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 안녕하세요.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입니다. <한눈에 살펴보는 우리(한국) 뮤지컬 이야기> 오늘은 그 마지막 시간으로 요즘 우리나라 뮤지컬의 현안과 시장의 특성, 그리고 여러 가지 논의해 보아야 할 다양한 이야기들을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얼마 전 한국경영지원센터가 조사한 공연예술실태조사가 발표됐습니다. 2017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공연계의 총매출이 약 8,132억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공연 장르별로 티켓판매수입을 살펴보면, 뮤지컬이 전체 매출의 57.8%, 절반을 훨씬 넘는 수치를 차지하고 있고요, 2위인 연극이 17.5%, 3위인 양악이 8.8% 그리고 복합공연, 국악, 발레, 오페라, 무용 순으로 매출 구조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터파크라는 민간사업체에서도 역시 비슷한 조사가 발표되었는데요. 그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뮤지컬의 2017 매출 규모는 약 5,500억 원 수준이라는 평가가 등장하기도 했었습니다. 정말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팽창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이 수치는 지난해에 대비해서, 그러니까 2016년에 대비해서 약 27% 이상이 성장한 수치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뮤지컬의 가파른 성장세를 극명하게 느끼실 수 있는 그런 조사 결과들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문화산업으로서 뮤지컬의 현황, 아직은 단일 장르로 영화나 방송, 게임에 비할 수준은 못된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뮤지컬은 가파른 매출 신장과 여전히 잠재된 성장 여력 그리고 가능성 측면에서 여타 문화산업 분야에 비해서 매우 유망한 산업분야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 뮤지컬에 대한 특성과 현황을 파악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발전방향을 고민해야 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평가할 만하겠죠.
스타 마케팅과 팬덤 문화
전문가 : 시장은 가파르게 팽창하고 있지만 한국 뮤지컬 시장이 선순환의 건강한 생태계를 지니고 있는가에 대해 자문해본다면, 아쉽게도 사실 긍정적인 대답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스타 마케팅과 팬덤 문화와 결합된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 빈익빈 부익부의 구조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한데요. 공연이 흥행하면 할수록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외국 원작자와 뮤지컬에 출연한 스타 배우뿐이라는 문제점에 대한 지적들이 그렇습니다.
뮤지컬 산업의 매출구조와 특성 그리고 한국 뮤지컬의 고군분투
전문가 : 이는 뮤지컬 산업의 매출 구조를 분석해도 알 수 있는 문제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공연은 그 매출 구조를 따져보면, 하루에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동시에 공연을 볼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며칠이나 지속할 수 있는지에 따라 그 전체 규모가 달라지는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루에 들어오는 관객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리고 공연을 오래 하면 할수록 더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장 특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공연장의 크기에 따라 시장을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어, 뮤지컬의 메카라 불리는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나 영국 런던의 웨스트엔드의 경우, 평균 500석 이상의 공연장들을 주요한 공연장의 형태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대형 공연가 이렇게 말하는 곳은 다 500석 이상의 공연장들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죠.
이보다 규모가 작은 경우, 그러니까 오프브로드웨이나 오프오프브로드웨이 혹은 프린지라는 용어를 사용해 별도의 시장으로 분리해서 보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오프브로드웨이란 표현은 100석보다는 많고 500석보다는 작은 공연가를 말하는 것이고요, 오프오프브로드웨이란 것은 100석이 안 되는 규모의 공연가를 지칭하는 표현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프린지라는 표현도 마찬가지인데요.
이 프린지 공연가라는 표현은 사실은 스코틀랜드의 주도인 에든버러에서 축제가 열리면서 비롯된 표현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2차 세계대전 당시 스코틀랜드의 젊은이들이 많이 전쟁에 참여를 했습니다. 부상을 입거나 세상을 떠난 경우가 흔했었죠. 전쟁이 끝났는데요. 스코틀랜드 사회 분위기는 아주 침체된 경험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들의 흥을 북돋아주고자 해마다 8월이 되면 3주씩 축제를 열기 시작을 했는데요. 그것이 바로 그 이름도 유명한 에든버러 페스티벌입니다.
처음 에든버러 페스티벌이 올려졌을 때 공식 초청을 받지 못했던 작은 극단들이 도시 외곽에서 텐트 극장을 만들고 공연을 했다는 기록들이 있어요.
그때 한 기자가 이 공연들을 돌아보면서 공식 초청작들 보다 이 도시 외곽에 있는, 즉 프린지에 있는 작은 공연들이 훨씬 더 재미있다 이런 기사를 쓰게 됐는데요. 그때부터 주류 산업이 아닌 일종의 언더그라운드 시장에서 만들어지는 작은 형태의 공연들을 프린지 공연가 이렇게 부르게 됐습니다.
오프 혹은 오프오프브로드웨이와 프린지는 그래서 비슷한 개념이라고 설명드릴 수가 있겠죠.
공연장의 규모에 따른 분류는 시장의 속성과도 또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공연장의 크기를 기준으로 대극장과 소극장을 구분하고, 뮤지컬이 지향하는 목표에 따라 예술성과 대중성 혹은 오락성을 다시 대척점에 놓는다면, 뮤지컬 공연가는 크게 네 가지 성격의 시장들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대극장이면서 오락성을 추구하는 1영역이 있고요, 대극장이면서 예술성을 추구하는 2영역, 또 소극장이면서 오락성을 추구하는 3영역과 마지막으로 소극장이면서 예술성을 추구하는 4영역으로의 구분이 바로 그런 사례입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극장가들은 1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 그러니까 대규모 투자와 그에 따른 대규모 수익이 창출될 수 있는 본격적인 의미에서의 상업시장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죠.
반면, 오프나 오프오프 혹은 프린지의 영역은 아주 이상적인 영역으로 4영역에 속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객석의 규모가 작으니까 그만큼 자본 혹은 투자로부터 자유로운 예술적 실험이나 도전들이 등장할 수 있는 그런 시장 영역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죠.
규모에 따른 시장의 구분은 다시 뮤지컬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건강한 관계로 작용될 수도 있습니다. 4영역의 소극장 공연가에서 자본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실험과 도전, 다양한 예술적 표현의 경험과 이로 인한 인력의 테스트가 이뤄지면, 이를 통해 검증된 인력이 다시 1영역의 대극장 공연가에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다양한 도전들로 변화된다는 그런 구조입니다.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뮤지컬 산업은 이런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가의 여부가 바로 그런 문제의 배경이 되고 있어요.
오히려 대극장이면서 공공적 자본이나 예술적 체험에 방점을 둔 2영역의 작품들과 소극장이면서도 다양성보다 오락성이나 대중성에 집중하고 있는 3영역의 시장이 우리나라에서는 더 발달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자문해 보고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단계별 시장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들의 등장
전문가 :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뮤지컬 작품들의 단계별 성장을 돕는 다양한 노력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영상물과 달리 공연은 완성된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해 지난한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 일종의 담금질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작품이 완성도를 갖출 때까지 이를 돕는 여러 과정들을 고안해 볼 수가 있는데요.
예를 들자면, 악보나 대본만으로 시연을 해보는 독회, 영어로는 Reading이라고 하는 그런 기회를 가져볼 수도 있고요, 간이무대나 적은 소품 등만을 활용해 실험적인 단계에서의 공연을 올려보는 워크숍 공연 혹은 트라이 아웃 공연들도 있습니다. 정식 오픈을 앞두고 일정 기간 연습공연을 경험하는 프리뷰 제도들도 바로 그러한 사례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형태에 따라 공연가에는 암묵적으로 지켜지는, 특히 영미권 공연가에서는 서로 약속처럼 지켜지는 여러 가지 일들도 발생을 하게 되는데요.
예를 들자면, 트라이 아웃 공연이나 프리뷰 때에는 평론가들이 그 작품에 대한 평가를 지면에 싣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연습 과정에서는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경주되는 것이고 작품에 대한 평가, 리뷰 같은 것들은 정식 오픈을 했을 때만 비로소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서로의 약속이 작용을 하고 있다, 이 담금질 과정에 대한 배려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고 해석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문화예술위원회가 주축이 되어 진행되는 창작산실 같은 프로그램이 바로 이런 사례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해마다 여름이면 대구에서 열리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줄여서 DIMF라고 이야기하는데요. 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행사입니다. 이 DIMF의 경쟁부문 중에 창작 뮤지컬 지원 사업이 있어요. 바로 그 담금질의 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민간 차원에서는 CJ 문화재단의 크리에이티브마인즈 프로그램도 있고요, 우란문화재단의 뮤지컬 육성 프로그램 등이 앞서 설명드린 그런 뮤지컬 완성도를 더하기 위한 담금질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라고 평가할만합니다. 하나의 뮤지컬 콘텐츠가 상업성을 지닌 결과물로서의 완성도를 갖추기 위해서 이러한 담금질의 과정을 통한 단계별 시장에서의 검증, 절대적으로 뒤따라야 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결국 좋은 콘텐츠의 등장은 천재 같은 소수의 크리에이터에 의해서 주도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서 육성된다는 이해가 바탕이 될 때 비로소 우리나라 뮤지컬 작품들의 건강한 발전, 그리고 해외 진출이라는 그런 목표까지도 달성될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한국 뮤지컬 산업이 고민하고 모색해야 할 문제점이 바로 이 부분들이고요, 앞으로 해결돼야 되는 현안들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4차 산업 혁명이 뜨거운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요즘 우리나라 뮤지컬 산업도 어떤 방식으로 변화되어야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4차 산업 혁명은 아무래도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다양한 산업 분야들을 보다 자동화 시키고 기계화하고 또 AI와 같은 방식들을 통해서 새로운 접근을 모색하는 부분들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한국 뮤지컬 산업도 이러한 것들과 연계를 해서 다양한 도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뮤지컬 산업에서도 예를 들어서 통합 전산망 같은 것들이 구축이 돼서 기초적인 데이터를 마련을 하거나 이것들을 통해서 정책을 모색하려고 하는 다양한 노력들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데요. 이런 변화들이 아마 4차 산업 시대에 뮤지컬의 앞길, 앞으로 나아갈 길들에 대한 여러 가지 논의들도 가지고 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네 차례 강의를 통해서 한눈에 살펴보는 우리 뮤지컬의 현안들 알아봤습니다. 이 강의를 통해서 모쪼록 우리나라 뮤지컬 산업에 대한 이해를 도모할 수 있는 계기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01. 이 강좌에 대해서
뮤지컬 산업의 매출구조, 뮤지컬의 단계별 성장, 4차 산업혁명 반영에 따른 변화 등 우리나라 뮤지컬의 성장 노력들에 대해 살펴본다.
02. 강사 소개
원종원 (뮤지컬평론가)
03. 강사 이력
- 순천향대학교 교수 - 방송 <공연에 뜨겁게 미치다> 진행 - 공연 <원종원의 강연 콘서트-뮤지컬 스토퍼스> 진행
- 주크박스 뮤지컬(커뮤니케이션북스, 2015) - 뮤지컬(커뮤니케이션북스, 2014, 2013) - 원종원의 올 댓 뮤지컬(동아시아, 2006) - 뮤지컬 티켓 없으면 훔쳐라(세상의창,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