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내일신문 정재철 기자입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과 함께 가짜뉴스와 팩트체크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 시간으로 허위조작정보 즉 가짜뉴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많이 소개되는 사진을 한 장 같이 보겠습니다. 영국 윌리엄 왕세손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손가락 욕설을 하는 듯한 옆모습입니다. 포토샵으로 조작된 사진이 아닙니다. 그런데 정면에서 찍힌 다른 사진을 볼까요? 이상하네요. 손가락이 세 개입니다. 사실 이 사진은 윌리엄이 셋째를 출산한 아내를 만나러 병원에 가는 길에 찍힌 모습입니다. 바라보는 각도와 관점에 따라 내용이 완전히 달라지는 모습입니다. 언론학에서 자주 인용되는 이미지도 한 장 보겠습니다. 실제로 벌어진 사건과 카메라에 담긴 사실이 완전히 정반대입니다. 때로는 한 가지 사건을 두고도 어떤 프레임으로 사건을 보느냐에 따라 진실이 완전히 뒤바뀔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이미지를 좀 더 볼까요? 2019년 남아공에서 열린 글로벌팩트체킹 서밋에서 소개된 내용인데요. 이 사진은 스페인과 프랑스 등에서 널리 퍼진 동영상의 한 장면입니다. 영상은 흑인 이민자들이 가게를 약탈한다는 식으로 소개돼 이민자에 대한 혐오감을 부추겼는데요. 프랑스 팩트체크 팀이 확인한 결과 이 영상은 남아공의 한 대학에서 수년 전에 등록금 문제로 학내 분규를 겪다가 분노한 학생들이 교내 매점으로 들어가 물건을 강탈하는 영상이었습니다. 유럽에서 일어난 일도 아닐 뿐 더러 최근에 벌어진 것도 아닌 오래된 영상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영상을 올린 사람은 이민자에 대한 혐오감을 부추기는 영상이나 게시물을 반복해서 올리는 사람으로 드러났습니다. 다음 사진은 약간 엽기적인 사진인데요. 갓난아기 모양의 케이크 입니다. 이것이 미국에서 낙태반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만들었다고 소셜미디어에 널리 펴졌는데요. 사실 이 케이크는 할로윈 당시에 만들어진 실제 케이크이지만 낙태와는 무관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020년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던 때 다음과 같은 도시락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떠돌았습니다. 저의 아주 가까운 지인도 이게 사실이냐고 저한테 물어봤을 정도입니다. 이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우한에서 귀국해서 격리돼 있던 우리교민들에게 보낸 도시락과 메시지였습니다. 그것이 중국 유학생들에게 보내는 도시락으로 둔갑을 한 것이지요. 당시 정부가 중국인의 입국을 막지 않는 것을 두고 사회적인 논란이 상당했는데 이를 교묘히 이용한 가짜뉴스였습니다. 다른 사진은 더 조악한 합성사진인데요.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는데 오른손이 아닌 왼손을 들고 있는 조작된 사진입니다. 이렇게 허위조작정보가 넘쳐나고 만연하다보니 외국에서는 가짜뉴스를 상품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가짜뉴스 티셔츠와 맥주 등인데 요즘말로 가짜뉴스 굿즈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냥 이렇게 웃어넘기거나 어처구니없는 일로만 치부하기에는 가짜뉴스의 폐해가 너무 큽니다. 바이러스 보다 더 무서운 게 가짜뉴스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고농도 알코올을 마시면 코로나에 좋다는 가짜뉴스를 믿고 따라하다가 전세계적으로 최소 800명이 사망했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사람 목숨까지 앗아가는 것이 가짜뉴스인 것입니다. 그럼 이제부터 가짜뉴스에 대해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가짜뉴스에 대한 정의는 보시는 것처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아직까지 완벽하게 합의된 내용은 없습니다. 그런데 대체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조작성, 형식성, 의도성을 띤다는 것입니다. 클레어 워들 박사는 가짜뉴스를 7가지 유형으로 분류했습니다. 풍자나 패러디, 잘못된 연결,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 잘못된 맥락, 사기꾼 콘텐츠, 조작된 내용, 날조된 내용입니다. 언론학자들이나 전문가들은 가짜뉴스라는 용어 사용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가짜뉴스라는 표현자체가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활동을 부정하고, 정치적으로 규정하기 때문입니다. 가짜뉴스가 있다면 진짜뉴스는 어디에 있는지 라는 의문이 당연히 들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를 교묘히 이용한 정치인들도 있는데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미국대선 당시부터 기성언론을 가짜뉴스라고 강하게 비난했는데요.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올리는 트윗이나 자신에게 우호적인 폭스뉴스 등을 진짜 뉴스라고 주장했습니다. 언론을 진짜와 가짜로 편가르기를 한 것입니다. 그래서 언론계나 전문가들은 가짜뉴스라는 용어 대신 허위조작정보나 허위정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의 이런 시각이 일반인들이 느끼는 감정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2019년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조사한 내용인데요. 텐츠 유형별로 가짜뉴스라고 생각하는 비율을 보면 흔히 말하는 찌라시나 뉴스 형식을 모방한 가짜뉴스 뿐만 아니라 사실 확인 부족으로 생기는 언론의 오보나 선정적 제목을 붙인 낚시성 기사도 가짜뉴스로 인식했습니다. 가장 유해한 콘텐츠에 대해 조사항목도 있는데요. 찌라시나 조작된 콘텐츠보다 사실확인 부족으로 생기는 언론의 오보가 가장 유해하다는 답이 나왔습니다. 저를 포함해 언론계에 몸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자성해야 할 대목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럼 다음으로 가짜뉴스의 특징과 확산공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제대 김창룡 교수는 가짜뉴스가 5가지 특징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선정적, 증오나 혐오, 일방적, (잘못된)연결, 치명성입니다. 김 교수는 5가지 특징의 앞글자를 따서 ‘쇼크’라고 재정의 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는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가짜뉴스의 5가지 확산공식도 소개했습니다. 음에는 소문이었다가 이것이 가짜뉴스로 바뀌고, SNS를 통해 지인들에게 유포되다가 점점 더 확산된 뒤 나중에는 진짜 사실인 듯 둔갑해 대중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전달된다는 것입니다. 2020년 4~5월 세계를 들썩거리게 한 김정은 사망설이 대표적인 경우가 아닌가 싶습니다. 018년 뉴욕타임스가 소개한 가짜뉴스의 7가지 수법도 참고할 만합니다. 람들이 어떤 가짜뉴스에 잘 속는지를 보여주는 내용인데요. 범한 소재가 아닌 민감한 소재를 선정하고, 충격적 거짓말을 날조하는 편이 성공확률이 높고, 거짓말 주변은 작은 진실들로 둘러치고, 생산자 이름을 숨겨 추적할 수 없게 만들며, 가짜뉴스를 전파해줄 유용한 바보를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설명 탄로가 나도 모든 것을 부인하고, 가짜뉴스 논리에 부합하는 사례를 모아 장기전에 돌입한다는 것입니다. 가운데 특히 가짜뉴스를 무분별하게 전파하는 유용한 바보를 이용한다는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그래서 저는 가짜뉴스를 우리사회를 해치는 정보의 독버섯에 비유합니다. 독버섯은 화려한 색깔이나 모양으로 유혹하고, 그늘지고 습한 공간에서 잘 자라며, 번식력이 강해 빠르게 전파되고, 인체에 치명적이며, 진짜와 구분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는 가짜뉴스를 어떻게 가려낼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미국의 비영리 미디어연구기관인 포인터연구소는 10가지 구별법을 소개했습니다. 웹주소 확인, 사이트 이름 검색, 시각적 단서 찾기, 지나치게 많은 광고 주의, 기존 뉴스 형식과 비교, 사이트 소개 페이지 확인, 뉴스 속 이미지 확인, 특정 주장 사실 여부 확인, 자극적, 감정적 제목 주의 등입니다. 또 미국의 대표 팩트체크 기관인 팩트체크 닷 오르그도 가짜뉴스 판별법을 소개했는데요. 이것을 국제도서관협회연맹에서 인포그래픽으로 만들어 세계 40여개 나라 언어로 번역한 뒤 공유했습니다. 비슷한 내용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8가지 방법이 제시됐습니다. 잠깐 살펴보면, 정보원을 살펴봐라, 저자를 확인해라, 날짜를 확인하라, 당신의 선입견은 아닌지 점검하라, 본문을 읽어라, 근거정보가 확실한가, 혹시 농담은 아닌지 확인해라, 전문가에게 물어봐라 등입니다. 가짜뉴스 판별을 위한 팁을 한 가지만 더 볼까요. 2016년 미국 대선이 끝난 뒤 미국 뉴욕의 공영방송에서 소개한 내용인데요. 여기서는 11가지 원칙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대문자나 포토샵 사진은 가짜뉴스의 강력한 신호다, 팝업과 배너 광고가 넘쳐난다. 도메인을 점검한다, 알려지지 않은 사이트는 어바웃 페이지를 확인한다. 기사에 링크가 있다면 클릭해 본다, 같은 사안을 보도한 신뢰받는 매체의 기사를 확인한다. 날짜를 확인한다, 지난 헤드라인을 읽어본다, 이미지는 틴아이 같은 이미지 검색 엔진을 사용한다. 당신을 불쾌하게 만드는 기사라면 그런 의도로 기획된 것이다, 사실이 아닌 것 같다면 공유하지 않는다 등입니다. 최근에는 단순히 온라인에 올라온 글이나 기사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공지능 기술 AI가 영상이나 음성도 조작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를 딥페이크라고 하는데요. 버즈피드에서는 딥페이크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5가지 방법론을 제시했습니다. 곧바로 결론을 내리지마라, 영상의 출처를 살펴봐라, 다른 곳에도 있는지 검색하라, 입모양을 면밀하게 살펴봐라 이밖에도 참고가 될 만한 내용으로 영상이나 이미지 검증에 도움 되는 원칙도 있습니다. 퍼스트 드래프트가 소개하는 내용인데요. 먼저 원본여부를 확인하고, 누가 만들었는지 확인하며, 날짜와 위치를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만든 사람의 동기를 생각해 보라는 내용입니다.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리터러시는 원래 문해력이라는 말로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디지털 시대에는 미디어에 대한 리터러시가 중요하다는 것이 여러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여기서는 단순히 읽고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올바른 활용법도 중요하게 제기됩니다. 요즘 같은 1인 미디어 시대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뉴스를 생산하는 측과 소비하는 측이 확연히 구분됐지만 요즘은 누구나 뉴스를 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올바른 활용법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진에서 보듯이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소개하는 내용도 같은 취지입니다. 이제 가짜뉴스에 대한 강의를 마무리 할 때가 됐는데요. 저는 가짜뉴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용기에 대해 정리를 해 봤는데요. 우선 편견을 깰 용기입니다.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맞서 싸울 용기입니다. 사회적으로 가짜뉴스에 대해 방관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맞서 싸워야 할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고리를 끊을 용기입니다. 더 이상 가짜뉴스가 퍼지지 않도록 나부터 고리를 끊는 것입니다. 앞서 소개한 뉴욕타임스 사례처럼 ‘유용한 바보’가 되는 것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네 번째는 언론의 역할인데요. 부족하거나 부정확한 기사는 싣지 않을 용기입니다. 2019년 언론계의 전설로 불리는 밥 우드워드라는 언론인이 한국에 왔는데요. 워터게이트 특종을 한 바로 그 밥 우드워드입니다.그런데 이분이 한국의 중견언론인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말한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대목이 있어서 소개를 드립니다. 워터게이트 특종을 할 당시 워싱턴 포스트 편집장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좋은 기사를 가려내는 능력도 있었지만 사실확인이 부족하거나 완성도가 부족한 기사는 싣지 않는 능력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우리언론계에도 꼭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할 용기는 정직한 수정입니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잘못 판단할 수 있습니다. 실수를 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을 알고도 바로잡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요즘은 언론사뿐만이 아니라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누구나 뉴스 생산자가 될 수 있고 실제로 그런 활동을 하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명백하게 오류나 잘못이 발견됐으면서도 이를 수정하지 않는 것은 가짜뉴스를 생산해 유포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01. 이 강좌에 대해서
다변화하는 콘텐츠 플랫폼과 무분별한 콘텐츠의 범람 속에서 데이터, 정보, 콘텐츠, 미디어를 올바르게 소비하는 방법 모색하며, 좋은 콘텐츠의 기준, 올바른 정보 판단 방법, 올바른 콘텐츠 제작 방법 등에 대한 교육을 통해 정보 판단 능력 및 비판적 사고 함양하는 시간을 갖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