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 안녕하세요. 장형윤입니다. 애니메이션 스토리를 만들려고 할 때 어떤 이야기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앞으로 단편 애니메이션, 장편 애니메이션, VR 애니메이션의 스토리텔링을 공부해 볼 텐데요. 오늘은 단편 애니메이션을 스토리텔링을 알아보겠습니다. 여러분,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을 때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이 강의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려고 하는 분들에게 하나의 지침을 드리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오늘은 단편 애니메이션의 특징을 배워보고요. 다양한 스토리텔링의 형태를 공부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이야기를 찾아보는 과정을 공부해 보겠습니다.
단편 애니메이션의 이해
전문가 : 단편 애니메이션이란 무엇일까요? 단편 애니메이션은 숏필름. 즉 짧은 러닝 타임을 가지는 애니메이션이라는 말이죠. 하지만 훨씬 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TV 애니메이션이나 디즈니나 지브리 애니메이션과 같은 장편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편 애니메이션은 개인의 표현이나 예술성을 더 강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단편 애니메이션은 하나의 감정 또는 하나의 소재로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작가적인 태도
전문가 : 단편 애니메이션 작가가 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중국의 영화감독 지아장커는 영화를 한다는 것은 부유하는 인생을 선택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모든 영화와 인디밴드 등과 마찬가지로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것 또한 안정되지 않은 인생을 선택한다는 뜻입니다. 다 그렇지는 않지만 대게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사회와 사람과의 관계에서 대부분 마찰 지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사회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별 문제가 없는 사람들은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욕망이 적은 편입니다. 어쩌면 근본적인 어두움이 이러한 예술작품을 만들게 하는 원동력일지도 모릅니다.
단편 애니메이션은 주로 영화제에서 소개되고, 소수의 관객들에게 소개됩니다. 물론 유튜브와 같은 SNS를 통해 불특정한 다수에게 공개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편 애니메이션의 제작기간이 보통 1년에 가깝고 한 달에 한편씩 지속적으로 올리기 어렵다는 면을 생각하면 아직도 단편 애니메이션의 주 관객은 전통적인 방식, 즉 영화제에 오는 관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은 주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던 학생이거나 그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인데요. 여러분들이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 중에 하나라면 일단 어떤 소재로 작품을 만들어야 할까 고민을 하게 됩니다.
단편 애니메이션 스토리텔링
전문가 : 이제 어떤 식으로 소재에 접근하면 좋을지 이야기 해 봅시다. 첫 번째 방법.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 만들 수 있습니다. 나의 현재를 이야기하는 영화는 좋은 영화이고 세계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영화는 나쁜 영화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위대한 작품은 작가의 개인적인 고민과 체험을 담고 있죠. 보통 우리는 영화로 만들만한 체험 같은 것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김예원 감독의 죄악의 나날들을 보면 자신의 일본 유학 생활 때 겪은 경험을 작품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감독은 작품을 자신의 경험으로 만들고 있는 이유에 대해 ‘내가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이야기를 만들자고 생각했다.’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자신의 경험은 자신이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것들 중 하나입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방법은 먼저 자신의 경험 중에서 강렬하고 인상적인 것들을 리스트로 작성하고 그 중 작품이 될 만한 소재를 찾으면 됩니다. 간단하게는 시기를 어렸을 때, 고등학교 때, 현재 생활로 나누어 보는 것도 좋겠죠.
여기서 인상적인 부분이 있는데요. 소재를 찾을 때 주로 어렵고 힘들었던 기억이 좋은 기억보다 작품으로 만들기 좋은 소재가 된다는 점입니다. 사랑의 아픔, 인간의 죽음, 가족과의 갈등, 친구와 우정의 갈등, 사회생활의 어려움 등이 좋은 소재가 됩니다. 이때 행복했던 기억만으로는 보통 작품이 되기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예술 작품은 인간의 깊은 감정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만약 행복하고 좋고 돈도 잘 벌고 있는 내 모습에 대해 다루는 작품이 있다면 , 관객입장에서는 그냥 감독의 자랑을 영화로 본다고 느끼게 되겠죠. 그래서 슬픈 일이 소재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너무 힘든 소재에 관한 경우는 충분한 시간을 주고 만드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의 죽음’ 같이 자신에게 깊은 정신적 고통을 주었던 사건을 작품으로 만든다면 만드는 과정이 또 다른 고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작품을 만드는 것은 작가에게도 치유의 과정이 되어야 되기 때문에 아직 아픔이 객관화되지 않는 경험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캐릭터로 이야기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이 방식은 먼저 특징을 가진 캐릭터를 먼저 생각하고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인데 경험으로 만드는 방식과 달리 어떤 제한도 없는 방법입니다. 먼저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가 가지고 있을 것 같은 이야기를 생각하면 됩니다. 예시를 한 번 들어볼까요? ‘아빠가 필요해’라는 제 작품입니다. 소설가 늑대가 어느 날 딸을 키우게 된다는 내용인데요.
먼저 늑대와 6살 여자 아이 캐릭터를 만들고 이 두 사람이 겪게 되는 이야기를 생각해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먼저 그리고 거기에다가 이야기를 붙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평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이때 이야기는 캐릭터 가장 안 어울리는 상황에 처했을 때가 재미있는데요. 이런 것을 아이러니를 이용한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이 작품에서는 무서운 늑대가 아이를 키워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되죠.
세 번째 방법은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다큐멘터리는 실제 있었던 일을 기록하는 것인데 다른 사람의 체험을 소재로 만든다는 점에서 첫 번째 자신의 경험으로 만드는 것과 차이가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해금니’는 탈북자를 실제 인터뷰한 후 인터뷰 내용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북한의 인권 실상을 알리는 작품으로 많은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은 자신이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전쟁이나 극적인 사건을 경험한 타인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주인공만 잘 찾을 수 있다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확률이 아주 높은 방식입니다. 또한 이 방식에서 꼭 엄청난 사건을 겪은 사람을 인터뷰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주변의 할머니나 가족을 인터뷰해 작품을 만든다고 해도 자신이 몰랐던 새로운 면을 발견하면서 작지만 따듯한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네 번째는 어쩌면 가장 생소한 방식일지도 모르는 실험 애니메이션(Experimental Animation) 방법입니다. 과연 무엇에 대한 실험일까요? 이 작품은 일본의 애니메이션 작가 미즈에 미라이의 ‘잼’이라는 작품입니다. 음악에 맞춰서 세포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인데요. 여기서 실험이라는 것은 이야기적인(Narrative) 실험을 뜻합니다.
보통의 영화와 애니메이션들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컷들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실험 애니메이션의 중심을 담당하는 것은 음악입니다. 그러니까 음악이 중심이 되는 이미지의 배열이 되겠네요. 이러한 방식의 장점은 이미지가 주인공이 되는 작업을 할 때 발휘됩니다. 추상 이미지들의 애니메이션 움직임을 표현할 때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이 방식은 만드는 작가가 많지 않기 때문에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만 있다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에 배워본 여러 가지 방법 중에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일단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까지 배운 네 가지 이야기를 모두 시도해 보는 것입니다. 네 가지 방식의 이야기를 모두 생각해 봅니다. 생각이 안 나는 방식은 포기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세 가지 정도는 시도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방식 당 3줄 정도 짧은 글과 이미지를 하나를 그립니다. 하나의 이미지와 짧은 글을 만들고 나면, 이야기를 더 발전시켜 보고 싶은 것과 아닌 것이 구분이 되기 시작합니다.
그림과 글을 적었는데도 아직 정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좋은 신호입니다. 자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는 것이죠. 이제 이야기들을 네 개의 이미지와 6줄 정도 되는 이야기로 만들어 보세요. 모든 것이 더 구체화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이 이미지를 가지고 주변 사람에게 보여주세요. 꼭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이야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가 어떤 점이 재미있는지 말해줄 수 있습니다. 주변 사람의 이야기도 들었다면 이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 무엇인지 생각해 보세요. 애니메이션 작업은 일반적으로 오래 걸리는 일이기 때문에 6개월 이상의 관심과 열정을 기울일 수 있는 이야기여야 작품으로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이 됩니다.
이상으로 단편 애니메이션 스토리텔링에 대해 이야기 해보았는데요. 만약 애니메이션을 만들려고 하는 욕심이 있다면 계획을 가지고 실행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서울애니메이션 센터는 애니메이션 제작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제작지원을 통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감사합니다.
01. 이 강좌에 대해서
단편 애니메이션의 특징과 다양한 스토리텔링의 형태에 대해 습득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본다.
02. 강사 소개
장형윤 (애니메이션 감독)
03. 강사 이력
- 애니메이션 <마왕의 딸 이리샤>, <프롬 더 어스>, <주사>,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내 친구 고라니>, <무림일검의 사생활>, <무림일검의 사생활>, <아빠가 필요해>, <편지>, <티타임>, <어쩌면 나는 장님인지도 모른다> 등 제작 및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