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작품의 소재는 어디서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라디오를 많이 들어요. 제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 라디오에 사연을 많이 보내잖아요. 그래서 그 사연들을 보면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그런 이야기들도 듣게 되고 <형>도 라디오를 들으면서 고3 때 시력을 갑자기 잃은 어떤 학생의 전화 연결을 들으면서 도대체 이 친구 옆에는 어떤 가족들이 있으면 이 친구가 이렇게 밝고 건강할까? 거기에서부터 시작했던 거고 <파파로티>는 그 실제 주인공이 스타킹에 나왔었어요. 그 때 선생님 표정을 봤거든요. 눈감고 그 친구를 응원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저 선생님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 ‘책도 많이 읽어야 된다.’ 이런 이야기도 많이 하는데 저는 라디오 많이 듣고 산책 많이 하고 그래요.
Q2. 소재를 얻은 후 주제로 연결하는 과정이 어려운 것 같은데 작가님은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그런데 그거는 좀 다른 이야기인 것 같아요. 소재를 정했으니까 이거에 적합한 주제를 정해야지가 아니고 보통 한꺼번에 오지 않아요? 예를 들어 <형> 같은 경우는 시력을 잃은 장애인 국가대표를 꿈꾸는 한 청년 그런 소재를 생각했다면 거기에 이제 이 사람의 개인적인 어떤 운동선수의 파이팅을 쓸 것인가, 어떤 걸 할 것인가 하다가 ‘내가 생각해보고 싶다.’ 라고 소재에 접근했을 때 동시에 오는 마음이 이 사람 곁에 얼마나 필요하고 사랑스러운 가족들이 있을까 그게 동시에 왔거든요. 모든 작품들이 거의 대부분 소재와 주제가 같이 동시에 접목되지 않나요? 뭐가 먼저다 그렇게 방법이 있는 건 아닌 거 같아요.
Q3. 대중적 코드를 읽어내는 게 진짜 어려운 것 같아요. 그리고 대중성에 대한 기준도 조금씩 다르게 해석되는 것 같은데 작가님께서는 대중성의 기준을 어떻게 정하시나요?
A. 저는 머리에 있는 우리 대중들의 생각들을 가슴까지 내려오게 만드는 게 대중성이라고 생각하는데 좀 어렵죠? 형제의 이야기, 부성애 이런 것들이 우리 머릿속에 다 있는 단어지만 관객들이 그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만나면서 머릿속에서 그 단어들이 가슴으로 내려와서 그게 우리가 보편적으로 느끼는 그런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나올 수 있게 되면 대중성에 접근했다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다른 방향으로는 여름마다 쏟아져 오는 블록버스터나 그런 볼거리가 풍성하고 그런 영화들도 너무 좋고 그런 대중적인 거는 여러 가지 면에서 여러 가지가 있지 않을까요?
Q4. 내가 잘하는 장르를 찾는 것이 작가가 되는 첫 번째 과제라고 생각을 하는데 작가님은 어떻게 찾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찾는다기보다도 내가 이미 그 장르를 생각하고 있게 되지 않나요? 이야기를 이걸 써야지 했을 때 연애이야기를 좀 밝게 로맨틱 코미디로 내가 생각하고 있고 내 이야기는 그쪽으로 진행되어 가고 있는 것 같은데 나의 장르를 찾아야지 그런 것 보다는 내가 이미 익숙하게 그렇게 이야기들을 그려나가는 게 나의 장르가 아닌가, 선택하기보다는 자연스러움인 것 같아요.
Q5. 평소에 눈물을 동반한 웃음이라는 코드를 많이 보여주셨는데 이런 휴먼 코미디를 쓸 때 반드시 지키는 법칙이나 노하우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A. 그냥 그 인물이 거짓말의 감정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거짓말의 감정을 가지고 클라이맥스까지 가게하고 그렇게 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말을 어렵게 했는데 그냥 이 극 속에서 이럴법하지, 그럴법하지 그렇게 접근하는 거를 지양하고 정말 얘가 이 상황이 되면 어떤 말이 하고 싶을까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는 것 같고 그리고 그 인물을 나한테 한번 입혀보는 거죠. 내가 정말 이 상황에서 이 아이를 두고 억울하지만 감옥에서 이렇게 죽어야 된다면 내가 이 아이한테 우아하다기보다도 아이를 위해서 좀 평범하게 헤어지고 돌아설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계속 하다가 <7번방의 선물>도 T자 복도 씬이 나온 것 같아요. 어쩌면 다시는 딸을 볼 수 없는 상황인데 살려달라고 매달리지 않을까? 제가 그 인물들에 나를 또 넣어보고 넣어보고 진짜 감정, 이야기를 표현하려고 노력한 것 같아요.
Q6. 대중적으로 관심을 갖는 주제와 소재를 찾았다고 해도 내가 잘하는 장르가 아닐 때 뭔가 포기해야 될 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제가 우리 공부하러 오는 작가 친구하고 둘이 고생한 적이 있어요. 서로 그 친구가 어떤 한 장르에 집중해서 나는 그 친구가 그걸 잘할 거라고 생각하고 둘이 엄청 열심히 했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다시 잡아온 소재랑 주제를 다 세팅을 해왔는데 제가 걱정했어요. 너 이런 거 잘 못하는데 이러면서 '너 인물 짠하게 집중하고 그 너머에 시선을 두고 이런 사람 사는 이야기 너 잘 못하잖아, 어떡하냐 이거 쓰나마나 뻔한 거 아니야?' 그랬거든요. 그런데 오늘 칭찬과 더불어 사과했어요. 왜냐하면 정말 되게 판타지 속에서 엄청난 상상력을 발휘하는 친구라서 이렇게 진중하게 생활 이야기로 쭉 밀고 나가는 건 못할 줄 알았는데 굉장히 디테일 있게 풀 줄거리를 써왔는데 제가 반성했죠. 이렇게 시작하는 작가들에게 '너는 이런 거 잘하는 것 같아', '너는 이런 건 못하는 것 같아' 하는 건 대단히 위험하니까 마찬가지로 '내가 이게 맞을까?' '이거 나 잘 못하는 것 같은데, 접자.' 이런 생각들을 조금 여유를 가지고 한번 해보셨으면 좋겠고 우리가 헤맬 때는 뭐냐 하면 끈기가 부족해서인 것 같아요. 스스로를 못 믿어서 이쯤 되면 빨리 결과물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이게 속도가 안 나가면 내가 이거랑 안 맞는 건가? 이런 생각부터 시작하거든요. 그냥 왜 여기서 멈췄을까를 생각해야지 '나 이거 안 맞는 거 아니야?', '나 이거 잘못하는 거 아니야?' 나로 돌아오면 항상 어느 정도까지의 작품만 쓰고, 쓰고 하다가 포트폴리오로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작품을 쓰기가 어려워지는 거죠.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Q7. 인물 중심의 이야기와 사건 중심 이야기의 장단점이 각기 있을 것 같은데 작가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A. 저도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의 그냥 개인적인 관객의 입장에서의 생각은 인물이 중심이 되는 영화를 보면 아까도 설명 드렸지만 그 두 인물들 간의 어떤 케미, 그리고 되게 디테일 하면서도 예상 밖의 아기자기한 재미들, 그런 것들이 막 견인되는 거죠. 제가 째째한 로맨스 되게 재미있게 봤거든요. 그 영화가 막 큰 사건이 벌어지거나 밀어 붙이거나 그러지는 않는데 그 두 인물들의 함께 어떤 결말로 가는 그 과정이 아기자기 하면서도 재미있잖아요. 캐릭터나 인물 위주로 가는 드라마의 그런 아기자기한 모습 그런 것들이 장점인 것 같은데 단점은 이제 관객층이 한정될 수 있다는 거죠. 반면에 인물들에 집중하기 보다는 아까 사건이나 그런 거에 집중하는 영화 말씀하셨죠? 저도 그렇게 큰 굵직굵직한 사건들로 쭉쭉 밀고 나가는 영화를 보면 막 조바심도 나고 어떻게 될까 궁금하고 거기에 어떤 인물들이 나와서 막 이야기하고 휘몰아쳐 가고 그런 것 보다는 저건 어떻게 해결될까, 저 놈 잡을까? 이런 거에 집중하게 되니까 속도감, 긴장감은 굉장히 좋은 장점인 것 같아요. 그런데 거기에 아기자기함이나 디테일한 재미나 이런 게 덜하다는 게 단점이 될 수 있을까?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그냥 그런 사건 위주의 작품은 엄청난 견인력을 가지고 가지 않는가를 장점으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단점은 모르겠어요?
Q8. 입체적인 캐릭터 개발을 위해 고전을 많이 읽으신다고 들었는데 추천하고 싶은 고전이 있으세요? 혹시 그 이유는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A. 제가 요즘 고전을 많이 읽는다고 어떤 인터뷰에서 나갔는데 많이 읽는 게 아니라 다시 고전으로 독서의 방향을 옮겨 봤더니 좋더라 이게 팩트고요. 제가 고전을 다시 <소포클래스>나 <셰익스피어> 작품들을 다시 보는 건 있어 보이려고 그러는 건 절대 아니에요. 그 안에 놀라운 구성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거지 그런데 지금 질문은 입체적인 캐릭터를 위해서 추천할 고전이 있냐? 고전은 캐릭터 때문에 제가 공부하려고 읽는 게 아니고 오히려 캐릭터를 도와줄 수 있는 다른 책들이 있냐고 질문을 다시 바꿔보면 제가 공부하러 오는 친구들에게 캐릭터 때문에 힘들어요. 그러면 항상 읽어보라고 하는 게 <완득이>라는 소설이 있어요. 영화가 되기 전에 소설이 먼저거든요. 제가 영화가 되기 전에 <완득이>라는 소설을 먼저 읽었는데 거기 선생님과 완득이 캐릭터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이 있고 하나인 것 같으면서도 둘인 것 같고 셋인 것 같고 캐릭터를 정말 잘 활용한 소설인 것 같아요. 그래서 <완득이> 많이 읽어보라고 하고 그리고 캐릭터가 나의 인물을 내가 얼마나 집요하게 끝까지 정말 치열하게 물고 늘어지는 거에 대한 공부는 <굶주림>이라고 하는 책이 있더라고요. 저도 어떤 매체에서 이런 책은 뭐야? 그러고 찾아 봤는데 그런데 <굶주림>이라고 하는 책이 있는데 거기 한 남자가 나오거든요. 기자인가 그런데 하루 써서 하루 먹는 그런 사람인데 옛날 소설이에요. 칼럼을 못 써서 돈이 없어서 굶기 시작했는데 신사니까 허세는 남아 있잖아요. 자기는 잉크로 쓰면서 사는 사람이니까 허세와 함께 그 굶주림을 이겨나가는 게 한권인데 그 캐릭터가 무너지지 않으면서 정말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어요. 그 책도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기도 해요.
Q9. 작가님의 인생 캐릭터를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A. 제가 디자인하는 캐릭터들은 비슷비슷 하기도 한 것 같은데 <파파로티> 나상진 선생님 캐릭터, 그거와 비슷한 캐릭터가 또 보니까 <형>의 두식이네요. 조정석씨가 투덜투덜 하지만 사실은 마음이 깊은 사랑을 가지고 있는 거잖아요. 주로 남자 캐릭터들을 사랑하네요. 솔직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영화 안에서 그 나상진이라는 선생님이 무시하고 투덜거리고 안 하겠다고 도망도 가고 반 욕도 쓰고 자기를 포장하려고 하는 것 보다는 좀 솔직하고 그런데도 마음 아픈 일들은 가슴에 하나씩 있거든요. 그것들을 마음 속 깊이 가지고 있다가 어느 순간 자기가 그 슬픔을 직접 잡아서, 그 트라우마라고 하는 것들을 잡아서 꺼내서 내놓고 회복해가는 그런 과정 그런 것들이 좀 매력적인 것 같아요.
Q10. 1장이 길어진다면 보는 관객들도 되게 지루할 것 같은데 요즘은 사이다 전개가 인기이기도 하고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요즘에 관객들이 기다리는 걸 안 좋아한다 그렇게 생각돼요. 그렇게 많이들 이야기하고 좀 제가 오늘 작곡가한테 들었는데 간주가 사라졌대요. 왜냐하면 예전에 좋은 발라드를 들었을 때처럼 간주를 기다려주는 세대가 아니라는 거죠. 계속 가사와 노래가 휘몰아쳐 가야 되는데 이 영화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자꾸 주춤하거나 이렇게 시간을 놓아두거나 정서를 놓아두거나 이런 것들을 관객들이 좀 지루하다고 생각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사이다 전개라고 해서 막 다 이것도 빼고 저것도 빼고 자극적인 부분, 견인될 수 있는 포인트들만 나열해서 정신없이 가자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제가 딴따라를 썼을 때 1, 2부가 굉장히 속도가 빨랐나 봐요. 전 이제 영화를 쓰니까 그래도 드라마니까 템포를 가지고 썼는데 영화 하는 사람들이 그 대본을 보면 속도감이 좋다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막상 시청자 분들은 '뭐 이렇게 정신없어?', '왜 이렇게 빨라?' 그런 반응이었어요. 뭔 소리 하는지 모르겠어 그래가지고 막 다시 재편집하고 그랬는데 그때 생각했던 거예요. 이게 빠르고 휘몰아쳐가고 그것도 중요하지만 관객 분들한테 혹은 시청자 분들한테 보는 분들이 정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가야 하지 않느냐는 거예요. '쟤가 나쁜 놈이구나, 쟤는 저렇게 시작하는구나, 쟤랑 쟤랑 남매인 거야?' 이 정도 정할 수 있는 시간은 주고 가야지 무조건 사이다 전개라고 막 휘몰아쳐가고 이런 건, 오히려 사이다 전개라는 말은 절정이나 아니면 극의 긴장감 있거나 나쁜 놈을 때려 잡거나 그럴 때 사용되는 것이 아닐까요?
Q11. 내러티브를 구성하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은 어떤 건지 궁금합니다.
A. 그것도 아까 강의에서 말씀 드렸지만 다시 한 번 말씀 드리면 그 포인트들인 것 같아요. 아까 강의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그 포인트가 키 씬일 수도 있고, 그 다음에 1장에서 2장으로 넘어가는 그 전환의 포인트일 수도 있고 그 다음에 캐릭터가 균열이 가기 시작하면서 궁극의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그런 포인트일 수도 있고 이 스토리텔링에서 보는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할 쉼표를 주지 않고 계속 나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게 스토리텔링에서 가장 중요한데 그런 역할로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입체적인 캐릭터, 그 다음에 끊임없이 제공되는 갈등 아니면 절대 못 넘을 것 같은 막강한 갈등 그런 것들이 다 그 스토리텔링 내러티브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Q12. 중요한 포인트나 키 씬 같은 경우에는 진짜 대중적이어야 할 것 같은데 나는 정말 재미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궁금합니다.
A. 내가 잘못 쓴 거죠. 왜냐하면 그게 처음에 우리가 함께 고민했던 가슴 아픈 우리의 고민들인데 나는 이 이야기가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물론 나에게서 나온 이야기지만 특별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옆에 쓰면 보여주잖아요. '내가 쓴 거 봐줘.', '잘 모르겠는데? 너만 재미있는 거 아니야?' 이런 반응이 오면 미치겠잖아요. 그러면 그때 그걸 받아들이고 걔를 다신 안 볼 수 있지만 내 이야기는 버리고 다시 써야 되는데 내가 이 구성 중에서 여기가 포인트라고 생각해서 키 씬이라고 생각하고 여기 힘을 뒀는데 제작사나 감독님께서 '여기가 제일 중요한 씬인데 유작가 너무 약한 거 같애' 그러면 되게 혼란스럽잖아요. 그런데 그거는 내가 100% 잘못 잡은 거예요. 물론 또 아이러니한 건 이 이야기가 나오도록 앞도 잘 썼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 키 씬에서 너무 개인적인 시선이나 아니면 내가 꽂힌 씬이나 그런 것들에 고집을 부리진 않았나 돌아봐야 되는 거예요. 이런 경우도 있어요. 내가 꼭 쓰고 싶은 한 씬이 있어요. '나는 덕수궁 돌담길에서 솜사탕 만드는 아저씨와 이런 대사 꼭 해야 돼' 그러면 그 인물을 덕수궁 돌담길에 보내느라고 여기 10씬 전부터 돌아가잖아요. 그거 정말 나쁜 구성인 거예요. 이게 나만 좋아하는 씬이고 나만 대중성 있다고 생각하는 키 씬인거면, 남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건 과감히 버려야 돼요.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얘네들 감정을 다시 따라가봐야 되죠.
Q13. 작가님께서는 조연 캐릭터를 어떻게 디자인 하시나요?
A. 우리가 주로 인물에 대해서 아까 이야기를 했을 때는 주인공에 대해서 이야기한 거예요. 포스터 앞에 떡하니 걸리는 주인공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그럼 이 주인공만 가지고 영화나 드라마가 채워지냐? 그렇지는 않잖아요. 그럼 옆에서 이들을 도와주는 조연들이 필요한데 제가 주로 디자인하는 조연들은 좀 맛깔스러운 인물들을 배치하는 것 같아요. <파파로티>에도 보면 거기 교장선생님이 나와요. 오달수 선배님이 역할을 하신 교장선생님이 계시고 그 다음에 옆에 음악선생님 이런 분도 있는데 그 교장선생님이 유머도 담당하고 코믹도 담당하고 이 두 인물들 사이에서 화해도 시키고 자꾸 끌어다 앉히고 이 둘이 아무것도 못하면 자기가 나서서 뭔가 저질러버리고 그런 캐릭터였고, 또 <코리아>도 보면 힘들었던 게 조연이 많은 작품이었어요. 거기에 이제 배두나씨랑 하지원씨 빼고는 다 조연이잖아요. 그럼 이 조연들에게도 캐릭터도 줘야 되고 성격도 줘야 되고 그럼 조연이면 대충 깔면 되냐? 그렇진 않거든요. 그 크루가 되게 재미있건 멋있건 살벌하건 해야 되는데 그 크루에 들어가는 조연들 디자인할 때 얘는 어떠냐, 얘는 어떠냐 다 디자인을 해야 되는데 그것도 주인공 디자인하는 것처럼 만만치 않게 어려운 일인데 저는 주로 영화 장르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좀 재미있는 캐릭터, 유니크한 캐릭터 그런 캐릭터 조연의 디자인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Q14. 영화에서는 상반되는 두 캐릭터가 부딪치고 갈등을 하는데 어떻게 배치를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목적이 뭐랄까 다른 듯 보이나 결국에는 같은 목적을 갖고 있는 인물들의 배치 그런 거 같아요. <파파로티>도 나상진 선생님이나 장호나 서로 ‘너는 쓰레기야, 당신은 그래서 시골에서 이런 거 가르치고 있어?’ 이런 대치를 하지만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어서 으르렁거리고 있는 것 같지만 결국에는 그 두 사람의 목적은 또 초목표는 같은 것 같거든요.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노래를 할 수 있는 것, 또 내가 다쳐서 다 부르지는 못했지만 저 친구가 그렇게 잘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이야기고 <코리아>도 탁구 경기를 남북한이 나눠져 있고 서로 너네는 굶냐 사냐 막 으르렁거리지만 결국 그 두 팀의 초목표는 ‘여기서 작은 통일을 한번 이뤄보자,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보자’ 라는 거였거든요. 지금 개봉하고 상영중인 <형>도 ‘너 때문에 내 인생이 꼬였어도 있고 너는 얼마나 잘나서 집 나가서 10년만에 돌아와서 이게 뭐하는 짓이야’ 하고 둘이 으르렁거리지만 두 사람의 마음에 있는 초목표는 그래도 그리웠다, 그래서 사랑한다 그런 이야기인 것 같아서 제가 주로 배치를 할 때는 아주 다른 것 같은데 사실은 같은 마음을 같은 초목표를 갖고 있는 인물들로 배치하는 것 같아요.
Q15. 글은 초고 후 수정하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은데요. 작가님은 그러면 글을 쓰신 후에 모니터링을 어떻게 받는지 그리고 그 퇴고의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가 궁금합니다.
A.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모니터는 친구들끼리 하지 마세요. 그리고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이랑 모니터를 할 필요는 전 없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건강한 모니터가 나오는 경우가 아주 드물어요. '이런 건 너무 빛나는 것 같아', '너무 잘 쓴 것 같아'라고 말해줄 수 있는 친구는 대단히 우정이 돈독한 친구인데 또 같이 공부하는 거잖아요. 그냥 쉬운 말로 도긴개긴이에요. 그러니까 모니터를 내가 공부하는 친구들에게 받지 말고 지금 일하고 있는 분이나 오히려 그 대본을 일반인에게 보여주세요. 우리 가족 말고 나랑 같이 극작을 공부하는 친구 말고 무용하는 친구, 피아노치는 친구 아니면 떡볶이 파는 친구, 사촌동생 그런 일반인들이 봤을 때 되게 정확해요. 그래서 그거 되게 웃긴 것 같아요. '나 너무 지루해서 다 못 읽었어' 그러면 그건 재미없는 것 같아요. 저는 일반인 모니터보다는 지금은 쓰면 같이 일하는 신뢰 있는 몇 분들에게 모니터를 부탁드리죠. 그런데 제일 중요한 건 누구에게 모니터를 받느냐 도 중요하지만 모니터를 받는 우리의 자세예요. 그 모니터에 신경질 나는 이야기들이 아주 많이 섞여서 들어가요. 아무리 신사적인 이야기를 해도 이 세상에 그런 작가가 있을까 싶은데 내가 쓴 작품에 토를 달거나 내 의도를 못 알아주거나 하여튼 재미없다는 이야기잖아요. 그런 정말 건강한 지적을 해줬을 때 100% 너무 고마워하는 작가가 있을는지 모르겠어요. '그래 고마워, 시간 내줘서 고마워' 하고 뒤돌아서 '네가 써봐' 이렇게 돼요. 내가 되게 심혈을 기울인 거니까 하지만 그렇게 나를 정말 아끼는 사람한테 건강한 모니터를 받았다면 그 사람이 해주는 말들은 귀 기울여야 되는 거 같아요. 거기서 얼굴이 좀 벌게지기도 하고 일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의 가장 힘든 모니터가 뭐냐 하면 고가 나왔어요. 그거를 제작사와 투자사한테 가잖아요. 투자사까지 갈 거 없이 제작사한테 보내면 제작사 대표님, 피디, 감독님 다 모여서 내가 보낸 시나리오로 자기가 체크해온 것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해요. 그러면 땀이 막 나고 '잠깐만 5분만 이따 시작하시죠.' 하고 대본을 놓고 가면 열어봐요. 빨간 게 많으면 신경질 나잖아요. 그런데 거기 좋은 것들도 많이 써져 있다는 걸 나중에는 알게 되지만 그럴 때 땀나거든요. 내가 쓴 걸 가지고 모니터라기보다는 거의 수정할 방향이지만 그럴 때 처음에 신인일 때는 되게 고집이 세다 그래야 되나,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많다고 그래야 되나 이게 왜 이래야 되는지 우겨요. 그냥 '그래요? 그거 이렇게 수정해서 이 부분은 이렇게 바꿔볼게요.' 그 방향으로 회의를 하면 더 좋은데 '그게 왜 그렇게 하면 안되냐면요' 이걸로 진을 빼면서 회의를 했던 신인시절이 있었는데 나중에 그 시간을 생각하면 부끄럽죠. 모니터를 받고 내 시나리오에 대해서 이런저런 문제점에 대해서 이야기해줄 때 그걸 그냥 고맙게 들어야 돼요. 물론 그렇게 이야기할 때 그냥 생각 없이 쑥쑥 말하는 모니터들도 있어요. 그럼 그거를 '읽어보고 하시는 말씀이세요?' 할 필요도 없고 ‘네’ 하고 그냥 버리면 되는 거예요. 그렇게까지 되기가, 마음의 여유를 찾기가 되게 어려운데 모니터는 그냥 고마운 마음으로 잘 새겨듣자 이런 거죠.
01. 이 강좌에 대해서
매력적인 시나리오를 쓰고 싶은 예비 작가들의 시나리오 작성과 관련된 다양한 질문들에 대한 유영아 작가의 답변 내용을 들어봅니다.
02. 강사 소개
유영아 (시나리오 작가)
03. 강사 이력
- 영화 국가대표2, 형, 좋아해줘, 파파로티, 코리아 각본 - 영화 7번방의 선물, 타워, 상의원 각색 - SBS 미니시리즈 딴따라, KBS 미니시리즈 예쁜남자 극본
[저서] - 형(2016, 가연) - 파파로티(2013, 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