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재원의 색다른 체험기는 어떤 콘텐츠?
<조재원의 색다른 체험기>는 SBS의 모바일 제작사업팀에서 제작한 웹 예능 콘텐츠인데요. 2019년 6월 5일부터 8월 21일까지, 일주일에 한번씩, 총 12개의 클립이 업로드 되었고, 누적조회수 400만뷰 정도를 기록했습니다.
132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크리에이터 조재원을 호스트로 해서 '진짜 이런 직업이 있어?' 할법한 직업체험부터 전생체험, 미래체험 등 약간은 엉성하지만 그 나름의 재미와 의미의 요소를 뽑아낼 수 있는 주제들을 가지고 촬영하는 콘텐츠입니다.
3회차, '70대로 특수분장을 하고 엄마의 가게를 찾아가 봄' 콘텐츠는 292만 조회수, 댓글 2천개, 3만 좋아요, 신규구독자 유입 7,750명 가량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12회차 업로드를 끝으로 시즌1을 마감한 상황입니다.
조재원의 색다른 체험기를 줄여서 어떻게 적을까 생각하다보니, 조색기 라고 하면 웃길 것 같았습니다. 물론 회의시간에 소리내서 타이틀을 많이 발음하진 않았는데요. 처음 기획회의를 할 단계에서 피디와 작가들이 '조.색.기'라고 하면 좋을 거 같다는 의견을 냈을 때, 이견 없이 좋다고 했죠. 그냥 내용이 뭔지 모르지만, 들으면 바로 입력되는 타이틀이라 생각했습니다.
원래 개그맨 지망생이었던 유재필 씨와 <베스트 셀럽>이라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었습니다.
숏터뷰나 복붙쇼 같은 콘텐츠들이 막 나왔던 2016년, 2017년 이후 페이스북, 유튜브, 네이버TV 같은 플랫폼에만 업로드하는 웹예능들이 매우 많아졌고, 특히 2018년은 스튜디오 룰루랄라(JTBC)의 <와썹맨>이 큰 인기를 끌었죠. 박준형이라는 거침없이 솔직한 연예인을 앞세워 자연스런 유튜브 콘텐츠로 제작해서 웹 예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페이스북이 보다 사용자 개개인의 SNS임을 천명하면서 페이스북에 업로드되는 콘텐츠의 조회수는 거의 반토막이 났고, 100대들은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등 소셜미디어로 이동하고 아프리카 티비 BJ들도 유튜브로 이동하거나, 지상파 혹은 종편, 케이블 방송에도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출연하는 등, 연예인과 크리에이터들의 경계가 허물어진 시점이기도 했습니다. 기존의 연예인들도 유튜브 개인 방송을 시작했고 특히 코미디 프로그램이 종영되면서 개그의 장을 잃어버린 개그맨 (혹은 개그맨 지망생)들이 유튜브에 채널을 열고 각자의 끼를 발산하며 구독자를 늘려가던 상황이었습니다.
유재필의 <베스트 셀럽>은 이렇게 늘어나는 유튜브의 크리에이터들을 만나보고 유재필 본인도 크리에이터로 성공하고 싶다는 포부로 시작한 콘텐츠였는데, 여기에 조재원이 출연한 겁니다. 조재원은 이미 100만 구독자를 형성하고 있는 크리에이터였고, 개그맨 공채에서 낙방하고 할 일이 마땅치 않아 막노동을 하면서 '나도 유튜브 해볼까?' 하고 한 두개 콘텐츠를 업로드 하다가 반응이 오자 아예 콘텐츠를 만들어보자 해서 '죽음의 ASMR', '상황극' 등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 개그 코너를 짜듯 한땀한땀 콘텐츠를 만들어 오던 조재원씨의 콘텐츠들이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유튜브 방송중에는 선정적인 내용들도 많은데, 조재원씨의 콘텐츠는 건전하고 재미있어서 모비딕에서 콘텐츠를 같이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모비딕에서는 주로 연예인들과 작업을 했는데요. 방송을 하던 마인드로 만들어온 거죠. 그러나 유튜브의 영역이 미디어업계에서 무시 못할 부분이 되고, 1인 방송도 지상파 방송을 뛰어넘는 인기를 끌게 되면서, 그리고 <와썹맨> 같은 콘텐츠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방송사에서 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 쪽으로 관심이 기울게 되었습니다. 흔히 '방송국놈들'이라고 하는데, 사전에 기획해서 제작한 후 업로드 하는 형식이고 시청자의 반응은 후기만 있을 뿐이죠. 유튜브는 나도 기획자가 되고 출연자가 되는 공간이 된 겁니다.
연예인이 아닌 크리에이터와 방송을 만들어본다는 점이 생경한 포인트라 생각했습니다. 재원씨에게 이런 콘텐츠 제안을 했을 때 너무 좋아했습니다. 기획도 촬영과 편집도 해주니까요. 자막이나 편집도 이전에 비하면 맥락이 많이 없어졌는데, 이는 '맥락이 없다'는 게 포인트입니다. 구성의 기승전결을 늘 생각하고 왜 이 커트 뒤에 다음 커트가 붙나? 식의 편집 문법 등을 생각하게 되는데 그런 거 없이 재미있었던 부분만 편집했고, 자막도 포토샵이나 디자이너 써서 정제되게 제작하지도 않았습니다. 정말 유튜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본 자막들로 제작이 되었죠. 그러다 보니 기존 콘텐츠들보다 피디 개인의 취향이 좀 더 드러나는 콘텐츠가 된 것 같습니다.
2. 반응이 좋았던 콘텐츠와 저조했던 콘텐츠는?
70대 노인분장을 하고 엄마 가게에 가서 몰래카메라 한 것이 인기가 있었고, 이색직업 체험을 시작으로 했던 콘텐츠였는데 하다보니 '직업'으로 제한을 두는 건 한계가 있을 거 같아, 조재원이 무언가를 색다른 느낌으로 체험한다로 방향 선회했습니다. 분장을 하고 미래체험을 하는 콘텐츠는 기본은 되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조재원 본채널에 수시로 등장하신 어머님 찬스 활용하기도 했죠.
댓글을 보다보면 시청자들은 어디에 반응하는지를 살펴 볼 수 있는데요. '분장 대박. 재밌어요, 옆테이블 여자분 이쁘네요, 김치전 맛있을듯' 이런 단순 반응도 의미 있는데, 그 안에서 댓글로 대화가 시작되면 우선 성공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는 표면적인 분장에 대한 댓글부터, 소위 진상을 떠는 할아버지 조재원을 대하는 주인인 조재원 어머니의 태도에 대한 댓글도 많았습니다. 거기에 조재원이 직접 댓글을 달고 하면서 자연스레 콘텐츠에 대한 의견교환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채널 구독을 한다는 건 이런 콘텐츠를 또 보고 싶다는 적극적 의사표현이라 할 수 있는데요. 구독자의 수가 채널 파워인 거죠. 하지만 쉽게 구독하고 쉽게 구독취소를 합니다. 유튜브는 반응이 매우 빠르거든요. 이 콘텐츠로 7800명 가량의 모비딕 구독자가 생겼고, 모비딕 같은 종합채널에서는 구독자가 많은 편에 속합니다.
이색알바체험기, 애견카페 편인데요. 콘텐츠의 완성도가 떨어졌고, 아이템은 심플하게 찾아내고 기본적으로 재미있게 풀어야 했을 내용을 평범하게 접근했던 것 같습니다. 초반기획과는 달리 ‘체험’이라는 틀에 갇히다 보니 생긴 문제라 할 수 있죠. 이때는 회의할 때도 뭘 해야 재밌지? 뭘 해야 터지지? 하는 데만 초점을 맞췄던 듯 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워크맨이 직업체험의 바이블처럼 자리매김하고 있을 시기여서 댓글에 ‘워크맨 따라하냐’ 하는 식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었고, 콘텐츠 조회수라는건 사실 부침이 있는 건데, 제작진도 의기소침했던 것 같습니다. 일반인 같은 크리에이터가 일반인 체험을 하는 건 재밌지 않았던 거죠. 게다가 날것 느낌도 떨어진 것도 한몫했습니다.
2. 콘텐츠를 만들면서 가장 신경 썼던 점
‘유튜브스럽게’라는 말처럼 쉽고도 어려운 말이 없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자연스럽게, 짠 것 티 안나게, 소통이 잘 되게,가볍게 같은 말을 모두 포함한 단어가 아닐까 싶네요. 유튜브를 소비하는 15 - 25세 사이 시청층은 예전에 TV를 시청했던 예전의 젊은 세대와도 다릅니다. 집 거실에 앉아있어도 절대 TV 켤 생각을 안 하죠. 대신 휴대폰으로 유튜브에 접속해서 화제의 클립들을 찾아보는 식입니다. 각자 취향에 따라 채널을 구독하고 좋다/별루다/재미없다...등의 의사를 클릭과 댓글로 쉽게 표현하죠. 프로그램을 분석하면서 접근하지 않지만, 쏟아지는 영상들과 재밋거리 속에 잠시 그들의 눈을 5분, 10분이라도 머물게 하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아프리카TV나 유튜브를 중심으로 영역을 확장해 온 크리에이터들은 연예인과 다르다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그들만의 전문분야가 있죠. 게임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서도 게임을 하는 사람, 게임을 중계하는 사람, 게임의 뒷얘기를 하는 사람 등.. 자연스럽고 그 분야에서만큼은 실력자입니다. 그들만의 언어를 쓰고 그들 안에서의 룰이 있죠, 매스를 상대로 하는 레거시 미디어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생리이기도 합니다.
<조재원의 색다른 체험기>를 통해 어쩌면, 유튜브 시청자들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크리에이터와 협업을 해보는 등, 새로움을 추구했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작진도, 방향도 보다 철저하게 새 판을 짰어야 했지 않나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130만 구독자를 지닌 크리에이터라고 하지만, 그 구독자들 사이에서는 유재석보다 인기 있는 셀럽일 수 있으나, 불특정 다수에게는 ‘잘 모르는, 재밌는, 그 누구’일뿐일 수 있습니다. 와썹맨, 워크맨의 경우는 방송인을 얼굴로 내세웠기에 메가히트가 가능했고, 유튜브도 연예인들이 세를 확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웹 콘텐츠를 3년 정도 기획 및 제작하다보니 ‘콘텐츠’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조회수가 높으면 무조건 좋은 콘텐츠인가, 협찬이 잘 붙으면 좋은 콘텐츠인가.하는 생각을 합니다.
레거시미디어에서 디지털(웹) 콘텐츠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건, 무엇보다 하락하는 광고 때문이었습니다. TV를 더 이상 보지 않는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 인가가 가장 큰 고민이었죠.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는 모두는, ‘수익’을 우선으로 생각하는데요. 돈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심지어 트렌드의 변화도, 콘텐츠의 수명도 짧은 디지털 생태계에서 몇 달만에 오리지널 메가히트작을 만들어낸다는 건 쉽지 않습니다.
<숏터뷰>와 <복붙쇼>는 돈을 벌었을까요?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 PPL이 들어오면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해주는 형식의 사업구조입니다. 이미 TV에서 하고 있는 방식을 그대로 가져와서 금액대를 낮추든, 길이를 짧게 하든, 브랜디드 콘텐츠라는 이름을 붙이든, 만들어내는 것이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구조인가 싶네요.
진입장벽이 낮아진 건 긍정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거죠. V로그를 하건, 먹방을 하건, 만들어서 업로드하는 순간, 자신만의 콘텐츠가 됩니다. (화면전환) 유튜브에 하루에 업로드 되는 영상의 길이가 평생을 봐도 볼 수 없는 만큼의 양이라 하는데, 그럼 돈을 벌겠다는 목적으로 올려대는 그 콘텐츠들이 모두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콘텐츠의 홍수 시대에서 어떤 콘텐츠로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아야 할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누가 무얼하든 정답은 없습니다. 유튜브의 약진에 힘입어 성장하게 된 국내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우선은 재밌다고 느끼고 많이 보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건 유튜브만 좋은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콘텐츠의 공해가 되지 않도록 절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01. 이 강좌에 대해서
전통 레거시미디어와 크리에이터간의 협업 사례를 통해 성공적인 숏폼 콘텐츠를 기획해 본다.
02. 강사 소개
은지향 (SBS PD)
03. 강사 이력
- 현) SBS 모바일제작사업팀 PD - '복붙쇼', '어반로드', '워너시티' 등 연출 - 제21회 한국PD대상 라디오부문 작품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