되어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프로젝션의 이야기 전달 능력은 관객에게 강렬하게 다가와 공연에서 중요한 스토리텔링 채널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음의 두 공연으로 무대에서 프로젝션이 활용된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2013년에 공연했던 예일연극대학원의 캐커시안 초크 서클이라는 작품입니다. 저는 이때 프로젝션 엔지니어로 일했는데요. 지금 보시는 그림에서 뒤에 보이는 커다란 무대 세트는 하나였지만 여러 개로 조각난 세트로 분리되고 실제로 상하좌우가 세트가 움직이기도 합니다. 세트의 표면에는 캔버스처럼 거칠게 마감 되어 있어서 프로젝션 기술을 통해 세트 표면에 그림들이 덧입혀 질 수 있겠습니다. 그림을 보시게 되면 세트의 큰 파도에 성의 이미지가 프로젝션을 통해 투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는 전체적인 세트 배경에 프로젝션이 투영되어 통합된 무대의 풍경으로 관객에게 전달되고 있습니다. 하나의 세트지만 프로젝션의 캔버스로 사용되면서 다양한 풍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장면을 통해 뉴미디어로서 프로젝션이 공연에서 어떻게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볼 수 있겠습니다.
프로젝션을 뉴미디어로서 적용하기 위해서는 창작 과정에서 고민하셔야 하는 것이 있는데요.
뉴미디어는 메시지가 관객에게 잘 전달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여기에 딱 어울릴 것 같습니다. 형태가 의미보다 더 크게 앞서버린 나머지 의미의 전달이 잘 안되는 상황이 뉴미디어 시연에도 종종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창작에 임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뉴미디어를 공연제작에 사용하려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공연에서 새로운 미디어를 사용하면서도 전체 메시지를 가리지 않고 온전히 나타내 잘 전달하는 것입니다. 행여나 뉴미디어 자체가 너무 무게감이 있어서 사람들이 메시지보다는 미디어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면, 기술의 쇼케이스가 되어버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커뮤니케이션 이론에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뉴미디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작품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품을 잘 읽어 보시면 새로운 미디어가 어느 때 등장하는 것이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로 관객과 무대의 관계를 연구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관객과 무대의 사이에서 오감을 통한 채널이라는 확장된 개념에서, 관객과 무대의 관계를 이해하면 뉴미디어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관객이 어떤 메시지로 받아들일지에 대한 부분입니다. 세 번째로 메시지에 대한 이해입니다. 배우의 제스처 혹은 무대세트가 메시지가 될 수 있는데요. 여기에서 어떻게 메시지를 미디어에 투영시킬 지가 중요합니다. 즉 메시지에 대한 연구가 요한데요. 무대세트의 형태와 상징적인 의미는 어떻게 되는지, 세트의 변환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미디어에 대한 이해입니다. 프로젝션을 예로 든다면 프로젝션이 가진 기술적인 요소들을 공부하셔야 하는데요. 어떻게 하면 미디어의 기술적인 요소를 충분히 활용하여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지 연구하셔야 합니다.
지금 보시는 그림은 제가 프로젝션이라는 뉴미디어를 공연에 사용할 때 , 어떻게 하면 좋은 메시지를 전달 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스케치입니다. 앞에서 설명 드린 3번째 그리고 4번째 제작단계와 관련된 생각들을 디자이너들과 식당의 냅킨을 사용해 그린 것이지요. 그럼 우리가 뉴미디어를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요? 이번 강의내용처럼 초기부터 엄청난 캐드도면이나 뉴미디어를 가지고 해보는 것도 멋진 일이겠습니다. 그러나 작품과 배우, 관객을 이해하면서 우리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좋은 시작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01. 이 강좌에 대해서
공연에서 뉴미디어의 역할을 이해하고, 미디어가 활용되어온 역사와 뉴미디어 활용 사례를 살펴본다.
02. 강사 소개
류정식 (Ghost LX 감독)
03. 강사 이력
- 대림대학교 겸임교수 - 북미 무대극장인증리깅기술사 - Infocomm CTS-D 기술인증 설계사 - 2019 문화비축기지 Tank 2 재설계 - 2018 평창올림픽 개폐막식 무대 설계
연계과정
공연을 위한 뉴미디어 사용 2 – 가상현실과 인공지능 - 뉴미디어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공연 제작
중급
온라인교육ㆍ
공연무대제작
공연을 위한 뉴미디어 사용 1 - 로봇공학과 비디오 맵핑 - 뉴미디어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공연 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