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콘텐츠진흥원 주관 콘텐츠 인사이트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에 오신 여러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저는 오늘 진행을 맡은 팝컬럼니스트 김태훈입니다. 반갑습니다. 자, 콘텐츠진흥원 주관 콘텐츠 인사이트 최고가 최고를 만나다. 먼저 만나보실 이 시대 최고의 멘토는요. ‘인생은 드라마다’, ‘오늘 하루도 드라마다’, 최고의 드라마 작가들이 말하는 우리들의 드라마 신(Scene) 세 개! 도깨비의 김은숙 작가, 그리고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 큰 박수로 맞이해주십시오.
먼저 이 두 분의 인사부터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은희 : 안녕하세요. <시그널>을 쓴 김은희 작가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김은숙 : 네. 안녕하세요. 저는 <도깨비> 김은숙입니다.
진행자 : 두 분이 쓰신 드라마 알고계시죠? 그래도 혹시 모르실까봐 제가 지금부터 좀 읽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김은희 작가님께서는 <시그널>, 그리고 <쓰리 데이즈>, <유령>, <싸인> 등 이 장르물에 있어서 굉장히 새로운 어떤 스타일을 구축해 오신 그런 작가님이시고요. 또 우리 김은숙 작가님께서는 최근에 가장 화제가 되었던 <도깨비>, 그리고 <태양의 후예>, <상속자들>, <신사의 품격>, <시크릿 가든>, <파리의 연인> 등 주로 로맨틱 코미디라든지 멜로에 굉장한 자기 세계를 가지고 계신 그런 작가님이십니다.
진행자: 자, 그럼 본격적으로 이 두 분에게 인생의 내 드라마의 신(Scene) 세 개! 제목도 참 잘 지어요. 신세계가 아니라 신(Scene) 세 개를 물어봐야 되는 그런 시간인데 먼저 김은숙 작가님부터 ‘나의 드라마는 이런 신(Scene) 세 개로 이루어졌다.’ 라고 한다면 가장 인상적이고 대표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신(Scene)이 어떤 신(Scene)일지 소개를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은숙 : 제가 이 질문 받고 가만히 생각해봤는데, 일단 한 세 개 정도 뽑으라고 하셔서 첫 번째는 “애기야 가자” 저를 먹여살려주고 있는 대사죠. 그 대사 이후로 잘 승승장구하고 있거든요.
처음에 그 대본을 냈을 때, 분위기들이 다 안 좋았어요. ‘이게 뭐야?’ 대본에 ‘애기야 가자’라니 하면서 말이죠.
진행자 : 그게 <파리의 연인>에 나왔던 대사였죠. 박신양씨의 대사.
김은숙 : 대본을 보고 상황을 정확하게 그 그림을 그려내지 못하면 좀 당황스러웠던 대사일거 같기도 해요. 근데 감독님께서 ‘작가가 썼을 때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고 ‘촬영 합시다’ 해서 찍었던 신이었는데, 대박이 나서 그걸로 제가 지금까지 잘 먹고 잘 살고 있고요.
두 번째, 생각났던 게 도깨비에서 찾자면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라는 대사가 있는데, 그게 메밀밭 신이었어요. 그 대사가 왜 생각났냐하면 도깨비가 메밀묵을 좋아하고 그래서 메밀밭이라는 공간 설정이 필연으로 따라왔는데, 이 메밀이 9월에 한 15일 정도 피고 지는 거예요. 그걸 몰랐어요. 그걸 모르고 있다가 저희는 해외촬영 먼저 하고, 그 다음에 사극을 찍고, 그 다음에 현대극을 찍는 스케줄 계획이 있었죠. 그래서 해외촬영을 가기 한 이틀 전인데, 비가 와서 메밀이 다 져버리는 거예요. 어쩌지 하다가, 감독님께서 메밀밭을 먼저 찍고 가야겠다. 그런데 아직 대본을 못 쓴 상황이었어요. 4부까지 대본을 써놓고 해외대본 쓰고, 사극 대본을 쓰고, 그 다음에 이제 5부 대본을 써야지 하고 있는 상황이었죠.
진행자 : 그걸 이렇게 연차적으로 쓰지 못하고 그 때는 막 촬영일정을 맞추기 위해서 장면 장면들을 먼저 쓰고 계셨군요.
김은숙 : 네. 드라마라는 게 매 상황을 해결하는 과정이거든요? 문제들이 그렇게 많이 닥쳐요.
그래서 급한 불부터 꺼나가는 과정인데... 그래서 “그 뒤에 메밀밭에서 이렇게 검 뽑으려고 하고 뽀뽀도 하고 이러려고 했는데 어떡하죠?” 이랬더니 감독님이 “언제 찍으실 거예요?” 그랬더니 “내일 밤” 이러시는 거예요. 그래서 메밀밭 신 생각하고 있는 신들을 “대본을 다 달라”, “없는데요”, “쓰셔야죠”, “네. 기다리세요”하고 그게 하룻밤만에 쓴 신(Scene)이었어요. 앞에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냥 “이거는 몇 부가 될 진 모르지만 그 엔딩이 될 거에요”하고 이제 그 딱 그 상황만 메밀밭가서 검 뽑고 뽀뽀하고 눈 내리고 막 이런 상황만을 딱 던져주는데, 그렇게 급하게 하루 만에 썼던 대본인데, 그 신을 되게 그 대사들을 좋아해주셔서 좋았죠. 그래서 다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제약이 오면 이렇게 헤쳐 나가면서 새로운 것들이 급하니까 나와지더라고요. 옛날에 막 벼락치기했던 그 숙제해냈던 실력이 나온 거죠. 그래서 그 신이 굉장히 인상에 남았습니다.
진행자 : 원래 작가 분들에게 항상 그런 질문 드리잖아요. “어디서 영감을 얻으세요?” 이런 질문들. 거기도 있었는데 제가 미리 이야기 해드리면 바로 여기서 답이 나왔습니다. “마감은 최고의 영감이다.”
김은숙 : 정말 맞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어떤 그 신(Scene)이 생각을 했는데 어느 날 아침이었어요. 태양의 후예라는 드라마를 할 때였는데, 대본은 다 끝났고 촬영도 다 끝났고 방송을 기다려야 되는 사전제작 드라마라는 걸 처음 해봤어요.
그래서 제작비도 많이 들어갔고, 그 전에 제가 했던 작업들이 이제 ‘김은숙 이제 한물갔네’, ‘이제 글 못 쓰네’ 이런 반응들을 듣고 있을 때였었어요. 그래서 굉장히 의기소침해있었고, 외로웠죠. 외로운 상황에서 방송만 남겨놓고 1, 2부가 나갔어요. 근데 14%, 15% 이정도 나온 거예요. 그래 뭐 이정도면 15%로 쭉 가주고, 잘 끝내주면 욕을 좀 덜 먹겠구나. 이 시청률이 유지가 됐으면 좋겠다. 근데 1, 2부는 배우에게 기대가는 시청률이거든요. 이게 스토리가 재밌다는 것 보다 처음에 “어? 배우 누구 나와?” 하면서 보게 되는 게 저는 1, 2부라고 생각하고, 3, 4부 부터가 “이 이야기도 재미가 있네?”, “배우가 이 캐릭터를 입으니까 볼만해지는데?”하면 3, 4부의 시청률이 유지가 되거나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2부가 끝나고 그 일주일이 지옥같이 흘렀죠. 그러고 3부 방송이 됐어요. 그래서 방송이 끝나고 다음날 시청률이 아침 7시쯤 나오는데, 시청률 나올 때까지 그 지옥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진행자 : 몇 시부터였나요?
김은숙 : 11시 한 10분쯤 방송이 끝나죠. 11시 10분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해서 다음날 아침 한 6시 50분까지 술을 마셔서 취하기도 했고 한데, 확인해볼 용기가 안 나는 거예요. 그 핸드폰으로 검색을 해볼 용기가 안 나서 일단 작업실 바닥에 이렇게 누워있었어요. 천장을 보고 딱 누워있는데, 톡 알림음이 울리는 거예요.
그 7시에 누군가가 시청률을 봤어요. 그런데 톡이 딱 한번 오면 보통 “시청률은 떨어졌지만 힘내요! 선생님 헤헤” 이런 보조 작가들의 톡이에요. 그래서 한 번 울리고 잠잠해요. ‘아, 시청률이 떨어졌구나! 어떡하지? 이제 모든 욕을 다 먹게 생겼구나’
왜냐하면 제 드라마는 어쨌든 포커스가 저에게 많이 오기 때문이죠.
진행자 : 그렇죠.
김은숙 : 그 짧은 시간 동안 그 다음 톡이 한 1분도 안 걸렸는데 그 1분 동안 ‘아, 내가 뭘 잘못했지 뭘 어디를 잘못 짚어서 스토리가 재미가 없어졌지’가 머릿속으로 막 굴러가면서 대본을 다시 막 수정을 하고 있는 거예요. 다 끝난 걸 붙잡고 생각하고 있는데, 1분 쯤 후에 알람음들이 수없이 쏟아지기 시작하는 거예요.
진행자 : 이 타이밍에서 제가 눈치 없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감히 1분씩 먼저 톡을 보낸 사람은 누굽니까?
김은숙 : 보조작가였어요. “꺄!” 뭐 이런 내용이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까. 쏟아지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렇게 쏟아지는 톡은 “오, 축하해요” 같은 내용으로 축하를 할 수 있으니까 보내주는 톡이거든요. 그래서 ‘아, 시청률이 올랐구나! 다행이다. 얼마가 올랐지? 그건 일단 자고 내일 이따가 확인하자’ 그러고 잤어요. 그 바닥에 누워가지고, 그 다음 일어나서 확인을 했더니 정말 생각지 못하게 너무 많이 오른 거예요. 23%인가 20%를 넘겼어요. 20%를 넘긴 <태양의 후예> 3부 시청률 15%만 해도 요즘은 대박 이러는데 ‘3부에 왜 이렇게 많이 올랐지?’, ‘2부가 재밌었나?’ 이러면서 다시 막 어떻게 작업했지 막 되짚고 있었어요. 그 아침 그 짧았던 1분이 태양의 후예를 하면서 저에게 가장 인상 깊었어요. 그래서 제 인생에 이러한 세 번의 신(Scene) 장면이 있었습니다.
진행자 : 박수 한 번 주십쇼. 김은숙 작가님 인생에서 나의 드라마의 세 가지 신(Scene). 특히나 이제 마지막 세 번째 신은 드라마 자체의 어떤 신보다는 그 드라마의 2부가, 3부가 끝난 뒤에 자신의 인생에서의 어떠한 신(Scene). 그것이 ‘바로 그 가장 중요한 신(Scene) 중에 하나였다’라고 작가로서의 어떤 여러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실 모습을 또 아주 진솔하게 들려주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김은희 : 일단 전 첫 번째 신(Scene)은 <싸인>이라는 드라마가 첫 번째 공중파의 데뷔작이었는데, 그 20부 마지막 회쯤에 본방을 보고 있는데 화면 조정 시간이라 그러죠? 갑자기 무지개가 떡하니 정말 그러니까 방송사고가 난거에요.
진행자 : 컬러바가 이렇게 떴다고요?
김은희 : 네, 컬러바가 뜬 거예요. 그래서 게다가 어떤 지역에서는 오디오가 안 잡혔다는 이야기도 있고 뒤쪽 보니깐 완전히 편집도 이상함에도 불구하고 그 신(Scene)을 제가 뽑은 이유는 그때 공중파 데뷔작이기도 했었고, ‘아, 드라마의 현실이라는 것이 이런 거구나’ 너무 정말 너무 시간 없이 계속 그때 그때 찍어서 거의 테이프가 3개로 쪼개져서 들어갔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니까 이게 잘 타이밍을 딱 맞춰가지고 이거 VCR을 딱 넣어야 되는데 그걸 못 맞추니까, 이게 컬러바가 나타난거죠. 그걸 보면서 ‘내가 지금 이제 처음으로 시작했다는 드라마 현실은 이런 거구나’ 장항준 감독이 그런 얘기를 한 번 했었거든요.
진행자 : 부부시죠.
김은희 : 네. 영화를 찍다가 드라마로 왔는데 영화 찍을 때도 막 그렇게 힘들어죽겠다고 막 그랬었는데, 아 진짜 영화가 그냥 정말 그냥 달구지면 진짜 정말 드라마는 F1 레이스 같다고, 정말 정신없이 흘러간다는 거예요. 그런데 드라마 대본 넘기는 것도 그러니까 아까도 얘랑 그 얘기하면서 왔는데 이젠 정말 생방 못하겠다. 그 생방할 때 진짜 생방 목숨이 진짜 왔다갔다하는 느낌이 좀 있거든요.
진행자 : 작가분들이 그걸 생방이라고 그러죠. 오늘 찍어서 바로 오늘 저녁에 내보내고 막 이런식!
김은희 : 근데 그 정도까지 간적은 없는데, 그 정도가 아니더라도. 아무튼 그런 느낌에서 첫 번째 신은 그걸 뽑았고요.
진행자 : 첫 번째 신(Scene)은 여러분이 기대하셨던 바와는 완전히 다르게 컬러바가 펼쳐졌던 어떻게 보면 일종의 암시라고 우리가 즐겁게 해석하죠. 앞으로 김은희 작가님의 모든 드라마의 무지개 빛 미래가 있을 거라고 네! 두 번째 신(Scene)은 어떤 신입니까?
김은희 : 두 번째 신(Scene)은 그 <유령>이라는 드라마였는데, 못 보신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사이버 수사대 관련된 얘기였어요. 근데 거기에 그 국제 해커 팀이 한전을 해킹해서 다운시키는 장면이 나왔거든요. 그래서 갑자기 막 신호등 다 꺼지고 막 병원에서 수술하다가 막 불 꺼지고 약간 좀 그런 신이었는데, 아무튼 그 회가 끝나고 나서 그 다음에 무슨 국가기관에서 드라마처럼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가 없다고 기사를 띄우셨더라고요. 근데 실제로 그게 가능하다는 거는 사실은 다른 나라에 어떤 그런 케이스 경우 자료조사를 많이 해서 쓴 신이었는데, 아무튼 그걸 보면서도 그래도 한 저녁 10시에 프라임 타임에 ‘이 공중파라는 이 전파를 내가 책임지고 있다’라는 책임감? 그러니까 더 열심히 자료조사도 하고 ‘더 열심히 좀 현실적인 감각을 더 많이 키워야겠다’ 약간 좀 그 기사를 보면서 책임감을 좀 가졌던 신이고요. 그리고 마지막 신(Scene)은 그냥 그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신이었는데 그 마지막 제가 마지막 썼던 <시그널>이라는 드라마에서 그 이제훈씨가 맡았던 배역이랑 조진웅 맡았던 이재한 형사라는 그 둘이 무전을 하는 신이었는데 원래 그 전에 그 어렸을 때 얘가 뭐 오므라이스를 되게 먹고 싶어 했는데 그걸 좀 사주는 신이 들어가고 약간 이제훈은 조진웅은 이미 죽었다는 걸 알고 조진웅은 얘가 어떻게 커간다는 걸 아는 상태에서 서로 무전을 하는 신이 있어요. 그래서 “전 형사님이 되게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약간 좀 그런 무전이었는데 지나보니 좋더라고요.
진행자 : 그런 저도 그 장면이 생각이 나는데. 그 장면이 되게 인상적이었던 것이 그런 거 같아요. 서로가 서로에게 말할 수 없는 이야길 가지고 그 이야기를 어떻게든 그래도 아름답게 전달하기 위해서 그 말을 돌리면서 하잖아요. 그러니까 바로 이 대사의 아름다움이라든지, 드라마의 아름다운 같은 게 웅변을 하듯이 직접 그것을 뱉어내는 게 아니라 그것을 다른 말로 돌려서 또 다른 의미를 전달할 때, 그럴 때 사실 시청자 입장에서 “야, 대본을 정말 잘 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아마도 저의 생각하고 또 작가님의 생각이 맞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은희 :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행자 : 아유 아닙니다. 멋진 장면을 써주셔서 감사하단 말씀 먼저 드리죠. 박수 한 번 부탁드릴게요.
01. 이 강좌에 대해서
<도깨비>의 김은숙 작가,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를 한 자리에 모셔 사람들을 울고, 웃게 만드는 드라마의 힘을 확인해보고자 합니다. 특히 자신들의 작품 중 기억에 남는 신(Scene) 세 개를 꼽아 드라마가 제작되기까지의 그 속내도 알아봅니다.
02. 강사 소개
김은희 (드라마 작가)
03. 강사 이력
김은희 - 제52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극본상 수상 - 제5회 아시아태평양 스타어워즈 작가상 수상 - 드라마 <싸인>, <유령>, <쓰리 데이즈>, <시그널> 등 극본 집필
김은숙 - 제41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극본상 수상 - 제53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 수상 - 드라마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온에어>, <시티홀>,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태양의 후예>, <도깨비> 등 극본 집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