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뮤지컬 강의를 맡은 조용신입니다. 저는 뮤지컬 작가/연출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CJ문화재단 대학로 아지트 극장 예술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오늘은 창작 뮤지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해외 뮤지컬 중에서 한국어로 번안되어 공연되는 라이선스 뮤지컬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저 스스로가 뮤지컬 입문은 라이선스 뮤지컬 제작감독으로 출발해서 현재는 창작 뮤지컬의 작가와 연출가 그리고 신작 개발을 담당하는 예술감독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라이선스 뮤지컬을 종사했던 제가 시간이 흐르면서 창작 뮤지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것을 직업으로 삼으면서 느꼈던 과정이 오늘 과정에서도 나올 것 같습니다.
자 먼저 창작 뮤지컬의 뜻부터 정리하고 넘어갈까요? 쉽게 설명을 드리면 한국인의 손으로,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진 작품을 창작 뮤지컬이라고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처음에 창작이 아닌 뮤지컬이란 존재하지 않겠지만, 해외에서 만들어진 작품을 국내 배우들이 한국어로 공연하는 라이선스 뮤지컬과 구별하기 위한 명칭이라고 볼 수 있는데, 좀더 정확한 표현은 한국산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창작 뮤지컬은 반드시 한국어로 쓰여야만 하는 것인가? 이 점에 대해서는 업계 종사자들도 의견이 조금은 다릅니다. 좁게 봐서는 한국인들이 창작, 제작, 유통, 배급 등 과정 전반을 맡고 한국어로 쓰여진 작품을 창작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지만 넓게 보아서는 좀더 확장된 예가 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한국인 창작자가 해외 시장을 타킷으로 영어로 쓴다든지 또는 외국 창작자와 한국 창작자가 콜라보레이션을 한다든지 아니면 외국 창작자들만을 크리에이터로 고용을 했지만 한국인 프로듀서가 한국어로 된 작품이라든지 이러한 경우까지도 창작 뮤지컬이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하튼 중요한 것은 한국어 혹은 한국인이 뮤지컬 창작과 제작 전반에 참여하고 그 관객도 한국인이고 공연장도 한국에 있는 작품을 창작 뮤지컬의 기본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대표적인 창작 뮤지컬들은 무엇이 있었을까요? 서구식 창작 뮤지컬의 역사는 1966년 예그린악단이 제작한 배비장전을 원작으로 한 [살짜기 옵서예]가 최초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당시 서울의 대표 극장이었던 시민회관에서 공연을 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어서 이 작품이 최초라고 알려졌지만, 만약 잘 알려지지 않은 극장에서도 누군가가 창작 뮤지컬을 시도했다면 저희가 모를 수도 있습니다. 뉴욕이나 런던에는 각각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라는 극장가가 형성되어 있고 각 극장들의 상연리스트가 수십 년간 일목요연하게 데이터로 정리되어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초창기 한국 창작 뮤지컬의 역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전문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당시 서울의 대표 극장이었던 시민회관에서 공연을 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어서 이 작품이 최초라고 알려졌지만, 만약 잘 알려지지 않은 극장에서도 누군가가 창작 뮤지컬을 시도했다면 저희가 모를 수도 있습니다. 뉴욕이나 런던에는 각각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라는 극장가가 형성되어 있고 각 극장들이 상연리스트가 수십 년간 일목요연한 데이터로 정리되어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초창기 한국 창작 뮤지컬의 역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전문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창작 뮤지컬이 활성화된 가장 대표적인 사례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습니다. 바로 [명성황후]라는 작품인데요. 1995년에 초연되었기 때문에 벌써 20년 이상이 흘렀지만 여전히 공연이 되고 있으며 규모가 큰 대극장 작품입니다. 여러분들이 만약 대극장 창작 뮤지컬 제목 중에 생각나는 게 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아마도 제가 말씀 드리는 작품들 중에 있을 것입니다. [바람의 나라], [영웅], [광화문 연가], [서편제], [베르테르], [그날들] 정도가 있을테구요. 중극장 규모에서는 [번지점프를 하다], [싱글즈], [형제는 용감했다], [셜록홈즈], [모비딕], [여신님이 보고계셔], [풍월주], [어쩌면 해피엔딩], [더데빌], [레드북] 등등이 있을 것입니다.
창작 뮤지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규모는 사실 소극장입니다. 소극장이란 보통 300석 이하의 극장을 말하는데요. 우리나라 공연장의 메카인 종로구 대학로에 가시면 많은 소극장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뮤지컬을 활발하게 올리고 있는 극장들이 있는데요. 적게는 7~80석부터 많게는 300석 정도가 됩니다. 창작 뮤지컬에서 소극장 작품이 많은 것은 공연 시장의 원리가 작동한 결과라고 볼 수 있는데요. 흔히 라이선스 뮤지컬에 비해서 완성도나 흥행 가능성이 떨어진다라는 생각을 사람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모든 창작 뮤지컬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라이선스 뮤지컬은 해외에서 이미 성공을 한 레파토리들만 수입하는 경우이기 때문에 초연의 시행착오까지 필연적으로 포함해야 하는 창작 뮤지컬에서는 그 흥행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적은 제작비의 소극장 공연이 많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학로에 소극장이 이미 많기 때문에 그러한 공간적인 인프라와 만나기도 하고 또 창작자들이 젊은 세대들이 많아서 모험을 할 수 있는 소극장을 선호하게 된 것입니다. 소극장은 무대와 객석이 매우 가까워서 배우 연기나 노래 표정의 디테일이 살아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극장이 작다고 해서 큰 작품들에 비해 스펙터클이 주는 감동이 부족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러한 밀착된 관극을 즐기는 마니아층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오히려 소극장 특유의 치고 빠지는 아기자기한 재미와 감동으로 관객들의 호평을 얻는 작품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김종욱 찾기], [빨래], [난쟁이들],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아랑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트레이스 유], [명동로망스], [안녕 유에프오], [팬레터] 최근에 한 10년 사이에 꾸준하게 초연 이후에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소극장 창작 뮤지컬 목록들입니다.
서구 뮤지컬이 드라마를 앞세우고 비극을 선호하며, 연극적 장치를 많이 쓰는 뮤지컬 플레이와 쇼와 춤, 재즈음악으로 대표되는 뮤지컬 코미디로 나뉩니다. 반면 우리 창작 뮤지컬 특히, 소극장 작품들 중에서는 스테디셀러를 기록하고 있는 것들 중에 두 가지 희극과 비극의 요소를 다 한 작품 안에서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소극장 흥행 창작 뮤지컬만이 가진 스타일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창작 뮤지컬은 해외뮤지컬들에 비해 어떤 매력이 있을까요? 쉽게 말씀 드려서 한국음식과 외국음식의 차이처럼 우리 입맛에 맞는 문화를 반영한 것이 바로 창작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라이선스 뮤지컬이 중형 이상의 뮤지컬 시장을 장악하고는 있는 게 사실입니다. 대극장 같은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의 신작이 라이선스 뮤지컬인 것도 현실입니다. 라이선스 뮤지컬도 한국어로 번역도 해야 하고 한국배우들이 연기도 해야 하니까 나름의 한국화 과정을 거치기도 합니다. 말투도 다듬고 이해가 안 되는 원어의 유머 표현 같은 것도 우리식으로 대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찾아보기도 합니다. 로컬화 작업을 담당하는 스태프들도 베테랑들이고 뮤지컬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창작은 이 모든 것보다 더 어려운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에서 잘 써진 대본과 완벽하게 작곡, 편곡된 악보를 받아들고 한국화하는 작업 역시 제 2의 창조적인 과정이지만 신토불이라는 고사성어가 의미하듯, 공통의 역사 인식과 생활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바로 우리나라 관객들입니다. 한국의 작가, 작곡가, 연출가 등 토종 제작진에 의해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은 넘쳐나는 외국 뮤지컬보다 우리 입맛에 훨씬 잘 맞을 수 있습니다. 물론 창작 뮤지컬의 드라마와 음악의 완성도와 우수성이 먼저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인정받아야 합니다. 국내에서 외면받고 해외에 수출해 성공하기를 바라는 것은 오산입니다. 관객은 애국심으로 작품을 선택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영어권 사회가 상업적으로 성공한 뮤지컬 레퍼토리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이유는 영어로 쓰여져서 자국의 관객들을 먼저 사로잡았고 이를 바탕으로 전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자신감을 획득했기 때문입니다. 성공을 바란다면 먼저 내 옆에 있는 우리 관객들을 먼저 만족시키는 무대를 만들고 동시대 관객의 감수성을 제대로 자극해야만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창작 뮤지컬은 말이 통하고 문화가 통하는 우리 한국인들 속에 뿌리내리는 것이기 때문에 보람도 있고 즐거운 작업이 될 수가 있는 것입니다. 마치 한국영화가 외국영화 이상으로 잘되고 있는 것처럼요.
이렇듯 창작 뮤지컬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모두가 동감하고 있지만, 창작 뮤지컬이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어져 수익 모델로 검증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다행히 뮤지컬의 활성화로 인해 뮤지컬 전용극장과 투자자들의 관심도는 많이 늘어나고 있는 상태입니다. 작품만 좋으면 라이선스, 창작 가리지 않고 제작하고 투자하겠다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배우나 댄서 역시 뮤지컬 관련 학과나 사설 아카데미 등을 통해서 꾸준히 배출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은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의 발전과 함께 성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작품의 핵심 크리에이티브 팀 인력인 작곡, 대본, 가사, 연출, 안무 등은 창작 뮤지컬을 통해서 비로소 내 것을 만들면서 성장할 수 있습니다.
1990년대 이후 한국영화의 비약적인 발전 뒤에는 수많은 영화 아카데미와 해외 유학파들, 국내 인력들이 쏟아지면서 인력의 풍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뮤지컬 학과나 창작 아카데미에서 창작자들을 양성하는 과정도 많이 있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창작산실을 비롯해서 콘텐츠진흥원의 창의인재지원프로그램,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서울문화재단, 차범석희곡상, CJ문화재단, 우란문화재단 등 민.관에서 현재 동시다발적으로 공모를 포함한 다양한 창작 지원 방안을 내놓고 있는 것도 고무적입니다.
지금 보고 계시는 [여신님이 보고 계셔]도 CJ문화재단에서 처음 리딩 공연을 가지고 이후 정식 공연으로 개발되어 성공한 케이스죠. 한국뮤지컬어워즈와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도 창작 뮤지컬에 작품상과 작가, 작곡가, 소극장뮤지컬상등을 수여하고 있어서 창작 뮤지컬 스태프들이 보람을 느끼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라이선스에 비해 시장도 작고 파급력도 크지는 않지만 이러한 예술적인 성취를 인정해 줌으로서 보람을 느끼고 계속해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힘을 받게 됩니다.
현재 창작 뮤지컬의 연간 제작편수는 150편이 넘었지만 시장점유율은 대략 20%대로 보고 있습니다. 창작 뮤지컬은 대부분 소극장에 집중되어 있지만 라이선스 뮤지컬이 중대형을 기본으로 하고 있고 그 매출 규모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비싼 티켓가격의 이면에는 매년 상승하는 로열티가 있습니다. 가령 소극장에서 공연된 [지하철 1호선]이 초연 당시 독일 원작사에 지급한 로열티는 매출 대비 6%였지만, 요즘 대부분의 중극장 라이센스 작품은 8~11%이고, 영·미권의 대형 인기 뮤지컬은 기간과 지명도에 따라 12~18%에 이릅니다. 여러분이 부담하는 티켓 가격의 상당부분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구조라면 한국의 로컬 프로듀서가 수익을 내기는 정말 어려운 실정입니다.
물론 로열티가 상승하는 이유 중에는 특정 작품을 선점하려는 한국 제작사간의 과열 경쟁도 있었지만, 날로 성장하는 한국 시장에서 큰 이익을 취하려는 해외 프로듀서의 욕심과 에이전시의 수수료도 한 몫 합니다. 특히 공연의 흥행 결과와 관계없이 무조건 지급해야 하는 선지급금과 주당 지급하는 러닝 코스트 역시 날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외 연출가나 안무가 등 국내에 일시적으로 체류하는 인력의 인건비는 평균적으로 국내의 3배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왕이면 그 로열티의 수혜자가 한국인이 되고 나아가 해외에 수출까지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창작 뮤지컬로 개발한다면 어떨까요? 이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돈키호테가 꾸는 불가능한 꿈만은 아닐 것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창작 뮤지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것으로 강의를 마치겠습니다. 앞으로도 뮤지컬 많이 사랑해주시고 저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지금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01. 이 강좌에 대해서
창작 뮤지컬과 라이선스 뮤지컬을 비교해보고, 다양한 한국 창작 뮤지컬 작품을 알아보고자 한다.
02. 강사 소개
조용신 (CJ문화재단 예술감독)
03. 강사 이력
- 케이블TV 음악채널 KMTV 기획부 - ㈜설앤컴퍼니 제작감독/프로덕션 매니저 - 서울 뮤지컬 아티스트 페스티벌(SMAF) 총괄 프로그래머 - 뮤지컬 <모비딕>, <지구를 지켜라>, <도리안 그레이> 등 뮤지컬 집필 및 연출 - 한국예술종합학교 협동과정 음악극창작과 출강 - 2012 예그린어워즈 혁신상 (뮤지컬 <모비딕>) 수상
저서 - 뮤지컬 이야기(도서출판 숲, 2009) - 뮤지컬 스토리(도서출판 숲, 2005)
연계과정
뮤지컬 장르의 이해 - Book Musical 서사와 대본 중심의 전통적인 북 뮤지컬
중급
온라인교육ㆍ
뮤지컬이론
뮤지컬 장르의 이해 - Sung-through Musical
중급
온라인교육ㆍ
뮤지컬이론
뮤지컬 장르의 이해 - Showtune Vs. Pop Music 뮤지컬음악과 대중음악의 발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