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영어 공부 좀 해보겠다고 독서실에 앉아 미국, 영국 시즌 드라마 하나쯤, 정주행하던 시절 있으신가요?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시즌 드라마를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대본 수급, 캐스팅, 제작 환경 등의 문제로 시즌 드라마를 제작하기란 쉽지 않았죠. 하지만 이러한 요인들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응답하라 시리즈, 낭만닥터 김사부, 슬기로운 의사생활, 검법남녀, 펜트하우스, 보이스 등 수많은 인기 드라마가 시즌 드라마로 제작되었습니다. OTT 서비스와 케이블 채널 등 드라마 공급 채널이 늘어나자 다양한 드라마 기획을 선보일 기회가 많아진 것이 가장 큰 이유였죠. 이러한 환경에 힘입어 많은 제작자들이 점차 한국형 시즌 드라마 전략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럼 지금부터 <검법남녀>를 연출하신 노도철 PD님과 함께 시즌 드라마의 성공법칙! 자세히 알아볼까요?
아) 이유 있는 시즌 드라마의 성공법칙, 오늘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왜 시즌 드라마인가?’ 라는 제목으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함께 해주실 노도철 PD님 모셨어요. PD님, 안녕하세요.
노) 안녕하세요.
아) PD님, 먼저 이 시즌 드라마가 무엇인지 질문을 드려야 할텐데, 시즌 드라마의 대표적 특징이라면 어떤 걸 꼽을 수 있을까요?
노) 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시즌 드라마의 가장 특정적인 키워드는 ‘연속성’인 것 같습니다. 특히 캐릭터의 연속성, 스토리의 연속성, 배경의 연속성이 가장 중요하다 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아) 이 세 개를 말씀 주셨는데, 캐릭터, 스토리 그리고 배경의 연속성이요?
노) 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시청자들의 눈에는 캐릭터의 연속성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왜냐면 같은 배우가 이번 시즌에 또 나와야 ‘아, 이게 시즌 드라마구나’라고 가장 눈에 띄는 특징으로 꼽을 수가 있습니다.
아) 네, 맞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출연배우들이 정말 바쁘시잖아요? 이 스케줄 조절을 어떻게 하시는지도 좀 궁금해 지거든요.
노) 글쎄요. 이 스케줄 조절이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그 때 그 때 상황에 달려있는데, 그래도 사전 스케줄 확인, 그리고 계약 같은 것도 시도하려고 하는데 잘 되지는 않습니다.
아) 네,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사실 드라마를 통해서 신인배우가 성공을 해서 소위 말하면 ‘캐릭터가 떠서’ 다음 작품에서 갑자기 주연이 되거나 정말 비중이 큰 조연이 되기도 하잖아요. 이러면 말씀 해주신 캐릭터와의 연속성과는 거리가 있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좀 들어요.
노) 네, 맞습니다. 실은 제가 했던 <검법남녀1>에서도 스테파니가 아주 매력적인 역할을 했었는데 시즌2에서도 같이 가기를 원했는데.. 마지막까지 조율을 하다 어긋나기도 하고 아직 한국 상황에서는 향후 내년, 내후년 드라마를 연속성으로 계약을 한다는 게 배우들에게 부담도 되고, 여러모로 계약서를 작성한다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제작자들이 생각해 본 방법은 아무래도 반짝하고 뜨는 스타, 향후 스케줄을 알 수 없는 스타들보다는 연기력이 좋으면서 안정감 있게 최소 3~4년 정도 스케줄을 확인할 수 있는 조금 에이지가 있는 배우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 아, 영어를 쓰셨지만 한국말로 번역하면 ‘나이가 조금 있는’. 이거 조금 대입해 보면 연출하셨던 <검법남녀>의 정재형 배우가 생각이 나는데요.
노) 배우 본인이 좀 싫어하셨지만 어쩔 수 없이 제가 현재 시즌 드라마를 기획하면서 그래도 이게 이번 해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내년, 내후년에 하기 위해서는 조금 에이지가 있는 배우, 조금 계약적으로 좀 더 연속성이 있는 배우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요. 다른 드라마를 보더라도 <펜트하우스>의 김소연, 엄기준 배우,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배우 등 ‘다른 제작자들도 같은 선택을 하는구나’ 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아) 네, 이렇게 예를 들어주시니까 저도 즐겨 보는 드라마라서 이해가 조금 더 쉽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자, 그렇다면 캐릭터에 이어서 다음은 스토리의 연속성에 대해서도 좀 설명해 주실까요?
노) 네, 매회 에피소드 진행으로 이뤄지는 시즌제 드라마에서 무슨 스토리의 연속성이냐 라고 말씀해주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실은 제가 말한 스토리의 연속성은 반드시 시즌제 드라마의 매회 에피소드가 아닌 전회에 걸쳐진 아주 거대한 히든 스토리의 연속성을 가져야 한다라는 뜻입니다.
아) 네, 이 시즌 드라마를 보면 그런 특징들을 잘 가지고 있는데, 그런데 전 시즌의, 시즌1에서의 마지막 회와 시즌2에서의 첫 회가 조금은 연결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것도 일부러, 어떤 장치라고 볼 수 있을까요?
노) 네, 제 생각에는 매회 단절된 에피소드 형식의 시즌제 드라마에서 시즌 드라마라 함은 한 번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까지 최소 6개월에서 1년의 갭이 있거든요. 그 6개월에서 1년 동안 팬들, 시청층.. 기다려 줄 수 있는 궁금증을 마지막 회에 반드시 집어 넣어야 하고, 이것은 반드시 그런 궁금증을 가지고 시청자들의 소구력을 가져야 된다는 게 제 생각에는 시즌제 드라마의 가장 전형적인 형식미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 시즌제 드라마의 형식미, 조금 어려운 단어가 나와서 조금은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실까요?
노) 네, 그러니까 실제 드라마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같은 배우와 같은 배경의 드라마를 계속 연속적으로 하면 참 쉬울 것 같지만 실제로 시청자들은 되게 지루해 하시거든요. 그래서 매회 에피소드 방식으로 소재를 바꿔보기도 하지만 반드시 엄청난 궁금증, 가장 큰 스토리의 힘, 이것을 반드시 집어넣어야 하고 강력한 흡입력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해서 스토리에 이런 것을 반드시 집어넣어야 합니다.
아) 네, 시청자의 마음으로 돌아가 보니까, 정말 그 숨겨진 거대 스토리가 제가 볼 때도 중요했다는 생각이 들긴 들어요.
노) 그래서 제가 했던 <검법남녀2>에서도 도대체 어떤 스토리를 집어넣을 것인가, 시즌1에서는 주인공 백범의 과거 히든 스토리를 집어넣는다던지 아니면 시즌2에서는 장철이라는 새로운 안타고니스트의 히든 스토리를 집어넣는다던지 과연 분절된 에피소드 방식으로 전개되는 시즌 드라마에서 거대한, 가장 궁금증을 일으키는 히든 스토리를 어떻게 매회 조금씩 조금씩 집어넣어서 마지막 회에 궁금증을 줄 것인가, 이것을 항상 시즌 드라마를 기획하는 제작자들이 가장 고민하는 지점입니다.
노) <검법남녀2>의 거대 스토리의 연속성이라..제작진이 숨겨놓은 공통사건의 이야기는 이중인격자 킬러 장철의 과거 라인입니다. 그래서 매회 파편적인 에피소드 이면에 숨겨진 스토리의 전개는 시청자들에게 매회 강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만들었죠.
아) 네, 시청자 입장의 저로 돌아가 보면, 저도 항상 그런 강력한 힘의 이야기 하나를 궁금해 했던 것 같아요.
노) 네, 그래서 이런 시즌제 드라마를 기획하는 사람들은 이런 반드시 거대 음모, 전체를 관통하는 큰 스토리를 반드시 생각해야 하고 가장 크게 고민을 많이 합니다.
아) 네, 사실 시즌 드라마라고 하면 가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드라마가 바로 이 <프렌즈>인데 드라마 시즌1과 2를 잇는 그 거대한 스토리, 그건 바로 이 로스, 레이첼의 짝사랑, 그 러브라인이라고 보면 되는 거죠.
노) 네, 맞습니다. 얼핏 <프렌즈>를 보면 뉴욕아파트에서 싱글 친구들이 별거 아닌 사소하고 자질구레한 일상 에피소드를 이렇게 이렇게 매회 나열하는 것 같지만 실제 시청자들이 눈 여겨서 계속 보고 싶어 했던 스토리라인은 바로 어정쩡한 로스와 앙큼한 레이첼의 둘 사이의 러브라인이 어떻게 끝날 것인가. 그것을 무려 시즌1에서부터 10까지 무려 10년 동안 이 짝사랑 러브라인을 끌고 온 것입니다. 또 <검법남녀2>를 말씀드리자면 과연 엔딩을 어떻게 마무리할까 고민이 많았습니다만, 결과적으로 다음 시즌을 위해서 악이 승리하고 모두가 나락으로 떨어진 뒤에 마지막 쿠키영상에서 부장검사와 죽었다고 생각했던 킬러 장철이 나타나서 ‘우리 둘이서 힘을 합쳤다. 앞으로 이것을 어떻게 할까’ 이렇게 궁금증을 던지면서 끝났는데 2년 동안 아직 시즌3를 못하고 있어서 많은 팬들의 아쉬움을 듣고 있습니다.
아) 네, 그 <검법남녀2>의 쿠키영상을 기억하시는 시청자분들께서는 얼른 3를 마음으로 기다리고 계실 것 같아요. 자, 그러면 이어서 배경의 연속성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히 들어볼까요?
노) 네, 배경의 연속성이라는 의미는 제 생각에는 영상미술의 연속성을 말하는 것입니다.
아) 그렇게 말씀해 주셔도 조금 어려운데, 영상미술의 연속성이라는 게 어떤 걸 가리키는 건가요?
노) 무엇보다도 이 영상미술의 연속성은 제작비 회수와 가장 큰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 그러니까 이 돈, 제작비와 관련된 이 세트를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노) 맞습니다. 그러니까 시즌제 드라마에서 제작비 절감에서 가장 큰 장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동일세트를 유지해서 큰 미술비 절감 효과가 있다는 그런 부분일 것입니다.
아) 그럼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게 그럼 다른 드라마를 찍을 때는 매번 세트를 짓고 부수고를 반복한다는 건가요?
노) 네, 제가 항상 드라마를 만들면서 제일 힘들었던 부분인데 우리나라는 스튜디오 개수가 부족하고 그것을 렌탈하는 렌탈비용도 높기 때문에 세트를 기본적으로 나무세트, 합판세트를 짓고요. 이것을 매번 세웠다, 그 다음 드라마를 위해서 부쉈다, 다시 세웠다 부쉈다를 계속 반복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세트를 짓는 데 좀 어려움이 있습니다.
아) 네, 생각만 해도 굉장히 복잡한 단계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데 <검법남녀>도 그럼 이렇게 세트를 짓고 부수고를 반복한건가요?
노) 네, <검법남녀>도 시즌1에서는 되게 급하게 들어갔기 때문에 세트를 무한보수를 하면서 지었고요. <검법남녀2>에 이르러서는 그래도 조금 시즌제 드라마를 염두에 두고 예산 9억 원 정도를 써서 아주 좀 실감나는 세트를 지었습니다.
아) 네, 그러면 이 시즌제 드라마를 기획할 때 세트를 한번 잘 지어놓고 시즌제 동안 계속 쓰면 정말 제작비 절감효과가 클 것 같아요.
노) 네, 맞습니다. 최근에 이제 드라마의 경향이 광고수익을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예전같이 방만한 제작비 사용보다는 조금 더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고 있거든요.
노) 얼마 전에 제가 <프렌즈 리유니언>이라는 10년 만에 그 친구들이 다시 모이는 그런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그 세트, 프렌즈 세트가 무려 시즌1에서부터 10까지 10년 동안 똑같은 세트에서 찍었거든요. 그 세트에 모든 배우들이 모여서 감격하는 내용으로 시작하더라고요. 또 우리가 알고 있는 세트나 이런 세트들도 같은 세트를 무려 10년 동안 한 세트를 이용할 수 있다는 거, 이건 상당히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 네, 사실 그 세트가 똑같으면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도 더 친근하고 또 전작이 다 기억이 잘 나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결국 이 말씀해주신 캐릭터, 스토리, 배경의 연속성이라는 게 일반 드라마와 시즌제 드라마가 좀 구별이 되는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 거네요.
노) 네, 맞습니다.
아) 자, 그럼 이어서 다음 질문을 드려보도록 할게요. 이렇게 차이점에 대해서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시즌제 드라마의 장점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어떤 게 있을까요?
노) 제 경험상으로는 약 세 가지 정도의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 세 가지나 있어요? 첫 번째부터 소개해 주실까요?
노) 먼저 불확실성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보통 드라마 한편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캐릭터와 스토리가 생동감 있게 쓰여진 좋은 대본이 있어야 됩니다. 그리고 이제 그런 문자로 쓰여진 대본을 적절한 영상언어로 변환시키는 또 솜씨 있는 영상, 연출이 필요하고요. 그리고 당연히 캐릭터와 일체되는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또 배우들이 적절한 연기력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아) 네, 그 마지막의 연기력에 저는 조금 더 마음이 가는데, 정말 시청자들은 결국 배우를 기억하게 되는 거잖아요.
노) 맞습니다. 이게 영상언어로 드라마는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뒤에 숨어있는 작가의 노력이나 연출력보다는 바로 배우가 어떻게 연기하느냐는 부분이 가장 중요한데, 그래서 실은 캐스팅이야말로 가장 중요하게 고민하고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매년 여러 방송사 OTT에서 쏟아지는 드라마에 들어갈 수 있는 주연배우의 수는 한국에서 상당히 절대적으로 부족하구요. 그래서 이 캐스팅을 둘러싸고 실은 엄청난 경쟁 또 어떤 적역의 캐스팅을 한다고 해도 이 연기자가 이 시간에 저희가 드라마가 제작되는 시간에 스케줄이 가능한지 우리끼리는 하늘에 캐스팅은 맡겨야 된다라고 이렇게 농담을 하곤 하는데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 이 주인공이 결정돼야지만 드라마 편성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에 지금 현재 드라마 시장에서도 캐스팅이 편성권을 쥔다 라고 말을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닙니다.
아) 네, 정말 말씀해 주신 것처럼 어떤 배우를 캐스팅하는 게 이렇게나 어려운 상황이라면 시즌 드라마는 사실 캐스팅을 연속적으로 유지한다는 장점이 있잖아요. 이건 너무나 크게 와 닿을 것 같아요.
노) 네, 맞습니다. 그래서 제가 해봤을 때는 실은 어떤 배우, 훌륭한 배우가 있다 하더라도 자기 옷에 딱 맞는 그런 캐릭터를 찾기도 어렵고 그 둘이 붙어서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내기도 참 어려운 확률인데 이렇게 힘들게 찾아낸 훌륭한 캐릭터를 미니시리즈 같은 경우는 딱 두 달 하고 없애 버려야 되거든요. 그래서 그런 쫑파티를 몇 번 하다보면 다들 너무 아쉬워하고 이제 좀 이 캐릭터가 파악이 되고 내가 좀 알겠어하는데 쫑파티를 해야 돼요.
노) 그런걸 보면서 아 이렇게 멋있는 캐릭터를 조금 더 안정적으로 조금 더 대본을 보강한 뒤 그 뒤에 다음에 계속 끌고 갈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이런 고민에서 나온 게 제 생각에는 시즌제 드라마이고 이렇게 연속성이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캐스팅, 그리고 그 캐스팅을 그 다음 회에도 나온다 그래서 그 충성적인 시청자들과 그 시청자들이 만들어낸 안정적인 시청률, 이게 제가 봤을 때는 시즌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노)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에요. 좋은 대본, 연출, 배우를 확보해서 편성까지 받아서 드디어 드라마를 론칭했다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많은 허들이 존재합니다.
아) 많이 온 것 같은데 아직도 허들이 존재한다고 표현하셨어요. 어떤 허들인가요?
노) 대본 있고 연출 있고 배우가 붙었다고는 하지만 그 다음에 편성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그 다음은 미술의 문제라고 통칭할 수 있겠는데요. 이 미술은 단순히 배경세트의 그림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이 대본을 결국 영상화하기 위해서 장소를 섭외하고 세트를 짓고 배우한테 알맞은 의상을 고르고 카메라 종류, 위치, 대수 그리고 카메라의 톤을 결정해야 되는 많은 미술적인 허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 화면으로 봤을 때는 정말 잘 몰랐는데 미술이 왜 이렇게나 중요한 거예요?
노) 최근 들어서 K-드라마가 세계적으로 각광받으면서 이런 의상이라든가 메이크업이라든가 코디 심지어 이제 좀비물 같은 경우에는 안무 같은 경우도 예전에는 즉석에서 현장에서 했다고 한다면 요즘에는 안무 코디네이터가 6개월에서 1년에 걸쳐서 실제 무용 같은 것을 다 연습하고 또 의상과 메이크업, <검법남녀> 같은 경우는 시체 메이크업이나 이런 상처 같은 것도 그런 디테일이 결국 점점 헐리우드 제작사 같은 노하우 쪽으로 가고 있거든요.
노) 그래서 이런 미술의 고퀄리티가 결국 한국, K-드라마의 퀄리티를 높이는 것이고 요즘 같은 4K TV 체제에서는 시청자들 눈도 점점 높아지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아) 이렇게 왜 한번 끝나는 캐릭터가 비효율적인지 이에 대해서도 조금만 더 자세히 소개를 해 주실까요?
노) 네, 어차피 드라마의 구조상 매력적인 안타고니스트, 영웅적인 프로타고니스트 그리고 갈등구조 플롯들이 반복되거든요. 그런데 이게 늘 어떤 상황만 살짝 바꿔서 배경만 바꿔서 시청자들한테 어필을 시도하는데 결국 2개월 정도 열심히 몸부림을 치다가 밤을 새우면서 찍다가 그런 다음에 약간의 시청률을 얻고 또 드라마는 사라지고 또 새로운 드라마를 찾아서 헤매고 이게 다른 분들은 모르겠습니다만 또 어떤 감독님들은 ‘그래도 이걸 계속하는 건 난 지겨워’, ‘난 새로운 드라마를 찾을거야’ 라고 하시는 분은 분명히 계시고 그런데 저 같은 경우에는 ‘너무 비효율적이다’. 아무래도 제가 개인적으로 캐릭터나 드라마에 애착이 좀 심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걸 계속 끌고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이걸 오래전부터 고민해왔던 것 같습니다.
아) 네, 그래서 이 검증된 캐릭터를 조금 더 끌고 갈 수 있는 시즌제 드라마의 장점 두 번째가 효율성인거죠.
노) 네, 맞습니다. 이 시즌제 드라마의 경우에는 한 번 빅히트한 캐릭터를 계속해서 되살려서 레이어를 더 집어넣고 과거 이야기를 집어넣으면서 훨씬 다채롭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 효율성의 측면이 저는 개인적으로 연출자 입장에서 강한 매력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효율성의 측면은 실은 매번 새로운 드라마를 론칭할 때 투자자나 방송국 입장에서도 모험이 되거든요. 그런데 이러한 사람들한테 좀더 안정적이다, 효율적이다라는 것을 어필할 수 있어서 편성적인 측면에서도 좀 더 효율적인 편성이 가능하게 만드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 이 안정성과 효율성을 안고 가는 시즌제 드라마. 그렇다면 그 다음 장점으로 살펴볼 내용은 역시나 비용절감인가요?
노) 네, 비용절감의 장점은 요즘 같은 드라마 수입구조가 열악한 환경에서는 아마 가장 중요한 장점이 될 것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한번 공들여 지어진 세트를 보관비 정도만 지불하고 두고 두고 시즌별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많은 이점이 있습니다.
아) 이렇게 비용절감의 효과, 이거 외에도 다른 이점이 있을까요?
노) 예, 단순히 어떤 세트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좀 더 세트를, 저희 말로는 세트의 때깔이라고 하는데, 세트를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세밀하게 지을 수 있습니다.
아) 장기적으로 지으면 좋을 것 같긴 한데 뭐가 좀 달라지는 거예요?
노) 제가 미국에 가서도 <프렌즈> 세트장도 가보고 그랬는데 한국 세트와 미국 세트의 가장 큰 차이점은 그쪽은 스튜디오 하나를 빌려서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독점으로 쓸 수 있고, 한국은 실은 월화 드라마라면 수목 드라마를 위해서 스튜디오를 비워줘야 해요.
노) 그러다 보니까 안 좋은 전문용어지만 ‘뎅깡’이라고해서 나무합판 세트를 매번 지었다 부쉈다 지었다 부쉈다하기 때문에 예전 같은 4:3이라든가 HD시대에는 사람들이 그냥 넘어갔지만, 요즘 같은 4K 드라마에서는 그 세트의 질감이, 마띠에르라고 불어로 하는데 마띠에르의 차이가 확연히 느껴지기 때문에 미국세트에서는 벽돌이라든지 철제라든지 좀 더 장기적으로 확고한 세트를 갖고 지을 수 있는데 그런 어떤 마띠에르의 차이가 드라마의 퀄리티의 차이를 나눠 놓고요. 그래서 시즌제 드라마는 장기적으로 세트를 운영할 수 있음으로써 이런 고퀄리티의 세트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을 분명히 가질 수 있습니다.
아) 시작부터 오래 사용할 거니까 좋은 걸로 짓는 거군요. 또 어떤 장점이 더 있을까요?
노) 또한 처음에 세트를 짓는 것만으로는 드라마를 찍을 수가 없습니다.
아) 이건 무슨 뜻일까요?
노) 세트는 그야말로 세트고요. 이 세트에서 드라마를 촬영하려면 조명을 설치를 해야 되고요. 카메라도 여러 앵글상의 카메라도 숨겨놓거나 세팅을 해야 되는데 여기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갑니다.
아) 세트 짓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또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었네요.
노) 제가 <엄마의 정원>이라는 일일극을 연출한 적이 있었는데요. 주5회 일일극의 녹화분량은 세트 2일, 야외 1일로 하루 세트 녹화씬이 무려 100씬 정도 됩니다. 이런 살인적인 스케줄에서 재밌는 것은 초반에는 이런 세트에 익숙하지 않아서 녹화가 새벽 4시, 5시에 끝났는데, 그러다 6개월 뒤, 127회의 일일극이 끝나갈 무렵, 새벽 12시 전에 100씬이 다 끝난 거예요. 그래서 저희끼리 보고 “야, 이건 거의 드라마 공장이네 공장” 이랬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아) 또 결국 세트가 익숙해지면 다른 데서도 절감의 효과가 나온다라는 말씀이신 것 같은데 여기서 이 배우와 스탭들 간의 호흡도 굉장히 중요하죠.
노) 물론입니다. 이런 미술적인 절감뿐만 아니라 배우의 입장에서도 낯선 세트장이 실은 자기의 집으로 나오는 경우에 솔직히 저희가 자기 집에서는 동선이 너무 자유롭잖아요. 그런데 낯선 세트를 보고 여기를 내 집이라고 ‘내 안방처럼 연기하세요’ 한다고 연기가 되는 게 아니거든요.
노)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고 낯선 것을 익숙하게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연기자도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연기자들이 세트에서 매번 적응해야 될 시간조차 시즌제 드라마에서는 아낄 수 있는 것이죠.
아) 비용으로만 생각했는데 이 배우의 연기력 측면의 절감도 굉장히 중요하겠네요.
노) 시즌제 드라마를 하다 보면 시즌1까지는 모르겠는데 시즌2할 때는 이 세트에 연기자들도 너무 익숙해져 있고 스텝들도 어디에 카메라를 놔야 될지, 어디에 조명을 해야 될지 다 알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즌2를 할 때는 너무나 모든 사람들이 이 드라마에 대한 몰입도가 정말 강해지고 그건 정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비용의 절감효과가 나타납니다.
아) 네, 맞습니다. 그런데도 단순하게 생각을 하면 시즌 드라마의 비용 절감이다 라고 하면 그냥 보는 사람들은 쉽게 계산하거나 측정할 수 있는 세트예산 절감의 효과만을 조금은 생각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노) 네, 그래서 다들 겉으로 드러난 것을 어떤 수치의 절약을 생각하시지만 결국 드라마라는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고 배우와 배우, 배우와 스탭, 배우와 연출 간의 인간적인 본디지 형성에 대한 투자, 거기에 대한 시간, 희생 여기에 대한 비용은 실은 계산조차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효과가 막대한 것입니다.
아) 네, 결국 더 중요한 비용 절감은 그 뒤에 숨어 있었네요.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이유 있는 시즌 드라마의 성공법칙] 그 첫번째 시간으로 ‘왜 시즌 드라마인가?’라는 주제로 이야기 나눠 봤습니다. PD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노) 네, 감사합니다.
아) 네, 오늘 저희는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01. 이 강좌에 대해서
시즌 드라마 주요 성공 사례를 통해 시즌제 드라마 기획 및 제작 노하우 제공
02. 강사 소개
노도철 (PD)
03. 강사 이력
- HB 엔터테인먼트 PD - MBC <검법남녀 시즌 1,2> 담당 PD - <군주-가면의 주인>, <안녕, 프란체스카 시즌 1,2>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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