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 ‘드라마를 쓰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철칙이 있으신가요?’라고 조금 이제 너무 광범위한 질문인 것 같긴 합니다만 말하자면 어떤 등장인물들을 등장시킬 때나 이야기의 소재를 가져올 때, ‘뭐 아무리 재미있는 소재라도 이런 소재는 다루지 않겠다’거나 혹은 ‘내가 어떤 이야기를 써나갈 때 있어서 반드시 이런 이야기는 그 이야기 속에 담고 싶다’거나 하는 개인적인 어떤 철칙 같은 게 있으신지 그게 좀 궁금합니다.
김은희 : 그렇게 디테일한 철칙은 아닌데요. 그냥 저는 제가 막힐 때마다 그걸 처음 기획할 때 기획할 때마다 생각하는 건 ‘나만 재밌는 얘기가 아닌가?’를 계속 생각을 하는 거 같아요.
그러니까는 괜히 작가 혼자 자기가 되게 많이 들어간다는 얘기를 하잖아요. 그러니까 남들도 재밌어 하는 얘기를 계속 만들려고 노력을, 그러니까 두루뭉술한 얘기일 수도 있긴 있겠지만, 막힐 때마다 맨날 그 생각을 하는 거 같아요. 이게 나만 혼자 재밌어서 막히는 게 아닐까 약간 그런 생각을 계속 하는 편입니다.
진행자 : 자신이 드라마를 써나가면서 항상 이거를 시청자 입장 그러니까 타자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내 드라마를 쳐다보려고 노력한다. 사실 그게 쉽지는 않잖아요.
김은희 : 그래서 모니터 요원들을 굉장히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많이 둬요. 일단 예를 들면 ‘우리 언니 같은 일반 주부는 어떻게 볼까?’ 약간 좀 그런 식으로 해서 좀 많이 듣는 편이죠.
진행자 : 제가 추가질문을 하나 좀 드리면 근데 그 많은 모니터 요원들이 자신을 ‘이 드라마 이야기가 너무 재밌다’라고 생각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조금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을 때 이 때 좀 갈등할거 같아요. 왜냐면 작가의 나의 감을 믿어야 되는 건지 아니면 모니터 요원들의 어떤 의견을 수렴해서 방향을 바꿔야 되는 건지.
김은희 : 모니터라는 게 결국에는 많은 얘기를 듣기도 듣지만 결국은 중심을 잡아야 되는 건 작가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생각했을 때 문제점과 부합이 되는 어떤 모니터들 좀 많이 취합을 하고 정말 말도 안 되는 건 그냥 버리고 근데 그러면서 내 자신이 다시 한 번 그 중심을 좀 다잡는 작업인거 같아요.
진행자 : 결국 자기 작품에 푹 빠져있지만 그 작품의 정도 이상으로 빠져서는 또 안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 참 쉽지 않습니다. 작가라는 직업이 말이죠. 어떠세요? 김은숙 작가님은?
김은숙 : 지금 계속 생각을 해봤는데, 그 인구에 회자되는 얘기 있잖아요. 제가 언제 했는지 잘 기억이 없지만 뭐 ‘남의 돈으로 예술하면 안 된다’라고 제가 치기 어리게 뱉어놔서 근데 저는 지금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랑 같이 작업하는 그 스태프, 배우 포함하면 100명에서 150명 정도 되거든요. 거기에 제작사 뭐 방송국 포함하면 더 되겠죠. 근데 요즘 드라마는 굉장히 많은 돈이 들어요. 그 제작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저랑 같이 작업을 해서 돈 못 받으면 안 되고 저는 먹고 사는 문제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배우들도 제 드라마에 아주 작은 역이라도 출연을 했으면 프로필에 이름을 올렸을 때 아 거기서 그 귀신. 아 거기서 뭐 저승사자 정도 기억할 수 있는 대사를 줘야 된다고 생각하고, 그게 다 먹고사는데 중요하거든요. 그 다음에 스태프들도 어쨌든 월급 나가고 밀리지 않게 그렇게 하는 것들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랬고 지금도 ‘다 같이 잘 먹고 살아야 된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진행자 : 지금 굉장히 중요한 얘기를 해주신 거 같아요. 사실 그 이야기 아마 여러분도 꼭 한 번쯤은 생각해보셨으면 좋겠는 게 뭐냐면 ‘남의 돈으로 예술하면 안 된다’라는 건 뭐냐면 내 작품 세계에 흠뻑 빠져서 그 수많은 사람들이 제작비를 투여하고 그 현장에서 같이 움직여줬는데 그들에게 어떤 경제적인 불이익을 끼치게 된다거나 혹은 또 다른 사람들이 이 작품에 참여한 것이 단지 시간의 낭비에 그치는 그러한 작품이 돼서는 안 된다라고 하는 말하자면 ‘배의 선장님 같은 그런 마인드로, 작품을 써나가야 된다’ 하는 이야기를 지금 해주신 거 같아요. 제가 옛날에 배울 땐 그걸 이제 등장인물의 체면이라는 표현을 쓰시는 분도 계셨는데. 내가 어떤 캐릭터를 하나 만들었으면 그 캐릭터가 등장하고 퇴장할 때 그들의 체면을 좀 지켜줘야 된다. 그래서 그들의 연기에 어울릴만한 대사와 장면 하나씩은 줘야 되지 않겠느냐 그런 이야기를 얼핏 배웠던 기억이 있는데 아마 그런 이야기를 지금 해주신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좀 가벼운 질문 한번 해보겠습니다. 앞서 나왔던 질문인데 그래도 이 질문 꼭 한번은 하고 넘어가야 될 거 같아요. 영감이 막힙니다. 더 이상 글이 써지지 않아요. 이건 사실 어떤 그 이것이 정답이라는 건 없을 거 같아요. 작가님들만의 어떤 개인적인 뭐 습관, 버릇. 나만의 어떤 뭐 방식 이런 건 있을 거 같거든요.
‘뭐 산책을 나간다’ 혹은 ‘뭐 막 사진집을 뒤져본다’라는 작가님도 계셨고, ‘남의 드라마를 계속 쳐다본다’라는 작가님도 계셨는데, 어떻게 이제 그런 부분들을 개인만의 어떤 방법으로 해결해나가시는지 궁금합니다.
김은숙 : 저는 그렇게 고상한 건 안 해봤고요. 일단 컴퓨터를 끄고 자요. 그 도망을 가죠. 잠 속으로. 자고 일어나면 그럼 책상 앞에 가요 생각을 해내죠. 맨날 그랬어요. 그래서 일단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려면 먹고 자면 더 좋아요. 먹고 자고. 속이 부대끼게 일어나가지고 “아, 시간을 이렇게 6시간이나 까먹었네” 막 하면서 다시 책상 앞으로 가죠. 아니면 자거나 혹은 톡으로 ‘은희야 뭐해?’ 그랬던 것 같아요.
김은희 : 저도 뭐 그렇게 특별하게 뭐 산책을 하거나 그런 건 없는 거 같고. 계속 쥐어짜는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그러니까 뭐 컴퓨터 앞에 앉아있건 근데 거의 저는 밤을 꼴딱 새요. 밤을 꼴딱 새고, 7시 아침 7시쯤에 해가 뜰 때 너무 못견뎌가지고 잠들 때쯤에 약간 해답이 조금 나오더라고요.
약간 근데 대신 24시간 밤을 새야 돼요. 안 그러고 자면 안 나와요.
진행자 : 아까 마감이 최고의 영감이라 그랬는데 두 번째 영감은 무거운 엉덩입니다. 어떤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게 아니라 마치 인디언 기우제처럼요. 비가 오지 않으면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한다라고 그러는데 영감이 안 나오면 영감이 나올 때까지 짜내는 것이 바로 프로작가들의 방법이다.
김은숙 : 어느 유명한 분이 그 얘기했는데, 영감은 오지 않는다. “영감이 오게 네가 책상 앞에 좀 앉아있어” 라고 얘기하신 분이 계셨어요. 이게 정답인거 같아요. 저도 기본적으로 영화 많이 보고요. 책 많이 읽고요. 미드 많이 보고요. 한국 드라마 거의 다 봐요. 저는 다른 사람들과 드라마 얘기하면 되게 깜짝 놀라요. 저는 그 일일극 이런 것들도 보거든요. 그러니까 어떤 드라마건 보고 있으면 배울게 한 가지는 있어요. 그 드라마가 뭐든. 그러니까 그냥 주부님들 보시라고 나오는 드라마든 아니면 요즘 젊은이들을 겨냥한 드라마든 그 텍스트가 뭐가 됐든 책 등, 지금 이 대본에도 뭔가 건질게 하나가 있다니까요. 그러니까 그게 무슨 명작을 읽어서 공부가 되는 게 아니라 무엇을 보든 ‘아, 저 사람은 어떻게 저 상황에 저런 대사를 생각했지?’라고 하는 것들이 아무리 못쓴 드라마건 아무리 못쓴 소설도 하나씩은 있어요. 그러니까 그러면 ‘아, 이 사람은 어떻게 여기까지 갔을까?’ 뭐 그렇게 질투하고 생각하고, 뭐 이런 것들이 어려서부터 그랬던 거 같아요. 어려서부터 기본적인 독서량이 있겠죠? 막 그 대사를 생각하자 하고 하는 독서는 아니고 하는 드라마 보기는 아니지만 좋아서 하 는걸 이길 사람은 없어요. 제가 그 하는 모든 시간이 재밌고 하니까 더 재밌는 걸 찾아내는거죠. 그 안에서. 어? 저 대사 대박! 하면서 더 재밌어 지는 거죠. 그 드라마가 저한테, 그 책이. 그래서 딱히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아니고 근데 타고나는 것도 있지 않을까요?
진행자 : 드디어 좌절의 순간이 왔습니다.
김은숙 : 아니, 나는 이런 거 해보면 나오는 질문 중에 꼭 그런 게 있어요. 아 작가님 저는 제가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자기가 재능이 있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이러는 거예요. 난 그 사람이 너무 이상했어요. 그 자기가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데 여기 왜 앉아있지? 다른 일을 해야죠. 이 일은 재능이 있어도 성공 못할 확률이 되게 높거든요. 드라마 작가를 한다는 게 운도 따라야 되고, 뭔가 여러 가지 것들이 있잖아요. 근데, 자기가 재능이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른다면서 앉아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는 얘기 안했고 뭐라고 얘기했냐면 “당신이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아직까지 몰랐다는 건 당신 주변에 재능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거다”, 모니터를 해줄 재능 있는 사람에게 모니터를 받아보면 혹은 주변에 글 쓰는 같은 친구들이 있으면 다른 친구 것을 자기가 모니터만 해봐도 “아 얘보다 못 쓰네 그럼 재능이 없지 걔보다. 얘보다는 잘 쓰는거 같네? 그럼 걔 하나 이긴 거야”, 걔보단 재능이 있는 거죠. 그래서 자기가 거르고 거르다보면 ‘내가 이 그룹에서 이 정도는 되는거구나’, 혹은 더 상위 그룹으로 상위 그룹으로 하다 보면은 방송국에서 하는 무슨 공모전이 있는 거고, 여기도 콘텐츠 진흥원 여기 이곳도 있다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내보고 신춘문예 내보고 해서 떨어지면 아 나보다 재능 있는 애가 붙었구나. 합격을 했으면 아 나는 이 정도 합격할 정도는 되는구나. 그럼 그 다음으로 나아가야 되는데 너무 그 얘기를 하고 있어서 놀라웠어요. 난 9살 때 알았거든요.
진행자 : 10살 때부터 안 사람들은 다 늦은 겁니다.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신거 같아요. 어떻게 보면 냉정하게 들릴 수 있지만 사실 그 문화와 예술에 종사하겠다라는 분들에게 아프지만 해드릴 수 밖에 없는 이야기가 있다면 ‘재능이 없다면 빨리 다른 것을 하는 것이 더 낫다’라는 것이죠. 그러니까 사실은 이게 그 또 다른 사회에서 마찬가지로 경쟁의 부분들도 있을 수 있고, 또한 자신이 열심히 한다고만 해도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아마도 그런 이야기를 지금 해주신 게 아닌가. ‘지금의 나를 좀 냉정하게 쳐다 봐야 된다’, 그 얘긴 부지런히 내 세계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모니터를 부탁하고 남의 작품들을 읽어나가야 된다’ 그런 이야기로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김은숙 : 진짜 말씀을 잘하시네요. 아까 대기실에서 뵀던 그 분이 아닌걸요.
진행자 : 아까 대사에 대한 그 문제가 조금 작가님 이야기에다가 덧붙여드리자면 제가 옛날에 최동원 감독님하고 만나 술을 마신 적이 있는데, 그때 깜짝 놀랐던 게 있어요. 아마도 작가님들이 다 그런 공통의 특징들이 있으신 거 같은데. 무슨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조금 재밌는 얘기를 했더니 “그 얘기 참 재밌네요.” 그러더니 수첩을 꺼내서 적으시더라고요. 그러면서 “그 얘길 나중에 좀 써도 되겠습니까?”, “예! 얼마든지 쓰십쇼.”라고 하면서 제가 느낀 게 아 늘 뭐 특별하게 하지 않아요? 거꾸로 이야기하면 언제나 안테나를 세워놓고 주변에 모든 것으로부터 모든 것들을 수집하고 있구나라는...
김은희 : 진짜 김은숙 작가는 그렇지만 저는 하기가 힘든게 저는 막 일상 생활 누구 죽여봤어? 뭐 그런 얘길 할 수가 없잖아요.
진행자 : 아 장르물이니까. 너 좀비를 만나봤니 막 이런 얘기를 할 순 없으니까.
김은희 : 어떻게 할거야. 그런 얘기는 못하니까. 근데 김은숙 작가 같은 경우는 약간 로코다보니까 일상적인 대화들이 많잖아요. 정말 완전히 술이 취했는데도 누가 무슨 얘기했더니 “그 대사 좋다.” 그러면서 쓰러지더라고요.
김은숙 : 그래서 그거 막 적어요. 다음날 그 요즘은.
김은희 : 옆에 보조 작가 애들이 계속 적어놓더라고요.
김은숙 : “그거 적어놔, 저거 적어놔.” 그래서 말씀하신 게 정확히 맞아요. 저는 정리를 잘 못하고 말씀을 드렸는데, 항상 꽂히는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서 그 요즘은 메모 기능 그것도 이제 메모 막 하다가 귀찮아서 녹음을 하죠. 다시 얘기해봐. 그래서 저도 막 생각나는 게 있으면 녹음해놓고 메모해놓고 보조 작가 친구들하고 같이 있으면 “저거 적어놔, 나중에 한꺼번에 얘기해.” 적어놓으라고 했던 것들을 다 받고 그래서 항상 그런 거 같아요.
그래서 재밌는 사람들과 있는 걸 좋아해요. 그 뭔가 나에게 나를 긴장시키고 그 솔깃하게 하고, 말 한마디도 똑같은 말을 해도 굉장히 재치 있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과 있는 시간들을 많이는 못 만나지만, 만나면 놓치지 않으려고 하죠. 그가 어떤 말을 했는데 되게 재밌으면 적어 놓고 항상 그런 편입니다.
01. 이 강좌에 대해서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중요한 법칙은 무엇인지, 드라마의 소재나 스토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자신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는지 등을 김은희, 김은숙 작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02. 강사 소개
김은숙 (드라마 작가)
03. 강사 이력
김은희 - 제52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극본상 수상 - 제5회 아시아태평양 스타어워즈 작가상 수상 - 드라마 <싸인>, <유령>, <쓰리 데이즈>, <시그널> 등 극본 집필
김은숙 - 제41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극본상 수상 - 제53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 수상 - 드라마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온에어>, <시티홀>,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태양의 후예>, <도깨비> 등 극본 집필
연계과정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 김은숙&김은희 1 : 신(Scene) 세 개로 본 드라마 완성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