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 안녕하세요. 장형윤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장편 애니메이션의 스토리텔링을 공부해 보겠습니다. 저는 예전에 애니메이션 감독을 꿈꾸면서 장편 애니메이션의 이야기는 어떻게 만드는지 무척 궁금하게 생각했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장편 제작을 꿈꾸는 창작자분들에게 실제 사례를 통해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먼저 장편 애니메이션의 특징을 배워 보겠습니다. 그리고 장편 애니메이션의 서사 구조를 이해하고 2018년 제작된 장편 애니메이션 마왕의 딸 이리샤의 제작 과정을 통해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장편 애니메이션의 특징
전문가 : 장편 애니메이션은 Animated Feature Film으로 불리며 일반적으로 60분 이상의 러닝타임을 가진 영상을 말합니다. 이런 장편 애니메이션은 극장개봉을 주 수익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으로 TV시리즈 애니메이션과 함께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는 애니메이션의 형태입니다. 미국의 픽사, 디즈니 스튜디오와 일본의 지브리 스튜디오가 대표적인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사입니다.
2017년 우리나라에서는 108편의 장편 애니메이션이 개봉되었습니다. 제작 국가의 비중은 일본이 38편으로 1위, 미국이 15편으로 2위, 중국이 9편으로 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8편의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이 개봉했습니다. 오리지널 스토리를 가진 장편 애니메이션은 긴 제작 기간을 가지게 됩니다. 우리가 지금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작품도, 5년 전쯤부터 시작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죠? 그럼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걸까요?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이디어를 스토리와 구체적인 이미지로 만드는데 3년이 걸린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 후 실제 제작은 2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물론 이것은 일반적인 이야기이고 각기 작품마다 상황은 다르죠. 10개월 만에 제작을 끝내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이나 8년의 제작기간이 걸린 아치와 씨팍 같은 작품들도 존재합니다.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애니메틱스(Animatics)라는 일종의 리허설 영상을 만드는 과정인데요. 요즈음은 많은 실사 영화에서 프리비쥬얼이라는 이름으로 제작 안정을 위해 사용되는 방법입니다. 이 애니메틱스가 나오면 모든 기획 공정이 끝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후에는 열심히 제작만 하면 되는 단계에 돌입합니다.
장편 애니메이션의 서사 구조
전문가 : 애니메이션 감독은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요? 사실 이 대답에 빨리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애니메이션 감독인 저만 해도, 잠시 생각해 보게 되는데요. 왜냐면 여러 가지를 일을 하기 때문이죠. 그래도 역시 감독이 하는 일 중 가장 큰 부분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감독은 끝임 없이 결정하는 사람입니다. 예를 들면 캐릭터가 매고 있는 가방 색깔부터 캐릭터의 연기의 톤, 구체적인 제작 일정, 배우의 선정까지 감독은 많은 것을 결정해야만 합니다. 이 결정이라는 측면에서 우리는 감독이라는 역할의 특징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감독은 결국은 작품에 등장하는 세계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스텝들은 감독에게 모든 것을 물어보게 되게 됩니다.
다른 말로 하면 감독은 결국 작품에 관한 세계관을 가진 사람이 할 수 있습니다. 원작을 가지고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감독이 생각한 오리지널 스토리를 가지고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경우에는 더 더욱 그렇습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감독이라면 내가 가진 아이디어를 어떻게 장편 애니메이션 스토리로 발전시켜야 할까요? 첫 번째로 제한적인 이야기 구조를 생각해야만 합니다. 영화는 2시간을 기본으로, 가장 제한적인 틀을 가지고 스토리를 구사하고 있습니다. 단편 영화는 자유롭지만 장편 영화는 여러 가지 제약을 가지고 있죠. 어떤 공식을 가지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보는 장편 영화는 그러한 정해진 공식 안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특별한 장편 애니메이션들, 예를 들면 바시르와 왈츠를 같은 작품은 이런 형태에서 벗어납니다. 이 작품은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애니메이션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흥행을 목표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들은 이런 공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자 어떤 공식이 있을까요? 영화의 가장 큰 이야기 구조인 막을 설명하고자 합니다. 이야기에는 보통 어떤 흐름이 있습니다. 이 흐름을 영화 시나리오에 맞게 설명하는 것을 영화 시나리오의 3막 구조라고 합니다. 이야기의 처음, 중간, 끝으로 나누는 것인데 이러한 개념은 아리스토텔레스가 그의 저서 시학에서 모든 이야기에는 처음, 중간, 끝이 있다고 말한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막에서는 이야기의 시작을 2막에서는 이야기의 전개를 3막에는 결론을 말하는데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기승전결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3막 구조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두 번째로는 일상세계와 도발적인 사건을 들 수 있는데요. 이야기 중에서도 시작이면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일상세계와 도발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상세계는 주인공을 정의하고 도발적인 사건은 바로 영화적인 사건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주인공과 영화내용을 결정하는 것이 이 두 가지 설정입니다. 예를 들면 몬스터 주식회사에서 주인공 몬스터 설리는 몬스터 주식회사의 에이스에서 아이들을 놀래키는 일을 하죠. 그러던 설리에게 사건이 생기게 됩니다. 인간의 아이 부를 데려오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몬스터 주식회사의 내용은 설리가 부를 인간세계로 돌려보내는 내용이 되게 됩니다.
또 다른 애니메이션 중 슈렉을 예를 들어보면 숲에서 아무와도 만나지 않고 혼자 지내는 슈렉의 모습이 일상세계라면 동화나라 인물들이 모두 슈렉의 집으로 몰려와서 슈렉이 파콰드를 만나러 가서 공주를 구출해 오는 일을 맡게 된 것이 도발적인 사건입니다. 세 번째 악당과 적대자 또는 장애물을 들 수 있습니다. 이야기에서 필연적으로 주인공은 어떤 적과 마주하게 됩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히어로 물에서 인물은 악당으로 나오게 되죠. 하지만 꼭 인물이 아닌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재난영화에서는 재난이 그 악당역을 대신하게 되고 멜로 영화에서는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이 그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장애물이라고 할 수 있지요. 영화 괴물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괴물에서 주인공은 송강호는 세 가지 정도의 장애물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괴물이겠지요. 두 번째는 바로 바이러스 공포에만 휩싸여 있는 정부입니다. 세 번째는 가족의 갈등인데요. 주인공은 이 세 가지를 극복해야만 합니다. 이러한 장애물은 플롯이라는 말로 바뀔 수도 있는데요. 가장 큰 장애물이 메인 플롯이 되고 다른 장애물들은 서브플롯이 됩니다. 플롯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다면 앞서 설명 드린 것처럼 그냥 장애물로 생각하셔도 괜찮습니다.
구체적인 적용사례
전문가 : 자 그러면 제가 만든 애니메이션 마왕의 딸 이리샤로 그 과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아이디어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고등학생이 판타지 세계에 가서 모험을 펼치는 이야기를 생각했는데요. 여기서 정해진 것은 고등학생과 판타지 세계 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주인공의 일상세계를 고민해 보게 됩니다. 고등학생의 생활에는 어떤 일들이 있을까요? 일단 공부가 있겠네요. 그리고 학생 때는 친구관계가 중요하니까 친구도 있겠지요. 그리고 가족, 하고 싶은 일, 짝사랑 등이 있겠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 좋아하는 일, 집안 환경, 친구, 짝사랑 등으로 이리샤의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설정을 해야 하는 단계가 있겠는데요. 아르바이트로 바쁜 주인공은 기타를 치고 가수가 되고 싶어 하면서 짝사랑하는 남학생이 있습니다. 그럼 주인공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도발적인 사건이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도발적인 사건은 주인공의 인생을 크게 흔드는 사건일수록 좋습니다. 예를 들면 고등학생 주인공이 어느 날 큰 결심을 하고 공부를 해서 성적이 오르게 되었다. 라는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것은 이야기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관객들의 궁금증을 크게 증폭시키지는 못합니다. 도발적인 사건은 주인공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드는 사건일수록 좋습니다.
그 다음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은 아이러니의 법칙이 있겠습니다. 이야기는 주인공이 잘하는 것과 맞지 않는 사건이 벌어졌을 때 충돌과 재미가 생깁니다. 이런 것을 아이러니 법칙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아까 설명 드린 몬스터 주식회사의 경우 아이를 울리기의 1인자 기술을 가진 몬스터 설리는 아이를 좋아하고 사랑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아이를 인간세계로 돌려보내야 하는 목표를 가지게 됩니다. 설리가 가진 모든 특징과는 반대되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죠. 이런 설정에서 이야기는 풍부해지고 힘이 생깁니다. 슈렉도 마찬가지죠. 혼자 있고 못생긴 괴물 슈렉, 슈렉은 공주를 구출하는 기사가 되어야만 자신의 생활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공주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가장 안 어울리고 일어나기 힘든 상황에 우리의 주인공 들은 놓이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아이러니입니다. 저는 이렇게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가수가 꿈인 이리샤는 동아리 선배 현우를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친하게 지내던 친구 진석이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 같아 점점 부담을 느낍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리샤의 때문에 친구 진석이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놀라는 이리샤 앞에 개구리가 나타나 친구를 구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따라 와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이리샤는 친구를 구하기 위해 요정세계로 가게 됩니다. 여기에서 도발적인 사건은 친구의 죽음으로 요정세계에 가게 된 일입니다. 자 그렇다면 일단 주인공과 주인공이 겪는 큰 사건은 정해 졌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적대자, 혹은 장애물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이리샤가 친구를 구하기 위해서 겪는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일까요? 저는 가장 전통적인지만 가장 강력한 방법인 악당을 설정하기로 했습니다. 마왕의 딸 이리샤라는 제목과도 같이 이 작품에서는 마왕이 이리샤의 적대자로 등장합니다.
마지막으로 스토리를 위한 이미지를 만들어보겠습니다. 만약에 이런 식으로 이야기 결정되었다면 이제 어떤 작업을 해야 할까요? 기획 초기 단계에는 이야기가 결정되기 전에 여러 가지 이미지를 만듭니다. 이 이미지들은 스토리를 발전시키기 위한 토대가 될 것입니다. 이런 이미지들은 작품에 실제로 쓰일 수도 있고 쓰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전개가 흥미로울지 영상으로 만들어 졌을 때에 비주얼적인 재미가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지를 그려보고 이야기를 다시 수정하고 다시 이미지를 그려보는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이야기를 완성해 나가게 됩니다.
오늘은 장편 애니메이션 스토리텔링을 배워 보았습니다. 구체적인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서는 또 여러 가지 단계를 밟아야 하지만 이야기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지점은 앞에 설명 드린 대로 일상세계와 도발적인 사건의 설정입니다. 이것은 모든 이야기가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법칙으로 여러분이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잘 만드실 수 있다면 아마 소설이나 웹툰같은 스토리가 적용된 이야기 모두를 잘 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01. 이 강좌에 대해서
장편 애니메이션의 특징과 장편 애니메이션의 서사 구조를 알아보고 구체적인 적용사례를 통해 정리해 본다.
02. 강사 소개
장형윤 (애니메이션 감독)
03. 강사 이력
- 애니메이션 <마왕의 딸 이리샤>, <프롬 더 어스>, <주사>,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내 친구 고라니>, <무림일검의 사생활>, <무림일검의 사생활>, <아빠가 필요해>, <편지>, <티타임>, <어쩌면 나는 장님인지도 모른다> 등 제작 및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