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드라마의 시즌2 소식!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한 줄기 빛이 아닐 수 없죠. 시즌 드라마가 연달아 히트를 치면서 시즌 드라마의 제작 전략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하는데요. 에피소드 중심의 시즌 드라마, 같은 인물과 배경의 시즌 드라마, 배경이나 주인공이 바뀌는 시즌 드라마까지 그 종류와 방법도 각양각색입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시즌 드라마를 염두에 두고 제작했다는 소식이 들릴 만큼 이제는 시즌 드라마가 드라마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듯 한데요. 제작진의 디테일한 전략이 시즌 드라마의 성공을 이끈 것은 아닐까요? 그럼 지금부터 <검법남녀>를 연출하신 노도철 PD님과 함께 시즌 드라마의 성공전략! 자세히 알아볼까요?
아) [이유 있는 시즌 드라마의 성공법칙], 그 두 번째 시간입니다. 오늘은 어떻게 ‘시즌드라마를 기획해야 할까?’ 라는 주제로 노도철 PD님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피디님, 안녕하세요.
노) 안녕하세요.
아) 사실 시즌제 드라마라는 게 해외에서 먼저 시작이 됐잖아요.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조금 변화가 생겼을 것도 같은데 우리나라의 시즌제 드라마, 외국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노) 네. 앞 차시에서 시즌제 드라마의 장점들을 알아봤잖아요? 그래서 아마 다들 ‘그래. 시즌제 드라마가 대세네, 시즌제 드라마 만들면 되겠네’ 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하지만 실제 국내 시즌 드라마의 경우 많은 실패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냥 단독의 미니시리즈에 비해 그렇게 성공하기가 호락호락하지는 않았어요. 그 이유가 바로 국내와 해외의 시즌 드라마 차이점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데요. 이것은 또한 국내 시즌 드라마의 한계와 단점에 대한 답도 될 것입니다.
아) 실제로 여러 실패 사례가 있다고 하니까 더 궁금해지는데,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왜 시즌제 드라마가 성공하기 어려웠던 걸까요?
노) 시즌제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효율성’인데요. 하지만 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지속성’이라는 것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즉 동일 배우, 동일 배경의 드라마가 시즌을 거듭해서 살아남아야 하는 지속성이야 말로 시즌 드라마가 돈을 아낄 수 있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이런 최대 목표인데요. 하지만 이런 ‘지속성’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필연적으로 익숙하고 뻔하고 지루하고 이런 걸 이끌게 됩니다. 따라서 이런 시즌을 거듭해도 같은 배우, 같은 이야기로 계속해서 시청층을 유지하고 살아남기 위해선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 신선한 대본’을 만들어 내야 되는 겁니다.
아) 이해가 돼요. 그렇다면 이 중요한 늘 신선한 대본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노) ‘늘 신선한 대본’을 만들기 위해서 대략적으로 시즌제 드라마에서는 제 생각에선 세 가지 방법 정도의 전략을 구사해야 합니다.
아) 네, 그럼 이 세 가지 전략에 대해서도 배워봐야겠죠. 어떤 게 있을까요?
노) 첫 번째는 가장 흔한 방식인데요. 강력한 카리스마의 주인공이 매회 새로운 사건을 해결하는 에피소드 방식으로 전개되는 전략입니다. 그래서 늘 신선한 소재, 늘 새로운 매일마다 안타고니스트들이 나오고, 새로운 범인을 찾아내고, 새로운 결말을 이끌어 나가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우리가 생각하는 시즌제 드라마의 형식이면서도 또, 매회 사건을 해결하기 때문에 전개가 아주 빠르고, 박진감 넘친다는 플롯을 가진다는 반면에, 매회 다른 소재와 캐스팅을 해야 되기 때문에 많은 수의 작가진, 또는 시즌별로 새로운 작가진의 교체처럼 필연적으로 멀티창작시스템이 요구됩니다. 여기서 제 생각에 해외 시즌 드라마와 국내 드라마의 가장 큰 차이점이 생길 것 같습니다.
아) 그러니까요. 우리가 드라마를 떠올릴 때, 작가진이 아니라 작가를 떠올리잖아요? 우리나라는 작가진 시스템이 아니라는 거군요.
노) 네, 맞습니다. 외국에서는 한 명의 크리에이터가 보통 파일럿 1~2회 제작을 하고, 이게 쇼로 런칭이 되면 여기에 메인작가 5~6명, 그 밑에 서브작가, 소재작가, 인물작가 이런 식으로 30명 정도까지 멀티창작시스템으로 이루어지는 반면에 아직 여전히 국내에서는 작가 한 사람이 시즌과 시즌 사이에 텀을 두고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인물 캐릭터에 어떤 공감대라던가 심리에 연결성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지만 시즌2 이후에는 자기복제나 반복에 의해서 첫 시즌의 프레시함이 사라지고 스토리가 크게 후퇴하여 좀 안 좋은 결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경우, <안녕 프란체스카>의 경우에 시즌 1, 2까지만 제작을 하고 저희들이 많이 방전됐기 때문에 시즌3에서는 아예 새로운 연출과 작가진으로 교체하여 새로운 수혈을 통해서 시즌을 이어 나가는 방법을 선택했고요. 그리고 또 많은 새로운 이야기가 보여지기도 했습니다.
아) 네... 작가 한 명의 시스템이 좋은 점도 있겠지만, 말씀해주신 문제점도 있을 수 있겠네요.
노) 아직 시즌 드라마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한국에서는 작가 개인 역량에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시즌2 이후에는 소수의 작가진만으로는 계속 새로운 이야기와 인물, 스토리를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한국 시장에서 과감한 대본 작업 시스템의 변화가 필연적으로 동반돼야 앞으로도 많은 좋은 시즌제 드라마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 볼게요. 늘 신선한 대본을 만드는 두 번째 전략, 그건 또 어떤 게 있을까요?
노) 두 번째는 이런 동일 소재와 동일 스타일을 유지한 채 주인공을 교체하는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드라마 ‘더티존’ 같은 경우, 시즌1에서는 에릭바나가 착한 여주를 괴롭히는 전남편으로 등장하지만 시즌2에서는 그런 설정만을 동일 소재로 놓고, 아예 주인공을 바꿔서 새로운 이야기로 전개를 시도했습니다. SBS의 최초 시즌드라마인 ‘미세스캅’의 경우도 시즌1의 주인공은 김희애씨였지만 김성령씨로 시즌2로 바뀌며 그렇지만 제작진은 유인식 피디로 동일하였습니다. 이런 같은 동일 세계관으로 주인공을 교체해 가면서 신선한, 지루함을 탈피해서 신선함을 유지하는 전략을 사용하였습니다.
아) 그런데 그 드라마 저도 재밌게 봤거든요. 이렇게 시즌1, 2에서 주인공이 바뀌면 문제는 없을까요?
노) 문제가 좀 생겼죠. 이렇게 주인공이 교체가 되면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는 원시즌 팬들의 항의가 좀 큰 편이고, 또 약간 뭐 기사에서 배우들이 바뀌었다고 하면 진정한 시즌 드라마가 아니다, 스핀오프다, 그러면서 좀 격하되는 그런 상황이 있었습니다.
아) 네... 우리나라에서는 좀 그렇게 대응을 했었군요. 자, 그렇다면 마지막 신선한 대본을 위한 세 번째 전략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시죠.
노) 세 번째는 비슷한 캐릭터와 비슷한 스토리를 유지하는 대신 이번에는 배경을 교체하는 전략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CSI 시리즈가 있죠. CSI, 뉴욕CSI, 마이애미, 라스베가스 이렇게 각 도시별로 배경과 톤앤매너에 변화를 주어서 각 시리즈별로 다른 생명력과 개성을 갖게 만드는 이른바 스핀오프 방식과 유사한 전략입니다.
아) 네, 저도 이런 시즌 드라마는 항상 재밌게 봤던 것 같은데, 이 전략의 장점이 있겠죠?
노) 원작의 강력한 팬덤이 있는 경우에는 이렇게 파생된 이야기 역시 안정적인 시청층을 확보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 네, 시즌 드라마의 장점과 특징에 이어서 해외와 국내 시즌 드라마가 어떻게 다른지까지 좀 알아봤는데요. 어려움도 있지만 시즌 드라마의 매력에 좀 공감해서 보시면서 ‘나도 한 번 기획을 해보고 싶다’ 생각하시는 분들 분명히 계실 거예요. 자, 그렇다면 이 분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피디님?
노) 시즌 드라마는 이번 당해 연도에 끝나는 드라마는 아니고, 앞으로 몇 년 동안 계속 드라마를 끌고 가야 되잖아요? 같은 배우로... 그런 이유에서는 지금까지 어떤 이런 드라마 작법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얻어낸 교훈입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접근 방식을 하나하나 이제 알아보겠습니다.
아) 지금부터 그 비밀을 공개해 주실텐데, 자 첫 번째로 무엇을 생각해봐야 할까요?
노) 캐릭터 라이징입니다. 제가 하나 질문 드릴게요. 일반 드라마 주인공과 시즌 드라마 주인공의 캐릭터의 차이점이 무엇일까요?
아) 이거 좀 어려운데.. 나이가 좀 있는 주인공이다? 이 정도?
노) 제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볼 때 딱 하나의 키워드를 고른다고 하면 ‘반복성’일 것 같습니다. 보통 일반 드라마 주인공 캐릭터는 가장 익숙한 영웅 플롯에 따르자면, 남들과 다른 평범하고 비천한 세계에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인생을 흔들만한 사건을 맞닥뜨리고 자기 머물렀던 세계에서 뛰쳐나오는 결심을 하고, 뛰쳐나오는 순간 길가에서 도중에 멘토를 만나서 기초실력을 키우고, 자기 안타고니스트 존재를 알게 돼서 첫 대결에서 반드시 깨지고, 바닥까지 떨어져서 역경을 만나다가 반전의 무기를 찾아 레벨 업을 한 뒤, 그 다음 승리하고 해피엔딩을 맞는 이런 전형적인 영웅 플롯을 많이 따르게 되는데요. 우리가 잘 아는 스타워즈의 루크 스카이워커나 제빵왕 김탁구, 주몽 모든 라인들이 이런 영웅 라인을 따랐죠.
아) 인기 많은 일종의 성장형 캐릭터잖아요?
노) 네! 게임에서도 많이 나타나는, RPG 게임에서도 많이 나타나는 레벨 업 캐릭터들인데요. 이런 캐릭터들의 성격은 주로 올곧고 정의롭고, 불의를 참지 못한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금방 감정이입, ‘아 주인공이구나’ 금방 감정이입을 하게 해서 끝까지 이 주인공을 응원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캐릭터의 내면을 투명하게 우리가 느낄 수 있고,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시청자들의 궁금증은 대부분 이 주인공을 없애려는 안타고니스트에 대한 복수 또는 무찌르는 승리에 맞춰져 있죠.
아) 우리가 드라마를 볼 때, 자주 만나던 캐릭터인데, 그럼 시즌제 드라마의 주인공은 어떻게 좀 다른가요?
노) 시즌제 드라마의 주인공은요. 이런 레벨 업 캐릭터가 아니고요. 성장하지가 않아요.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그래서 늘 익숙한 자기만의 매력으로 사건을 해결하고 제 자리로 돌아가는 반복형 캐릭터가 많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의아해 하실텐데요. 성장하지 않는다고? 미국드라마 <프렌즈>의 캐릭터들을 볼까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트콤인데요. 제가 질문 하나 드릴게요. 우리가 <프렌즈>를 보면 항상 많이 웃잖아요? 어떤 부분이 우리를 웃게 하는지 생각해보신 적 있으세요?
아) 음... 대사? 그들의 작은 행동? 이런 것들? 뭘까요?
노) 다들 대부분 <프렌즈>를 쓴 작가는 엄청난 천재라서 빵빵 웃음이 터지는 대본을 썼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막상 대본을 구해서 읽어 보면 정말 사소하고 유치하고 별거 아닌 시시한 문장의 반복 혹은 나열의 불과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코미디 오래 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이 <프렌즈>의 웃음 장치는 대사만으로 웃음을 터뜨리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아) 네... 대본을 읽으면 웃기지 않는다는 건데, 그럼 <프렌즈>의 웃음은 도대체 어디에서 만들어지는 거예요?
노) 물론 대본을 보면 웃기긴 하죠~ 그런데 그게 막 대사만으로 웃긴다는 것은 아니고요.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제가 생각하는 <프렌즈>의 웃음의 비밀은 저희가, 잘 생각해보세요. 조이나 로스가 대사를 하기 전에 우린 그들이 어떻게 대사를 할지 알고 있어요. ‘이 상황에서 조이는 분명히 저렇게 반응을 하고 저런 대사를 할 거야’ 하는데 조이가 그렇게 해요. ‘로스는 분명히 이렇게 할 거야’ 하는데 그렇게 해요. ‘레이첼은 분명히 저기서 얌체짓할 거야’ 하는데 그런 대사를 해요. 그때 우리는 ‘아 우리 예측이 맞았다’ 하는 거기서 ‘익숙함’, ‘안도감’ 그 ‘편안함’ 거기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웃음, 이게 제 생각엔 10년 동안 <프렌즈>를 끌어온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네... 뭔가 큰 거에서 터지는 그런 웃음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느낄 수 있는 그 일반성 뭔가 안정감에서 느끼는 웃음이다라는 거죠?
노) 네... 이건 좀 어려운 개념일 수도 있는데요. 이런 시즌제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매회 새로운 에피소드와 다양한 사건들을 맞닥뜨리지만 반드시 그 회가 끝날 때쯤 자기의 원 캐릭터로 돌아와야 하는 ‘반복형 캐릭터’임을 알 수가 있어요. 만일에 우리가 조이가 갑자기 똑똑해져서 이성적인 대사를 한다거나 로스가 어리버리한 로스가 냉철한 대사를 하면 우리는 웃지 않을 거예요. 우리는 그들이 성장하는 것을 원하지 않죠.
아) 많은 분들이 조이는 조이이기 때문에 웃고, 함께 좋아해주시는 거잖아요? 그럼 이런 캐릭터성이 시즌제 드라마에 나타나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노) 네... 저는 시트콤하고 시즌제 드라마를 같이 해봤기 때문에 처음에 이런 시스콤의 메커니즘이 시즌제 드라마의 캐릭터 라이징에도 같이 적용된다고 생각을 해요. 잘 보면, 예를 들면, 제가 좋아하는 <멘탈리스트> 사이먼이나 의 호레이쇼 관장을 예를 들어볼까요?
아) 그 호레이쇼 반장은 누구나 다 알죠? 까만 선글라스 쓰고 맨날 이렇게 서 있잖아요? 목소리도 한참 성우 분이 좋아서 제가 많이 즐겨봤었거든요.
노) 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양지운 선생님이 하셨는데, 잘 보면 호레이쇼도 마찬가지고, 사이먼도 마찬가지고 어떤 사건을 겪고, 또 심지어 우리가 몇 회를 빼먹어도 항상 보면 사이먼은 사이먼 식으로 해결하고 호레이쇼는 언제 봐도 호레이쇼예요. 그래서 이런 일관된 주인공의 반복적인 캐릭터, 이게 시즌제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캐릭터인 것 같습니다.
아) 하지만 또 일반 드라마에 익숙해진 시청자분들이 있잖아요? 그런 분들은 왠지 시즌 드라마의 주인공들도 좀 성공하기를 바라지 않을까요?
노) 그게 실은 시즌제 드라마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어려운 부분이에요. 늘 반복해야 되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너무 반복만 하면 전혀 성장하지 않으면 재미가 없거든요. 제가 만들었던 <검법라인>의 백범도 맨날 소리지르고, 소시오패스 같지만 변하지 않았나요? 실은 매회 조금씩 조금씩 그 어리버리한 은솔이라는 여자검사에 의해서 조금씩 조금씩 바뀝니다. 그니까 얼마만큼 캐릭터를 성장을 시킬거냐? 얼마큼 해야 되느냐? 그게 실은 동물적인 제작자의 감각이 필요한 것 같아요.
아) 네... 그 속도의 문제인건데, 그러면 우리 피디님은 얼마만큼 빨리 성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시는 걸까요?
노) 그게 정말 어려워요. 이게 저희 업계 용어로는 ‘반 발짝 앞서가야 된다’고 하거든요. 한 발짝만 앞서가도 안 되고, 반 발짝, 그 얘기는 뭐냐면, 너무 그냥 예측 가능하다고 그러면 뻔하고 지루해지고, 그렇다고 너무 앞서 나가면 ‘어 캐릭터가 왜 저래 무너졌어’ 이런 말을 듣기 때문에 반 발만 시청자의 예상을 살짝 어긋나는 그 절묘한 속도감, 그게 드라마의 성패를 좌지우지하고요. 연출자나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그 속도를 찾아내는 것이 시즌제 드라마를 성공시키는 노하우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프렌즈>를 봤을 때도 그 속도를 봤을 때, 로스와 레이첼은 어마 어머한 이혼과 여러 가지 상황을 걸쳐 10년만에 시즌10에 가서야 철이 들게 됩니다.
아) 자, 시즌제 드라마 주인공의 캐릭터라이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 특징은 여기서 살펴본 게 다일까요?
노) 아닙니다. 이 시즌드라마의 캐릭터라이징의 또 하나의 특징이 있는데요. 그건 바로 ‘과거 숨기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 과거라는 것은 우리가 흔히들 생각하는 출생의 비밀, 이 과거의 비밀을 말하는 건가요?
노) 출생의 비밀하고는 좀 다르고요. 인물의 과거 트라우마 만들기? 과거의 충격적인 과거의 비밀 만들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이 매회 조금씩 조금씩 마치 인물의 껍데기가 벗겨지듯이 그런 게 하나씩 하나씩 흘러들어야 한다는 뜻이고요. 우리가 그 인물을 들여다봐서 그 인물의 감정이입을 시키는 일반 드라마 제작 캐릭터와는 다르게 매회 조금씩 조금씩 비밀을 가르쳐주는, 이게 시즌 드라마의 주된 특징입니다. 가장 그걸 잘 썼던 게 로스트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로스트>에서는 여러 명들이 조난당해서 어떤 섬에 도착했는데 그들이 로빈슨크루스처럼 살아가는 그런 생존방식 외에 매회 얘의 숨겨진 과거, 얘의 숨겨진 과거, 얘의 숨겨진 과거로 사건을 전개시켰고요. 제가 했던 <검법남녀2>에서도 장철의 과거 이야기라던가 시즌1에서는 백범의 과거 숨겨진 이야기, 왜 백범이 이렇게 독해졌는가, 이런 것을 조금씩 조금씩 흘리면서 어떤 스토리를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아) 음... 또 역시 예시를 들어주시니까 이해가 잘 되는데, 결론적으로 정리를 해보자면 시즌 드라마의 주인공 캐릭터는 늘 뭔가를 반복하는 익숙한 개성이 강한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숨겨진 출생이 아닌 과거의 트라우마를 지녀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까요?
노) 네 그렇습니다. 이 모든 복잡한 것 같은 장치가 여러 해 동안 드라마가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가기 위해서는 제작자들이 조금 더 신선하게 만드는 노하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 네, 그 제작진들이 만드는 노하우가 얼마나 중요한지 계속해서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시즌제 드라마의 캐릭터 라이징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자, 다음은 함께 이야기 나눠볼 주제, 시청자 타겟팅인데요. 그런데 피디님, 제가 궁금한 건 이 OTT 서비스가 생기면서 드라마를 보는 방식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요?
노) 네, 최근 들어서 많이 달라졌습니다. 옛날에는 제작발표회에서 모든 연기자분들이 ‘파이팅! 본방사수 부탁드립니다.’ 이런 게 유행이었을 때가 있었는데요.
아) 맞아요. 저도 TV 화면으로 보면서 제가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본방사수 해주세요’ 라고 하면 시간 맞춰서 앉아 있었거든요.
노) 그래서 뭐 그렇게 시청층 확보를 해야 되고, 시청률 그래프가 20% 쳐야 성공한 드라마가 되기 때문에 하지만 지금 마침 2021년에 코로나로 인해서 모두가 방에서 OTT만을 보는 이런 상황에서는 지금까지 이런 타켓 시청층이라는 개념이 완전히 바뀌어버렸습니다.
노)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가 생긴 이후로는 마치 무협지를 읽듯 계속 몰아보는 드라마 패턴이 생겨났죠. 엔딩 이후 스크롤의 다음 회 예고편이라든가 드라마 시작 전의 이전 줄거리 요약 이런 거는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심지어 넷플릭스 드라마는 과거 플래시백도 잘 허용하지 않아요. 이러한 송출방식 혹은 제작방식은 드라마 대본 작업에도 이전과는 다른 혁신적인 변화를 수반했습니다. 일단 후킹라인을 던지고요, 사건이 터지고, 후킹되면 그 이후에 2회, 3회 차차 설명하는 방식으로 작법이 변화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극 초반부에 차근차근 빌드 업 하는 방식으론 변화하는 시청층을 사로잡을 수 없게 된 거죠.
노) 결국 모든 시청자들이 각자 자기들이 좋아하는 드라마를 찾아서 그냥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시간대에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비하는 그야말로 개별소비패턴으로 넘어갔습니다.
아) 그런데 저는 이런 변화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라는 기사를 본 적 있는데요. 덕분에 ‘<킹덤> 같은 장르물도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게 됐다’ 이런 내용이었거든요?
노) 맞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실은 시즌제 드라마가 각광을 받게 된 것이죠. 그 전까지 솔직히 말씀드리면 몇몇의 스타, 또 몇몇의 스타 작가가 어떤 성공공식에 맞춰서 비슷비슷한 드라마 제작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것이 이렇게 개별소비패턴으로 바뀌면서 좀 더 개성이 강하고 어떤 소수마니아라고 하지만 결집된 층만 있다면 그들이 좋아하는 장르물, 또 웹툰원작물, 심지어 요즘은 스포츠물, <라켓소년단> 같이, 예전에는 ‘그런 게 되겠어?’ 하지만 딱 10대층 공략하면서, 예전에는 무조건 시청률이 20%를 넘지 못하면 망한 드라마라고 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탑 시청률을 찍지 않아도 꾸준히 시청률이 10%를 유지해서 정확한 타겟 오디언스를 공략할 수 있다면 성공한 드라마라고 하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시즌제 드라마가 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 네, 멋진 캐릭터가 빌드업 되었고 정확한 타겟 시청층에 대해서도 우리가 생각을 해 봤는데, 그렇다면 그 다음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노) 에피소드의 디테일을 확보해야 합니다. 과연 이 시즌물이 앞으로 몇 시즌 동안 끌고 갈 만한 작품인지 그 생명력에 해당되는 에피소드가 충분한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연적으로 따라온다고 할 수 있는데요. 최근 드라마 경향은 시청률 확보를 위한 무리한 ‘반전’, ‘복수’ 이런 플롯은 딱 식상하다 라고 말해지고 있고요. 오히려 좀 더 똑같은 소재지만 디테일이 보강되거나 캐릭터가 좀 사실적인 전개를 하는 드라마가 더 젊은 층에 어필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아) 그렇다면 지금 말씀해 주신 사실적인 전개의 에피소드, 이걸 확보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노) 최근 경향은 2가지 정도 방법이 통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 오, 첫 번째부터 그럼 소개를 해 주실까요?
노) 첫 번째는 신인 작가의 약진인데요. 신인 작가들이 기성 작가가 어떤 기성 문법으로 드라마를 쓸 때 각자의 경험치를 통해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엄청난 현실적인 디테일을 확보한 대본을 써 내는 것이죠. 그래서 뭐, 최근에 <스토브리그>라던가, <라켓소년단>이라던가. 전혀 다른 소재이지만 디테일 면에서 아주 고퀄리티를 유지해서 신인 작가들이 대폭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는 제 생각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사실 기존의 미니 시리즈 16부작이라고 하는 것은 전 세계 유래가 없는데, 매주 70분물을 월요일, 화요일 혹은 수요일, 목요일 2회씩 써 내려 가는 것인데요. 16부작의 이야기, 이 방대한 양의 드라마를 두 달 안에 써내기 위해서는 소위 4라인, 남주, 서브 남주, 여주, 서브 여주, 이 네 명이 얽히고 설키는 그 시초를 <발리에서 생긴 일>이라고 하는데, 이 네 명의 이야기를 써내기 위해서 그 짧은 시간 안에 써내기 위해서는 실은 기성 작가의 힘이 절대적이었어요. 솔직히 그 시간대에는 아무나 쓸 수 없는 그 절대량, 속도에 대한 진입장벽이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아) 네, 속도가 엄청 빨라야겠네요.
노) 네. 그래서 미니시리즈 작가가 된다고 하는 것은 그 메인 작가의 문하에 들어가서 몇 년간 서브작가 생활을 하고 노하우를 전수받고 그리고 입봉하려면 메인 작가가 추천을 하고 상당히 어려우면서도 막연한 과정이어서 감히 미니 시리즈 작가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어떤 참 역설적이게도 드라마 시장의 수지 악화로 인해서 이제 더 이상 방송사가 16부작을 고집하지 않고요. 10부작, 8부작, 12부작, 뭐 다양한 포맷을 시도하고 있고 또 기성작가의 고료가 너무 올라갔고 또 그 분들을 쓰려고 해도 쓸 수가 없어요, 계약이 다 끝나셔서. 또 기성 드라마 작법에 대한 피로도, 젊은 층들이 웹툰을 선호한다거나 이러한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 때문에 오히려 차라리 가성비 좋은 신인작가들의 신선하면서도 디테일이 좋은 대본, 여기에 방송사들이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 최근 이 드라마에 장르물이 많아진 것도 신진작가들이 많이 등용돼서 그렇다고 들었거든요?
노) 맞습니다. 이런 시즌 장르물의 승패는 풍부한 에피소드와 디테일 묘사가 이루어지는 건데요. 이런 것을 위해서는 실은 몇 년간 그 직업의 세계에 뛰어 들어서 경험치가 필요해요. 이런 경우에 오히려 신인 작가분들이 충분히 좀 더 저돌적으로 달려 들어서 그런 것을 경험하고 써내는 이런 드라마 포맷이 더 각광받게 된 것입니다.
아) 네, 이렇게 해서 신진작가들의 등용에 대해서 살펴봤는데, 자 그렇다면 에피소드의 디테일을 확보하기 위한 두 번째 방법, 아직 남아 있잖아요. 어떤 게 있을까요?
노) 네, 이런 어떤 새로운 경험치를 갖고 있는 신인 작가의 대본 외에 최근의 경향은 기존 웹툰이나 웹소설에서 드라마화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다느 ㄴ것입니다.
아) 네, 맞아요. 아마 보시는 분들도 하나 정도는 다 생각나실 거예요. 그랬군요. 저도 이 웹툰 드라마 많이 보거든요.
노) 사실 그 전부터 웹툰의 드라마화 시도는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장르의 현격한 차이로 인해서 즉, 데일리로 매일매일 소비되는 웹툰의 형식과 기승전결 플롯으로 16부작으로 끝나는 드라마의 차이가 현격하게 있기 때문에 이런 데일리로 소비되는 웹툰을 드라마로 바꾸는 과정에서 당연히 매일매일 캐릭터별로 소화되어야 하는데 드라마로 만들다 보니까 억지로 갈등도 집어넣고, 갑자기 출생의 비밀도 나와야 되고, 이렇게 어정쩡하게 드라마의 억지갈등을 넣는 플롯을 넣다 보니까 기존 골수팬들도 싫어하고 드라마적으로 봤을 때는 어정쩡하고 그래서 실은 많은 실패가 거듭되어 왔습니다.
아) 그런데 성공한 웹툰의 드라마들이 생각이 나잖아요. 이 웹툰의 드라마화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변곡점이 있는 거예요?
노)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2018년에 제작된 <김비서가 왜 이럴까?> 이 작품을 변곡점이라 꼽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이 <김비서>는 기존의 웹툰 드라마가 어떻게든 웹툰의 포맷을 버리고 드라마 포맷을 억지로 해왔다고 하면, 이 <김비서>는 그런 어설픈 드라마화를 포기하고 그냥 데일리로 소비되는 웹툰에 전개 방식을 따랐습니다. 이 <김비서가 왜 이럴까?>의 시청률의 패턴을 보면요. 폭발적으로 20%로 가는 패턴이 아니고요. 어느 정도 가다가 고정층을 유지하는 전략을 썼습니다. 이것이 결국은 어느 적정 수준의 타겟 시청층만 확보해도 이제 드라마가 예전 같이 20%, 30% 가지 않지 않거든요. 전체적으로 낮아진 상황에서 오히려 이렇게 충성도가 높은 시청층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이것이 오히려 이제 드라마 시장에서는 ‘아, 그게 오히려 성공이다!’ 라는 모델을 제시한 작품이 되었거든요. 결국 이런 어떤 웹툰의 구성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 이것이 실은 시즌 드라마의 틀을 유지하는 전략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는 것입니다.
노) <검법남녀> 시즌 1도 마찬가지 전략을 고집했는데요. 방송국 임원진들의 전통드라마 문법, 큰 스토리, 기승전결, 플롯 없는 단순한 데일리 에피소드 구성만으로 과연 16부작 미니시리즈를 할 수 있을까? 그런 우려가 기획 초기에 당연히 심했고요. 그렇지만 월드컵 시즌과 겹쳐서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이런 상황에 딱히 대안도 없는 상태에서 연출자가 이렇게 해 보겠다는 것을 말릴 수가 없어서 그렇게 해서 들어갈 수 있었던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 네, 지금까지 ‘시즌제 드라마를 어떻게 기획할 것인가’에 대해서 여러 가지 특징들을 살펴보았는데요. 하나의 결론으로 정리하자면 어떻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노) 지금까지 복잡하게 설명을 했는데, 제 경험상 시즌제 드라마의 필수 핵심은 일상성인 것 같습니다. 즉 너무 강한 모티브로 휘발되어 버리는 캐릭터, 소재, 줄거리가 아니라 조금 더 세밀하고 치밀한 디테일로 하루하루 우리가 같은 호흡으로 살아 숨 쉬는 캐릭터, 이야기, 이렇게 기획되어야 시즌드라마의 성공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저는 개인적인 경험으로 찾아낸 것 같습니다.
아)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이 시즌제 드라마를 기획하신다면 일상성의 요소들을 꼭 잊지 말고 되새기시길 바랍니다. PD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노) 감사합니다.
01. 이 강좌에 대해서
시즌 드라마 주요 성공 사례를 통해 시즌제 드라마 기획 및 제작 노하우 제공
02. 강사 소개
노도철 (PD)
03. 강사 이력
- HB 엔터테인먼트 PD - MBC <검법남녀 시즌 1,2> 담당 PD - <군주-가면의 주인>, <안녕, 프란체스카 시즌 1,2>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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