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중콘텐츠연구소 부소장 김인숙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중국에서 한국 프로그램 저작권 보호 방안에 대해 학습하겠습니다. 한국의 영상콘텐츠가 중국에 처음 수출된 시기는 1993년입니다. 1997년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고, 2004년에는 [대장금]의 인기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2014년에는 [별에서 온 그대]가 또 한번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2017년과 2018년에는 그 인기가 방송 예능 프로그램으로 확대됐습니다.
중국 정부는 2016년 7월 1일부터 중국의 모든 위성 종합 채널은 1년에 1개 포맷만 수입할 수 있도록 제한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입이 허가된 포맷도 저녁 일곱시 반부터 열시 반까지 황금시간대에는 방송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을 시행했습니다. 사실상 중국의 예능 프로그램은 표절이 광범위하게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죠.
2014년에 [궁쇄연성]이라는 중국 드라마가 대만의 유명 작가 경요의 [매화락]을 표절했다는 의심을 받았습니다. 실제 소송전이 벌여졌고요, 저작권 침해로 판결이 났습니다. 경요는 21개의 에피소드가 유사하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법원은 일부는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가 아니고, 일부는 저작권 보호대상이긴 하나 실질적인 유사성이 없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21개 중 9개는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임과 동시에 실질적으로도 유사성도 있어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여기서 표절과 저작권 침해의 차이점을 알아야 하는데요, 표절은 베끼는 행위를 하면서 출처를 숨기고 자신이 창작했다고 속이는 것입니다. 아이디어를 베낀 경우도 표절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아이디어를 베낀 경우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는 않습니다. 아이디어는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표절을 한 경우라도 원작의 저작권 보호 기간이 만료됐다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표절을 한 경우에 저작권 침해의 책임이 지워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표절이 의심되는 경우 저작권 침해를 구성하는지 판단해야 하며,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저작권자는 법률적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표절 행위와 저작권 침해 여부의 판단은 별도로 다뤄집니다.
표절 논란이 있을 때 마다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슈가 되는 이유는 역사상으로 볼 때 가장 실효적인 방송 포맷의 권리 보호 수단이 저작권 제도였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지금 현재도 마찬가집니다. 앞서 아이디어는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말씀 드렸는데요. 이것은 아이디어와 표현의 이분법이라는 저작권 제도의 기본 정신 때문입니다.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권리만 보호하는 제도가 아닙니다. 이용자의 권리도 함께 보호하고 창작을 장려해서 문화 및 관련 산업의 발전을 이루기 위한 법입니다.
우리는 늘 창작자이기만 하거나 늘 이용자이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창작자였다가 때로는 이용자가 됩니다. 아이디어까지 보호할 경우 이용자들의 창작에 큰 불편을 초래하게 되고요. 따라서, 아이디어는 보호하지 않고 표현만 보호합니다. 아이디어에 대해서까지 저작자의 배타적 권리를 인정할 경우 여러 가지 표현 형태로 자유롭게 순환하는 것을 가로막아 학문, 문학, 예술 등의 발전을 저해해서 저작권법의 본래 취지에 오히려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창작적인 표현을 배꼈건, 아이디어를 베꼈건 우리는 모두 표절이라고 말하지만, 법원에서는 창작적인 표현을 베꼈을 경우만 저작권 침해로 간주하지 아이디어를 베낀 경우에 저작권 침해로 보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표절 사례 몇 가지를 살펴보면, 먼저 [향왕적생활]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의 [삼시세끼]와 매우 유사한 포맷으로 표절 의혹을 받은 바 있습니다. [중찬청]도 한국의 [윤식당]과 매우 비슷한 포맷의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심지어 중국의 유명 배우인 조미의 스타일링까지 정유미와 매우 비슷했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중국유희합]은 한국의 [쇼 미 더 머니]를 표절했다는 논란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친애적 객잔]은 [효리네 민박]을 표절한 것으로 논란이 됐으며,
[우상연습생]은 [프로듀스 101]을 표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8년 4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영상 콘텐츠 마켓인 밉티비 컨퍼런스에서 국제포맷인증보호협회는 [우상연습생]이 [프로듀스101]의 저작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들의 분석에 따르면 저작권 침해 등급이 88%에 달해 너무 많은 유사성이 발견된다고도 언급했습니다. 중국의 [아가나소자]는 [미운우리 새끼]를 표절한 것으로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럼 이런 표절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앞서 저작권 보호 대상은 창작적인 표현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창작적인 표현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문서화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포맷이 저작물로 인정돼야 하는데 표현에 이르지 못하는 아이디어는 저작물이 될 수 없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만들 때 최대한 정교하게 표현하고 해당 표현을 문서로 작성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경우 저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국제포맷인증보호협회에 포맷을 등록하는 방법이 있고, 창작적 표현을 문서화 해 놓은 결과물을 중국에서 저작권으로 등록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국제포맷인증보호협회에 방송 포맷으로 등록하는 것이 해당 방송 포맷이 법적으로 저작물로 인정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향후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중요한 입증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저작권 등록의 경우, 저작권 등록이 권리 발생의 요건은 아니지만, 다시 말해서, 저작권 등록을 반드시 해야지만 저작권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등록증이 있을 경우 분쟁이 발생했을 때 권리자 입증이 용이하기 때문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저작권 등록을 할 경우 텍스트 부분은 어문저작물로, 디자인 설계 등은 미술저작물로 등록할 수 있고, 전체를 편집저작물로 등록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등록을 할지는 각자의 상황에 맞게 중국의 저작권 등록 기관에 문의하신 후 결정하면 됩니다.
다음으로는 독창성을 최대한 확보해서 제3자의 표절을 어렵게 만드는 것인데요. 방송 포맷의 분쟁 사례를 살펴보면 독창적인 요소가 인정되서 방송 포맷이 저작물로 인정된 사례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방송 프로그램 제작 시 최대한 독창적인 요소들을 부각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특유의 독특한 디자인을 생성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아울러 독창적인 요소들이나 디자인이 방송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기능하게 해서 타인이 이러한 요소를 제외하고는 방송 포맷을 표절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방송 제작에 참여하는 모든 인원들에게 영업비밀 취급 서약서를 받아 놓는 것입니다. 방송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방송 포맷이 외부로 유출돼 표절되는 경우, 방송 포맷이 영업비밀로 취급됐다면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침해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침해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평소 영업 비밀로 잘 관리해왔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직원들을 비롯한 프로젝트 제작에 참여하는 이들로부터 방송 포맷을 영업비밀로 취급하겠다는 서약서를 미리 받아 두면 이에 대한 대비가 될 수 있겠습니다.
다음, 포맷 판매 계약 시 계약 종료 이후에도 표절을 금지하는 문구를 계약서에 포함시키는 것입니다. 계약이 만료된 후 계약을 연장하거나 갱신하지 않고 무단으로 방송 포맷을 표절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요, 최초 판매 계약을 체결할 때 방금 말씀드린 이 조항을 계약서에 넣어두면 계약에 근거한 가처분 신청을 진행할 수 있으며 저작권 침해 주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용될 가능성이 높을 수 있습니다.
가급적 시즌제로 포맷을 기획하고 시즌이 바뀌면 저작권 보호의 대상인 창작적 표현에 해당하는 개별 표현 요소에 최대한 많은 변경을 가해 중국 측이 베끼는 것보다 새로운 시즌의 포맷을 도입하는 것에 더 큰 매력을 느끼도록 하는 것입니다. 특히 상대방이 표절에 들이는 시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새로운 시즌의 포맷을 확보할 수 있으면 그 매력도는 훨씬 더 올라갈 것입니다. 이 방법은 중국 측이 표절의 당위성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중국 정부의 제한 정책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죠. 따라서 지금까지 말씀 드린 사전 예방책을 활용하는 것 외에도 중국 정부 당국이나 관련 협회나 단체가 진행하는 저작권 보호의식 제고를 위한 캠페인을 여는 교육, 홍보활동을 지지하고 참여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표절이 발견됐을 때 어떻게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중국에서 표절되고 있는 상황을 발견하면 먼저 구체적인 표절 현황을 확인해야 합니다. 방송의 어떠한 요소가 표절되었는지와 표절 정도에 따라 대응 방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누가 어떤 요소를 표절한 것인지를 확인하고 상세히 분석합니다. 예를 들면, 제목을 표절한 경우에는 상표권 침해, 도안이나 디자인이 복제된 경우에는 미술 저작물에 대한 침해, 전체적인 컨셉이 동일한 경우는 편집 저작물로서의 침해 등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상표권 침해의 경우 당연히 해당 상표를 중국 현지에 상표로 등록해서 해당 권리를 확보한 상태여야 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하셔야 할 점은 상표권은 저작권과 달리 반드시 선출원 하셔야 한다는 점입니다. 저작권은 무방식 주의로 어떠한 방식이나 절차에 따라 등록행위를 하지 않아도 권리가 발생합니다. 이에 반해 상표권은 방식 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상표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해당 국가에 다른 사람보다 먼저 해당 상표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출원 등록을 하셔야 합니다.
방송 프로그램이 얼마나 유사한지에 대해 객관적인 비교 분석이 필요한 경우 국제포맷인증보호협회인 FRAPA에 유사성 분석을 의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인간적인 접근으로 협의를 이끌어낼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법률적인 방법으로 압박을 가해 협의를 이끌어낼 것인지 따라서 협상 전략이 달라지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다양한 정보도 조사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침해자와 협의를 진행하기 전에 협의가 성사되지 않을 것을 고려해서 사전에 소송을 대비한 채증 작업이 미리해 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언론 대응을 하는 경우를 고려해 볼 수도 있는데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접근을 하실 필요가 있고, 포맷인증보호협회의 중재 서비스를 받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침해자가 보상에 대한 의지가 없거나 중재에 응할 의사가 없어 원만한 합의가 어려운 경우는 법적인 대응을 해야할 것입니다. 법적인 구제 조치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중국의 저작권 관련 부처에 저작권 침해에 대한 행정처벌 신고를 하는 것입니다. 권리자는 침해 사실의 개요와 자신의 저작권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 등을 제출하면서 중국의 저작권 정책 주무부처인 중국 국가판권국에 방송 포맷에 대한 저작권 침해 행정처벌 신고를 할 수 있는데,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는 경우 시정명령 조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보다 비용부담이 적고 절차가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법리적인 판단보다 중국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효성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가처분 신청의 경우, 방송을 긴급히 중지시키거나, 방송 예정인 경우 방송되지 못하도록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는데 담보를 제공해야 할 수 있으며, 포맷 표절의 경우 해당 침해 방송을 중지해야 할 긴급한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역시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다고 하더라도 가처분 신청은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조치에 불과하므로 가처분 결정 이후 15일 이내에 제소 또는 중재를 신청해야 그 효력이 유지됩니다. 소송의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 부당경쟁행위, 영업비밀 침해, 상표권 침해 등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위의 법률적인 구제조치는 단계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고 필요한 경우 동시에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어릴 때부터 본능적으로 모방을 하며, 모방을 통해 지식을 습득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이 세상에는 완벽하게 새로운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창작을 하면서 앞선 창작의 결과물을 참고하고, 나의 창작물은 또 다른 위대한 창작을 낳는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과정 중에 허락 없이 카피하는 부당한 행위는 벌어져서는 안되겠죠. 물론 중국 정부의 정책이라는 특수한 요인도 있지만 이것이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방송 프로그램 포맷 수출은 우리 콘텐츠 산업의 중요한 축이기 때문에 반드시 보호돼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법률 제도의 개선은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기존의 법률 제도로만 완벽하게 보호받을 수 없다는 문제는 늘 존재합니다.
아울러 중국은 정부정책이 콘텐츠 시장에 매우 큰 영향을 줍니다. 우리가 중국에서 방송 프로그램 포맷의 권리 보호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 콘텐츠도 한국으로 많이 수입돼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상호 호혜의 원칙에 입각해서 방송 프로그램 포맷의 권리 보호 강화를 중국 정부에 적극 요청하는 활동도 멈추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01. 이 강좌에 대해서
중국에서 한국 예능 프로그램 저작권 침해 사례를 통해 표절과 저작권 침해의 차이를 이해하고, 사전 대비 및 사후 조치 등 국내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 방안을 확인해 본다.
02. 강사 소개
김인숙 (한중콘텐츠연구소 부소장)
03. 강사 이력
- 현) 한중콘텐츠연구소 부소장 - 현) 한국저작권위원회 찾아가는 저작권 서비스 지원단 - 현)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 입문 강사 - 전) 한국저작권위원회 북경사무소 근무 - 전) 베이징둬메이디지털엔터테인먼트(중국 드라마 제작, 배급사) 한국연락사무소 대표 - 한국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수상(2014년)
- 중국에서 저작권으로 돈벌기(투데이북스, 2014) - 장르별 스토리 비즈니스 가이드(한국콘텐츠진흥원,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