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임성희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방송사, 연예기획사 등 기존 사업자들이 MCN사업자와 같은 미디어 스타트업 들과는 어떻게 다르게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을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내에서 MCN 사업을 시작한 사업자는 방송사업자인 CJ E&M 입니다. 미국 시장에서 크리에이터를 관리하는데 MCN의 유용성을 확인한 유튜브는 한국에서도 콘텐츠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업자들에게 MCN 사업을 제안하는데 그 중 하나가 CJ E&M이었죠. 2013년 7월 한국에서 처음으로 MCN사업을 시작한 CJ E&M은 대도서관, 양띵, 악어, 씬님 등 다양한 분야의 유명 크리에이터를 모을 수 있었고, 악어, 양띵 등이 탈퇴한 현재도 한국에서 가장 큰 MCN 사업자 입니다.
CJ E&M은 MCN 사업을 진행하면서 자사 방송 제작, 방송 광고 인프라와 결합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대도서관 등 인기 크리에이터를 방송에 출연시켜 지명도를 높여 주었고, 방송 광고와 유튜브 광고를 연계한 광고 캠페인 상품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죠. 이러한 방향성 위에서 2017년 CJ E&M은 DIA TV라는 MCN 브랜드를 만들고, MCN 콘텐츠로만 편성된 DIA TV 채널을 런칭하여, MCN 사업을 광고 상품을 만드는 미디어 솔루션 부문으로 편재하는 변화를 시도합니다. 이러한 전략은 웹모바일 플랫폼이 크게 증가된 상황에서 방송 광고와 웹모바일 플랫폼 광고를 연계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고, 크리에이터를 활용해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죠. 다만 유료방송 플랫폼에 런칭한 DIA TV 채널은 시청율이 저조한데, 이는 TV방송과 웹모바일 플랫폼의 이용자를 공략하는 방식이 달라야 함을 보여줍니다.
DIA TV가 거둔 또 하나의 성과는 바로 DIA TV 페스티벌의 성공적 개최입니다. DIA TV 페스티벌은 크리에이터와 팬들이 만나는 오프라인 행사인데요, 유료 판매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2016년 코엑스, 2017년 고척돔 같은 큰 공간을 팬들로 가득 메우는 성황 속에 마쳤습니다. 이는 국내에도 유튜브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CJ E&M이 MCN 사업에서 성공을 거두자 지상파 방송사들도 MCN 사업에 관심을 갖습니다. 그런데 CJ E&M과 달리 웹모바일 콘텐츠 관점으로 접근합니다. 제일 먼저 KBS가 2015년 예띠스튜디오라는 사내 부서를 만들었고, 이어 MBC 자회사인 MBC플러스에서 모바일 채널 '코코넛'을 내놓았죠. 2016년 2월에는 MBC에서 ‘엠빅(MBig)TV’라는 웹모바일 동영상 채널을 내놓았고, 6월에는 SBS도 모비딕 스튜디오를 출범시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가장 늦게 출범한 SBS의 모비딕 스튜디오가 현재 가장 활발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SBS의 “모비딕 스튜디오”는 “양세형의 숏터뷰”, “예쁘게 살래, 그냥 살래(예살그살)” 같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은 시리즈를 만들어내는 등 성공적으로 웹모바일 전문 스튜디오로서의 입지를 만들어냈습니다. 나아가 최근에는 콘텐츠들을 SBS 방송 채널에 편성하는 등의 실험을 해나가고 있죠. 홍석천이 출연한 “경리단길 홍사장”을 평일 심야대에 편성해 성과를 거두자 2017년 추석 연휴 때는 “양세형의 숏터뷰”를 뉴스 시간 대인 8시대에 편성합니다. 독특한 점은 웹모바일에서 공개된 에피소드를 공개한 것이 아니라 먼저 지상파방송에서 먼저 공개하고, 웹모바일에서 공개하는 순서 변경을 했다는 점입니다. 이처럼 웹모바일과 TV 채널을 넘나들면서 편성을 해 볼 수 있다는 점은 방송사만이 시도해 볼 수 있는 실험이죠. JTBC도 모비딕을 벤치마킹하여 “스튜디오 룰루랄라”를 런칭했고,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한 느낌입니다.
방송사들이 웹모바일 콘텐츠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10대와 20대들이 TV 시청을 과거처럼 많이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TV를 떠난 소위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자사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노력인 것이죠. 방송사들은 기존 방송 제작을 하면서 만든 인적, 물적 인프라를 웹모바일 콘텐츠 제작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개인 크리에이터나 스타트업은 할 수 없는 유명인사를 캐스팅 할 수 있는 능력, 그들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제작 능력, 기존 TV 광고와 엮어 광고 유치를 할 수 있는 능력, 크로스 채널을 활용한 홍보 능력 등이 바로 방송사가 가진 강점입니다.
이런 강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들이 웹모바일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바로 수익성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보았던 스타트업들과 달리 방송사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비용을 많이 씁니다. 아무래도 방송사의 기준을 따라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웹모바일은 상대적으로 기대 수익이 TV보다 훨씬 낮습니다. 그래서 많은 방송사들은 시장 진입 이후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돈을 벌지 못하기에 계속하기 어려운 거죠. 모비딕 스튜디오도 스튜디오 룰루랄라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래서 SBS 모비딕 스튜디오는 스타트업이 했던 것처럼 네이티브 광고를 유치하고, 상거래와 연결시키는 등 수익모델을 강화하는 동시에 SBS와 함께 동남아 진출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방송사와 함께 ?모바일 시장에서 주목 받는 기존 사업자들이 바로 연예기획사들입니다. 연예기획사들은 웹모바일 플랫에 아주 빠르게 적응한 사업자들입니다. 한국의 대형 연예기획사들 대부분은 국내보다 해외 시장에서 더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유튜브는 국내 방송사보다 더 중요하죠. 2012년 싸이 강남스타일의 전세계적인 열풍도 사실 유튜브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연예기획사들은 원래도 유튜브에 공식 뮤직비디오를 잘 정리해 올리는 등 유튜브를 잘 활용해 왔지만 강남 스타일 열풍 이후로는 더 적극적으로 웹모바일 영상 플랫폼 활용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네이버의 V LIVE가 더해지면서 연예기획사들에게 웹모바일 플랫폼 활용은 정말 중요해졌죠. 아티스트를 전세계로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면서 그 자체로서도 수익이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접속이 금지되어 있는 중국 시장에는 SM과 YG 모두 각 사에 투자한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자회사를 통해 동영상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습니다. 알리바바의 투자를 받은 SM은 요쿠 투도우(Youku-Tudou)를 통해서, 텐센트의 투자를 받은 YG는 텐센트 비디오를 통해 자사 스타 아티스트들의 일상이 담긴 라이브 쇼나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죠. 중국뿐만 아니라 옥수수나 NAVER TV 같은 국내 OTT 플랫폼에도 이러한 방식을 콘텐츠를 공급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SM이 옥수수에 레드벨벳의 해외 여행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레벨업 프로젝트”를 공급한 겁니다.
연예기획사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웹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뿐만 아니라 TV방송용 콘텐츠 제작에도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방송 콘텐츠 제작에서 출연진의 중요성이 계속 커졌고, 연예기획사들은 출연진 섭외에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방송사 입장에서는 연예기획사의 외주 제작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죠. 그래서 SM은 “아는 형님”, “한끼 줍쇼” 같은 예능 프로그램과 “동네 변호사 조들호” 같은 드라마를 제작해서 JTBC나 KBS에 방송합니다. SM 뿐만 아니라 FNC, IHQ 같은 연예기획사들도 이런 TV방송의 외주 제작을 많이 하고 있죠. 이런 방송사의 외주 제작은 콘텐츠 제작 비용의 대부분을 방송사들이 대고 연예기획사는 출연진 섭외와 일부 외주 제작을 해서 수익을 올리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최근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플랫폼이 크게 증가하면서 이런 일반적인 외주 제작과 다른 방식의 제작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최근 YG는 네이버로부터 1천 억이라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이를 활용해서 영상 콘텐츠 판권 비즈니스에 나서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신개념 오디션 프로그램 “믹스 나인”입니다. 기존 관행은 방송사인 JTBC가 주도적으로 투자해서 프로그램 내용 기획과 편성 시간을 결정하고, YG는 그 기획을 충실히 따라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이 프로그램은 기존 관행과 다르게 콘텐츠 기획을 한 PD가 YG 소속의 한동철 PD입니다. Mnet에서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프로듀스101’까지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을 성공시킨 베테랑 PD죠. 제작비 역시 YG가 투자하고 JTBC는 편성을 할 뿐입니다. 그리고 이 콘텐츠의 판권을 YG가 갖습니다.
이렇듯 제작사가 제작 투자를 해서 판권을 소유하고 TV방송 후 판권 유통 사업을 통해 수익을 확보하는 방식은 사실 우리 나라에서는 낯선 방식이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자리잡은 방식입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방식의 투자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TV방송 후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수요처가 크게 늘었다는 사실의 반증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콘텐츠 시장에서 제작사의 위상은 계속 커져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01. 이 강좌에 대해서
트레져헌터, 레페리, 메이크어스와 같은 MCN 사업자들이 진행하고 있는 크리에이터 영입, 연관 상품 발굴, 중국 시장으로의 확장, V커머스, 마케팅 에이전시로의 전환, 네이티브 광고 등의 다양한 수익모델 사례를 살펴봅니다.
02. 강사 소개
임성희 (SM엔터테인먼트 본부장)
03. 강사 이력
- SM엔터테인먼트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즈 동영상 사업 본부 본부장 - SK Planet 신규사업개발실 - SK Telecom New Media 사업 전략실 - SK 경영경제연구소 정보통신연구실 컨버젼스연구팀 수석연구원 - ㈜인포허브 사업본부장/상무 - ㈜동아닷컴 기획팀장
- 한국 미디어 산업의 변화와 과제(공저, 2010, 커뮤니케이션 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