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 머리 속의 상상을 꺼내는 기획에서부터 시작!
Q. 애니메이션 감독으로도 유명하셨지만 이제 연상호 감독님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게 부산행이잖아요. 영화 <부산행>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요?
A. 여러 에피소드가 있는데 사실은 <서울역>이라는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다가 그 <서울역>을 실사 영화로 리메이크를 해보지 않겠냐라는 얘기가 배급사 ‘뉴(New)'에서 있었어요. 그런 와중에 리메이크가 사실 저는 재미가 없겠더라고요. 왜냐하면 이미 애니메이션이기는 하지만 영화적인 언어로 완성을 하고 있었는데 그걸 리메이크 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래서
차라리 이제 다음날의 얘기를 해보자. 그때 처음에 얘기한 건 되게 단순한 거였어요. 서울역에서 출발한 KTX 안에 아버지와 아들이 타고 있는데 거기에 좀비가 같이 탔다, 거기 내부에 일어나는 아수라장을 영화로 한번 만들어보자라고 제안을 했고 그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작업이 시작이 된 거죠.
리메이크를 목적으로 했던 건 아니고 어차피 서울역이라는 곳에서 이야기가 끝나니까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가지고 이제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고요. 그리고 당시에는 좀 몇 개의 컨셉들이 있었는데 2개의 컨셉이 있었어요. 일단은 '스티븐 킹(Stephen Edwin King)' 소설 중에 <미스트>라는 소설이 있어요. 영화로도 만들어진 작품인데 그게 어떤 슈퍼마켓 안에서 슈퍼마켓 밖에 안개가 껴있고 그 안개에는 정체 모를 괴물이 있다. 슈퍼마켓 안에서 일어나는 어떤 군중극 같은 느낌의 소설이 있었어요. 그런 거랑 '코맥 매카시(Cormac McCarthy)'라고 하는 작가의 <더 로드>라는 소설이 있었어요. 그거는 멸망하는 세상에 아버지와 아들이 어딘가를 걷고 있는 그런 소설이었는데 '두 개를 좀 합친 것 같은 작품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열차 안이라고 하는 되게 갇힌 공간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시작을 했던 거죠.
Q. 그러셨군요. 다음 질문 또 드릴게요. 제가 제작이야기를 쭉 듣다 보니까 문득 영화나 애니메이션이 제작 되기까지의 제작 투자 관련해서 어떤 프로세로 이루어지는지 궁금한데요. 먼저 기획 단계에서는 어떤 부분들이 이루어지나요?
A. 사실 영화에 따라서 천차만별인데요. 일단은 기획이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시나리오겠죠. 시나리오가 어느 정도 완성된 상태에서 그걸 투자를 하게 되고 실사 영화 같은 경우는 캐스팅이 먼저 가는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그게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하고요. 보통은 이제 시나리오 단계에서 투자를 받고 배우 캐스팅이 되죠.
그게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이유는 기획안이 아주 좋다고 하더라도 배우가 사실 잘 붙지 않으면 영화의 규모나 이런 것들이 좀 제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편이예요.
Q. 그러면 주로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는 편이신가요?
A. 아이디어는 사방에서 얻는 편이예요. 거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한테 아이디어에 관한 얘기를 많이 해요. 아이디어가 좀 빈곤할 때는 제가 만화책 같은 것들을 일부러 사서 봐요. 원래 만화를 좀 좋아했기 때문에 사서 보는데 저희 집 방에 가면 만화책이 엄청 많아요.
예전에 좋아했던 만화책들을 다시 봐요. 머리도 좀 식히고 그럴 의도로 만화책을 보면서 어떤 거를 할까에 대한 생각들도 많이 하는 편이고 잘 안되면 제가 옛날에 좋아했던 영화들 그런 것들을 좀 다시 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아이디어를 좀 내보려고 안간힘을 써보는 편이죠.
Q. 아무래도 애니메이션 감독님으로 데뷔를 하시다 보니까 만화책이나 그림이 있는 쪽으로 많이 영감을 받으시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그림 없는 책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감독님의 작품이 리얼리티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자료 조사가 무척 중요할 것 같아요. 자료 조사는 어떻게 하시는 궁금해요.
A. <사이비>나 이런 작품을 쓸 때는 취재를 했어요. 사이비 종교 단체에 뛰어든 건 아니고요. 이제 사이비 종교를 연구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쪽을 찾아가서 관련된 책들도 좀 보기도 하고 얘기도 좀 듣고 그런 걸 했죠. 그런 편이고 <부산행> 같은 경우는 이제 시나리오 자체를 제가 쓰지 않고 작가와 같이 썼는데 작가도 마찬가지로 코레일이라든가 이런 쪽이랑 미팅을 많이 했죠. 생각보다는 좀 부산행이라는 영화 시나리오를 쓸 때는 KTX에서 뭔가 일어난다는 거였는데 사실 저희 KTX에 해서 잘 몰라요. 예를 들자면 단순한 것들 있잖아요. 비상시에 연결되는 인터폰이 어디로 연결되는지 잘 모르겠는거예요.
누가 받는지 그런 걸 잘 모르잖아요. 승무원한테 가요. 무전기를 통해서 승무원한테 가고 그런 것도 있고 예를 들자면 운전하시는 분이 문을 한 번에 열어주시는 건지 아니면 부분적으로 열수도 있는 건지... 그런 것들을 잘 알지를 못하겠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이야기를 쓸 수가 없는 거예요. 뭐가 열리는지를 알아야 쓰는 건데 그런 것들부터 취재를 시작한 거죠. 코레일에 가서 운전석에서 기차도 한번 타보고…
Q. 네, 진짜 체험하고 자료 수집하신 게 영화에 그대로 표현됐던 작품인 것 같습니다. 또 좀비라는 소재는 국내에서는 좀 낯설잖아요. 특히 블록버스터와 좀비 조합은 더더욱 그랬을 것 같은데 그런 점에서 좀비라는 소재는 상당히 무리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왜 하필 좀비였나요?
A. 좀비를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어요. 좀비라고 하는 존재가 주는 이미지가 좀 묘했던 것 같아요. 비슷하게 크리처들을 보면 프랑켄슈타인이라든가 뱀파이어라든가 늑대인간 같은 소재들이 있는데 그 존재들만이 갖는 아이덴티티들이 다 있거든요.
예를 들자면 흡혈귀 같은 경우는 초인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고 외모가 굉장히 훌륭하고 그게 예전에 드라큘라라고 하는 작품에서도 보이듯이 어떤 귀족을 상징하는 그런 부분이 있죠. 근데 좀비라고 하는 존재는 사실 되게 다른 것들에 비해서 능력치가 별로 없는 존재들이예요. 힘이 막 세다던가 그런 게 아니라 얘네들은 감염이라고 하는 것과 때로 다닌다고 하는 것 외에는 딱히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존재들인 거죠. 그런 것들이 좀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요. 특별한 능력이 없는 평범한데 굉장히 공포스러운 크리처일 수 있는 것들이 좀 마음을 끌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좀 자기가 특별한 사람이 될 거라는 기대 같은 걸 하잖아요.
사실 학교를 좀 다니다 보면 자기가 특별한 사람이 되기 힘들겠다라는 어떤 절망감 같은 거에 빠질 때가 있거든요. 그런 때에 좀비라고 하는 존재가 별 능력이 없는데도 굉장히 공포스러우면서 무서운 그런 존재에 마음이 좀 끌렸던 것 같아요.
Q. 알겠습니다. 감독님의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그렇듯이 부산행에 나오는 인물 캐릭터 역시 각각 우리 사회의 어떤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A. 아무래도 이 공유 배우가 연기한 석우 같은 경우에는 이 한국 사회의 성장 중심의 세대를 대변한다고 생각을 했어요. 대부분의 한국 사회가 성장 중심의 사회에 끝자락에 있잖아요. 이제 70-80년대를 관통하고 2000년대까지 오면서 지금의 기성 세대로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성장 중심의 세대를 살아온 사람인데 어느 정도 그것이 포화 상태라고 생각하고 이후에 세상은 어떤 세상이 올 것이냐라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런 부분이 좀 잘 반영이 된 것 같아요.
공유 배우와 김의성 선배가 맡은 종석이라고 하는 캐릭터는 굉장히 비슷한 캐릭터예요. 초반에는 비슷한 인물이었죠. 둘 다 성장 중심의 사회를 대변하는 인물이죠. 근데 제가 좀 보여주고 싶었던 건 원래 선하거나 악한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아주 작은 계기로 두 갈래로 변해가는 모습의 인물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Q. 등장인물과 인물의 성격, 설정의 배경, 이를 나타내는 감독님만의 방법이 있다면요?
A. 등장인물의 성격을 나타내는 방법이요? <부산행>은 여러 명의 캐릭터가 나오는데 영화를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거는 여러 명의 캐릭터의 전 이야기를 다 담기 시작하면 영화가 엄청나게 루즈해지기 때문에 그게 사실은 주인공인 석우 부녀를 제외하고는 그 인물이 전에 가지는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아요. 어떤 인물이었는지 나오지 않는데 영화를 보면서 그런 것들이 관객들한테 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야 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영화적으로 따지면 아주 특별한 캐릭터가 나온다라고 한다면 그 특별한 캐릭터가 왜 이런 특별한 성격이 되었는가를 설명을 해줘야 관객이 거기에 몰입할 수 있거든요. 근데 여러 명의 캐릭터들을 특이한 캐릭터들로 배치를 해서 몰입을 시키기 위해서 그 캐릭터를 설명을 다 해주기 시작하면 영화의 호흡이 굉장히 많이 떨어지죠. 그러다 보니까 어떻게 보면 설명할 필요가 없는 캐릭터들이 필요했어요.
야구부라든가 아니면 마동석 배우가 맡은 상화와 성경이라고 하는 두 부부도 사실은 쉽게 이렇게 보는 순간 어떤 캐릭터다라고 하는 거를 느낄 수 있는 캐릭터가 되어야지만이 이 영화의 전체적인 호흡을 놓치지 않으면서 관객들이 몰입하는데 지장이 없겠다는 생각을 했던 거죠.
Q. 어떤 점에서 애니메이션 기획과 어떤 부분이 다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는 한국에서 애니메이션 산업이 그렇게 큰 편이 아니에요. 아니다 보니까 제가 했던 애니메이션 기획들은 어떤 부분이 막 고려가 된다기 보다는 개인 창작자의 요구가 제일 중요하게 반영이 되는 편이고요. 실사 영화 산업은 아무래도 훨씬 고도화된 산업이기 때문에 예를 들자면 여러 다른 산업의 결합이거든요. 배우 매니지먼트 쪽 사업이 있는 거고, 영화를 창작하는 사업도 있는 거고 그런 것들이 결합이 된 결과물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제가 그 동안 했던 애니메이션 산업은 많이 다른 산업이다라는 생각은 해요. 오히려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는 제가 그런 애니메이션을 하는 건 아니지만 실사 영화가 매니지먼트와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고 하면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는 완구나 캐릭터 산업 쪽의 여러 가지 결합이나 이런 거를 통해서 기획이 되려고 하는 거죠.
2. 상상을 눈 앞에 표현하는 한계 없는 연출법!
Q. 영화를 연출하시면서 기획했던 내용이 잘 반영되도록 가장 집중했던 부분이 있었다면 또 어떤 게 있을까요?
A. 저는 영화에 톤 앤 매너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을 해요. 톤 앤 매너라고 하는 건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일 것이다라고 예상을 하고 보게 되는 거 있잖아요. 그 부분이 상당이 중요하다라고 생각을 해요. 예를 들자면 영화 자체가 나쁘지 않아도 자기가 기대했던 영화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굉장히 배신감을 느끼거든요. 그게 사실은 굉장히 크기 때문에 어떤 영화의 톤 앤 매너는 무엇이다라고 하는 거를 초반에 마케팅하거나 관객한테 알릴 때 그것을 전달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1편의 영화 내에서도 영화를 보는 초반 시퀀스에서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어떤 식의 영화다라고 하는 거를 직간접적으로 전달을 하는 게 사실은 관객의 어떤 관람 태도를 결정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거든요. 그런 것들이 결정이 되면 영화에 좀 더 몰입을 하면서 볼 수가 있는 거죠.
Q. 영화관 보면 그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설명해주는 예고편이나 팜플렛들이 있잖아요. 보면 '이런 영화구나' 하고 봤을 때 조금 더 알고 보는 거라서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A. 예를 들면 오프닝을 봤는데 오프닝은 완전히 코미디인줄 알았는데 뒤로 갈수록 점점 호러가 된다던가 이럴 때 굉장히 관객이 당황을 하게 되거든요. 이제 그런 것들을 일치시키는 게 좋다라는 거죠.
Q. 감독님의 작품은 리얼리티가 높다는 평가를 많이 하는데요. 애니메이션에서 리얼리티와 실사 영화에서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한 방법이 같은가요? 같으면 어떤 게 같고 다르면 어떤 게 다른지 듣고 싶습니다.
A. 상당히 비슷한 부분이 좀 있다고 생각을 해요. 중요하게 생각을 하는 건 이야기적으로나 그런 모든 부분에서 관객이 살고 있는 세상하고 영화 속의 캐릭터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 같은 세상이다라고 느끼게끔 만들어주는 게 상당히 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관객들이 좀 몰입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예를 들면 배경 자체가 반지의 제왕처럼 판타지적인 배경이라고 하더라도 거기에 있는 인물들이나 인물들이 하는 행동 그런 것들이 내가 사는 세상과 상당히 비슷하다라는 걸 느낄 때 사실은 되게 몰입을 하게 된다고 생각을 해요.
아주 리얼한 배경이라고 하더라도 관객들이 느끼기에는 내가 사는 세상은 저렇지 않다라고 느껴질 때 관객들은 좀 영화와 거리감을 갖는다고 생각을 해요.
Q. 그러면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한 감독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일단은 제가 사회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같은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왜냐하면 영화 속의 있는 사회가 작동을 하게 하려면 제가 바라보고 있는 사회의 모습대로 작동을 하게 하려고 노력을 하거든요.
A. 예를 들어 어떤 누군가 싸움이 났다 그러면 주변의 반응이라던가 그런 것들을 영화에서 작동을 하게끔 써야 되는데 제가 실제로 싸움이 나면 주변에서 이런 식으로 반응하겠다라는 거에 대한 시선 같은 게 존재를 해야 영화 내에서 쓸 수 있는 거죠. 근데 그런 것들이 생각보다 다르게 나타난다, 그런 것들이 잘못 작동을 할 때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요.
Q. 아무래도 이게 실사 애니메이션이나 실사 리얼리티를 하다 보면 정말 내가 경험했던 게 보여져야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건데 갑자기 생뚱맞은 게 나오면 그렇죠? 그래서 부산행처럼 가상의 것에 리얼리티를 부여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을 것 같아요.
A. 부산행 같은 경우처럼 판타지적 요소나 이런 것들이 들어간 영화일수록 사실 좀 더 과한 리얼리티 같은 것들이 존재해야 된다라고 느끼는 편이죠. 예를 들자면 부산행에 있는 승객들이 다 서로 협동하려는 모습이 있었다면 공감하기 힘들었겠죠.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런 것들을 반영을 시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 하는 얘기지만 CG팀이 어느 정도 구현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슈들이 있었어요. 근데 어쨌던 지금 부산행을 해준 CG팀이 상당히 고민을 많이 해줬고 CG팀뿐만 아니라 스턴트팀, 미술팀, 특수 분장팀이 다 굉장히 노력한 결과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놀랐던 게 한국 스턴트팀이 못하는게 없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한국에 CG 기술이 할리우드에 비해서는 많이 좀 떨어지고 규모가 작기 때문에 미국 같으면 CG로 다 할 수 있는 것들을 한국에서는 실제로 해야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실제로 몸으로 직접 해야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깜짝 놀랐죠. 한국의 스턴트팀들은 거의 모든 걸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가졌어요.
스턴트팀이 몇 개 나오는데 떨어진다던가 아니면 구른다던가 스턴트가 필요한 장면들은 스턴트팀이 하고 꺾는다던가 이런 것들은 b-boy 같은 느낌의 친구들 있잖아요.
그런 친구들이 했어요. 그래서 예를 들자면 한 좀비를 하더라도 한 좀비가 기차 위에서 떨어졌다, 그 밑에서 몸을 꺽는다라고 한다면 떨어지는 좀비는 스턴트팀이 하고 땅에 떨어졌을 때는 비보이 친구들이 하고… 최대한 동원을 했을 때는 100명 정도까지 동원을 했었어요. 근데 사실은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들은 100명이 훨씬 넘는 인원들인데 그런거 같은 경우는 CG로 복사를 하기도 하고 아니면 아예 디지털 캐릭터로 만들어서 추가를 하기도 하고 그랬죠.
Q. 알겠습니다. 애니메이션 <서울역>은 실사 영화 <부산행>의 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사회성이 더 짙죠. 두 작품 어떤 차이점을 두고 연출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서울역> 같은 경우는 애니메이션이기도 하고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는 건 그림이기 때문에 일종의 우화적인 느낌을 더 많이 줬던 것 같아요. 영화 한 편이 하나의 한국 사회의 우화로써 보여 지기를 바라고 만든 영화고요. 그거에 비해서 <부산행>은 좀 더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 영화죠.
Q. 애니메이션이든 영화든 작품을 만드실 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한데요. 애니메이션과 영화 제작을 할 때 협업 과정이 어떻게 다른지도 궁금하거든요.
A.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는 아쉬운 얘기지만 특히 제가 했던 애니메이션들이 저예산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아주 전문적인 인력들을 쓰기가 상당히 힘든 편이예요. 대부분의 스텝들이 2가지, 3가지 정도의 작업들을 같이 해나가야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좀 아쉽기도 하고 더 애니메이션 산업이 컸다면 훨씬 더 전문화가 될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이 잘 안됐던 게 항상 아쉬웠어요. 그랬는데 실사 영화 같은 경우는 실사 영화라서 그렇다기보다 <부산행> 같이 사이즈가 좀 큰 영화들은 그런 부분에서 굉장히 좋은 점이 있죠. 파트에 계신 분들이 본인의 어떤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굉장히 좋았던 것 같아요. 이게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의 차이라기보다는 약간 저예산 영화와 큰 사이즈의 영화의 차이인 것 같아요.
3. 제작 투자에서 마케팅까지
Q. 그 동안 여러 작품을 하시면서 제작 투자를 받기 위한 노력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투자를 받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요?
A. 일단은 ‘투자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이제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아는 것처럼 투자자들은 돈만 버는 걸 좋아하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영화 산업이라고 하는 건 생각보다 굉장히 복잡한 체계에 의해서 움직여요. 예를 들자면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투자 배급사들이 하나의 논리로만 움직이는 건 아니고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실제 돈들, 가지고 있는 펀드들도 굉장히 다양한 펀드들이 있어요. 정말로 어떤 수익을 내기 위한 펀드가 있는가 하면 다양성 문화 산업을 위한 펀드도 있고 성격이 다른 여러 가지 펀드들이 있거든요. 그런 걸 같이 운영을 하기 때문에 저희가 단순하게 생각하는 투자사의 요구하고는 굉장히 다른 논리로 돌아가죠. 훨씬 복잡하죠.
Q. 그분들의 마음을 어떻게 얻어서 투자를 받으려고 노력을 하셨는지?
A. 그러니까 그런 것들을 좀 이해를 하면 좀 달라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다양성 펀드 같은 경우는 그 목적성이 분명히 존재를 하거든요. 이 투자금들은 다양성 영화를 제작하거나 해외 예술 영화를 지원하기 위해서 하는 펀드다라고 한다면 그 목적성이 분명히 있는 거죠.
아무래도 흥행보다는 어떤 예술성 그리고 예술성을 증명하기 위한 요건들, 그게 해외 영화제일 수도 있고요. 그런 것들의 성격들을 이해하면 본인이 어떤 기획을 해서 어떤 펀드 혹은 어떤 투자 쪽으로 접근해야 하는가가 좀 더 확실해지는 부분이 있죠.
Q. 다음 질문 또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가 되어라'라는 영화 마케팅 법칙이 있을 정도로 그 해 시즌 첫 번째 영화가 흥행한다는 말이 있는데요. 부산행은 2016년 여름 시즌 첫 번째 영화로 마케팅 전략이 좋았다는 평판이 있습니다.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마케팅의 성공 포인트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사실은 시즌에 대한 건 대부분 다 좋은 시즌에 들어가고 싶죠. 그거는 제가 좋은 시즌에 들어가고 싶다라고 얘기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한국의 거대 배급사들 같은 경우는 아주 좋은 시즌에 누가 선점을 하느냐를 가지고 엄청난 기싸움들을 하기 때문에 개개인이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은 전혀 아닌 것 같아요. 다만 이제 마케팅 쪽으로는 어떤 영화든지 장점과 단점이 있을 텐데 그 영화의 장점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을 마케팅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근데 그 영화의 단점을 가리기 위해서 영화의 톤 앤 매너하고 다른 식의 마케팅을 쓰는 것은 굉장히 안 좋은 마케팅 방식인 것 같아요. 실제로 그렇게 해서 잘 안된 영화들이 굉장히 많이 있었죠.
Q. 이제 정말 마지막 질문입니다. 애니메이션 제작 감독에서 이제는 성공한 실사 영화 감독이 되었는데요. 또 다른 변화를 꿈꾸고 계신지 있다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지 말씀해주세요.
A. 일단 다음 영화 촬영을 내년에 새로 하고요. 이제 그거를 충실히 준비하고 있고 좀 다른 장르도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은 요즘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만화라든가 아니면 드라마라든가 앞으로는 일종의 실사 영화면 실사 영화, 애니메이션이면 애니메이션 이런 게 아니라 어떤 스토리텔링이 들어가 있는 예술 산업이다라고 한다면 좀 다양한 걸 경험해보고 싶다 그런 생각을 좀 하고 있어요.
Q. 네, 이렇게 해서 감독님의 살아오신 역사를 쭉 들어봤는데요.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A. 젊은 창작자를 꿈꾸시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되게 힘들잖아요. 일을 한다라고 하는 게 힘든데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작업을 하더라도 작업이 잘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는 거지만 주변에 사람들과 소통하는 거 있잖아요. 그걸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왜냐하면 어차피 작업적으로 잘 된다고 하더라도 주변 사람과 소통을 해야 할 수 있는 거거든요. 그리고 설사 작업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그 사회성이라고 하는 것들은 어느 분야에 가서든지 개인을 먹여 살리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그렇기 때문에 아무래도 창작 작업이라고 하는 게 좀 자기만의 세계에 빠지기 쉬운 함정들이 있는데 그런 너무 쉬운 함정에 빠지지 마시고 주변 사람들 혹은 자기를 전혀 이해 못해주는 사람들과 계속 소통을 하는 걸 끝까지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01. 이 강좌에 대해서
한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인 기획에서부터 연출 및 투자까지,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고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를 제작할 때 다른 점을 비교해 보며 유의할 사항들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02. 강사 소개
연상호 (애니 및 영화 감독)
03. 강사 이력
-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창', '사이비', '서울역' 등 제작 - 영화 '부산행' 제작 - 2013년 제46회 시체스영화제 애니메이션 최우수 작품상 - 2014년 제34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국제비평가연맹 한국본부상 - 2016년 제25회 부일영화상 특별상, 제49회 시체스영화제 감독상 - 2016년 제37회 청룡영화제 최다관객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