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 안녕하세요. 장형윤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VR 애니메이션의 스토리텔링을 공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VR 애니메이션의 이해
전문가 : 빌딩 높은 꼭대기에서 작은 널빤지 앞으로 가야 하는 상황. 너무 두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너무 익숙한 상황이죠? 바로 VR체험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지금은 홍대에서도 VR카페가 있습니다. 2018년 세계적인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레디 플레이어 원이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VR이 일상화된 세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VR은 Virtual Reality 즉, 가상현실이라는 용어입니다. 3D CG 그래픽 기술과 모니터 기술의 발전이 이러한 VR시대의 출현을 알렸습니다.
일반적으로 VR 하면 앞에서 설명드렸다 싶이 체험형이 가장 많습니다. 우리는 VR을 장비를 착용하고 뉴욕을, 빌딩을 날아다닐 수 있습니다. 또한 주택 구매자가 되어 집을 미리 둘러볼 수도 있죠. 여기 이런 VR영상으로 세계에서 독보적인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Oculus Story Studio(오큘러스 스토리 스튜디오)입니다. 오큘러스 스토리 스튜디오는 VR기기를 만드는 회사 오큘러스 VR의 콘텐츠 부서로서 2017년에 부서가 폐지되었지만 인상적인 VR작품들을 만들어 왔습니다. 픽사 스튜디오 출신의 애니메이터들이 참여했다 해서 많은 기대를 받았습니다. 첫 번째 작품으로 lost(로스트)가 있습니다. 이 작품은 체험형 VR에 인터렉티브를 추가한 놀라운 퀄리티의 애니메이션 작품입니다. 저는 이 작품을 보고 진짜 제가 숲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후로 henry(핸리)와 Dear Angelica(디어 안젤리카) 등의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어 왔습니다.
한국의 VR작품은 어떤 작품이 있을까요? 한국 작품으로는 이승무 감독의 붉은 바람이 34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상영되었습니다. 붉은 바람은 물에 빠져 죽은 이의 씻김굿을 행하는 도중 접신된 무당이 살인자를 지목하면서 살육의 아수라장으로 변해가는 스릴러 단편으로, 전통적인 소재를 VR이라는 첨단 기술을 통해 구현한 작품입니다. 또 다른 스튜디오로 Dexter Studios(덱스터 스튜디오)가 있습니다. 덱스터 스튜디오는 신과 함께 등을 만든 VFX로 유명한 회사입니다. 요즘은 많은 사업을 벌이면서 VR 영상도 제작하는데요. 첫 번째 작품으로 화이트 래빗을 제작하였습니다.
VR 애니메이션 프로 더 어스의 연출과 스토리텔링
전문가 : 저도 이전까지는 VR이 생소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겉보기에는 보통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과 같은데 어떤 점이 다를까요? 덱스터 스튜디오와 함께 한 프롬 더 어스라는 작품을 통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저는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아서 하고 텍스터 스튜디오의 프로듀서와 제작팀과 함께 작업했습니다. 원래는 프롬 디 어스지만 우리는 지구를 강조하기 위해 또 좀더 강한 어감의 제목을 짓고 싶어서 프롬 더 어스라는 한글 제목을 지었습니다. 첫 작품 화이트 래빗이 실사 인물과 CG가 합성된 상태였기 때문에 두 번째 작품은 순수하게,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자는 계획하에 제가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첫 작품인 화이트 래빗이 체험에 가까운 형태였기 때문에 두 번째는 스토리 중심의 작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래 처음 제안한 스토리는 헨리와 같은 한 곳에서 상황을 보는 식의 작품이었습니다. 고등학생 소녀가 수학여행에 갔다가 숲에서 길을 잃어서 동물들을 만나고 그 동물들의 공연 연습을 보게 된다. 라는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제안한 스토리는 볼거리가 캐릭터 애니메이션에 치중되어 있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영화와 다른 VR 영화의 특징을 한마디로 이야기 한다면 이동의 제한과 시점의 제한입니다. 이 모든 것이 VR의 1인칭 체험적 특징과 관련이 있습니다.
제가 제안한 두 번째 이야기는 좀 더 많은 체험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일단 1인칭 체험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숲과우주라는공간을 설정했습니다. 그리고 우주에서 UFO를 만나고 외계인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지구로 떨어지는 대기권 돌입 체험, 마지막에는 바다에 추락하는 설정으로 많은 부분에서 다양한 공간을 설정했습니다. 사실 SF영화의 단골 메뉴기도 한 이러한 장면들은 VR 기기를 착용하고 보게 된다면 우리는 더 실제적인 체험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체험들을 묶어줄 수 있는 강력한 스토리가 필요했습니다. 가장 강력한 스토리가 무엇일까요? 이것을 다른 말로 플롯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저는 가장 강력한 플롯은 가족과 관련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개봉했던 기대이상의 흥행작 테이큰에서 리암 리슨은 딸을 구하기 위해 파리의 마피아 조직과 혈투를 벌입니다. 저는 액션 영화에서 딸을 구하기 위한 아버지만큼 강력한 플롯은 없다.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라도 주인공의 심정을 공감할 수 있으니까요. 프롬 더 어스에서 저는 딸을 만나기 위한 아버지 이야기를 우주에서 풀기로 했습니다. 우주 비행사인 아버지는 어린 딸 혜미를 남겨두고 우주 왕복선을 타게 됩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 우주선은 발사도중 폭발하고 맙니다. 어린 혜미는 나중에 인공위성 개발자가 되고 아빠의 유품인 휴대폰을 인공위성에 넣고 발사합니다. 5년 뒤 고장을 일으킨 인공위성은 지구로 떨어지는데요. 놀랍게도 거기에는 아빠의 마지막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시나리오 작업에 이어 스토리보드 작업을 프로듀서와 제작팀과의 회의를 통해서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캐릭터 모델링 등의 프로덕션 디자인 작업을 하고 12개월 작업기간을 거쳐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VR 애니메이션과 다른 장르의 스토리텔링 차이
전문가 : 이제 작업에서 고민이 되었던 VR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VR은 그 특징 때문에 연출상의 여러 가지 제한이 생기는데요. 가장 큰 것은 일단 시점의 제한입니다. 여러분들도 1인 슈팅 게임을 많이 해보셨을 것입니다. 자신은 보이지 않고 총구만 보이는 상태에서 앞에서 좀비들이 나오는 게임이 대표적이죠. 그 게임과 VR은 거의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 뒤, 옆 모든 공간이 보인다는 점이 플러스된 것뿐이죠.
이런 상태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었을 때 우리는 다른 장면으로 바뀌는 부분에서 상당히 문제를 겪게 됩니다. 왜냐면 일반적인 영화에서는 1인칭, 2인칭, 3인칭 시점을 완전히 자유롭게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재미있게도 뤼미에르 형제가 만든 최초의 영화 중 달려오는 열차를 찍은 영화가 있습니다.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고 모두 몸을 피하려고 애썼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호러 장르의 VR 영화와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영화의 발전과 함께 영상문법 또한 발전하였고 이제 사람들은 다양한 시점의 카메라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VR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는 언제나 1인칭이라는 특징 때문에 주인공을 보여주는 방식에 극히 제한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영화문법에는 A와 B의 대화 장면이 있다면 A의 바스트 샷. 즉 A의 가슴까지 나오는 장면 그 뒤에는 A의 시점에서 B를 본 바스트 샷. 그리고 A와 B가 함께 나오는 투샷을 많이 사용합니다. 시점의 순서대로 보면 2인칭, 1인칭, 3인칭을 사용하는 것이죠. 하지만 VR은 언제나 1인칭이라는 점을 기억해야만 합니다.
VR이 언제나 1인칭이라는 점은 VR의 특징인 높은 자유도 때문입니다. VR 유저는 자기가 보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볼 수가 있기 때문에 앞을 안보고 옆이나 뒤를 보는 상황이 많이 발생합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두 번째 차이는 이야기의 진행에 있습니다. 프롬 더 어스의 경우로 살펴보겠습니다. 자 영화에서 앞에 이야기하는 두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두 사람은 스토리의 진행에 있어서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죠. 하지만 유저는 이 두 사람을 전혀 보고 있지 않을 확률이 꽤 높습니다. 옆에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거나 뒷면 배의 구조를 살펴보는 유저도 꽤 많이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에서는 다른 볼거리를 옆면이나 후면에 배치하지 않거나 소리를 높여서 소리 나는 곳에 집중을 유도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장면전환 또한 중요한 장애물입니다. 일반적으로 영화는 장면을 전환할 때 공간을 알려주는 장면을 먼저 배치합니다. 서울을 보여주고 집을 보여주고 주인공을 보여주고 이런 식이지요. 하지만 VR 애니메이션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만약 VR 기기를 착용한 유저가 집안에 있었는데 다음 순간 멀리서 본 서울 공간이 나오면 유저는 시공간을 점프한듯한 느낌이 받게 됩니다. 이러한 장면 전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예 공간을 이동하지 않거나 블랙아웃을 사용합니다. 즉 화면이 암전되었다 다시 켜지는 방식입니다. 보다 능동적인 VR 애니메이션에서는 이동 포인트에 일정 정도 시선을 두어 유저가 이동을 결정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렉티브에 의한 차이를 들 수 있습니다. 게임과 달리 VR 애니메이션에서는 어떤 미션을 수행하기보다는 어떤 이야기나 상황을 감상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VR에 특징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기에 콘솔을 가지고 인터렉티브 요소를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부분적으로 물건을 움직일 수 있거나 바다 속에 있는 영상인데 물고기들을 잡으려고 하면 흩어지거나 하는 것들이 대표적입니다. 인터렉티브가 많은 게임과 인터렉티브가 없는 영화와의 중간에서 VR 영화나 애니메이션이 앞으로 어떤 태도를 취하게 될지는 저도 무척 궁금합니다.
이렇게 VR 애니메이션 스토리텔링의 특징을 알아보았습니다. 3번에 걸쳐 단편, 장편, VR 애니메이션 스토리텔링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요. 애니메이션을 창작하려는 여러분들께 많은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01. 이 강좌에 대해서
다양한 VR 애니메이션 사례를 통해 VR 애니메이션의 특징에 대해 이해하고, VR 애니메이션이 다른 장르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알아본다.
02. 강사 소개
장형윤 (애니메이션 감독)
03. 강사 이력
- 애니메이션 <마왕의 딸 이리샤>, <프롬 더 어스>, <주사>,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내 친구 고라니>, <무림일검의 사생활>, <무림일검의 사생활>, <아빠가 필요해>, <편지>, <티타임>, <어쩌면 나는 장님인지도 모른다> 등 제작 및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